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출향해녀들의 숨비소리가 배를 타고 건너와 너랑나랑 테왁들이 둥지를 이루어 함께 사는 곳, 부산 영도.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영도 바다는 일조량이 많고 플랑크톤이 풍부해 다양한 어종과 해조류가 자생한다. 해녀들의 보물섬이라고 불렸지만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 오전 8시에 물질을 시작한 해녀가 오후 1시 넘어 한 망사리를 지고 중리 해녀촌으로 돌아온다. 마땅히 잡을 것이 없어 보이는 대로 다 채취했다는 해녀의 망사리 안에는 해삼 두 개, 전복 한 개와 돌멍게, 양장구(말똥성게), 보말, 소라 등 그래도 영도 바다에서 나는 모든 해산물이 다 들어 있다. 해녀 너머 수평선에 항해를 멈추고 정박한 원양어선과 화물선이 보인다.
영도에는 나잠어업인으로 신고한 해녀 57명이 있는데, 대부분 제주 출신 출향해녀이며 그중 48명이 70세 이상이다. 제주에서 어린 시절부터 물질을 배운 해녀들은 결혼 후 영도 바다에서 40년 이상 물질을 해온 베테랑이다. 사진 속에서 물질 중인 해녀는 영도 바다가 친정보다 좋은 밭이고 은행이라고 말한다. 아치섬에서 자맥질하는 해녀 뒤로 멀리 영도구 청학동과 남구 감만동을 잇는 부산항대교가 보인다.
이성은 사진가는 해녀 본연의 모습에 깊숙이 다가가 그 심연을 담으려고 노력한다. 일상의 단순한 진정성을 발견하고 꾸밈없이 진실한 모습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힘을 믿는다. 제주 우도 해녀들의 일상과 세시풍속을 담은 흑백 사진집 〈숨비소리〉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