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노테의 어둠 속에 광명이 비춘다.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캉쿤과 툴룸 일대에는 수중 동굴인 세노테cenote가 있다. 스페인어로 우물을 뜻하는 세노테는 언뜻 보면 커다란 연못 같은데, 수면 아래에는 지하로 연결되는 물의 동굴이 자리한다. 수중 동굴 안에는 수만 년에 걸쳐 형성된 종유석이 빚은 신비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캄캄한 동굴 속에 라이트를 비추면 오랜 시간 어둠 속에 숨어 있던 다양한 모양의 종유석이 수줍은 듯 모습을 드러낸다. 대기 중에서 태어나 오랜 시간 수중에서 보존된 종유석이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동굴 깊은 곳에서 다이버를 반긴다.
빛이 들어오는 세노테에는 연꽃이 자라기도 한다. 붉은 연잎이 자라나 수중과 수면의 공간을 나누면, 그 사이로 작은 물고기와 자라 등이 유유히 헤엄친다. 수면 위로 맑은 하늘과 하얀 구름, 그리고 녹색의 나무들도 보인다. 자연이 어우러진 이곳에서 인간은 어쩔 수 없는 이방인이다.
정상근은 디자이너이자 수중사진가이다. 수중에서 새로운 조형 요소를 찾아 끊임없이 바다를 누빈다. 바다의 푸른빛을 표현한 〈Blue〉, 바다 속의 대비되는 색을 포착한 〈Red in Blue〉, 그리고 흑백의 수중 세계를 담아낸 〈Black Pearl〉 등 다섯 차례의 개인전으로 수중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