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로서 좋아하는 일을 계속 수행하다 보면 때때로 위험한 순간을 맞기도 한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매 작업마다 경이롭고 감동적인 순간과 마주하기 때문.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는 위대한 등반가가 함께한다."
짜릿한 도전을
거듭해 나가다
푸른 하늘이 검게 변하고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고막을 찢을 듯한 천둥소리가 계곡에 울리더니 첫 번째 번개가 치면서 하늘에 구멍을 뚫었다. “제대로 젖겠는데요.” 앞 페이지의 사진을 촬영한 직후, 암벽등반가 존 월시Jon Walsh는 앵커를 고정한 다음 클라이밍 파트너 미셸 카다츠Michelle Kadatz와 함께 암벽 아래로 내려왔다. 한 시간이 지나서야 이들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사방에서 번개가 치는 와중에 나 역시 버티지 못하고 높은 지대에서 내려왔으나 피할 곳이 없었다. 암벽에서 몇 미터 떨어진 눈 속에 내려놓은 짐. 나는 그 위에 걸터앉아 비를 흠뻑 맞으며 구름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 후 사흘 동안 존과 미셸은 캐나다 부가부스산맥The Bugaboos 이스트 크리크East Creek에 있는 와이드 어웨이크 타워Wide Awake Tower 동남면의 첫 등반을 마쳤다. 그들이 개척한 루트는 일명 ‘일렉트릭 퓨너럴Electric Funeral 5.11+’로 명명되었다(우리말로 번역하자면 ‘감전돼 장례식 치를 뻔’ 정도가 되겠다. 5.11+는 등반 난이도를 나타내는 등급으로 아무리 유능한 선등자라도 추락 위험을 각오해야 하는 어려운 수준임을 의미한다). 캐나다 산악계의 전설인 존과 함께라면 지루할 틈이 없다!
그리고 나는 아주 오랫동안 얼음과 그 결정 구조의 신비로움에 매료되었다. 물론 살을 에는 매서운 추위를 동반했지만, 내 기억 속에서 얼음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묘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자신의 상상력에 스스로 영감받아 카메라로 찰나를 포착하는 일은 창조와 헌신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본연의 삶이다.
※ 폴 브라이드는 암벽등반가 사이에서 아주 유명한 사진가다. 25년 넘게 클라이밍과 어드벤처 등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해오며 다수의 국제적인 상을 받았다. 갈비뼈가 부러지거나 디스크를 겪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전 세계를 탐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