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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떠다니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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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호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주도인 빅토리아에는 선주민 예술, 유서 깊은 건축물,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차이나타운에 이르기까지 온통 의미 있는 것으로 가득하다.

빅토리아의 항구에서 여러 척의 요트가 깐닥거리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녹음이 우거진 공원 옆에서는 프랑스풍 저택들이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빅토리아에서 느낄 수 있는 느긋한 삶의 속도는 도시를 형성하는 큰 골자이지만 그렇다고 이곳이 낙후된 지역이라는 건 아니다. 이 도시에서 제일 북적이는 식당과 카페, 양조장만 보아도 다소 느리지만 유연한 현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먼저 빅토리아의 선주민 예술을 보존하고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을 방문한 뒤 야생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유영하는 고래를 관찰해보자.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의사당은 빅토리아의 중심부이자 1890년대의 상징물이다. 낮 시간에는 이곳 내부를 무료로 둘러볼 수 있다. 길 건너편에 위치한 페어몬트 엠프레스 호텔은 캐나다에서 가장 웅장한 호텔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엘리자베스 2세와 〈정글북〉의 저자 러디어드 키플링Rudyard Kipling 등 수많은 저명인사가 방문한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호화로운 로비 라운지에서 즐기는 애프터눈 티가 품격 있는 여정을 완성해준다.
teaattheempress.com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높은 수준의 작품들만 엄선해 전시한다는 로열 브리티시컬럼비아 박물관서 자연사를 비롯해 캐나다 선주민의 역사를 살펴본다. 실물 크기의 매머드를 찾아보는 즐거움도 크지만 이 박물관의 핵심은 하이다족의 가면, 은라카파묵스족의 전통의상 등 22만5000점 이상의 유물을 갖춘 선주민 컬렉션이다. 박물관 옆에는 전설적인 새의 이름에서 유래한 선더버드 공원Thunderbird Park이 있으며 신비로운 토템폴(새나 동물을 새긴 초자연적 기둥)을 감상하기 좋다.
royalbcmuseum.bc.ca
활기찬 다운타운도 즐길 거리가 무궁무진하다. 다독가에게는 옛 은행 건물을 탈바꿈한 먼로 북스의 서가를 추천한다. 이 책방의 내부는 현지 예술가 캐럴 사비스톤Carole Sabiston의 화려한 페인팅 직물로 장식되어 있다. 한편, 마크 로리아 갤러리에서는 선주민 예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선보인다.
munrosbooks.com, markloriagallery.com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차이나타운을 보유한 빅토리아에는 복고풍 네온사인과 80년 넘게 딤섬을 판매해온 돈미 등 유서 깊은 식당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좁은 거리 중 하나인 팬 탄 앨리Fan Tan Alley에서 등불로 장식된 골목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겨보자. 천연 보디케어 제품을 판매하는 솔트스프링 솝워크스Saltspring Soapworks부터 프리미엄 차를 다루는 저스트 말차Just Matcha까지 다채로운 부티크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근처에 자리 잡은 해빗 커피 벽에 걸린 현지 예술품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곳에서 잠시 여유를 즐기며 빅토리아 시대에 즐겨 마셨다는 커피를 한 모금 머금어보자. 보우스 커피 로스터스Bows Coffee Roasters의 원두와 어스즈 허벌Earth’s Herbal의 차 또한 훌륭하다.
donmee.com, saltspringsoapworks.com, justmatcha.com, habitcoffee.com
다운타운에서 운치 있는 식당으로 언급되는 윈드 크라이스 메리Wind Cries Mary로 가면 보다 신선한 빅토리아의 식재료를 맛볼 수 있다. 칵테일과 함께 갓 잡은 굴, 홍합, 연어 등을 내놓는다. 항구 앞에 자리한 레드 피시 블루 피시Red Fish Blue Fish는 캐나다 전통 음식에 매운맛을 가미한 저크 피시 푸틴Jerk Fish Poutine을 기가 막히게 조리해낸다.
windcriesmary.ca, redfish-bluefish.com
일정 내에 브런치가 있다면 와플, 팬케이크, ‘배트 아웃 오브 헬Bat Out Of Hell’이라 부르는 미트로프와 달걀 요리 등을 구워내는 존스 플레이스Jonh’s Place가 제격이다. 가격이 저렴해 현지인들도 자주 들르는 곳이라고. 제임스 베이James Bay에 자리 잡은 플로이드스 다이너는 요리사의 취향대로 이색적인 요리를 선보이는 식당이다. 핑크색 외관 덕분에 찾아가기가 비교적 수월하다. 술을 곁들이고 싶다면 시트러스&케인Citrus & Cane에서 칠리 보드카로 만든 우닷스 스파이시Ooh Dat’s Spicy를 주문해보자. 붐타운에서는 매장 내에 위치한 비어 가든에서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스타일의 페일에일을 종류별로 시음해볼 수 있다.
floydsdiner.ca, citrusandcane.com, boomtownyyj.ca
빅토리아의 또 다른 면모를 후안 데 푸카 해양 트레일Juan de Fuca Marine Trail(1)과 골드스트림 주립공원Goldstream Provincial Park(2), 더 부차트 가든에서 발견하게 된다. 차량 혹은 자전거를 타고 댈러스 로드Dallas Road를 달려보는 것도 좋다. 항구 인근의 피셔맨스 워프 공원Fisherman’s Wharf Park에서 출발해 동쪽으로 10km 정도 이동하며 해변, 만, 40m 높이의 토템폴, 비컨 힐 공원Beacon Hill Park을 지나 오크베이 비치 호텔에 이른다. 이 호텔의 상층부에서는 채텀 아일랜드Chmtham Islands까지 광활하게 펼쳐지는 아름다운 전망을 감상할 수 있으며, 오카나간 밸리Okanagan Valley산 와인을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알맞다. 좀 더 모험적인 순간을 원한다면 이글 윙 투어Eagle Wing Tours(3)를 통해 야생 속 고래를 마주해보자. 참고로, 빅토리아 해양에 서식하는 고래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시기는 6월에서 10월 무렵이다.
butchartgardens.com, oakbaybeachhotel.com


여행 방법
밴쿠버국제공항에서 빅토리아까지 페리로 90분, 자동차로 30분가량 소요된다. 눈부신 항구를 객실에서 편안히 만끽할 수 있는 페어몬트 엠프레스 호텔에 투숙해보자. 객실 1박에 약 33만원부터(조식 미포함).
bcferries.com, fairmont.com, tourismvictoria.com, hellobc.com

글. 코너 맥거번CONNOR MCGOVERN
사진. 마틴 하케MARTIN HAAKE(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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