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몰아치는 바닷속에서
인명구조와 플로빙을 하며 경험한
탐험적 순간을 따라가본다.
그는 제주 ‘E-RUN TRIP(이런트립)’의
세 번째 탐험가인 서귀포시 해경이다.
매일 제주 바다로 출근하신다고요?
그렇습니다. 저는 서귀포해양경찰서 구조대에 근무하고 있는 이한솔 순경이라고 합니다. 대학생 때 제주시 함덕해변에서 3년 동안 라이프가드로 일을 했는데 당시 지원 근무를 왔던 특공대원을 보면서 해양경찰이 되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해양경찰의 업무는 기본적으로 루틴에 따라 돌아가지만 갑자기 발생하는 사고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흘러가기도 해요. 크게 해양 주권 수호, 해양 재난 안전 관리, 해양 환경 관리 등으로 나뉩니다. 세부적으로 저희 서귀포구조대에서는 인명구조를 최우선으로 삼고 그밖에 안전 관리, 안전 순찰 등을 도맡는데, 그중 안전 순찰의 경우 형식상 주간과 월간으로 스케줄이 정해져 있으나 실제로는 날마다 하는 잠수 훈련과 병행되고 있습니다. 매일 오전 바다로 나가 잠수 훈련을 하면서 주변 상황을 주시하는 거죠. 야간 안전 순찰은 주로 낚시객이나 배를 대상으로 이루어집니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배가 좌초되거나 전복되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수시로 계도하면서 안내자 역할을 합니다.
서귀포 바다는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나요?
모든 바다에는 항상 다양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특히 서귀포 바다는 여름에 안전을 위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요. 여름에는 밑에서 바람이 올라와 태풍이 아래에서 위로 휘몰아쳐요. 그래서 제주 남쪽에 위치한 서귀포시는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수밖에 없죠. 물론 제주시도 큰 태풍이 오면 피해를 입지만, 한라산이 막아주고 있어 서귀포시에 비하면 안전한 편입니다. 반면 겨울이 되면 바람이 위에서 내려와 제주시가 좀 더 긴장을 해야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이 되면 서귀포시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 위해 많은 여행자들이 찾아오지요. 서귀포에는 다이버들의 성지로 불리는 범섬, 문섬, 섭섬 외에도 간단한 스노클링을 즐기기 좋은 장소가 많아요. 제주 올레길 5코스의 한 지점인 태웃개는 과거 태우(떼배)를 매어 두던 곳인데 현재는 천연 풀장으로 사용되고 있죠. 또 근처에 용천수 풀장이 따로 마련되어 어린이들도 마음 놓고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서귀포 바다에서 여행자들은
어떤 점에 특히 유의해야 할까요?
먼저 본인이 물놀이를 할 만한 상태인지 컨디션을 살피고, 주변에 인명구조함이 있는지 확인해야 해요. 해변이나 선착장 등에 비치된 인명구조함 안에는 로프, 구명조끼, 구명부환 등이 구비되어 있으므로, 긴급한 상황에서 일반인들도 쉽게 사용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제주의 날씨를 면밀히 파악하기 위해 저희 해경에서도 사용하는 앱이 있는데요. ‘바다타임’에 물때, 바람, 파도, 수온 등의 실시간 정보가 담겨 있어 저희는 이 앱을 보면서 미리 비상상황에 대비하거나 그 규모를 예측하곤 합니다. 간조 시간, 만조 시간, 풍속을 포함해 바다낚시 포인트 등을 세세하게 알려주니 여행자에게도 유용할 듯합니다. ‘윈디’라는 앱도 비교적 정확도가 높은 편이죠.
최근 몇몇 위급 상황이
발생했다고 들었습니다.
제주 서쪽 신도부터 동쪽 하도까지, 섬의 반을 관할하다보니 정말 다양한 상황에 맞닥뜨리곤 합니다. 한번은 태웃개에서 신고가 들어와 출동을 했는데요. 물놀이를 하던 행락객이 조류와 파도에 떠밀려 나갔는데 이후 체력이 떨어지면서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표류자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한데다 튜브를 계속 끼고 있던 터라 무사히 구조할 수 있었어요. 또 한번은 월평포구 인근 갯바위에서 한 낚시객이 고립된 적이 있었어요. 간조 때 멀리까지 이동해 낚시를 하다가 미처 물때를 확인하지 못하고 만조가 되어버린 거죠.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해마다 종종 접수되는 사례예요.
인명구조 외에도
물속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시죠.
네, 해양 정화 활동인 플로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플로빙을 하는 분들은 대부분 스킨스쿠버 장비 같은 최소한의 장비를 착용한 채 수중과 수면을 오갑니다. 저희는 슈트, 부력조절기, 공기통, 호흡기 등 총 20kg이 훌쩍 넘는 장비를 착용하고 물속에 들어가므로 수중 호흡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어요. 압력의 단위인 바bar를 기준으로 200바일 때 35~40분 정도? 그래서 부피가 크고 무거운 쓰레기들은 최대한 저희가 수거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 쇠파이프나 거대한 부피의 엉킨 폐그물 같은 것들이죠. 물론 플로빙을 하는 중에도 저희에게 중요한 건 본업이에요. 참여자들이 플로빙을 하다가 폐그물에 발이 감기거나 장애물에 걸려 다칠 수 있으니 물속에서 항상 주변을 살피죠. 그리고 동시에 구조정을 띄워 주변 선박이나 보트에 소식을 전합니다. 이 구간에서 플로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 스크류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는 것도 저희 역할입니다.
플로빙에 참여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플로빙은 레저와 안전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한두 사람이 할 수 있는 활동이 아니라 다수의 인원을 필요로 하죠. 이렇게 넓은 제주 바다 곳곳에 낚싯바늘, 폐그물, 플라스틱 등 수많은 쓰레기가 산적해 있어요. 10명, 100명, 1000명 더 많은 사람이 힘을 합할수록 정화 효과도 높아지죠. 물속에 여러 명이 함께 들어가야 서로의 안전을 살펴줄 수 있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직업적인 측면에서 플로빙에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어요. 최근 제주에는 플로빙과 관련한 동호회가 다양하게 생기고 있다고 해요. 저와 같이 일하는 직원분들도 여럿 가입하신 걸로 압니다.
제주관광공사에서 진행한
‘이런트립’을 통해
플로빙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제주해경은 작년 ‘이런트립’ 1회부터 참여를 했습니다. 행사의 참가자이자 해상과 수중의 안전관리자 역할로요.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참가자 대부분이 제주 토박이가 아니라 여행자이거나 제주살이를 하고 계신 타지 분들이라는 것이었어요. 심지어 제주에서 플로빙을 하기 위해 프리다이빙을 배우고 온 사람들도 꽤 있었고요. 여행을 왔음에도 다른 즐길거리를 찾는 대신 제주 바다의 아름다움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시간을 내어 행사에 참여했다는 점이 매우 놀라웠습니다. 바다로 출근하는 사람으로서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하고 싶어요.
이를 계기로 제주해경도
여러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시라고요?
보다 적극적인 안전 관리를 위해 찾아가는 연안안전교실을 운영하고 있어요. 제주 내 17개 교를 대상으로 물놀이 안전수칙, 안전사고 대처 요령, 응급처치법, 구명조끼 착용법, 구명설비 사용법, 기초 수영, 생존 수영, 상황별 응급처치 등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행자와 거리를 좁힐 수 있도록 제주지방해양경찰청 1층에서 제주 출신 다큐 사진작가 양종훈 님이 작업한 사진전 <제주 해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총 26점의 작품 중 일부는 디지털 패브릭을 활용해 해녀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해요. 전시는 7월 30일부터 12월 10일까지 계속되는데, 참고로 전시 관람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가능하지만 반드시 전화로 사전 예약을 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어가고 싶은
활동이 있으신가요?
‘이런트립’에 참여하면서 프리다이빙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요. 저희는 평소 잠수 훈련 외에 민간해양구조대와 합동 훈련을 실시하기도 합니다. 서로 구조 기법을 공유하거나 팀워크를 다지는 식으로 진행돼요. 개인적으로 프리다이버와 합동 훈련을 추진해보면 어떨까 해요. 프리다이버 분들을 옆에서 지켜보면 스킨스쿠버 장비만으로 한계 수심까지 들어가고 호흡 컨트롤을 매우 잘하시더라고요. 해경 구조대에서도 이런 부분을 배워두면 눈앞에서 사고가 일어났을 때 즉시 물속에 뛰어들어도 호흡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신 저희는 프리다이버 분들에게 응급처치법이나 CPR(심폐소생술) 등 상황별 인명구조법을 공유해드리면 유용하게 활용하실 것 같아요.
INSIDER
탐험에 영감을 주는 3요소
이한솔 해경이 추천하는 제주의
해양 레저 스폿들.물
서홍동에 위치한 ‘황우지선녀탕’은 최근 SNS에서 주목받는 스노클링 스폿이다. 마치 작은 요새처럼 현무암에 둘러싸인 모양새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암석 아래로 바닷물이 순환되어 물이 항상 맑다. 바람이 살짝 부는 날에는 워터파크에서 볼 수 있는 은은한 파도풀이 생성되기도 한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외돌개가 자리하는데 이곳을 중심으로 조성된 산책로도 천천히 걷기 좋다.
ADD.서귀포시 서홍동 795-5
바람
효돈촌 끝자락, 담수와 해수가 만나 생긴 깊은 웅덩이인 ‘쇠소깍’에서 카약을 타고 선선한 바람을 느껴보자. 쇠소깍 양옆으로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고 그 위로 숲이 우거져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다. 담수 산책로를 따라 내려가면 여러 명이 함께 타는 태우나 2인용 전통 조각배를 타는 작은 승선 장소에 닿는다.
ADD. 서귀포시 하효동 990-1
파도
매년 100만 명이 넘는 서퍼가 몰려드는 ‘중문색달해변’. 본래는 긴 모래 해변이라는 뜻의 진모살이라 불렸다고 한다. 이곳의 모래는 해가 비추는 방향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데 백색, 적색, 회색, 흑색을 띠는 네 가지 모래가 섞여 있기 때문이라고. 여타 해변보다 파도가 잦고 높아 6월이면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국제 서핑 대회가 열린다.
ADD. 서귀포시 색달동
※ 이한솔은 ‘방심은 금물!’을 외치는 3년 차 해경이다. 2019년 해양경찰에 합격하여 당해 12월에 임용이 되었으며 매일 제주의 바다를 누구보다 예리하게 관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