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기일식을 보는 데 집착하는 사람은 아니다. 카메라나 천문학 관련 장비를 사느라 큰돈을 쓴 적도 없다. 하지만 일식은 기꺼이 보러 갈 것이다. 크루즈선을 타고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거나 해가 완전히 가려지는 고작 몇 분을 위해 전세기를 타지는 않지만….
달이 해를 완전히 가리고 낮이 밤으로 바뀌는 일식은 태곳적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별에 집착하던 아즈텍 문명은 개기일식이 세상의 종말이라는 오래된 설화를 입증하듯 결국 무너졌다.
나는 1999년에 처음으로 개기일식을 경험했다. 스마트폰이나 페이스북이나 구글이 존재하지 않던 때다. 일식을 가장 오랫동안 볼 수 있다고 하기에 런던에서 뮌헨까지 갔다. 하지만 엥글리셔 가르텐Englischer Garten의 잔디밭에서 일식을 고대하던 나와 수천 명의 인파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어두운 암회색 구름으로 뒤덮인 하늘과 온도가 10도 이상 떨어진 추운 날씨 속에서 해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