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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부르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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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호

일조량이 풍부한 캘리포니아의 싱싱한 농산물로 만든 다채로운 요리에는 추억도 듬뿍 담겨 있다.

그리스 음식점 에비아의 활기찬 오픈 키친.

샌프란시스코의 팔로알토Palo Alto는 실리콘밸리 종사자들이 주로 사는 지역이다. 내가 그리스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에비아EVVIA를 찾았을 때는 온종일 맛있는 식당을 탐방한 후인 초저녁이었다. 이미 배부른 상태였기에 어떠한 요리에도 관심이 가지 않았는데, 레스토랑 매니저가 추천한 애피타이저를 본 순간 접시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게 되었다. 정육면체로 자른 수박 위에 페타 치즈를 올린 샐러드는 그렇게 내 인생 최고의 음식이 되었다. 이 요리는 2% 부족했던 내 몸의 수분을 채워주고 내재된 식탐을 깨웠다. 염도가 높은 페타 치즈의 짭짤한 맛이 수박의 단맛을 끌어올렸고, 우리의 수박과 다르게 단단한 과육이 주는 식감도 특별했다. 여름밤과 아주 잘 어울렸던 애피타이저로 기억된다. 이 수박 샐러드를 떠올릴 때면 열린 식당 문으로 보이던 가로수의 초록이 어둠이 내릴수록 짙어지던 모습과 사람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식기가 부딪치는 아우성이 전해주던 행복의 맛이 느껴진다.
버클리 대학 근처의 리바이벌 바 플러스 키친Revival Bar+Kitchen은 지역 농장에서 공급하는 제철 재료로 비건 또는 팔레오paleo(구석기 시대의 식사법) 메뉴를 선보인다. 특히 노란 호박꽃 안에 리코타 치즈를 넣고 토마토 페이스트와 함께 구운 음식이 인상적이었다. 리코타는 다른 치즈에 비해 지방과 염도가 낮아 토마토 페이스트와 함께 먹으니 고소한 두부 같았다. 이 요리는 참신한 맛으로 여전히 나의 미뢰를 맴돈다.
두 레스토랑 모두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세월이 흐르며 담음새 등에도 변화가 생겼지만, 좋은 제철 식재료를 사용해 훌륭한 음식을 요리하려는 노력은 여전히 변함없다. 문득 미각이란 사전적 의미를 차치하고, 기억의 맛이란 생각이 든다. 기억의 맛은 여행을 떠날 또 다른 이유가 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40km 떨어진 도시 하프문베이Half Moon Bay의 아름다운 바다.
나파밸리 와이너리의 온화한 풍경.

유운상은 상명대 문화예술대학원에서 커머셜이미징 석사학위를 받고 오랫동안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다. HOT와 리쌍 등의 음반 사진을 작업했고 캐나다와 하와이, 홍콩 등 다수의 관광청과 협업을 이어오며 인상적인 여행 사진을 남기고 있다. 대학에서 후학 양성에도 힘쓰는 중이다.

 

 

글. 유운상UN-SANG YOO
사진. 유운상UN-SANG 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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