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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에서 우아한 고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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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호

퍼스는 비교적 최근까지도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듯했다. 시드니에서 서쪽으로 약 3200km 떨어진 곳에 자리한 이 서호주의 수도는 발전을 거듭한 호주의 다른 지역에는 오랫동안 무관심해 보였으니까.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퍼스는 호주의 핫스폿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졌고, 그것은 호텔 붐으로 이어졌으며, 그 결과 45개의 새로운 호텔이 문을 열게 되었다. 번쩍이는 도심이나 보헤미안적인 항구도시인 프리맨틀에 머물면서 힙스터의 성지 리드빌, 거친 분위기의 노스브리지, 해변에 있는 코테슬로 같은 매력적인 동네를 경험해보기를.

지상 최고의 스카이라인
더 리츠칼튼 퍼스THE RITZ-CARLTON, PERTH
2019년 전 세계 100번째 리츠칼튼 호텔이 퍼스에 문을 열었다. 호텔 로비에 장식된 도자기 조각들이 여행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엘리자베스 키Elizabeth Quay를 조성하는 작업 중에 발견된 이 도자기 조각들은 설치 작품으로 재탄생되었다. 수변의 관광 명소인 엘리자베스 키는 스완강Swan River을 배경으로 하는데, 식민지 시대 이전에 원주민들이 모여 살던 땅을 상상해 새롭게 재구성한 곳이다. 오늘날 이 지역은 다채로운 네온 불빛으로 물들어 저녁 산책을 할 무렵엔 근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18층 호텔의 루프톱에 위치한 송버드 바 앤 라운지Songbird Bar & Lounge, 허스 라운지Hearth Lounge, 조명으로 환한 엘리자베스 키가 내려다보이는 수영장에서 이 모든 멋진 전망을 즐길 수 있다.
객실 투숙 약 48만원부터. ritzcarlton.com

워더스 호텔의 셰어링 플레이트.

유서 깊은 장소를 찾는다면
워더스 호텔WARDERS HOTEL
이 유서 깊은 테라스 하우스는 한때 프리맨틀 감옥Fremantle Prison의 교도관들이 거주하던 곳으로, 떠도는 영혼을 떠나보내기 위해 영혼 퇴치사가 고용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연한 청록색과 빛바랜 장미색으로 차분하게 꾸며진 부티크 객실에 들어서는 순간 완벽한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을 테니. 1851년에 지어진 공간은 잘 복원된 나무 바닥과 고급 리넨 침구, 두꺼운 석회암 벽을 따라 이어지는 구리 배관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완성한다. 혹시라도 미니바의 간식이나 조식으로 제공된 빵을 훔쳐서 남아 있는 영혼의 분노를 사게 될지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모두 무료로 제공되니 마음 편히 이용하자. 활기 넘치는 아래층의 아시안 만두 가게는 QR코드로 주문하면 객실로 음식을 배달해 준다. 호텔 옆으로는 패션 아이템부터 지역 농산물까지 판매하는 프리맨틀 마켓이 자리한다.
객실 투숙 약 27만원부터. wardershotel.com.au

(왼쪽부터) 샘파이어 로트네스트의 풀사이드 바. 샘파이어 로트네스트의 시그너처 비치 프런트 스위트 전경. 

쿼카 관찰에 최적의 장소
샘파이어 로트네스트SAMPHIRE ROTTNEST
웃는 쿼카를 구경하는 이유만으로 로트네스트섬Rottnest Island에 가는 것이 망설여진다면, 이 고급 리조트가 충분한 이유가 되어줄 것이다. 쿼카가 곳곳에 흩어져 있는 자연보호구역에 처음으로 고급 숙박 시설을 열겠다는 생각이 현실화되기까지 무려 13년이 걸렸다. 19km가 넘는 해양 수로와 전 세계를 잠식했던 팬데믹 같은 장애물을 극복한 뒤에야 마침내 샘파이어는 273억원 규모의 우아한 자태를 섬의 풍경에 더할 수 있게 됐다. 토종 다육식물에서 이름을 따온 이 리조트는 본토에서 페리로 30분 거리에 위치하며 근사한 해양 전망을 자랑한다. 80개의 객실은 두 개의 라군 스타일 풀장을 둘러싸고 있다. 미니멀하고 정제된 분위기의 해변에서 여유로운 식사를 즐기거나 가이드 투어, 전동 자전거 타기, 와제멉Wadjemup 원주민 투어 등에 참여해 섬을 더 깊게 탐험할 수도 있다.
객실 투숙 약 23만원부터. samphirerottnest.com.au

QT 퍼스의 산타니 그릴.

쿨한 커플에게
QT 퍼스QT PERTH
앵무새 벽지? 통과. 뱀 가죽 엘리베이터? 통과. 온통 검은색은? 그것도 통과. QT 퍼스는 겉모습부터 유니크한 동시에 고급스럽고, 성숙하면서도 매혹적이다. 흥미로운 점은 객실 곳곳에서 서호주에 대한 오마주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 이 지역의 광업을 상징하는 금속 예술 작품과 현지의 야생동물이 그려진 독특한 벽지, 그리고 북부 지역에서 발견된 다이아몬드에서 영감받은 보석 색조의 고급 패브릭이 공존한다. 호텔 18층에 위치한 루프톱 바는 서호주 킴벌리Kimberley 지역의 색채로 꾸며져 있다. 녹이 슨 듯한 붉은색과 청록색의 조화는 바위와 바다를 연상시키며, 이와 대조를 이루는 주변의 고층 건물들은 금방이라도 손에 닿을 듯이 가깝게 느껴진다. 1층에는 퍼스 최고의 이탤리언 레스토랑 중 하나로 꼽히는 산티니 그릴Santini Grill이 자리한다.
객실 투숙 약 29만원부터. qthotels.com


플래시패커에게 최적
호스텔 지HOSTEL G
이 고급스러운 숙소에 들어서서 천장부터 바닥까지 이어지는 창문을 보면 여기가 호스텔이라는 사실을 잊게 될지도 모른다. 퍼스 중심부에 자리한 초고층 빌딩에서 1.5층을 차지하는 이 호스텔의 객실은 높은 층고, 세련된 검은색 스틸 프레임 침대, 소나무로 제작한 선반 등을 갖추고 있다. 객실마다 에어컨과 전용 욕실을 구비해 쾌적한 환경을 조성한다. 광택 있는 폴리싱 콘크리트로 마감한 공용 구역에는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쿠션 놓인 테라스 좌석과 간단한 조식을 제공하는 카페, 레트로한 감성의 팩맨Pac-Man 테이블을 갖춘 게임 공간이 있다.
객실 투숙 약 12만원부터. hostelgperth.com


접근성 좋은 시크
트라이브 퍼스TRIBE PERTH
패션과 건축물, 디자인 서적에 관심이 있다면 트라이브를 떠나기 힘들 것이다. 독특한 카페 바 라운지엔 크고 반짝이는 하드커버 책들이 쌓여 있고, 발랄한 매력의 가구가 자리를 잡고 있다. 푸들처럼 푹신한 플러시 천 소재 의자, 통통한 입술을 연상시키는 강청색 소파, 반짝이는 금속 장식과 네온 조명이 어우러진다. 이곳은 가성비가 뛰어난 곳으로 미니바, 컨시어지, 짐 옮김 서비스를 없애서 가격을 낮췄다. 객실은 아담하지만, 영리한 구조와 천장부터 바닥까지 이어진 창문 덕분에 개방감이 느껴진다.
객실 투숙 약 16만원부터. tribehotels.com


럭셔리 웰니스 여행자에게
스완 밸리 리트리트THE SWAN VALLEY RETREAT
퍼스의 와인 산지인 스완 밸리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이 어른 전용 휴양지는 연필향나무로 만든 사우나가 부착된 세 개의 객실로 구성되어 있다. 최근에 문을 연 독립형 ‘와인 배럴’ 객실은 거대한 나무통을 닮았으며, 마찬가지로 통 모양의 사우나와 짝을 이룬다. 자동 블라인드를 비롯한 다양한 스마트 기능과 대조를 이루는 넓은 실내와 창밖으로 펼쳐지는 고즈넉한 시골 풍경은 여유롭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든다. 야외 온수 욕조, 개인 골프 카트, 그리고 몸이 물 위로 떠 오르는 플로테이션 포드를 갖춘 인근의 스파까지 경험해볼 수 있다.
객실 투숙 약 40만원부터. swanvalleyretreat.com.au

더 로컬 호텔 외부 전경.

이웃 같은 분위기
더 로컬 호텔THE LOCAL HOTEL
여섯 명의 친구는 이 해변의 펍을 인수하면서 본인들을 리얼리티 TV 프로그램 속 리노베이션 대회의 참가자라고 상상했다. 그러고는 사우스 프리맨틀 카페 거리에 위치한 이 독특한 펍을 각자 하나씩 맡아 객실 인테리어를 시작했다. 그 결과, 제각기 다른 스타일의 객실이 완성되었다. 어떤 객실은 기둥과 덮개가 있는 캐노피 프레임의 침대를 자랑하고, 다른 객실은 역사적인 벽난로와 주인의 소장품인 앤티크한 골동품을 두어 눈길을 끌기도 한다. 그중 ‘엘리펀트 스위트Elephant Suite’는 지역 예술가 아냐 브록Anya Brock이 그린 코끼리 벽화 덕분에 특히 인기가 많다. 세련된 인테리어의 방에 창문을 통해 빛이 가득 들어오면 아늑한 느낌이 드는데, 아래층 펍으로 내려가면 이러한 분위기는 한층 더 배가된다. 참고로 이 펍은 다양한 장르의 로컬 예술가들이 단골로 방문해 항상 붐빈다.
객실 투숙 약 14만원부터. thelocalhotel.com.au

알렉스 호텔의 침실.

디자인 애호가에게
알렉스 호텔ALEX HOTEL
알렉스 호텔의 핵심은 넘치는 위트다. 곳곳에 놓인 레코드플레이어, 벨벳 러브 시트, 다양한 디자이너 소품들이 이곳을 장식한다. 이 부티크 호텔은 프리맨틀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리틀 크리처스Little Creatures 브루어리의 원래 소유주가 창립한 만큼 공예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장소다. 퍼스 문화센터에 위치한 이 6층 건물은 서호주 미술관, WA 박물관, 서호주 주립 극장을 탐험하기에도 완벽하다. 또한 호텔 내부는 예술적인 복층 구조부터 스카이라인이 보이는 루프톱까지 공용 공간에 힘을 실어 여행자들이 좀 더 오래 머물고 싶게 한다. 미니멀한 스타일의 객실은 작지만 재미있으며, 이중 유리로 된 샤워 부스는 야외를 향해 개방된 느낌이다. 단, 전동 블라인드는 선택 사항이다. 추가 혜택으로는 알렉스의 부속 레스토랑인 섀도 와인 바Shadow Wine Bar와 정오 체크아웃이 있다.
객실 투숙 약 25만원부터. alexhotel.com.au

코모 더 트레저리의 맥주와 다양한 음식들.

세련된 우아함
코모 더 트레저리COMO THE TREASURY
퍼스의 모든 거리를 측정하는 기준점인 ‘포인트 제로Point Zero’에 위치해 있다는 지리적인 이점은 이 5성급 호텔에 들어서는 순간 바로 잊힐 정도로 미묘한 우아함이 가득하다. 1890년대에 주정부 재무부 건물과 최초의 중앙우체국을 수용하기 위해 지어진 이 건물은 오늘날 퍼스 도심을 대표하며 세련된 고급스러움을 선사한다. 호텔에는 48개의 넓은 객실이 있으며, 각 객실은 각양각색의 매력을 뽐낸다. 또한 4개의 최고급 레스토랑, 역사적인 주변 건물들의 지붕이 내려다보이는 실내 수영장, 데이 스파, 개인 도서관이 있으며 공용 층에는 플로리스트, 재단사, 초콜릿 제조사 등이 운영하는 부티크 상점이 모여 있다. 절제된 동시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장소를 찾고 있다면 이보다 적합한 장소는 없을 것이다.
객실 투숙 약 81만원부터. comohotels.com


* 기사에 명시된 모든 숙박료는 별도 언급이 없는 경우 조식이 포함되지 않은 스탠더드 더블룸 가격이다.

 

글. 플뢰르 베인거FLEUR BAINGER
사진. 게티, 더 리츠 칼튼 퍼스, 샘파이어 로트네스트, QT 호텔 앤 리조트, 워더스 호텔, 더 로컬 호텔, 디옹 로브슨, 톰 데이비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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