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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란드의 환상적인 낮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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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2월호

북극권에 자리한 이 활력 넘치는 리조트 레비는 핀란드 라플란드 지역 특유의 거친 야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특히 눈 덮인 숲속을 거닐고 얼어붙은 호수를 가로지르며 순록과 마주할 수 있는 겨울철이 가장 아름답다.

눈 덮인 레비에서는 겨울에 해가 지면 하늘이 분홍빛으로 물든다.

지금 눈을 감고 핀란드의 겨울 풍경을 상상해보라. 당신의 머릿속에 그려진 바로 그곳이 레비Levi다. 레비는 지금 상상한 한겨울의 고요함과 포근한 자연을 간직한 근사한 여행지다. 이 작은 리조트는 산타의 공식 고향인 로바니에미Rovaniemi의 번잡함과 북부 끝의 외딴 마을인 사리셀카Saariselkä의 고립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 통나무집과 얼음으로 뒤덮인 호수, 끝없이 펼쳐진 눈 덮인 침엽수림, 질주하는 스노모빌과 울부짖는 시베리안허스키, 그리고 곳곳에 놓인 크리스마스 장식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운이 좋으면 산타는 물론 오로라까지도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스파와 슈퍼마켓, 다채로운 레스토랑, 산 아래 위치한 완벽한 스키장, 누군가는 그 어떤 것보다 좋아할 타투이스트까지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이 모든 것이 거주민이 600명에 불과한 거리에 밀집되어 있다는 점에서 레비는 편의성이 매우 좋은 여행지라 할 수 있다. 심지어 키틸래Kittilä에 있는 작은 공항에서 차로 15분, 로바니에미에서 2시간이면 도착해 접근성도 매우 뛰어나다. 여정이 편리하다고 해서 북유럽 겨울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레비와 주변 지역은 북극의 밤을 배경 삼아 매력적으로 반짝이니까.

 


첫째 날. 허스키와 산책 그리고 사우나


허스키 무리가 썰매 운전자의 출발 신호를 기다린다.

오전
낮 평균기온이 영하 15℃에 달하는 레비의 겨울은 몹시 춥다. 그러니 눈 속을 탐험하기 전에 장비 대여점 페르헤사파리트Perhesafarit에 들러 방한 의류로 중무장을 하자. 허스키 투어는 레비 인근에 있는 여러 사육장에서 운영한다. 한 시간부터 이틀까지 원하는 만큼 라플란드를 누빌 수 있다. 털이 북슬북슬한 맬러뮤트가 아닌 날렵하게 생긴 시베리안허스키들이 힘차게 짖으며 썰매를 끌고 눈 덮인 트레일 코스를 내달린다. 숲속에 본부가 있고 투어가 끝난 뒤 몸을 녹일 수 있는 그릴코타grillkota(화로가 설치된 원형 오두막)를 갖춘 폴라 라이트 투어스Polar Lights Tours는 오로라를 찾는 여정부터 간단한 야생동물 탐험까지 다양한 개 썰매 상품을 제공한다.
perhesafarit.fi, polarlightstours.fi


오후
점심식사로 판누카쿠탈로Pannukakkutalo에서 토핑으로 훈제 순록 고기를 올린 팬케이크를 먹은 뒤 마음 가는 대로 걸어보기로 한다. 레비는 스키를 즐기기 좋은 541m 높이의 레비툰투리Levitunturi 언덕에 자리한 스키 리조트의 이름이다. 리조트 아래쪽에는 시르카sirkka 마을이 있는데 조명으로 장식한 거대한 가문비나무가 눈길을 끈다. 지나가는 스노모빌들을 주의하면서 시르카의 보행자 전용 거리인 케스쿠스쿠자Keskuskuja에 도착한다. 이곳에서는 사미족Sámi의 무속신앙과 관련된 북이나 라플란드식 장신구 같은 특산물을 구경할 수 있다. 관광안내소에서 도보 여행 지도를 얻은 뒤 1km를 걸어 레비를 상징하는 둘레 3km의 얼어붙은 호수 임멜리애르비Immeljärvi를 둘러보는 것도 좋다.
pannukakkutalo.fi, levi.fi


저녁
현지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라빈톨라 앰밀래Ravintola Ämmilä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늑한 원목 인테리어로 꾸며진 이곳은 라플란드의 전통 음식을 현대적인 스타일로 재해석한다. 순록 고기와 북극에서 재배한 열매를 이용한 요리와 클라우드베리로 만든 달콤한 핀란드식 와인인 라카lakka가 준비되어 있다. 식사를 마친 뒤엔 숙소로 돌아가 사우나를 즐기자. 전형적인 핀란드식 문화인 사우나는 레비에만 2000여 곳이 있을뿐더러 대부분의 숙소에 마련돼 있다. 핀란드의 사우나는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즐기는 문화로, 따뜻한 신체가 추운 날씨와 대비되면서도 동화되는 신비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hulluporo.fi

 


둘째 날. 순록, 케이블카 그리고 비밀 카페


스키를 타고 레비 스키 리조트 아래에 있는 시르카 마을을 가로지른다.

오전
이 땅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유목민인 사미족은 수백 년 동안 순록을 길러왔다. 레비에서 차로 15분 떨어진 오우나스키에바리Ounaskievari 농가에서 오전 시간을 보내며 사미족과 순록 사이의 강한 유대 관계와 곰, 울버린, 늑대 같은 이 지역의 포식자들을 배워보자. 이곳에서 운영하는 투어에 참여하면 순록 썰매를 타고 숲속을 달리다가 전통 텐트인 라부lavvu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사미족과 순록의 유대감을 직접 관찰할 수 있다. 농가 뒤편에는 겨울이 되면 꽁꽁 어는 호수와 물가에 놓인 오두막이 그림 같은 전망을 이룬다.


오후
사람들로 북적이는 스키장 입구인 제로 포인트Zero Point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호텔 파노라마Hotel Panorama로 올라가자. 언덕 위 슬로프에 자리한 호텔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가히 환상적이다. 끝없이 펼쳐진 침엽수림을 장식하는 하얀 줄무늬와 얼룩은 얼어붙은 강과 호수들이다. 호텔의 레스토랑 파노라마Restaurant Panorama에서 연어 요리로 간단하게 점심을 먹은 뒤 식당 근처에서 사미란드 전시를 관람하며 사미족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아보자. 호텔 서쪽의 숲속 산책로를 따라가면 비밀스럽게 숨어 있는 카페 파노라마 라부Café Panorama Laavu가 나온다. 화덕이 있는 오두막에서 핫초코 한 잔을 마시며 점점 더 진한 파란색으로 물들어가는 얼어붙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levi.skiperformance.com, samiland.fi


저녁
레비 호텔 스파 리조트Levi Hotel Spa Resort에 있는 아늑한 분위기의 클래식 피자 레스토랑Classic Pizza Restaurant에서 저녁식사를 하자. 포장이 가능한 이곳은 피자 맛도 좋지만, 레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야간 활동을 떠나기에도 좋다. 호텔 옆에 있는 지하도를 지나 레빈티에Levintie 거리를 따라 남쪽으로 가면 임멜리애르비 호수에 도달한다. 낮 못지않게 밤에도 아름다운 이곳은 특히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최고의 장소 중 하나다. 오로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얼음 위를 걷는 특별한 경험이 기다린다. 추운 겨울이 되면 호수 표면은 발자국과 스키 자국, 스노모빌이 지나간 흔적으로 가득 채워진다.
classicpizza.fi

 


라플란드를 체험하는 방법


톤툴라 요정 마을에서 판매하는 기념품

오로라 사냥
오로라는 변덕스럽기로 유명하지만, 북극권에 위치한 레비에서라면 아름다운 현상을 만날 확률이 높아진다. 이곳에서 오로라는 카메라에 잘 담기는 희미한 빛부터 초록색과 붉은색이 일렁이는 장관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마침 올해는 오로라를 일으키는 태양 활동 주기가 절정을 맞이해 더 밝고 선명한 오로라를 관측할 수 있다. 마이 오로라 포캐스트My Aurora Forecast 앱을 설치하면 오로라를 보는 데 도움이 되며, 좀 더 간절한 사람들은 레비에 있는 유키 투어 등 회사를 통해서 전문가들을 고용할 수도 있다. 대기권 기후 전문가인 이들은 오로라 관측 확률이 높은 외곽 지역으로 여행자를 안내한다.
jukitours.com


산타 만나기
핀란드의 라플란드는 크리스마스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장소답게 12월 25일이라고 해서 쉬지 않는다. 투어는 여전히 진행되고, 상점들은 당연히 문을 열며, 정제된 장식들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라플란드를 방문하는 가족들의 가장 큰 목표는 바로 산타클로스를 만나는 것이다. 로바니에미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날 수도 있지만, 레비에서 왕복 4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톤툴라Tontuula의 요정 마을로 가는 것이 좋다. 이곳에서는 순록을 만나거나 진저브레드를 구울 수 있고, 트리 장식을 만든 다음 라플란드에서 가장 유명한 주민인 산타를 찾아 떠날 수 있다. 산타를 직접 만나고 싶으면 예약하는 것이 좋다.
elvesvillage.fi


얼음 호텔
매년 약 2만 톤의 눈과 얼음이 동원되어 레비에서 약 45분 거리에 있는 라플란드 호텔 스노빌리지가 조성된다. 조각상, 바, 레스토랑 그리고 초현실적인 객실을 갖춘 이 호텔은 가격이 다소 비싸지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곳은 숙박하지 않더라도 하루 동안 구경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여행객들은 눈과 얼음으로 만든 작품을 감상하고 호텔 구석구석을 구경하면서 핀란드 북부 풍경을 이루는 눈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아이스 전시회 입장권을 구매하면 호텔 객실과 얼음 조각상 그리고 바까지 둘러볼 수 있다. 얼음으로 만든 바는 신비로운 푸른색과 환상적인 보라색 불빛 속에서 늦은 시간까지 손님을 맞이한다.
laplandhotels.com

극한 환경
12월부터 1월까지 레비는 극야 기간으로, 해가 지평선 위로 떠오르지 않는다. 정오쯤에만 하늘이 약간 밝아진다. 따뜻한 방한 의류를 준비하고, 차갑고 건조한 공기에 대비해 안약도 챙기자. 휴대전화 불빛도 유용하나 추위 속에서 배터리가 빨리 소모될 수 있으니 헤드램프나 손전등을 준비해 사진 촬영을 위한 배터리를 아껴두자.

TRAVEL WISE
여행 방법
레비에 가려면 먼저 헬싱키까지 이동해 핀란드 국내선을 타고 키틸래공항으로 가야 한다. 인천공항에서 헬싱키공항까지 매일 핀에어가 직항 항공편을 운행한다. 최소 13시간 40분이 소요된다. 이후 헬싱키공항에서 키틸래공항까지는 약 1시간 30분 걸린다.
finnair.com
잉함스 여행사에서 3박에서 14박까지 통나무 오두막부터 5성급 호텔까지 다양한 종류의 숙박시설에 묵는 레비 여행 상품을 운영한다. 키틸래공항까지 가는 항공권과 현지 교통편이 포함된 3박 여정의 패키지가 1인당 약 188만원부터.
inghams.co.uk

글. 시몬 잉그람SIMON INGRAM
사진. 게티, 사리셀카, 스톡푸드, 알라미, 요정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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