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가 전성기였던 195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신상 호텔과 레스토랑이 줄지어 오픈하면서 사람들로 다시 북적이기 시작했다. 플로리다주의 ‘매직 시티Magic City’로도 불리는 마이애미의 반짝이는 매력을 재발견해보자.

길게 뻗은 비스케인 대로Biscayne Boulevard에는 이국적인 야자수와 파스텔 색감의 건물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1950년대의 미드센추리풍 모텔 건물들이 살구색, 하늘색, 연분홍색으로 알록달록 길가를 물들이고, 깜빡이는 네온사인은 에어컨과 객실 여부를 알린다. 건물 위로 양 갈래 머리를 한 여자아이와 털북숭이 강아지가 그려진 10m 높이에 달하는 마이애미의 상징적인 간판이 보인다. 성소수자의 인권을 지지하는 무지개색 깃발이 지미스 이스트사이드 다이너Jimmy’s Eastside Diner 밖에서 펄럭인다.
마이애미의 미모 지구MiMo District(‘미모’는 ‘마이애미 모더니스트Miami Modernist’의 약자)에 서 있으려니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 과거로 온 것 같다. 재미있는 각도와 밝은 색감, 무늬 있는 난간이 특징적인 마이애미 모던Miami Modern 건물들은 보존구역으로 지정되었다. 이 건물들은 비스케인 대로를 따라 50번가부터 79번가까지 쭉 이어진다. 1950년대로 되돌아간 듯한 기분을 들게 하는 건물들 사이에서 배가본드 호텔Vagabond Hotel이 그 주축이 된다.
“이 지역은 한때 매직 시티의 중심지였어요.”
호텔 총지배인인 메이 말루May Mallouh가 말한다. “마이애미를 지극히 마이애미스럽게 만든 곳이었죠. 그리고 이 호텔이야말로 비스케인 대로의 가장 빛나는 보석이었어요.”
1953년에 지어진 배가본드 호텔은 폭증한 중산층과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자동차 붐으로 인해서 자동차 여행과 모텔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시대에 부합했다. 그리고 플로리다의 화창한 남부 지역에 위치한 비스케인 대로는 인기 있는 여행지로 급부상했다. 너무나도 인기가 많았던 나머지, 소문에 의하면 할리우드의 상징적인 배우 친목 모임이던 랫팩Rat Pack 멤버들이 이곳에서 어울렸다고 한다. 그 정도로 누구든 가보고 싶고 머무르고 싶어 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에 이르러 95번 고속도로가 완공되고 마이애미 비치를 중심으로 신상 호텔이 들어서자 해당 지역은 쇠퇴하기 시작했고 배가본드 호텔도 그 흐름을 피할 수 없었다.
특수 부동산 개발 기업인 배가본드 그룹이 호텔을 매입한 2012년에는 거의 허물어져가는 상태였다. 하지만 회사는 호텔 외관과 간판, 구조를 힘겹게 보존하고 각진 원목 서랍장부터 알록달록한 색감 등의 미드센추리풍 가구와 디자인으로 내부를 장식하면서 호텔의 지난 영광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중정처럼 설계된 풀장 데크는 원래 모습대로 복원했는데 심지어 풀장 바닥을 장식한 인어 모자이크까지 완벽하게 되살렸다.

“역사 보존에 대한 가치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호텔을 개업한 2014년에도 이 지역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어요. 지금은 주변에 레스토랑과 카페 등 복원된 건물이 많아요. 지역이 한층 더 아름다워졌어요.”(메이)
건축물을 충실하게 복원한 성공 사례에 힘입어 비스케인 대로를 따라 유사한 복원 작업이 여럿 진행됐다. 셀리나 호텔 마이애미 골드 더스트Selina Hotel Miami Gold Dust도 1950년대에 전성기를 맞이했다가 최근에 복원된 곳이다. 배가본드 그룹이 소유한 또 다른 호텔인데 1957년에 골드 더스트 모텔로 시작해서 2020년에 셀리나 부티크 호텔 브랜드로 재개장했다.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자동차 문화가 크게 발전했어요.” 셀리나 호텔 지역 총지배인인 소피아 뤼케Sophia Lykke가 말한다. “이 호텔을 촬영한 옛날 사진에는 건물 앞에 빈티지 차량이 줄지어 선 것을 볼 수 있어요.” 지금도 자동차의 접근성은 호텔의 중요한 요소다. 보존된 호텔의 객실들은 식물이 군데군데 자란 풀장과 주차장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레코드 플레이어와 빈티지 TV, 다이얼식 전화기가 객실과 공용 공간에 자리해 눈길을 끈다.
“사람들은 빈티지풍 식당에서 식사하고 레트로한 건축물을 보기 위해 이 지역으로 와요.” 최근에 1960년대풍 돈스 파이브 스타 다이브 바Don’s 5 Star Dive Bar가 셀리나 호텔 안에 새로 문을 열었다고 소피아가 알려준다. “여행자들은 미국의 다른 도시에서는 이미 사라진 1950년대 마이애미의 분위기를 느끼기를 바라죠.”

아직 사라지지 않은 또 다른 명소가 마이애미 비치에 있다. 미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휴가지 중 하나인 해변은 세 구역으로 나뉜다. 먼저 1년 내내 끊이지 않는 파티와 반짝이는 아르데코풍 건축물로 유명한 사우스 비치South Beach가 빠질 수 없다. 이어서 미모 건축물이 위풍당당하게 자리한 노스 비치North Beach, 그리고 최근에 리뉴얼을 마친 고풍스러운 퐁텐블로Fontainebleau 호텔이 있는 미드 비치Mid- Beach가 자리한다. 해변 산책로 옆에 있는 아르데코풍 콩피당트 마이애미 비치Confidante Miami Beach 호텔 또한 최근에 복원을 마치면서 1950년대의 전성기를 되찾았다. 내부는 부드러운 파스텔 색감으로 장식되어 있고, 호텔 레스토랑 겸 바인 더 라운지The Lounge에는 흑백사진들이 벽에 걸려 있다.
“저희는 순환하는 문화를 따릅니다.” 마이애미 디자인 보존 협회의 전 대표인 조지 니어리George Neary가 말한다. “쇠퇴했다가 번영하고 다시 쇠퇴하기를 반복하는 지역들이 미국 전역에 있어요. 마이애미 비치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죠.” 마이애미가 과거를 간직한 채 미래로 나아가는 동안 미국 문화의 일부를 상징하는 건축물들은 여전히 반짝일 것이다.
“미래지향적인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건물의 중요성을 잊을 때가 있어요. 하지만 건축물, 디자인, 양식은 모두 미국 문화의 조각입니다.” 조지가 덧붙인다.

여행 방법
인천국제공항에서 마이애미국제공항까지 1회 경유하는 노선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델타항공 등에서 운행 중이다. 마이애미 디자인 보존 협회에서는 본문에 언급된 장소들을 둘러보는 공식 아르데코 워킹 투어를 진행한다. 일반적으로 매일 오전 10시 30분에 시작하며, 2시간 정도 소요된다. mdpl.org/tours/
더 많은 정보
thevagabondhotelmiami.com, selina.com, fontainebleau.com, miamiandbeach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