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어새에게 훌륭한 휴식처가 되어주는 강화도 해안에 산재한 양식장들에서 지속 가능한 삶의 여정을 목도하다.”
저어새의 삶과 생태를 20여 년 동안 기록하고 있는 나는 종종 짝을 이룬 저어새들의 유대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재미난 장면을 목격한다. 인간의 눈으로 본다면 이들은 마치 ‘사랑은 서로의 아픔과 고통을 보듬어주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부리가 길어 자기 목을 스스로 다듬을 수 없는 저어새들은 서로의 목을 애무하듯 다듬어주며 부부간의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확인하는 습성이 있다. 이 행동은 부자父子나 모자母子 같은 가족 관계에서는 볼 수 없고 오로지 짝을 이룬 암수 저어새 사이에서만 나타난다.심지어 번식기가 끝난 이후에도 이들은 여전히 사랑의 교감을 나눈다.
나는 최근 2년 동안 다시금 강화도 해안에서 이들의 삶을 조심스럽게 기록하는 중이다. 그간 저어새들에게 고요한 휴식처와 먹이를 제공하고 내가 10여 년간 기록을 위해 드나들었던 서식지가 사라지게 될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밀물이 들자 저어새들은 내가 있는 촬영 비트 앞으로 날아와 휴식에 들어갔다. 이 장소를 찾은 몇몇 저어새들은 내가 신경이 쓰였는지 나의 위장용 비트에서 멀어져 갔지만 끈끈한 정을 가진 사진 속 저어새들은 수시로 서로의 감정을 드러내는 애정행각을 벌였다. 촬영 내내 나는 그들이 상대를 얼마나 사랑하고 존중하며 의지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 자연 다큐멘터리 사진가 이종렬은 우리와 공존하는 야생동물의 사진을 오랜 시간 기록해왔다. 그만의 시각으로 자연과 소통하며 사진을 통해 사람들에게 자연의 목소리를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