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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감성 속으로 책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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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호

책 속에 펼쳐진 다채로운 세상으로 빠져들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이다. 도서관, 북카페, 북스테이 등을 향한 발걸음도 여행의 일환이지만, 책 속 이야기를 경험하는 것도 또 하나의 여정일 테다.

인문아카이브 양림의 한옥 기둥을 형상화한 장식물.

HARMONY
고즈넉한 분위기 속 지적 풍류
청주 부모산 남쪽 기슭에 자리한 주봉마을 초입, 주봉저수지 앞에 자리한 거대한 한옥 공간으로 향한다. 가까이서 보면 현대적 건축 양식과 전통 건축의 재료가 어우러져 조화롭게 완성된 모습이 인상적이다. 널찍하게 펼쳐진 콘크리트 구조물은 지상처럼 보이지만 지하층을 이루고, 그 위로 나무와 기와를 이용한 전통 건축 공간이 차례대로 세워졌다. 이렇듯 과거와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인문아카이브 양림은 문학, 역사, 철학, 언어, 예술, 문화재 등 다양한 분야의 총 3만여 권의 책을 소장한 인문학 자료관이다. 건물
뒤로 펼쳐진 부모산은 유서 깊은 사찰과 사당이 곳곳에 자리한 깨달음의 공간이었다고 하니, ‘인재를 키우는 숲’이라는 의미의 ‘양림養林’이 현대까지 이어져 온 셈이다. 중앙 서가에서 책을 골라 격자무늬 창살로 꾸민 창가에 앉아 책을 읽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중간중간 맞배지붕과 풍판 등 한옥 특유의 구조물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지만, 지하에 위치한 카페 후마니타스에서 음료를 마셔도 좋겠다. 라틴어로 ‘인문’을 의미하는 후마니타스에서는 계절마다 변모하는 주봉저수지의 풍경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여름철에 만개하는 연꽃이 이곳의 자랑거리이며, 연잎 분말을 넣은 시그너처 메뉴인 연잎슈페너는 그 풍경을 입안 가득 느낄 수 있는 별미다.
인문아카이브 양림&후마니타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주봉로15번길 25

인문아카이브 양림의 건물은 과거와 현대가 조화를 이룬다.

ISOLATION
책 속으로 떠나는 또 다른 여행
천혜의 자연이 펼쳐진 제주도를 누비다가 저녁 무렵에는 북스테이 공간인 고요산책에 머물며 조용한 분위기에서 책 속 산책길에 오른다. 혼자 조용히 머물기 좋은 객실부터 최대 4인이 함께 머물 수 있는 객실도 있어 혼자 또는 친구, 가족과 함께 방문하기에도 제격이다. 공용 공간인 북라운지에는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동화책부터 소설,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의 서적이 갖춰져 있다. 북라운지는 숙박객에게 자유롭게 개방하며, 숙박하지 않더라도 요금을 지불하고 이용할 수 있다. 이곳은 서점도, 도서관도 아닌 북스테이만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책과 함께 오랜 시간 머물 수 있도록 쾌적한 가구 배치와 안락한 분위기로 꾸몄다. 매주 목요일 밤에는 각자가 읽은 책에 대한 감상을 나누는 북클럽이 열리기도 해 여행 중 색다른 추억을 쌓기에도 좋다. 위치 또한 매력적인데 제주공항에서 차로 15분 거리이며, 동문시장까지 걸어서 1분이면 도달한다. 제주의 맛을 느낄 수 있는 흑돼지거리와 국수문화거리도 가까운 거리에 있다. 
고요산책 
제주 제주시 중앙로12길 5 1층

고요산책의 북라운지.

DETOX
독서로 얻은 완벽한 자유
‘커피와 책, 그리고 디지털 기기로부터의 해방.’ 지난 5월, 대구에 문을 연 북카페 반월의 구호다. 대구 중심지이자 동성로의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잠시 벗어나 책을 읽으며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다. 총 2개 층으로 이루어졌는데 위층은 예약제로 이용 가능한 ‘집중석’이라 대화가 자제된 공간에서 온전히 독서에 집중할 수 있다. 카운터에서는 스마트폰을 보관해두는 ‘휴대전화 감옥’을 제공한다. 소설, 에세이, 시집 등 다양한 책들이 가득한 책장에서 한 권을 골라 핀포인트 조명이 비추는 책상에 앉으면 마치 바깥세상과 단절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독서 후에는 책을 읽으며 느낀 감정을 감정 보드에 적고, 인상 깊었던 구절을 기록판에 남기며 대화 없이도 감상을 나눌 수 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된다. 따뜻한 우드 톤 인테리어 속에서 음료를 즐기며 도란도란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주기적으로 독서 모임이 열려 책을 매개로 새로운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만남과 소통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북카페 반월 
대구 중구 동성로2길 4-9 2, 3층

북카페 반월은 사람보다는 책에 집중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북카페 반월의 집중석을 채우는 것은 음악뿐이다.

INSPIRATION
책으로 취향 저격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특정 장르의 도서가 진열된 책장을 찾아다녔던 애서가라면, 장르 특화 도서관에서 한 분야를 깊게 파고드는 재미를 느껴봐도 좋겠다. 책의 단면에서 영감을 받아 지어진 그래픽은 SF, 순정, 공포 등 다양한 장르의 만화책, 그래픽 노블, 아트북 등 시각예술을 주제로 한 책들로 가득하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널찍한 테이블과 구석진 의자 등 취향에 맞는 자리를 찾아 4000여 권에 달하는 책을 읽을 수 있다. 책을 읽다가 눈이 피로해질 때면 고품질 음향 기기에서 엄선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3층에 잠시 머물러보자. 전주에 위치한 다가여행자도서관은 여행을 떠나거나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장소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총 3층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전주를 방문한 여행자들이 읽기 좋은 전주 소개 서적, 국내외 여행 가이드북, 여행 에세이, 여행 잡지들이 갖춰져 있다. 거대한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오는 지상층과 달리, 지하 공간인 다가독방은 빛이 들어오지 않아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독서에 집중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이곳에서 꿈꾸던 여행을 설계하며 다른 여행자에게 여행 정보를 남길 수도 있다.
그래픽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39길 33
다가여행자도서관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라감영2길 28

시각예술 도서에 특화된 그래픽 내부 전경.
다가여행자도서관에 입장하면 여행 서적이 꽂혀 있는 거대한 책장에 압도된다.

 

글. 차성민SEONG-MIN CHA
사진. 고요산책, 인문아카이브 양림, 그래픽, 다가여행자도서관, 북카페 반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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