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지상 최고의 여행지
BEST OF THE WORLD
여기 나에게 영감을 줄 25개의 여행지가 있다. 지금 꿈꾸고 나중에 떠나자!
여행의 즐거움은 의외성에서 온다. 전 세계적인 유행병이 여정을 멈추게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호기심을 억누르진 못한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다시 여행할 수 있다는 바람과 더불어 미래의 여정을 정해줄 25 군데의 변치 않을 여행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트래블러>의 전 세계 에디터들이 자연, 모험, 문화, 지속가능성, 가족 등 5개의 범주에서 세계적인 유행병 발생 이후 회복되어가는 공동체, 똑똑한 지속가능 노력, 잊을 수 없는 경험 등을 탐험할 최고의 목적지를 취재했다. 닿기 어려울지라도 세상은 여전히 경이로움으로 가득하다. 자, 이제 다음 여정을 꿈꾸며 그 원정의 초석을 마련할 시간이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덴버
미국 콜로라도주
미국 서부의 녹색 거인 같은 도시
덴버시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2023년까지 100% 재생이 가능한 전기를 보급하기 위해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 2023년까지 약 200km 길이의 새로운 자전거길을 만들고 2021년에는 시립 주차장과 건물 옥상, 공터 등에 태양열을 활용한 정원을 조성하는 등 혁신적인 조치 등을 준비 중이다.
덴버시 기후 대책, 지속가능성, 회복성 사무소 소장인 그레이스 링크의 말에 따르면 청정 에너지 경제 분야에 투자함으로써 덴버시의 공동체를 강화하고 탄소 발자국에 대한 여러 관심을 강조할 것이라고 한다. 태양열 정원과 더불어 공공 건물, 충전소, 저소득층 주거 지역을 위한 청정 에너지를 개발하면 건설하는 동안 일자리와 유료 훈련 과정이 늘어나게 된다.
덴버시는 이렇게 기후 대책과 지속가능성을 경제적`사회적 정의에 연결시켜 에너지와 환경 디자인 분야에서 녹색 건물임을 전 세계적으로 인증하는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의 플래티넘 인증 도시가 되고자 한다.
덴버시는 사업가들이 환경 친화적인 솔루션을 도입하도록 독려하기 위해 ‘인증 가능한 녹색 덴버(Certifiably Green Denver)’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맞춤형 무료 플랜을 제공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 덕택에 약 2000개의 사업체가 물과 에너지를 덜 사용하는 환경 친화적이고 효율적인 운용을 통해 오염과 쓰레기를 줄이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살 수 있어서 정말 행운입니다. 이제 그 보답으로 지켜야 할 의무가 생겼습니다.” 지속 가능한 식품 분야의 최강인 동시에 녹색 인증을 받은 추크Chook 레스토랑의 공동 창업자인 아담 슐레겔의 설명이다. – 미국 판
알로니소스
그리스
지중해의 물개 서식처—그리고 고대 난파선을 향한 심해 다이빙
으스스한 고대 페리스테라선의 유물들로 인해 ‘난파선의 파르테논 신전’이라고 불리는 알로니소스Alonissos 섬은 최근 취미로 다이빙을 즐기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는 그리스 최초의 해저 박물관을 열었다. 이 해저 박물관은 알로니소스 국립해양박물관과 스포라데스Sporades 제도 북부 해수면 아래 위치해 기원전 5세기에 가라앉은 아테네 바지선의 화물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1992년에 문을 연 약 2300km2 크기의 이 해양 공원은 멸종 위기에 처한 지중해 몽크바다표범을 보호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며, 손잡이가 두 개 달린 포도주 항아리 등 훼손되지 않은 고고학적 유물이 약탈되는 것을 막아준다.
바다 속 박물관을 직접 탐험하는 일은 수심 약 24m 아래 또는 그보다 더 낮게 내려갈 수 있어야 하며, 2021년에 재개될 예정인 가이드 동반 투어로만 가능하다. 수영을 하지 않고 보는 방법도 있다. 알로니소스섬에 있는 안내소에서 가상현실 체험을 하면 된다. – 라크슈미 산카란, 인도판 편집장
가봉
아프리카
국토의 11%가 국립공원인 나라
내셔널지오그래픽 상주 탐험가인 마이크 파이는 코끼리와 하마가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해변을 거닐며 국토의 11%가 국립공원인 가봉을 ‘아프리카 최후의 에덴’이라고 표현한다.
가봉에 있는 13개의 국립공원 전부가 방문하기 쉬운 건 아니지만, 로앙고Loango 국립공원만큼은 그중에서도 다채로운 풍경과 식생, 야생동물로 잘 알려져 있을 뿐 아니라 수변에 자리한 숙소 로앙고 로지가 있어 비교적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다. 로앙고의 하이라이트는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한 서부 저지대 고릴라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하루에 최대 4명으로 구성된 한 단체만 이 고릴라를 볼 수 있다. 주요한 바다거북을 보호하는 서식지로 알려진 5개의 국립공원 중에서 퐁가라Pongara는 해변가에 위치한 퐁가라 로지 덕택에 11월에서 3월까지는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한 장수거북을, 6월에서 8월까지는 이동 중인 고래와 돌고래 등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다.
가봉의 이동 수단에 대한 세계적인 투자 덕분에 앞으로는 가봉을 방문하는 일이 더 편리해질 전망이다. 또한 지속가능 개발 전략이 환경친화적 관광을 확대할 것이다. – 바베라 보스마, 네덜란드판 총괄 에디터
뉴칼레도니아
프랑스
남서 태평양의 해양 생물 놀이동산
혹등고래, 녹색 바다거북, 듀공 등이 뉴칼레도니아 바다로 모인다. 뉴칼레도니아는 호주 동부 해안에서 약 1450km 떨어진 남서 태평양에 있는 프랑스 영토다. 일련의 섬들이 이곳 바다를 보석처럼 장식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한 산호초 지대인 뉴칼레도니아의 석호는 200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과 9000여 종 이상의 해양 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칼레도니아 정부는 2015년에 약 130만km2 면적의 산호해양자연공원을 조성했다. 퓨 베르타렐리 해양 유산Pew Bertrelli Ocean Legacy의 크리스토프 셰빌론 선임 매니저는 이 공원을 조성함으로써 “뉴칼레도니아의 해양을 보존하고 지구에 마지막으로 남은 순수한 산호를 보호할 수 있는 중요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말한다.
뉴칼레도니아는 영토 내의 해양 성지를 보호하기 위해 더 나아가고 있다. 광범위한 지역에서 낚시, 선상 스포츠, 200명 이상 승선한 선박 운항을 금지하는 한편, 어떤 지역에서는 과학적인 연구를 제외한 모든 활동이 금지된다. 라푸섬에는 관광으로 손상된 산호를 복원하는 농장이 개장을 앞두고 있다.
한편 육지에서는 정부 주도로 환경친화적인 관광을 장려하고 2020년까지 모든 1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금지하는 새로운 법안을 발의하려고 하는 중이다. – 마리아멜리에 카르피오, 프랑스판 에디터
코펜하겐
덴마크
세계적인 수도가 만드는 지속가능 해법
세계적인 유행병으로 인해 불평등이 확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도시를 좀 더 회복 가능하고 평등하며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관심이 높아졌다. 예를 들어 코펜하겐은 2025년까지 세계 최초 탄소중립 수도가 되기로 했다.
프랑크 얀센 코펜하겐 시장은 C40(기후변화를 주창한 도시들의 네트워크)가 전 세계 시장들을 위해 만든 <우리에겐 세계를 움직일 힘이 있다>라는 이동수단 가이드북에서 “코펜하겐에서는 그린 해법을 강조합니다. 왜냐하면 보상받기 때문이죠”라고 말한다.
덴마크의 수도는 오랫동안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해왔다. 코펜하겐은 효율적인 대중교통 네트워크 덕택에 모든 디젤 버스가 전기 버스로 바뀌었다. 한편 폐기물 재생에너지발전소 코펜힐CopenHill은 청정 에너지를 생산해 6만 가구에 공급하고 있으며 12만 가구의 난방 연료로 사용된다. 발전소는 2019년에 옥상 녹색 정원과 등반용 벽 등을 갖춘 야외 대중 놀이 공간을 개장하기도 했다.
도시 거주민의 60%가 매일 이용하는 자전거길 같은 지구 친화적인 도시계획을 통해 차량에 비해 자전거를 5배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전기 자전거를 타고 니하운Nyhavn 등 도시의 명소를 쉽게 돌아볼 수 있다. 니하운은 이전 산업화 시대에 항구였던 곳으로 지금은 레스토랑과 바가 즐비한 곳이 됐다. 17세기에 지은 천문관측소 룬데토른Rundetaarn에서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 마르코 카타네오, 이탈리아판 편집장
프라이부르크
독일
대학가 타운의 녹색 실천 교습
중세 초기 독일의 위대한 공국 5개 중 하나로 알려진 슈바벤Swabia 역사 지구는 독일 남서부, 스위스 동부, 프랑스 북동부를 아우른다. 슈바벤 사람들은 지략이 뛰어나고 검소하며 혁신적인 면에서 명성을 얻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지역의 활기 넘치는 대학 도시 프라이부르크Freiburg는 지속 가능한 삶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프라이부르크는 블랙 포레스트의 관문으로 녹색 지대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뿐 아니라 그린 정책을 실현하고 있다. 도심 지역의 40% 이상이 삼림 지대로 덮여 있다. 도시에 수소 연료 전기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공급하며, 도시에서 생성되는 쓰레기는 생물 연료로 전환하고 있다. 프라이부르크의 주요 교통수단은 도보, 자전거, 전기버스와 전차이다. 이렇게 해서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반 이상 줄인 뒤 2050년까지는 탄소중립성에 도달하고자 한다.
특히 오염되어 버려진 산업 부지를 재생한 땅에 조성한 보방Vauban 지구는 태양열 협동주택, 도시 정원, 자동차 없는 생활 방식 등으로 세계 최고의 지속가능 도시 지구로 인정받고 있다. 보방은 프라이부르크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다. 지속 가능하게 조성한 도시로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셈이다. – 베르너 시퍼, 독일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