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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망과 그 주변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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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호

프랑스 르망은 24시간 동안 가장 긴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가 승리하는 경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도시에는 빠른 속도가 주는 짜릿함 그 이상이 존재한다. 올드타운을 탐험한 다음 루아르 계곡으로 모험을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루아르에서는 카누 타기와 고성 스테이가 기다리고 있다.

로슈 인근의 르 그랑-프레시니 선사 박물관.

‘르망’ 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경주용 자동차를 떠올린다. 프랑스 북서부 루아르 지역에 위치한 이 중세 시대 도시에서 해마다 24시간 동안 달리는 자동차 경주가 열린 지 100년이 넘었다. 르망 24시간 경주는 서킷 드 라 사르트Circuit de la Sarthe에서 열리는데, 속도만큼이나 체력을 시험하는 상징적인 경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클래식 애스턴마틴 엽서부터 수많은 경주용 자동차를 전시하는 전용 박물관까지, 풍부한 모터스포츠 역사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게끔 한다. 그러나 자동차 마니아만 르망과 사랑에 빠지는 건 아니다. 자갈길, 잘 보존된 고대 로마 성벽,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는 블록버스터급 성당 등 옛 모습을 잘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강변에는 분위기 좋은 아늑한 레스토랑과 북적이는 바가 즐비하다. 르망은 도자기가 유명한 말리코르네Malicorne, 소박한 시골 감성의 망셀알프스Mancelles Alpes, 왕실 도시인 로슈Loches 등지로 가는 발판이 되어준다.

르망에 있는 골목의 일부는 11세기에 조성되었다.

첫째 날. 강변길과 올드타운 산책

아침
르망을 잠시 뒤로한 채 남서쪽으로 32km 정도 차를 타고 달려 말리코르네쉬르사르트Malicorne-sur-Sarthe 마을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12세기에 건축한 교회와 물레방아가 있는 이 아름다운 마을은 18세기부터 프랑스 도기의 중심지였다. 옛 도자기 공장에 자리한 말리코르네 토기 및 도자 박물관Malicorne Museum of Earthenware and Ceramics에서 다양한 토기 전시를 감상하고 직접 도자기를 만들어볼 수 있다. 부티크 메티에 다르Boutique Métiers d’Art는 현지 장인이 창작한 도자나 보석 등을 판매한다. 화가 카트린 엘러스Katrin Ehlers가 운영하는 독특한 레스토랑 겸 스튜디오인 살롱 아르테Salon Arthé로 향해 이젤과 캔버스로 가득 찬 공간에서 점심도 즐긴다.

오후
르망으로 돌아가는 길에 호에제쉬르사르트Roëzésur-Sarthe에 들러 강에서 보트를 탄다. 노티컬 어드벤처에서 전동 보트를 포함해 다양한 배를 대여하므로 한 시간 동안 평화로운 물길을 따라가며 물총새를 탐조할 수 있다. 그런 다음 르망 24시간 자동차 박물관으로 빠르게 달려가자. 140대의 경주용 자동차를 비롯해 매혹적인 아카이브 영상을 통해 장대한 레이스 역사를 감상할 수 있다. 박물관 내 히어로즈 앨리Heroes’ Alley에서는 드라이버뿐 아니라 지구력이 요구되는 경주에서 자동차가 결승선을 통과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엔지니어에게도 초점을 맞춰 특별한 공헌을 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경주장 투어도 가능하다.

저녁
가이드 나탈리 주팽(nathalie.jupin@lemans.fr)과 함께 르망 올드타운을 둘러보는 저녁 투어를 떠나보자. 시청사는 한때 정복자 윌리엄의 손녀이자 헨리 2세의 생모인 마틸다의 궁전으로 쓰였다고 한다. 12세기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이 있는 르망 생 줄리앙 성당Cathedral of Saint Julian of Le Mans도 방문한다. 마차 바퀴로부터 건물을 보호해주던 길모퉁이의 오벨리스크, 고대 로마 성벽으로 이어지는 4세기 아치 등의 디테일도 매력적이다. 저녁은 목재로 꾸민 아늑한 분위기의 비스트로 데 고메Bistrot
des Gourmets에서 송아지고기 스테이크와 재래종 채소를 맛보자.

 

라 메종 뒤 가소에서 현지 농산물로 만든 요리.

둘째 날. 나무 타기와 수도원 방문


아침
차를 타고 르망에서 북쪽으로 40분 정도 가면 망셀알프스 지역이 나온다. 숲이 우거진 언덕과 들쭉날쭉한 절벽이 있고 사르트강 계곡을 따라 매력적인 마을이 이어진다. 이번에는 보트 대신 강에서 카누나 카약을 타보자. 프레네쉬르사르트Fresnay-sur-Sarthe 마을에 있는 캠핑 뒤 상 수Camping du Sans Souc 바로 밖에 자리한 프레페랑스 플레인에어에서 카누와 카약을 대여해준다. 생레오나르데부아St Léonard-des-Bois 마을에서는 안전 장비를 착용하고 나무 클라이밍에 도전해볼 것. 파르크 아방튀르 뒤 가소에서도 밧줄과 터널, 흔들다리 등을 통해 참나무숲 사이를 모험해볼 수 있다. 그런 다음 점심은 고성 안에 있는 라 메종 뒤 가소 레스토랑의 분위기 있는 테라스에서 현지 유기농 재료로 만든 요리를 만끽한다.

오후
다시 르망으로 돌아오는 길에 도심에서 10분 거리인 레포 수도원L’Épau Abbey에 들른다. 이 수도원은 잉글랜드의 여왕이었던 스페인 출신 베렝가리아가 1229년에 설립했다. 그녀는 이보다 30년 전에 벌어졌던 전투에서 전사한 리처드 1세의 미망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1960년대에 그녀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이 수도원의 교회에서 발견된 이후 기존 묘비와 합쳐졌다. 이곳에서는 수도사들이 바닥에 매트를 깔고 잠을 자던 기숙사, 원고를 복사하던 필사실, 하루 8번 기도하던 교회 등을 둘러보며 수도원의 생활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그런 다음 수도원 인근의 자연보호구역인 아치 오브 네이처로 향하자. 산책로에는 이곳에 서식하는 야생동물로부터 영감받은 예술 작품도 있다.

저녁
성당이 내려다보이는 브라스리 마들렌Brasserie Madeleine에서 저녁식사를 즐기자. 가족이 운영하는 이 레스토랑에서는 바닷가재와 굴, 홍합 등 다양한 해산물 요리나 크림처럼 부드러운 리예트(주로 돼지고기 등을 지방과 함께 열을 가해 만든 프랑스식 스프레드)를 바른 토스트를 추천한다. 일종의 무료 조명 쇼인 라 뉘 데 시메르La Nuit des Chimères도 감상할 수 있다. 여름이면 매일 해가 질 때마다 르망에 있는 20개 이상의 건물과 벽과 나무 등이 동화 속 인물이나 역사적 상징, 르망에 특별한 공헌을 한 지역 주민들의 초상화 등으로 다채롭게 빛난다. 관광안내소에서 이 쇼를 감상할 수 있는 도보 경로가 표시된 지도를 받아 참고하자. 강변에 있는 편안한 분위기의 갱게트 데 태너리Guingette des Tanneries에서 한잔하며 하루를 마무리해도 좋다.

 

로슈 인근의 고요한 앵드르강을 따라 카누를 타며 여유를 만끽한다.

더 멀리 로슈로
로슈는 르망에서 차를 타고 남동쪽으로 90분 정도 가면 나오는 앵드르에루아르 지역에 위치한 아름다운 중세 도시다. 유서 깊은 성은 카누를 타거나 자전거로 돌아볼 수 있다.

로슈성과 돈존
왕족의 도시 로슈는 우아한 중세 시대의 왕실 문화와 요새화된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샤를 7세 왕이 거주했던 1429년에는 잔 다르크가 다녀가 유명해지기도 했다. 로슈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성채를 지키는 탑인 돈존Donjon으로 11세기에 지어졌다. 이 탑의 지하 감옥에는 불행했던 포로들의 낙서가 새겨져 있다고. 12세기에는 영국의 라이온하트 리처드 왕이 한때 로슈를 점령하기도 했을 만큼 다양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성을 방문하면 전성기 시절 각 방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대화형 태블릿을 빌릴 수 있다.

쿨투레드 콘셉트
로슈는 루아르강의 목가적인 지류인 앵드르강에 자리한다. 도심 근처에 본부가 있는 쿨투레드 콘셉트에서 카누를 빌리면 로슈를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 앵드르강은 조용하게 확장되는 물길을 따라 탐험하며 문명에서 벗어난 세계를 느끼기에 제격이다. 강은 좁고 얕으며 구불구불 흐르는데 생장에 있는 물레방아까지 8km 정도 직접 노를 저어 갈 수도 있다. 강바닥에 있는 돌 사이를 이동하며 노란빛을 플래시처럼 터뜨리는 노랑할미새의 호위를 받을지도 모른다. 운이 좋으면 은행나무 가지 사이로 붉은사슴을 조우할 수도 있다. 서서 타는 패들보드를 빌려도 좋다.

그린 루트
로슈에서 차를 타고 남서쪽으로 35분 정도 가면 아빌리 마을이 나온다. 레벨로드폴레트Les Vélos de Paulette에서 자전거나 전기 자전거를 빌려 그린 루트 길을 달릴 수 있다. 그린 루트는 숲과 해바라기밭을 통과하는 편안한 자전거 도로다. 8km 정도 달리다 보면 오르막길이 나오고 르 그랑 프레시니 마을을 통과해서 12세기에 지은 성에 도착한다. 지금은 선사시대 박물관이 들어선 이 성을 거대한 털북숭이 매머드 모형이 지키고 있다. 로슈로 돌아와서 하룻밤을 묵고 싶다면 호텔 드라 시테 로열로 가자. 19세기에 정의의 궁전으로 지어져 지금은 호텔이 된 이곳의 테라스에서 로슈성과 교회가 보인다.

 

글. 애이드리언 필립스ADRIAN PHILLIPS
사진. 스티븐스 프리몬트, 르망/파스칼 벨트라미, 에티, 줄리엣 데니스, 데이비드 다라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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