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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비친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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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3월호

 

“지구 너머의 무한한 세상을 담다.”

 

재스퍼 국립공원의 여름. 굽이쳐 흐르는 애서배스카Athabasca강 너머의 로키산맥 봉우리는 이제 막 넘어가는 마지막 햇살을 받아 빛나고, 보름달이 올라오고 있다. 달이 뜨는 시간과 방향을 알고 미리 준비하며 길옆에서 촬영하고 있었는데, 이곳을 지나던 다른 차량도 호기심에 하나둘 멈춰 섰고 여러 대가 정차해 있으니 더 많은 차가 몰리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결국 경찰이 나타났지만, 차를 빼라고 하는 대신 지나가는 차량의 흐름에 불편함이 없는지만 살펴준다. 덕분에 다들 보름달이 뜨는 장관을 실컷 구경할 수 있었다.

별이 빛나는 밤에

한반도는 동부 등줄기가 산맥 지역인데, 아메리카 대륙은 서쪽에 남북으로 산맥이 길게 뻗어 있다. 땅이 넓은 만큼 산맥의 규모도 놀랍다. 남아메리카 대륙의 안데스산맥은 길이가 7000km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산맥이다. 그 다음이 4500km에 이르는 북아메리카 대륙의 로키산맥. 캐나다를 지나는 구간을 ‘캐나디언 로키’라고 부르는데, 빙하를 이고 선 해발 3000m가 넘는 산과 그 사이사이 보석처럼 박혀 있는 호수가 아름다워 전 세계에서 여행자들이 몰려든다. 에메랄드빛을 띤 호수, 달리 보석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석회질을 함유한 빙하가 녹으면서 호수에 흘러드는데, 이것이 햇빛을 받아 이런 오묘한 색을 낸다고 한다. 주로 캐나다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인 캘거리에서 출발하는데, 광활한 대지 너머 저 멀리 펼쳐진 산이 점점 가까워 오는 압도감은 경이롭기 그지없다.

캐나디언 로키의 백미는 밴프Banff와 재스퍼Jasper를 이어주는 약 300km 거리의 길을 달려보는 것. 깎아지른 산봉우리가 끝없이 이어지고, 어느 샛길로 들어가도 아름다운 호수가 맞이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경치 좋은 10대 드라이브 코스 중 하나이기도 하다. 캐나디언 로키의 위용과 경사를 보면 감히 산을 오를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등산로보다는 산책로에 가까운 트레일 코스가 수백 개 존재한다. 그 길을 모두 이으면 1만km가 넘을 정도. 대자연을 이루는 이곳은 다양한 야생동물이 공존하므로 곰이나 엘크도 자주 만날 수 있다. 자나 깨나 곰 조심!

 

밴프 국립공원의 겨울. 꽁꽁 얼어붙은 루이스Louise 호수 위로 무수한 별이 움직인 궤적을 담았다. 이곳은 ‘어두운 밤하늘 보호지구’라서 마을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별이 쏟아진다. 눈 덮인 겨울 산은 약간의 달빛으로도 대낮처럼 밝게 보이는데, 호수가 위치한 곳의 해발고도가 1732m이고 호수를 병풍처럼 둘러싼 산봉우리 중 가운데 보이는 빅토리아산은 해발 3464m나 된다. 사진을 촬영한 곳은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스의 앞뜰이다. 이 호텔은 세계 10대 풍경으로 불리는 경치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멋진 곳에 위치한다. 겨울에는 호수가 얼어붙고 일부 도로가 폐쇄되어 여름철 성수기에 비해 숙박비가 저렴하다.

※ 천체사진가 권오철은 나사NASA의 ‘오늘의 천문학 사진Astronomy Picture of the Day’에 선정된 최초의 한국인이다. 캐나다 옐로나이프의 오로라와 독도의 별 궤적 사진 등으로 <내셔널지오그래픽>에도 그 이름을 알렸다. 여덟 번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다섯 권의 책을 출간했다.

 

글. 권오철O-CHUL KWON
사진. 권오철O-CHUL 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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