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의 기묘한 패턴 위에 일직선으로
뻗은 안좌도의 인도교를 걷다.”
지난봄, 신안에서는 섬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여행지를 배경으로 패션쇼가 진행되어 많은 이들의 흥미를 끈 바 있다. 그중 특히 압도적인 장면은 퍼플교를 배경으로 드라마틱한 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모델이 리드미컬하게 걸어나오던 모습이다. 그 장소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무언가가 있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뒤 고향인 안좌도 선산에 모셨고 덕분에 그 지역을 방문할 일이 잦아졌다. 그때마다 드론을 챙겨 기록을 남겼다. 작년 가을, 이른 아침의 안좌도를 찾았다. 갯벌의 모습을 담을 계획을 하고 전날 미리 물때를 확인했다. 위성뷰를 통해 그곳의 상황을 살피는 것도 필수다.
썰물 시간, 물이 모두 쓸려 나간 갯벌엔 인위적으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거대한 자연의 패턴이 만들어졌다. 그 위로 안좌도와 박지도, 반월도를 잇는 퍼플교가 곧게 뻗어나간 모습. 자연이 그린 그림과 인간이 세운 구조물이 공존하는 풍경을 담고자 했다. 누군가는 나뭇잎의 무늬 같다고도 했고, 누군가는 땅속 나무 뿌리 같다고도 했으며, 누군가는 엑스레이 속 혈관처럼 보인다고도 했다.
오랫동안 드론 작업을 해오다 보니 지상에서 촬영한 이미지를 보며 상공에서 내려다본 결과를 상상하는 버릇이 생겼다. 상상 속 모습이 그대로 구현되는 것도, 상상과 전혀 다른 낯선 패턴을 발견하는 것도 사진가에게는 흥미로운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