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는 ‘신성한 섬나라’라는 뜻을 지닌다. 〈신드바드의 모험〉에서 주인공이 보물을 찾아 떠난 섬이기도 하다. 신비로움이 가득 찬 이곳에서 나 역시 무수한 보물을 포착했다."
북극과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을 여행하면서 더 이상 흥미로운 나라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이는 나의 오만과 착각이었다. 스리랑카는 그런 나를 완전히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었다. 이곳에서 마주한 원시림과 야생동물뿐 아니라 차밭까지 내 상상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드넓은 산에 초록이 우거진 풍광을 보며, 가까이 다가가기 전까진 차나무인지 미처 알지 못했다. 끝없이 펼쳐진 차밭을 감각하며 스리랑카가 왜 실론티의 나라인지 깨닫는다. 코갈라Koggala의 해변에서는 전통 장대 낚시인 스틸트 피싱Stilt Fishing을 구경할 수 있다. 얕은 바다에 긴 나무 막대기를 설치한 후 발판을 딛고 올라 균형을 잡으며 낚시하는데, 어디서도 보지 못한 방식이다. 실제로 어부들은 이렇게 매일 같이 낚시하며 가족을 부양하고 있다.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이 원시적인 낚시법은 스리랑카를 대변하는 한 점의 풍경이다.
스리랑카는 과거 무역으로 크게 번성했다. 그래서 그런지 불교 유적지에 방문하면 그 화려함에 흠칫 놀라게 된다. 불교 사원인 불치사Sri Dalada Maligawa의 외관은 하얀 벽으로 이루어져 담백한 모습인데, 그 안으로 들어가 보면 호화로운 황금빛 장식에 눈이 번쩍 뜨인다. 스리랑카가 전성기 시절 어떤 영광을 누렸을지 단번에 그려진다. 담불라 황금 사원Dambulla Royal Cave Temple and Golden Temple의 거대한 와불은 그 규모가 어마어마해 광각렌즈로 다 담기 어려울 정도로 압도적이다. 콜롬보Colombo에 있는 루프톱 바에서 절정에 달한 석양을 바라보던 순간도 잊을 수 없다. 이곳이 왜 인도양의 보물섬이라 불리는지 아름답게 물든 하늘과 바다가 여실히 증명한다.
김재욱은 오브제의 의미를 재해석해 본질적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노력하는 사진가이다. 동시에 여정을 즐기는 베테랑 모험가이다.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을 관철하기 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분주히 돌아다니며 찰나를 포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