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다 보면, 마주치는 사람들이
말을 건네는 듯한 순간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작가를 여행의 풍경
속으로 힘껏 이끌어준다.

여행은 결국 목적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지로 가는 과정이 모여 완성되는 이야기 아닐까. 사진가는 한국에서 스페인으로 향하던 길, 경유지였던 파리 리옹에 들렀다. 그곳은 파리만큼 단번에 떠올릴 만한 도시는 아니지만, 구도심과 신도심이 조화를 이루는 특유의 매력이 존재하는 도시였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영화의 발상지라는 점. 일정 중 가장 먼저 뤼미에르 기념관Institut & Musee Lumière을 찾게 된 이유다. 최초로 영화용 필름을 만들고 상업 영화를 찍은 뤼미에르 형제의 생가를 비롯해 도서관, 박물관 등이 속해 있는 장소다. 100년이 훌쩍 넘은 고택을 그대로 살린 건축물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내부 전경을 담기 위해 광각렌즈와 삼각대를 챙겨 갔으나 뜻밖에 마주한 것은 생명력 넘치는 아이들의 모습. 학교에서 단체 관람을 온 것으로 예상됐고, 창밖으로 고개를 내민 아이들 여럿이 포착됐다. 다양한 표정을 보며 재미있는 스냅이 되지 않을까 싶어 셔터를 몇 번 눌렀다. 계획된 촬영이 아닌 뜻밖의 행운으로 완성된 장면인 셈이다.
여행의 풍경 속으로 작가를 이끌었던 것은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때때로 어떤 이의 뒷모습이 말을 건네기도 했다. “가장 주관적인 장면을 가장 객관적인 구도로 찍어왔어요. 5년, 10년이 흐른 뒤에라도 사진을 보며 그 순간이 펼쳐지기를 바라면서요. 그러다 잊고 있던 B컷들을 보니 의외로 흥미로운 지점이 많았습니다. 구도도, 빛도, 주제도 의도한 바가 아니었지만, 미처 몰랐던 요소가 발견되는 경험을 하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