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끝에
마주한 아름답고 놀라운 새들의
움직임을 포착하다.”
날이 추워지면 철새들이 남쪽으로 날아든다. 그중 가창오리는 일몰 무렵이 되면 수십 만 마리가 떼를 지어 이동하며 아름다운 군무를 펼쳐 보인다. 이 경이로운 광경은 영국 BBC에서 제작한 자연 다큐멘터리 <살아있는 지구>의 한 장면으로 담기기도 했다. ‘집념의 사진가’로 불리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박하선은, 고창의 동림저수지에서 한겨울 추위 속 기다림 끝에 가창오리의 군무를 포착했다. 군무의 형태는 매번 다르고, 사진가를 위해 연출해줄 리 만무해 원하는 모습을 담아내는 일이 쉽지 않다. 사진을 촬영했던 날은, 운이 좋게 일몰과 초승달, 아름다운 형태의 가창오리 군무가 하나의 앵글 속에 들어왔다고. 비경은 때때로 위험을 동반한다. 누구에게나 허락하지 않기에 접근해 담아내는 것 자체에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그는 그것이 모험이자 탐험이며, 늘 무사하게 돌아와야 그 가치가 빛을 발함을 몸소 체험해왔다. 이번 해에는 수십년째 기록 중인 우리 상고사 작업과 더불어 모로코와 이란,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사이에 있는 아랄해 등지를 탐험할 계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