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HISTORY문화 & 역사
푸에블로
미국 뉴멕시코주
미 서부 아메리카 인디언의 목소리
뉴멕시코에서는 일부 운동가들이 1680년 푸에블로Pueblo 봉기를 조직한 포파이Po’pay에게 경의를 표하자고 주창하면서 스페인 정복자 돈 디에고 드 바르가스 등 아메리카 인디언을 압제했던 사람들의 기념비가 쓰러지고 있다. 이 봉기로 인디언의 고향인 푸에블로에서 스페인 사람들을 몰아낼 수 있었다. 비록 1692년에 스페인이 다시 푸에블로를 점령하지만 이 봉기로 인해 푸에블로 문화가 살아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워싱턴에 있는 국회의사당 방문자센터에 가면 포파이의 동상이 뉴멕시코를 대표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타오스 푸에블로 등 뉴멕시코주에 있는 19곳의 푸에블로에는 포파이의 유산이 명백히 살아있다. 알부케르크Albuquerque 시에 있는 인디언 푸에블로 문화센터는 푸에블로 탐험의 출발지이다. 가상현실 문화 가이드를 이용하거나 단체 관광이 재개되면 직접 돌아볼 수 있다. 센터 관람객 체험 운영 관리자이자 산 펠리페 푸에블로의 일원인 미카엘 루체로는 이 센터가 풍부하고 다양한 푸에블로의 삶을 엿보게 해주는 ‘렌즈’라고 말한다. “푸에블로에 발을 들여놓으면 각각의 점을 연결하게 됩니다.” – 미국판
털사
미국 오클라호마주
인종에 대한 토론의 중심지
털사Tulsa에 있는 그린우드 라이징은 블랙월스트리트의 새로운 이름이다. 히스토릭 그린우드 디스트릭트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인종적 폭력 사태가 발생한 곳으로, ‘라이징’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지역에 대한 지속 가능한 사회경제적 변호가 고조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1921년 5월 31일 백인 테러주의자들이 ‘블랙월스트리트’로 알려진, 즉 그린우드 디스트릭트라는 당시 번성 중이던 지역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18시간 동안의 폭행으로 약 300명의 흑인 거주자가 살해되었고, 흑인이 소유한 주택과 사무실이 있는 약 35개의 구역이 사라졌다. 이 사건 발생 100주년을 기리기 위해 1921 털사 인종학살 백주년기념위원회는 2021년 가을 공개를 목표로 그린우드 라이징을 건축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연중 강연, 콘서트, 기타 다양한 이벤트가 열릴 예정이다.
위원회에서 프로젝트 총괄을 맡은 필 암스트롱은 건축 중인 역사 센터가 히스토릭 그린우드를 되살리고, 미국 내에 존재하는 인종주의를 종결시키는 촉매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그린우드 라이징은 인종적 트라우마와 화해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는 일종의 발사대가 될 겁니다. 또한 역사 지구 전체를 사람들이 찾아와서 배우고, 내재된 편견을 인지하고, 개인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영역에서 진정한 변화에 동참하는 곳이 되게끔 할 계획입니다.” – 미국판
괌
미국
태평양이 간직한 마젤란의 유산
마젤란의 세계 일주 500주년을 기념하는 해라서 괌이 축하를 받는 건 아니다. 괌은 미국 영토이자 마리아나 제도에서 가장 큰 섬이다.
1521년 3월 포르투갈의 탐험가인 페르디난드 마젤란이 괌에 3일간 머물렀는데 이때 차모로 원주민을 살해하여 포르투갈어로 ‘도둑의 섬’을 뜻하는 이슬라 데로스 라드로네라는 잘못된 꼬리표가 붙게 되었다.
1519년에 마젤란이 시작하여 스페인 항해가인 후안 세바스티안이 1522년에 완료한 세계 일주를 기념하는 여정의 일환으로 2021년 3월 스페인 해군 함대가 괌에 정박할 예정이다. 500주년 기념 원정을 통해 차모로 원주민의 역사 속 한 장을 채운 마젤란과의 조우, 괌의 식민 역사, 태평양에 주둔한 미군의 ‘창 끝’으로 묘사되는 괌의 실제 삶을 둘러볼 수 있다.
스페인어, 영어, 일본어가 섞여 있는 차모로족 언어는 그들의 복잡한 이야기를 반영하고 있다. 차모로족 출신 작가이자 활동가인 마이클 베바쿠아는 젊은 세대의 차모로인들은 자신들의 문화를 수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차모르족의 언어는 원주민의 기억이라 할 수 있어요.” 바쿠아는 이렇게 덧붙인다. 그는 현재 무료로 차모로족 언어를 가르치면서 젊은 차모로 세대가 섬의 미래와 미국령 혹은 독립 등 정치적 상황에 대한 자신들의 선택을 표명하도록 격려한다. “차모로어를 말하고 이를 전파하는 것이 우리의 문화와 정체성의 핵심이에요.” – 미국판
경주
대한민국
여전히 눈부신 왕국
대한민국이 2021 동아시아 문화 도시로 선정한 경주는 ‘벽 없는 박물관’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반도의 남동쪽 구석에 위치한 경주는 신라 왕조(기원전 57~기원후 935) 1000년의 고도였던 까닭에 고고학적 가치를 지닌 곳들이 놀랄 만큼 많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경주의 유적지는 황금기 불교 예술의 매혹적인 수장고이기도 하다. 사찰, 왕궁 터, 석탑, 암각화, 8세기 거대 불상 등이 그러한 보물이며, 특히 150여 기의 신라시대 고분 중에는 높이가 30m에 달하는 것도 있다. 무덤에서 출토된 금관, 은관, 금동관, 보석 등 눈부신 유물들은 경주국립박물관 신라역사관 ‘황금의 나라, 신라’실에 전시되어 있다. 신라 왕조의 호화로운 생활 방식을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다. – 임보연, 한국판 편집장
통루
중국
중국 산수화가 만든 첫 예술제
1350년에 완성된 <부춘산거도>는 중국 전통 산수화의 시금석이다. 부춘강과 산맥을 눈으로 따라가며 여행하는 듯한 이 그림은 다 펼치면 6m에 이른다.
중국 원나라 왕조 때의 4대 거장으로 알려진 화가 황공망은 속세와 떨어져 퉁루Tonglu에 있는 부춘 강변에 살면서 3년 동안 이 두루마리 그림을 그려 완성했다. 상하이 남서부에서 270km 떨어진 저장성 동부의 산 사이에 들어앉은 고요한 퉁루는 <부춘산거도> 이후로 영감의 원천이 되어 왔다.
2021년 퉁루는 다시 한 번 예술 분야의 주목을 받게 된다. 처음으로 열리는 ‘퉁루 아트 트리엔날레’는 원래 2020년 가을로 예정되었다가 코로나19로 인해 2021년 봄으로 연기되었다. 통루 아트 트리엔날레는 밭과 강변에 현대미술 작품을 설치하는데, 이를 통해 관광이 활성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예술제 총괄 감독 겸 큐레이터인 프람 키타가와는 이렇게 설명한다. “이맘때 강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산에서 내려오는 구름이 서로를 휘감는데, 제가 어렸을 때 본 중국 산수화의 풍경과 아주 비슷합니다.” – 이루, 중국판 총괄 에디터
비토리아–가스테이스
스페인 바스크 지방
재즈와 전설을 간직한 바스크 지방의 문화 수도
스페인의 전통을 풍부하게 간직한 바스크 지방에 문화의 왕좌에 오른 도시가 있다. 바스크식 이름 가스테이스Gasteiz로도 알려진 비토리아Vitoria는 중세 시대의 카스티야 왕국과 북유럽을 연결하는 최단 거리에 위치해 역사적으로 상업과 문화의 교차로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에도 비토리아 사람들은 외부의 영향을 환영하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전설적인 재즈 음악가이자 트럼펫 연주가인 윈튼 마살리스는 이 도시에 바치는 ‘비토리아 스위트’를 작곡하였으며, 매년 7월에 열리는 비토리아–가스테이스 국제 재즈 페스티벌에 초대되었다. 비토리아의 녹색 허파이자 원형 공원 지대의 일부인 라 플로리다 파크는 비토리아 사람들에게 스페인의 어느 도시보다도 더 많은 1인당 녹색 공간을 보장해준다. 이 공원에는 마살리스를 기념하는 청동상이 세워져 있다.
도시의 자연을 보존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자전거와 전차 등 지속 가능한 이동 수단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덕분에 비토리아–가스테이스시는 2012년 유럽 녹색 수도로 선정되었다.
이곳 사람들은 지구 보호만큼이나 전통과 역사 지구를 보존하는 데에도 열정적이다. 고딕 양식의 웅장한 산타마리아 성당 꼭대기에서는 수백 년 된 옛 지구를 내려다볼 수 있다. 중세 시대 장인 조합의 이름을 붙인 길을 따라 늘어선 바와 레스토랑에는 바스크식 타파스 ‘핀초pinxo’를 먹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구도심의 남쪽 끝에 있는 광장에서는 해마다 8월이 되면 이 도시와 광장의 후원자인 베르헨 블랑카를 기념하는 특별한 축하 행사가 열린다. 사람들은 축제 기간에 셀레돈(바스크 마을 사람) 모형이 짚라인을 타고 내려와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걸 보려고 모여든다. 셀레돈은 발코니에 도착하면 마술처럼 진짜 사람이 되어 흥을 돋운다. – 세르기 라미, 비아예 내셔널지오그래픽 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