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에 밤이 찾아오면 버섯이 빛난다.
화경버섯은 2012년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된 희귀한 종이다. 주로 고지대의 서어나무 고사목이나 서어나무의 죽은 부위에서 자란다. 대한민국 전역에 분포하지만, 서식지 자체는 적은 편이라 발견이 쉽지는 않다. 버섯이 발하는 빛이 강하지 않으므로 랜턴을 사용하지 않고 등산해야 한다. 이는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처음 3년 동안 수십 차례 여러 산을 오르며 화경버섯을 찾아 나섰고, 잠시 쉬어 가기 위해 앉은 곳에서 바라본 별 사이로 희미하게 빛나는 화경버섯을 조우했다. 그 빛이 은은하고 영롱한 데다 무수한 별 사이에서 연둣빛으로 반짝이는 화경버섯은 마치 자연의 보석 같았다.
받침애주름버섯이 포자를 퍼트리고 있는 섬세한 장면을 포착했다. 이 버섯은 대가 성장하고 갓이 펴지는 종으로 2~3일간의 짧은 생명 주기를 마칠 때쯤 수십 또는 수백만 개의 포자를 퍼트린다. 바람의 작은 움직임을 따라 새로운 생명을 예고하는 자연의 순환을 표현하듯 쉴 새 없이 춤을 추었다. 자연이 그린 이 찬란한 순간은 생명의 위대함을 깨닫게 해준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고요한 숲속에서 이렇게 경이로운 찰나를 마주할 때면, 자연의 무한한 창조력과 그 안에 깃든 역동성을 느끼게 된다.
윤은준은 어둠 속에서 빛을 내는 존재에게서 ‘지속가능성’을 탐구한다. 2012년 은하수를 시작으로 반딧불이 서식지, 해안가 파도 속에서 푸르게 빛나는 발광 플랑크톤 그리고 야광 버섯을 찾아 탐험의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개인전 〈The Milkyway〉와 〈빛과 어둠, 그 사이〉를 통해 자연에 숨겨진 비밀과 그 소중함을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