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요르카섬의 주요 산맥인 세라 데 트라문타나는 이 섬의 해안선만큼이나 아름답다. 흥미로운 점은 묵고 있는 호텔에서 바로 하이킹을 시작할 수 있다는 거다.
"마요르카섬에는 두 개의
산맥이 있다. 트라문타나가
가장 큰 산맥이라면 북동쪽에
펼쳐진 레반트산맥은
탐조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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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발레아레스 제도 중에서 가장 큰 마요르카섬Majorca에 대해 사람들은 다른 섬들처럼 유별나거나 결정적인 게 없다고 말하곤 한다. 이비사섬Ibiza처럼 엉뚱하거나, 포르멘테라Formentera처럼 자유분방하거나, 메노르카Menorca처럼 독특하게 평온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이는 어쩌면 이 섬의 최고 자산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북서쪽으로 무려 89km에 걸쳐 뻗어 있는 트라문타나산맥Serra de Tramuntana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산맥은 참나무 숲과 915m가 넘는 산봉우리를 지닌 경이로운 풍경과 더불어 인간의 독창성이 빛나는 수로와 계단식 농경지 덕택에 유네스코에 등재되었다. 이 산맥을 제대로 관통해보고 싶다면 발데모사Valldemossa 마을을 거점으로 두고 걸어보자. 이 마을에는 14세기에 지어진 수도원이 있는데, 폴란드 출신 작곡가 쇼팽이 1838년에 겨울을 보낸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버스를 타고 다른 명소로 갈 수 있으나 걸어서 이동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경험하기
마요르카에서 하이킹의 역사는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로 오스트리아 시시Sisi 황후의 사촌인 루이스 살바도르Luis Salvador 대공이 이 섬으로 여행을 왔을 때다. 그는 마요르카섬에 완전히 매료되어서 발데모사 마을에 정착해 40년 동안 살면서 인근의 데이아Deià 마을로 이어지는 땅을 천천히 사들였다. 그리고 이 땅을 최초의 지역 산책로로 만들었다. 노동자와 당나귀가 지나가는 길이 아니라 걷기를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길로 말이다. 그 결과 오늘날 트라문타나산맥에는 발레아레스 제도 중에서 가장 긴 산책로가 있다. 산맥을 따라 약 142km로 이어지는 드라이 스톤 루트Dry Stone Route이다. 하지만 산을 경험하기 위해 그렇게 멀리 갈 필요는 없다. 마요르카 출신 가이드 마틴 베스타드Martin Bestard를 따라 트라문타나의 경사면을 걸으며 단 2~3시간 만에 이곳의 풍경과 유산을 경험할 수 있다. 그와 함께 돌길과 흙길을 따라 걸으며 그의 지인들의 사유지를 지나 발데모사 마을 주변에 있는 숲으로 향한다.
걷다 보면 유네스코에 등재된 오래된 구조물들이 등장한다. 시멘트 없이 오직 신중하게 고른 돌만으로 만든 테라스는 빗물이 농경지로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해준다. 얼음집은 얼음을 모으고, 압착하고, 보관하던 곳이다. 그 밖에 참나무 줄기를 숯으로 탄화시키는 화덕과 남은 가지로 석회암을 태워 귀중한 산화칼슘을 만드는 구덩이가 있다.
대부분 도보 코스가 지중해가 보이는 완만한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올리브 숲에 다다르고 거기서 다시 돌아가게 된다. 섬에 여행자들이 찾아오기 시작한 1960년대 전까지 올리브 숲은 마요르카섬의 주요 수입원이었다. 여기를 끝으로 발데모사로 돌아간다. 멀리 청록색 교회 탑과 함께 보이는 기념비적인 수도원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아름답게 보인다. 이제 곧 마을로 돌아가
발을 쉬게 할 수 있다.
머물기
호텔 발데모사는 수도원의 숙박 시설로 쓰이던 19세기 저택을 최근에 개조해서 연 곳으로 여전히 성지로 남아 있다. 마을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언덕에 자리해 산이나 중심지까지 쉽게 닿는다. 물론 도보 여행을 한 뒤에 평화롭게 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성인만 투숙할 수 있는 이 호텔은 최대한 자연환경 활용한 피트니스와 휴식과 웰빙에 초점을 맞춘다. 정원에는 해먹이 있고 아침에는 야외에서 요가를 배울 수 있다(객실마다 요가 매트가 구비되어 있다). 피트니스 공간도 야외 테라스에 있으며 사이클링 센터에서 자전거를 빌리거나 배울 수 있으며 원하면 가이드 투어도 가능하다. 정원에 있는 야외 수영장과 동굴 같은 실내 수영장을 돌아다니며 마음껏 수영을 즐겨도 좋다. 더 생추어리The Sanctuary, 즉 ‘성역’이라는 뜻의 이름에 걸맞은 스파에는 무려 26페이지에 달하는 트리트먼트 메뉴가 준비되어 내 몸 전체를 돌볼 수 있도록 한다. 12개의 객실은 각각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테라스가 마련되어 독립적이다. 이 호텔의 주인인 크리스티나 마르티Cristina Martí는 디자이너이자 수집가로, 가구(모두 고리버들 소재에 동물무늬)부터 조명까지 일체를 고급 디자인 브랜드에서 공수했다. 호텔 내 집기나 설비는 판매하지 않지만 상주하는 직원이 궁금한 점에 대해서 충실하게 답을 해준다. 호텔에 머무는 손님에게 맞춤으로 제공하는 천연 향수는 이 지역을 떠올리게 하는 작은 기념품이 되어줄 듯.
여행 방법:
인천-팔마 항공편은 1회 경유하는 루프트한자를 이용할 수 있으며, 30시간가량 소요된다. 호텔 발데모사는 공항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다. 조식 포함 더블룸이 약 71만원부터.
valldemossahot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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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문타나에서 즐기는 활동적인 경험 3
1 자전거 타기
트라문타나산맥은 전문 사이클링팀이 겨울에 와서 훈련하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취미로 타는 사람도 즐겁게 달릴 수 있다. 자전거를 타기에 아주 좋은 경로 두 곳이 있는데 하나는 약 10km 길이 중에 아주 심하게 구불구불한 구간이 있는 사 칼로브라Sa Calobra 길이고, 다른 하나는 폴렌사Pollensa에서 안드라츠Andratx 마을까지 이어지는 약 113km 길이의 서쪽 해안 도로다. 두 번째 길은 섬에서 가장 높은 길을 지나고 발데모사를 비롯한 마을들을 통과한다.
2 계곡 급류 타기
트라문타나에는 바위로 이뤄진 지형이 있어 스릴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등산을 하거나 암벽을 타고 수영을 하며 해안을 이동하는 코스티어링을 할 수도 있지만 그중에서도 계곡에서 급류를 타는 캐니어링이 특히 인기다. 몬다벤투라 같은 업체를 통해 가이드가 동행하는 야외 활동을 즐길 수 있다. 특히 300m 높이 암벽이 있는 사포스카Sa Fosca 협곡은 유럽 최고 장소로 알려져 있다.
mondaventura.com
3 카이트서핑
마요르카섬의 북서쪽은 항상 꾸준히 바람이 불어와 바람에 의해 움직이는 대형 연에 의지해 수상 보드를 타는 카이트서핑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발데모사에서 차로 한 시간쯤 이동하면 나오는 바이아 데 폴렌사는 트라문타나의 반대편에 위치한 곳으로 1년 내내 카이트서핑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해변이다. 단계별로 다양한 클래스를 진행해 자신의 수준에 맞춰 배우기도 좋다. 이제 산과 바다가 만나는 것을 감상하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