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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오드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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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1월호

파리와 칼레 사이에 자리한 이 외딴 지역은 모래와 습지와 강과 운하로 이루어져 있다. 덕분에 고요한 물길을 따라 자라난 허브인 샘파이어와 훈제 청어에 이르기까지 풍성한 해산물 요리가 발달해왔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프랑스식 감자튀김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칼레 해변에는 전통적인 흰색 오두막이 길게 늘어서 있다.
아미앵에 위치한 르 케이Le Quai 레스토랑.

칼레의 황금빛 해변에 앉아 뜨거운 프리테frites(프랑스식 감자튀김)를 먹고 있다가 여행자들이 프랑스의 최북단인 오드프랑스를 휙 지나쳐가는 모습에 느닷없는 한숨이 나온다. 잠시라도 이 지역에 머무른다면 훌륭한 요리로 보상받을 수 있을 텐데. 칼레에서 파리까지 뻗어 있는 오드프랑스에서 가장 먼저 맛보아야 할 요리는 바로 지금 내 손에 들린 프리테다. 주로 프리테리friteries라 부르는 이동식 트레일러에서 판매하며 프리테 외에 샘파이어, 각종 해초와 치즈, 크림, 설탕, 마카롱 등의 특산물을 함께 취급한다.
칼레에서 북서쪽으로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달려 불로뉴쉬르메르Boulogne-sur-Mer로 향한다. 이 지역은 프랑스의 최대 어항으로 일컬어지는데 흔히 기대하는 어촌의 목가적인 매력은 없지만 1년에 무려 30만 톤 이상의 생선과 조개를 수확하는 장관을 연출한다. 소금물 냄새가 밴 창고와 거대한 도매 시장인 라 크리에La Criée를 지나 천천히 걷다 보면 중세 시대에 지어진 성채와 낡은 벽에 그려진 그림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머리 위로는 수많은 갈매기가 꽥꽥거리며 날아다닌다.
라 크리에가 가장 붐비는 시간은 모든 어선이 조업을 마치고 항구로 돌아오는 이른 아침이다. 시장에 매일 드나드는 어부들은 이즈음 교대로 식사를 한다. 즉, 내가 르 샤티용Le Chatillon에서 점심을 먹을 때에는 주변이 한산해진다는 의미다. 배의 갑판처럼 꾸며진 레스토랑 벽에는 보통 배의 측면에 내는 작은 원형의 현창을 닮은 거울이 걸려 있다. 심플한 가자미 요리를 주문하자 갓 튀긴 프리테가 같이 나온다. 통통하고도 기름진 프리테의 자태에 군침이 돈다.
해안 너머 남쪽으로 약 72km 떨어진 르 크로토이Le Crotoy 지역은 솜므강Somme River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으로 불로뉴쉬르메르와는 또 다른 미식 경험을 선사한다. 바닷가 곳곳에서 살리코르네salicorne(샘파이어의 프랑스식 명칭)와 생소한 해초들이 무성하게 자라난다. 나는 샘파이어 수집가 협회의 회장인 르네트 미숑Reinette Michon과 본격적으로 해초 산책에 나선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조개와 벌레와 해초를 어떻게 찾아내는지 자연스럽게 터득하여 이 지역에서는 ‘피슈스아 피에pecheuse \  pied(고양이 발)’로 통한다. 어느덧 60대에 접어든 그녀는 여름철에 수십 명의 후보자를 선별하여 르 크로토이에서 해초를 채집할 수 있는 면허를 발급해준다. 그들 중 다수가 르네트처럼 수집가 겸 요리사로 일하고 있다.
해초 산책은 솜므강 반대편에 있는 파르 뒤 후르델Phare du Hourdel 등대에서 시작됐다. 르네트가 자신의 모래투성이 승합차에서 나를 황급히 내보내며 거대한 웰리 부츠를 건넨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녀를 따라 부둣가에서 내려와 발목까지 차오르는 진흙과 사투를 벌이며 잔디로 뒤덮인 둑을 기어올라간다. 강한 바람도 내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며 강도 높은 산책에 일조한다.

(왼쪽부터) 솜므강에서 목격되는 물개.
아틀리에 드 라 샹티이L'Atelier de la Chantilly 찻집에서 만드는 크림 디저트.

르네트가 깃털처럼 보이는 식물 옆에 조심스레 무릎을 꿇는다. “이 녀석의 이름은 르 퐁퐁le pompon이에요.” 그러고는 식물을 칼로 잘라 큰 양동이에 넣는다.
“샘파이어와 성질이 비슷하지만 그보다 훨씬 가볍고 부드러워서 감자랑 버터와 함께 요리하면 식감이 정말 좋아요.” 다음은 잎이 커다란 오비오네l’obione다. “이건 초밥용 김으로 쓰기에 딱 알맞아요. 오븐에서 한 시간만 구우면 완벽하게 바삭바삭해지죠.” 
나는 이 식물들이 어떻게 식탁 위에 오르게 된 것인지 그 기원이 궁금해졌다. “옛날에는 가난한 사람들의 배를 채워줄 요깃거리에 불과했죠. 하지만 1960~1970년대에 네덜란드 사람들이 식물을 채집하러 이 지역 해안을 찾아왔어요. 채집에 대한 수요가 늘자 식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생겨났고요.”(르네트) 마지막으로 그녀는 갯벌에서 나는 갯개미취(프랑스에서는 돼지의 귀라고 부르기도 한다)를 가리킨다. “잎의 크기가 손바닥 안에 들어오면 따도 괜찮지만 손바닥보다 길면 그대로 둬야 해요. 끈적끈적한 진액이 흘러나오거든요.” 그녀의 레시피에 따르면 갯개미취는 시금치와 마늘을 넣고 튀겨 생크림을 더해 섞어주면 환상적인 맛을 낸다고. “아니면 볶은 돼지고기와 곁들여도 좋고요.”
다소 험난했던 산책을 마치고 차로 돌아오니 르네트가 식물이 가득 담긴 가방을 쥐여준다. 이 식물들로 어떤 요리를 시도해볼지 고민하기 전 나는 오베르주 드 라 마린Auberge de la Marine 레스토랑에 예약했던 일을 떠올린다. 이 레스토랑의 수석 요리사인 파스칼르페브르Pascal Lefebvre는 해초를 얹어 요리를 완성해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국물에 자작하게 잠긴 작은 조개 위에 바삭한 샘파이어를 올려주는 식이다. 최근에는 솜므강의 기운이 깃든 새로운 품종의 감자와 습지에서 자란 양의 고기로 색다른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솜므강은 마카롱으로 잘 알려진 아미앵을 휘돌아 흐른다.

솜므강은 아미앵Amiens을 휘돌아 여러 섬들이 약 3km² 규모로 모여 있는 레 오르티요나지Les Hortillonnages로 흘러간다. 섬 사이를 가로지르는 운하에서 가이드를 동반하는 크루즈에 탑승하거나 물길을 따라 들어선 숍에서 카약을 빌려보자. 여유롭게 노를 저으며 예술 작품이 즐비한 섬을 구경할 수도 있고, 계절마다 분위기가 바뀌는 물 위의 정원을 감상할 수도 있다.
나는 파티스리인 장 트로뉴Jean Trogneux가 만든 마카롱을 한 상자 사기 위해 도심으로 출발한다. 이 마카롱은 얇게 썬 발렌시아산 아몬드와 아몬드 오일, 달걀흰자를 적절히 배합해 구워낸다. 파리의 유명한 파티스리인 피에르 에르메Pierre Hermé와 라뒤레Ladurée의 화려한 마카롱과는 아주 다르다. 밀도와 수분감을 끌어올린 트로뉴 가문의 마카롱은 6대에 걸쳐 레시피가 발전해왔으며 굳이 비슷한 맛을 꼽자면 코코넛 마카롱을 꼽을 수 있겠다.
장 트로뉴의 제과점은 1872년에 지어져 제2차 세계대전 중에 한 차례 무너졌으나 여전히 견고하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리본 상자와 디저트류 역시 그 시절 그대로 반짝인다.

 

오드프랑스의 다섯 가지 음식
오드레셀의 게
오드레셀Audresselles 지역에 위치한 해안에는 주로 갑각류가 서식한다. 이 일대 레스토랑에 가면 현지에서 자란 게를 맛볼 수 있다. 현지인들은 게의 부드러운 흰 살을 마요네즈에 푹 찍어 먹곤 한다.
훈제 청어
덩케르크Dunkirk와 디에프Dieppe 사이의 해안선을 따라 청어를 훈제하는 지역이 즐비하다. 그들의 유산을 기념하기 위한 축제가 11월에 개최된다. 훈제 청어의 풍미는 겨자소스를 뿌린 새로운 품종의 감자와 잘 어우러진다.
뷰 불로뉴 치즈
톡 쏘는 식감의 뷰 불로뉴 치즈vieux boulogne cheese는 14년 연속 세계에게 가장 냄새 나는 치즈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맛은 더하다! 야생 버섯에 묻어나는 흙에 가까운 야생의 맛이 감돈다.
치커리
무성한 잎에서 쓴맛이 도는 치커리를 프랑스에서는 엔디브endive라 부른다. 특히 오드프랑스에서 사랑받는 채소로 이른 봄의 별미로 먹는다. 햄과 치즈와 함께 그라탱으로 뭉근하게 끓여낸다.
치커리 뿌리
치커리의 뿌리는 커피와 비슷한 향을 풍긴다. 그래서 디저트에 첨가하면 풍미를 배가시킨다. 커피 대체용으로 로스팅하거나 분쇄하거나 양조하기도 한다. 

청어를 주제로 축제를 열 만큼 훈제 청어를 즐겨 먹는 오드프랑스.

 

*** 더 많은 기사는 <내셔널지오그래픽 트래블러> 12월호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글. 캐럴린 보이드CAROLYN BOYD
사진. 오드프랑스관광청/브누아 기유, 엘우드포토그라프, 아틀리에 드 라 샹티이, 게티, 알라미, 르 케 레스토랑, 오드프랑스관광청/브누아 브레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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