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지상 최고의 여행지
BEST OF THE WORLD
<내셔널지오그래픽 트래블러> 전 세계 편집부가 다가오는 새해에 가볼 만한 가장 흥미로운 여행지 28곳을 선정했다. 모험, 문화와 역사, 자연, 가족, 지속가능성. 이렇게 다섯 가지 범주로 분류하여 지구의 아름다움과 다양성을 발견하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가 언제, 어디로, 어떻게 여행하는지에 변화를 불러왔지만, 여전히 짐을 싸서 길을 나설 수 있음에 설렌다. 탐험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CULTURE & HISTORY
서사적인 여정에서 창조적인 영감을 포착하다
미국 — 조지아주 애틀랜타
변화의 중심에 선 미국 남부 도시에서 영감을 받자
투표권에 대한 논쟁이 한창인 미국. 지금 애틀랜타는 지역 정치인이자 활동가 스테이시 아브람스Stacey Abrams가 설립한 유권자 단체인 뉴 조지아 프로젝트와 페어 파이트 액션을 통해서 문화적・정치적으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이 도시가 사회적 변화를 주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에요. 애틀랜타의 특별함은 세 개의 C로 설명할 수 있어요. 시민civic, 기업corporate 그리고 문화culture죠. 이곳은 시민 평등권운동의 발상지였고, 코카콜라의 고향이며, 힙합 신은 전 세계의 힙합 문화에 영향을 미쳤어요. 애틀랜타 같은 도시는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애틀랜타 토박이이자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애틀랜타 인플루언시스 에브리싱Atlanta Influences Everything의 공동설립자, 벰 조이너Bem Joiner) 조지아주에서 가장 큰 이 도시는 채식 버거 체인점 슬러티 비건Slutty Vegan이나 환경친화적인 서스테이너블 홈 굿즈 Sustainable Home Goods 같은 기업을 탄생시킨 흑인 기업가의 활약 진원지이기도 하다. 벨트라인BeltLine 구역의 동쪽 트레일을 따라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쉽게 갈 수 있는 올드포스워 드Old Fourth Ward 지역에서는 비거스태프 브루잉 컴퍼니Biggerstaff Brewing Company나 폰스시티마켓Ponce City Market처럼 나이트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곳과 마틴루터킹 국립역사공원과 지미카터대통령 도서관 및 박물관 같은 역사적인 명소를 두루 만날 수 있다.
일본 — 홋카이도
애니메이션의 나라, 일본의 다른 면을 발견하다
1800년대 말부터 소외됐던 일본 열도 북부 지방의 아이누Ainu 원주민이 2019년, 드디어 법적인 일본 국민으로 인정받게 됐다. 새로 제정된 아이누보호법은 일본 최북단 섬인 아름다운 홋카이도 지방에 거주하는 아이누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지만, 사실상 원주민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고 원주민 활동가들은 말한다. 하지만 더 많은 일본인과 해외 여행객이 2020년에 개관한 국립아이누박물관인 우포포이Upopoy에 방문해 아이누족 문화를 알아간다면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 기대한다. 우포포이는 아이누족의 문화가 사라지기 전에 이를 알리고, 되살리고, 퍼트리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특히 사라질 위기에 처한 아이누족 말은 일본어를 비롯한 어떤 언어와도 유사성이 없다는 점에 주목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상시 체험 중 하나인 아이누족 언어의 일상 대화를 듣고 발음을 익히기 위한 놀이가 그것이다. 관람객들은 자연에 대한 공경심과 감사함을 기반으로 한 정신적 믿음을 갖고 사는 아이누족의 지속가능한 생활 방식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우포포이에서 차로 30분가량 이동하면 시코쓰토야 국립공원Shikotsu-Toya National Park이 모습을 드러낸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공원 내 홋카이도 고급 온천 리조트 노보리베스온천Noboribetsu Onsen에서 여독을 풀어보는 것도 좋겠다.
노르웨이 — 오슬로
유럽의 깊이 있는 아름다움을 마주해보자
수년째 오슬로의 수변을 재정비하고 있는 피오르바이엔Fjordbyen 개발 프로젝트로 도시의 문화 유적과 100km 거리의 오슬로 피오르로 갈 수 있는 접근성이 높아졌다. 2030년 완공을 목표로 대규모 변신이 진행 중인데, 고속도로를 지하도로 옮기고 산업지구를 재개발해 도시와 피오르를 자연스럽게 잇는다. 보행자와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산책로가 항구 부근 수변을 따라 10km 이어진다. 산책로 서쪽 끝에는 아스트룹피언리 현대미술관Astrup Fearnley Museum of Art, 동쪽 끝에는 경사진 지붕 위로 올라가 물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오슬로 오페라하우스Oslo Opera House가 위치한다. 그 사이에는 갤러리, 역사 유적, 공원, 공연장, 노벨평화센터를 포함한 여러 박물관과 심지어 공중에 떠 있는 사우나도 자리한다. 오슬로 문화 현장에 가장 최근에 생긴 보물은 노르웨이에서 큰 규모를 자랑하는 두 곳이다. 2012년 10월에 개관한 뭉크미술관은 <절규>로 유명한 노르웨이 화가의 작품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2022년 6월 11일에 개관 예정인 새로운 국립박물관은 5만4600m2 규모로 북유럽에서 가장 큰 문화센터가 될 것이다. <절규> 버전 중에서 가장 유명한 1893년 완성작이 전시된다고 한다.
중국 — 윈난성 징마이산
차 한잔으로 순간 이동하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문화경관이 2022년에 새로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예정이다. 푸얼현Pu’er 징마이산Jingmai Mountain의 고대 차 재배지에는 113만여 그루의 차나무가 있고 가장 오래된 나무의 수령은 1400년이다. 중국 윈난성 남서쪽 끝에 있는 이 지방은 전설적인 차마고도가 시작된 곳이다. 여러 도로가 연결된 11세기 길의 이름에서 주목적을 알 수 있다. 중국 차를 티베트 말과 교환하기 위한 무역로였는데 당시 차 60kg을 말 한 필과 교환했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새로 지은 고속도로가 과거의 무역로를 대신하지만, 이 지역의 차 재배지와 함께 부랑족, 태족, 하니족, 와족으로 이뤄진 네 소수민족의 언어와 전통 그리고 축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외딴 곳인데다 흔치 않은 차 체험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으니 가이드와 함께 이 매혹적인 문화경관을 탐험해보길 추천한다. - 이루Zhuoqing Li, 중국판 총괄 에디터
이탈리아 — 프로치다섬
문화 수도에서 오늘날의 정서를 정의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프로치다섬Procida Island이 2022년 이탈리아 문화 수도로 선정되기 위해 내세운 테마는 ‘라 쿨투라 눈 이솔라La cultura non isola(문화는 고립시키지 않는다)’였다. 요즘 시대에 매우 적절한 문구다. 나폴리에서 고속 유람선을 타고 남서쪽으로 40분 거리에 있는 이 섬은 1년 동안 불확실한 시대 속에서 문화의 중요성을 부각할 계획이다. “‘문화는 고립시키지 않는다’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말입니다. 프로치다 사람들은 섬이 현대인을 상징한다고 생각해요.” 프로치다 2022 위원장 아고스티노 리타노Agostino Riitano가 이야기한다. “우리는 모두 섬과 같아요. 군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섬을 하나로 묶어주는 문화가 필요하죠. 팬데믹을 겪으면서 이 점을 보다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프로치다 2022는 현대미술 전시와 축제, 공연 등의 문화 프로그램을 300일에 걸쳐 개최한다. 그 중심에는 포용을 의미하는 테마에 어울리는 팔라조 다발로스Palazzo d’Avalos가 있다. 1500년 르네상스 시대에 궁으로 지어진 이곳은 1988년까지 감옥으로 사용되었다. 고립과 연관된 옛 감옥, 수감자들이 작물을 기르고 소와 돼지를 키웠던 녹지는 도심 공원으로 재탄생해 문화의 장이 될 것이다.
영국 — 런던 틴팬앨리
브리티시 펑크록의 발상지에서 요란한 음악을 만들자
펑크와 록 음악 순수주의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옛 영국 음악산업의 중심지였던 덴마크 스트리트Denmark Street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여전히 옳다. 한때 음악출판사, 녹음실, 연습실, 어두컴컴한 클럽이 즐비했던 작은 골목, 런던의 틴팬앨리Tin Pan Alley는 영국의 펑크록 운동을 주도하고 데이비드 보위, 엘튼 존, 롤링스톤스 같은 전설적인 음악가가 무대에 오른 곳이다. 지난 몇 년간, 덴마크 스트리트에 있는 기타 전문점들을 제외하고 이 골목의 음악은 사장되다시피 했다. 다행스럽게도 음악 역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이 골목 이 웨스트엔드West End에서 개발 중인 12억 달러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구역 아우터넷 런던Outernet London의 일부로 부활하고 있다. 재정비된 거리는 각자의 사연을 들려준다. 복원된 17세기 건물 외벽과 이 골목에 살았던 섹스피스톨스의 리드 싱어 조니 로튼이 그린 그래피티, 저렴한 장기 임대 덕분에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복고적인 악기 매장은 물론 음악과 하나 될 수 있는 새로운 공간 또한 공존한다. 거리 연주자들이 제2의 아델이 될 수 있도록 실력을 뽐낼 수 있는 버스킹 장소가 마련되었고(아델은 덴마크 스트리트에 있는 12 바 클럽12 Bar Club 에서 데뷔했다), 신예 음악가들이 사용하도록 전문 장비를 갖춘 녹음실이 무료로 개방되어 있다. 그리고 음악의 역사가 깃든 16개의 건물에 자리한 샤토덴마크Chateau Denmark 호텔이 새로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