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 흠뻑 젖은 중세 시대 부르고뉴 지방의 수도.
디종은 오랜 세월 동안 발명과 예술 그리고 미식의 요람 역할을 해왔다.
프랑스의 부르고뉴프랑슈콩테Bourgogne-Franche-Comté 지방을 여행해야 할 이유는 수없이 많지만, 무엇보다 넓은 포도밭과 유서 깊은 음식 문화, 여기에 풍요로운 예술과 역사가 먼저 떠오른다. 한때 로마 제국의 일부였던 디종Dijon은 10세기부터 15세기까지 부르고뉴 공국의 수도였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디종의 역사지구는 차량 통제 구역으로 중세 가옥과 르네상스풍 저택을 비롯해 로마네스크와 고딕 양식 건물로 가득하다. 이곳에 최근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몇몇 박물관들이 무료로 개방하는가 하면, 야외 공공장소에 현대미술 작품이 전시되기 시작했다. 2022년엔 와인 교육과 상점, 엔터테인먼트 복합 시설을 갖춘 국제미식와인단지Cité Internationale de la Gastronomie et du Vin가 문을 열면서 도시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기도 했다.
수백 년에 걸친 도시의 역사가 부르고뉴 공작 저택Palace of the Dukes of Burgundy 단지 곳곳에 남아 있다. 46m 높이의 필립 르봉 타워Tour Philippe le bon의 오래된 석조 계단 316개를 올라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보자. 그 후엔 저택을 연상시키는 디종 미술관을 둘러보며 전시관을 가득 채운 중세 시대의 걸작과 현대미술을 감상하면 된다. 1787년에 개관한 이곳은 10년간의 보수 작업을 거쳐 2019년에 재개관했다.
beaux-arts.dijon.fr
미술관 밖으로 나와 13세기에 지어진 디종 노트르담 성당Church of Notre-Dame of Dijon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 남쪽 시계탑에 있는 부엉이를 찾아보자. 중세 시대에 만들어진 작은 조각품은 시민들이 행운의 부적으로 여겨 도시의 상징이 됐다. 현지인과 관광객들 모두 왼손으로 부엉이를 문지르면서 소원을 비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성당 북쪽에 있는 부엉이 거리Rue de la Chouette에는 숫돌을 이용해 유서 깊은 디종 머스터드를 만드는 부티크 상점 라 무타르데리 팔로가 있다. 옛날 방식을 고수하며 블랙커런트 열매를 넣은 새로운 맛의 머스터드를 맛볼 수 있다. 길을 따라 조금 더 걷다 보면 1483년에 지어진 상인의 저택을 와인과 차를 즐기는 레스토랑으로 개조한 메종 밀리에르에 닿는다. 제라르 드파르듀 감독의 1990년 영화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Cyrano de Bergerac〉가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fallot.com, maison-milliere.fr
디종의 또 다른 특산품을 맛보고 싶다면 와인 상점 레 클로 비방으로 가자. 부르고뉴 와인은 물론, 블랙커런트로 만든 디종 지역의 술인 크렘 드 카시스 시음회가 매일 열린다. 디종 출신 건축가인 구스타브 에펠이 설계한 동굴 모양의 철조 구조물 안에서 지역 생산자들이 다양한 치즈와 달팽이, 빵들을 판매하는 레 알 마켓Les Halles Market도 놓치지 말도록.
lesclosvivants.fr
쇼핑의 중심지인 리베르테 거리Rue de la Liberte에는 파리의 고급 백화점인 갤러리 라파예트 디종점과 15세기에 지어진 건물들이 줄지어 있다. 거리 끝에는 19세기에 조성된 이 지역 최초의 공원인 다르시 공원Jardin Darcy이 자리하는데, 아기자기한 연못과 폭포가 있어 산책하기 좋다. 공원에서 먹을 간식들은 물로 앤 프티장에서 살 수 있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전통 레시피대로 만든 진저브레드로, 케이크를 닮은 이 빵을 사려고 프랑스 전역에서 찾아올 정도다.
galerieslafayette.com, mulotpetitjean.com
남쪽으로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에 복합 문화 미식 공간인 국제미식와인단지가 있다. 고풍스러운 옛 병원의 한 부분에 지어진 지 10년 된 이곳은 프랑스의 미식과 와인에 대한 체험형 전시가 열리는 곳이다. 시식회와 워크숍 외에도 상점, 레스토랑, 바 등이 즐비하다.
tdb-cdn.com, citedelagastronomie-dijon.fr
디종에서 머물 수 있는 호텔로는 역사지구 끝자락에 2023년 문을 연 마마 셸터를 추천한다. 세련된 객실과 호텔 전용 극장, 바 겸
레스토랑들이 부르고뉴의 포도밭을 비롯한 현지 명소에서 영감을 받은 천장 벽화들로 꾸며져 눈길을 끈다.
mamashelter.com/dijon
현지인처럼 여행하기
와인 애호가를 위한 에이드리앙 티렐리의 가이드
에이드리앙은 디종에 있는 레 클로 비방에서 일하는 와인 판매상이다.
1 카보 드 솔
리퍼블리크 광장Place de la République 근처에 있는 이 와인바는 16세기 저장고를 개조한 분위기 있는 공간에서 음식과 페어링된 와인을 즐길 수 있다. 와인 블라인드 테이스팅이 열리며, 오래된 빈티지 와인이 이곳의 자랑이다.
lecaveaudesaulx.fr
2 브루노
도시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와인 셀러를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 특유의 밝은 현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와인바의 사장인 브루노 크루자-레네스Bruno Crouzat-Reynes를 만나는 것은 와인에 조예가 깊은 진정한 디종 사람을 만나는 것과 같다. zelift.com/bruno
3 라 카브 세 레비프
이 작은 와인바에서는 부르고뉴 지역만이 아닌, 타 지역 와인 및 칵테일과 함께 가공육과 치즈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