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領積雪
굵직한 역사가 서린 팔공산의 겨울.
팔공산은 우리 민족의 성산이며 문화와 역사의 발원지이다. 빼어난 자연경관, 희귀한 생태 자원과 더불어 한민족의 첫 통일국가인 통일신라를 상징하는 산으로서 김유신 장군의 삼한일통 검을 받은 신화가 탄생한 곳이다. 삼국 통일 이후 팔공산은 국토의 영역을 상징하는 오악 가운데 가장 중심이 되는 중악(中岳) 혹은 부악(父岳)으로 불리었다.
한국 불교사의 가장 큰 봉우리를 이룬 원효대사가 이곳에서 득도했고, 그의 수행 행적이 ‘원효 구도의 길’로 팔공산의 골짜기와 암자 그리고 바위굴에 여전히 전설로 남아 있다.
고려시대에는 국난 극복을 위해 조성된 초조대장경이 팔공산 부인사에 보관되었으나 몽골군의 방화로 소실되었으며 다시 조성한 팔만대장경의 낙성회가 팔공산 은해사에서 개최되었다. 지눌스님은 정혜결사를 통해 한국 불교를 중흥시켰고, 일연선사는 〈삼국유사〉를 이곳 인각사에서 완성하였다.
임진왜란 시기에는 사명대사가 이끄는 승병 총본부가 팔공산 동화사에 있었으며, 조선 병력에 의한 국토 수복 전투의 첫 승리를 거둔 영천성 대첩도 팔공산을 거점으로 한 의병 활동의 성과였다.
그리고 한국 최초의 석굴암과 갓바위 부처 역시 명성이 자자하다.
대구에서 아름다운 설경을 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팔공산은 고산의 기상에 따른 찬 바람과 혹한의 기온이 상고대와 함께 설화를 피우며 그 아름다움을 한껏 뽐낸다. 조선시대의 시인 서거정은 ‘대구십영(十詠)’에서 팔공산 능선의 설경을 “적설은 하늘에 가득하고 눈밭에 어린 기운이 맑기도 하다”라고 노래했다. 공산준봉의 설경과 상고대 그리고 그 속에서 노니는 사람들과 함께 공령적설의 아름다움에 취해본다.
다큐멘터리 사진가 강위원은 1968년 사진에 입문한 이래 지금까지 끊임없이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월남전에 참전하여 주월청룡부대에서 사진을 담당하였고 〈못다 한 이야기들〉, 〈백두산〉, 〈두만강〉, 〈오늘의 조선족〉, 〈대구를 담다〉, 〈팔공산〉 등 18권의 저서와 사진집을 발간했으며 30여 차례의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살고 있는 지역과 민족적인 주제를 바탕으로 그 땅의 풍경과 변화 그리고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통해 시대정신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