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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벨렝의 다채로운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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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호

벨렝은 아마존으로 가는 관문이자 활기 넘치는 항구도시다.
현지 식재료로 만드는 창의적인 요리에는 토종과 유럽 그리고 아프리카의 영향이 혼재되어 브라질 미식 문화의 신흥 강자로 주목받고 있다.

(왼쪽부터) 콤부섬에 있는 카폭Kapok 나무. 민물고기 스튜를 포함해 다양한 아마존 요리를 내놓는 레스토랑.

“상파울루 사람들은 우리 벨렝Belém 음식에 대해 아는 바도 없고 가치를 인정하지도 않았죠.” 티아구 카스타뉴Thiago Castanho의 설명이 이어진다. “벨렝 사람들은 악어를 타고 다닌다는 농담까지 했는데 이젠 상황이 바뀌고 있어요.” 상파울루에서 북쪽으로 약 3060km 떨어진 벨렝의 심장부에 있는 조용한 거리에서 헤만수 두 페이시Remanso do Peixe라는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티아구는 이 아마존의 도시가 미식으로 명성을 얻는 데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벨렝에는 요리학교가 없어 그가 요리를 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고향을 떠나는 것이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셰프로서 훈련받기 위해 상파울루와 포르투갈로 이주하기도 했다고.
티아구는 늘 언젠가 이곳으로 돌아올 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 그 지역의 음식을 볼 때마다 ‘아마존의 재료를 사용하면 정말 맛있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가 처음 벨렝에 문을 연 헤만수 두보스크Remanso do Bosque 레스토랑은 코로나 대유행으로 문을 닫기 전까지 4년 동안 라틴아메리카 최고의 레스토랑 50 안에 늘 이름을 올렸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죠.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라는 거대한 축 바깥에서 인정받은 유일한 식당이었으니까요.”
티아구는 여러 면에서 벨렝 출신의 파울루 마르틴스Paulo Martins 셰프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았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파울루 마르틴스는 아마존 음식을 요리 지도에 올린 셰프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10년에 세상을 떠난 파울루는 그의 레스토랑과 음식 축제를 통해 브라질 사람들이 이 도시를 찾아오고 더 많이 알아가게끔 하는 데 촉진제 역할을 했다.
2014년에 마니오카Manioca라는 소스 브랜드가 생겼을 때만 해도 아마존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나 제품을 아마존 바깥에서는 거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마존의 제품을 브라질 전역에서 만날 수 있다. 발효된 카사바로 만드는 투쿠피Tucupí 소스는 미쉐린에서 별 두 개를 받은 런던의 다 테라Da Terra 레스토랑의 메뉴에도 등장하는데, 거의 아마존의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매운 고추. 베르오페소 시장에서 파는 견과류.

아마존에는 독특한 식재료가 무궁무진하다. 거대한 아마존강이 대서양과 만나는 지점에서 내륙으로 약 97km 들어오면 구아자라만Guajará Bay을 둘러싼 도시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생선이 주요 식재료다. 일명 ‘골리앗 메기’라고 불리는 필호테filhote는 살이 많고 부드러워 아귀를 연상시킨다. 도시 전역에 있는 레스토랑의 메뉴에서 도우라다dourada(도미)와 페스카다아마렐라 pescada amarela(노란 대구)를 볼 수 있다. 티아구는 자신의 레스토랑을 찾은 나에게 벨렝에서 유명한 음식 중 하나인 칼데이라다caldeirada를 내놓았다. 이 스튜 요리에는 필호테, 양파, 토마토, 후추, 삶은 달걀이 들어가고 무엇보다 벨렝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재료, 즉 입이 얼얼해지는 잠부jambú 잎과 투쿠피tucupí(발효 카사바 주스로 만든 소스)를 넣는다.
브라질에서 오랫동안 과소평가되고 심지어 무시를 당하기도 했던 벨렝은 이제 브라질 최고의 미식 도시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중이다. 벨렝은 브라질 남부의 유명한 대도시와는 전혀 다른 강력한 토착적인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확실히 다르다. 상파울루에서 비행기를 타고 3시간 30분이 지나 벨렝에 착륙했을 때 나는 곧장 뜨거운 열기를 느꼈다.
벨렝의 강렬하고 밀도 있고 습한 열기는 산들바람이 불면서 건조한 상파울루의 열기와는 사뭇 다르다. 이건 바로 아마존의 열기다. 적도에서 불과 위도 1도 아래 남쪽, 세계 최대의 열대우림이 대서양과 만나는 곳에 가까이 위치한 지리적인 요소 덕분에 벨렝은 항상 덥고 습하다. 현지 사람들은 농담 삼아 벨렝에는 다른 계절이 있다고들 한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계절과 매일 매일 비가 내리는 계절, 이렇게 두 개다.
1616년 포르투갈 사람들이 원주민이 살던 이곳에 정착하면서 지금의 이름이 된 벨렝은 아마존으로 가는 관문이다. 이 지역으로부터 약 1280km 떨어진 강 상류에 위치한 마나우스Manaus는 이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다. 벨렝은 역사적으로 엄청나게 부유했고, 유럽으로 보낼 물건이 정글을 지나 도착하는 항구였다. 고무 수출이 전성기를 누리던 19세기 후반에는 파리에 있는 세탁소로 옷을 보내는 부자들도 있었다. 그러다가 영국이 동남아시아 고무를 들여오기 시작하면서부터 벨렝은 내리막길을 걷게 되었다.
벨렝을 둘러싸고 있는 파라Pará 주는 미국 텍사스주의 거의 두 배가 되는 넓은 면적에 수 세기 동안 다양한 문화가 섞여 들었다. 원주민, 포르투갈인, 아프리카 노예, 일본인, 스페인계 유대인, 아랍인, 심지어 추방된 미국 남부연합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민족이 모여 살았고 그만큼 음식의 범주 또한 매우 방대했다. 그중에서도 벨렝의 거리는 무척이나 다채로웠다. 눈에 띄는 식민지 시대 건축물과 함께 천천히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구시가지는 쿠바의 아바나와 닮았다. 이곳에서 나는 메디치 가문의 후손인 인플루언서 마르코스 메디치를 만나 라틴아메리카 최대의 야외 시장으로 알려진 베르오페소Ver-o-Peso 시장에 갔다. 베르오페소는 ‘무게를 확인하세요’라는 뜻이라고 한다.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등의 침략을 막기 위해 지은 요새와 오래된 부두 사이에 위치한 이 시장은 적어도 1625년부터 이 해안가에 터를 잡고 있었다.

베르오페소 시장에 가면 다양한 아마존 과일을 볼 수 있는데 코코아 꼬투리도 그중 하나다. 

시장은 시끌벅적하다. 각종 채소, 엄청나게 큰 아마존 물고기, 약초, 주스, 브라질넛(브라질에서는 지역의 이름을 따서 ‘파라넛’이라고 부른다), 길거리 음식, 살아있는 동물, 장신구 등을 놓고 상인들이 흥정을 벌인다. 사람들의 머리 위로는 몸집이 큰 검은독수리 떼가 남은 음식을 찾아 맴돌고 있다.
우리는 거의 모든 종류의 토종 과일을 파는 도나 카멜리타Dona Carmelita를 만났다. 부추buçu는 미니 코코넛처럼 생겼는데 안에 씁쓸하면서도 상큼한 즙이 들어 있다. 바쿠파리Bacupari는 레몬과 라임처럼 신맛이 나며 과육이 끈적끈적하다. 투쿠망tucumã은 꿀을 생각나게 한다. 토종 과일을 소개받은 뒤에 우리는 크림처럼 부드러운 카카오 열매 주스를 마셨다. 메디치는 도나 카멜리타가 ‘도시 유산의 일부’이며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벨렝은 중앙에 상업지구가 있고 다양한 지역과 도시로 둘러싸여 있어요”라고 메디치가 말한다. “대부분 아침 일찍 나갔다가 밤늦게 돌아오기 때문에 간식이나 식사 등 외식을 자주 하는 편이에요. 게다가 바깥에서 사먹는 게 더 저렴하거든요.” 야키소바나 튀김 같은 인기 있는 일본 음식부터 다진 고기로 만든 핫도그나 납작한 패티로 만든 스매시버거 등 원하는 모든 음식이 있다고 할 정도로 선택의 폭도 넓다. 메디치가 웃으며 이렇게 덧붙인다. “우리는 1950년대부터 이렇게 살아왔습니다.”
벨렝 중심부에서 북동쪽으로 약 18km 떨어진 시다드노바Cidade Nova 지역에는 브라질의 다른 곳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벨렝만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요리가 존재한다. 지난 19년 동안 타카카 다 마리나Tacacá da Marina라는 음식 카트를 운영해온 마리나 샤베스Marina Chaves는 현지 가정집을 돌보는 일을 하느라 요리를 배웠다는데 원주민, 아프리카, 포르투갈식이 가미된 영양가 있는 타카카 수프를 끓인다. 이 수프에는 끈적한 타피오카 전분, 허브의 일종인 잠부 잎, 말린 새우 등을 넣어 만든 투쿠피 소스를 넣는다. 약간 시큼한 맛이 나고 영양이 풍부한 이 수프는 최고의 숙취 해소제로 알려져 있다. 먹어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따뜻하고, 든든하고, 더 먹고 싶어지는 맛이다.
마리나가 카루루caruru와 바타파vatapá를 먹어보라고 권한다. “우리 요리는 아주 재미있어요. 브라질에 있는 다른 주와는 완전히 다르거든요.” 그녀의 말에 따르면 카루루와 바타파는 둘 다 아프리카에서 유래되었고 원주민의 손길이 더해져 완성된 거라고. 카루루는 오크라, 새우, 견과류 및 기름야자 나무 열매의 과육에서 짜낸 팜유로 만드는 되직한 페이스트다. 바타파는 새우, 후추, 양파 퓌레로 만든다. 게, 토마토, 양파, 고수를 넣어 만든 운하unha 크로켓도 먹어보자.
마리나가 만드는 마니소바maniçoba는 메디치가 ‘파라 요리의 정점’이라고 추천한 하이라이트다. 특히 10월에 시리오 드 나자레Círio de Nazaré 종교 축제가 열리는 동안 엄청나게 많이 먹지만 실은 1년 내내 길거리에서 먹을 수 있다. 다양한 민족과 문화의 영향을 받은 요리로 준비하는 데만 일주일이 걸린다. 투쿠피 소스를 만들 때 넣는 카사바 잎을 흙빛 과육으로 만든 다음 잠부 잎과 섞고 브라질 국민 요리인 페이조아다feijoada에 넣는 돼지고기 부위와 섞어준다. 그러면 다져진 잎이 기름진 고기에 흡수되어 풍미를 낸다. 보기에 별로지만 내가 먹어본 음식 중 최고로 꼽을 수 있다.

구아마강의 페리가 콤부섬에 다가가고 있다.

벨렝에는 정글로 뒤덮인 섬이 여럿 있는데, 그중 마을에서 보트로 10분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은 콤부섬은 꼭 가봐야 할 곳이다. 기둥이 있는 집들이 늘어선 강변 마을에 가거나, 섬에서 재배한 코코아로 초콜릿을 만드는 작은 필랴 두 콤부 공장에 가 본다. 공장을 관리하는 마리우 카르발류Mario Carvalho는 “붉은색 과일 향이 나는 아주 복합적인 맛의 초콜릿이에요”라고 설명한다. 계절적 홍수가 초콜릿의 독특한 맛을 담당하는 성장 조건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짙은 색 초콜릿 종류에서도 쓴맛이 거의 나지 않는다.
이곳에서 지내다 보면 현지 요리에 대한 강렬한 사랑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항상 그래왔던 건 아니다. 벨렝은 2015년에 마카오, 이탈리아의 파르마와 함께 유네스코 미식 도시로 선정되었다.
“이를 계기로 사람들은 우리 문화가 가치 있게 여겨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예전에는 이곳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가면 다른 말투를 사용하곤 했어요. 지금은 스스로 자랑스러워하고 가슴을 두드리는 아마존식 인사를 합니다. 아마존을 사랑하고, 파라주를 좋아하고 파라식 음식이 세계 최고라고 말합니다.” (티아구) 
한때 브라질의 셰프들은 요리에 대한 영감을 얻기 위해 유럽으로 눈을 돌렸지만, 이제는 브라질을 보다 특별하게 해주는 원주민, 유럽, 아프리카 문화가 혼합된 독특한 브라질 요리를 선보이기 위해 고향에 더 가까이 간다. 그리고 그 시작이 벨렝이다.

 


시장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토종 아사이베리

벨렝의 다섯 가지 음식
이 지역 음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요소들을 들여다보면.

1 아사이
최근 몇 년간 슈퍼푸드로 주목받고 있는 아사이베리는 아마존이 원산지다. 벨렝에서는 야자 열매와 아사이베리를 맛있는 음식과 함께 먹거나 섞어서 먹는다. 또한 아마존산 아사이 와인은 타닌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투쿠피
카사바 발효 주스로 만든 이 소스는 벨렝에서 즐겨 먹는 요리에 꼭 들어간다. 대표적으로 투쿠피 소스로 조리한 오리 요리 등이 있으며, 레스토랑에 가면 거의 모든 테이블에 투쿠피-칠리소스 병이 놓여 있다.
3 초콜릿
코코아는 아마존 지역이 원산지이지만 그렇다고 항상 최고의 초콜릿을 만들지는 못했다. 하지만 올해 런던에서 상을 받은 필랴 두 콤부Filha do Combú나 가우덴스Gaudens 같은 브랜드가 르네상스를 이끌고 있다.
4 파리냐
벨렝에서 파리냐는 문자 그대로 ‘가루’를 뜻한다. 카사바를 갈아 만든 것으로 입자가 미세한 것부터 쿠스쿠스 크기까지 여러 등급이 있으며, 아사이부터 구운 생선까지 거의 모든 음식에 곁들여 나온다.
5 잠부
입이 얼얼해지는 이 식물은 사천 고추보다 훨씬 강하며, 전통 요리에 많이 쓰인다고. 혀를 마비시킬 정도의 강렬한 특징은 벨렝 음악가들의 히트곡에 영감을 주기도 했다.

 

 

 

 

글. 토메 모리시-스완TOMÉ MORRISSY-SWAN
사진. 알라미, 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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