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던 테리토리Northern Territory의 황토 지대는 욜릉구족Yolngu의 고향이다. 이곳 호주 북동부 아넘랜드Arnhem Land 전역에는 욜릉구족을 구성하는 다양한 부족이 흩어져 살고 있다. 수천 년 동안 지속되어온 신념을 지키며 이곳에 사는 욜릉구족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살아있는 문화, 그 자체이다. 그리고 그들은 약 10년 전부터 이 신성한 땅의 전통을 공유하고자 사유지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땅에 새겨진 역사
욜릉구족 사이에 통용되는 말이 있다. “땅에 도서관이 있다. 땅은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더 많은 지식으로 가득 차 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이 광대한 땅은 원주민 부족 50여 개의 근거지이다. 욜릉구족에게 이 불타는 오렌지빛의 풍광은 슈퍼마켓이자 약국이며, 대학인 동시에 그 모든 것을 의미한다. 여행 중에 바와카 홈랜드Bawaka Homeland 등에 머물면 최초의 호주인과 이러한 풍경이 서로 어떻게 얽혀 있는지 이해하게 된다. 원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리위 투어리즘Lirrwi Tourism에는 욜릉구족 가이드와 함께 여러 날에 걸쳐 아넘랜드를 돌아보는 투어가 있다. 여행 일정이나 정해진 시간은 없으며, 땅에 귀를 기울이는 문화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의 역사가 있을 뿐이다.
땅을 읽다
니니케이 홈랜드Nyinyikay Homeland는 건기로 알려진 4월에서 11월 사이에 방문하기 좋다. 부족의 리더로서 존경을 받고 있는 랜디 이바북Randy Yibarbuk이 찾아온 손님에게 계절에 순응하는 법을 보여준다. 길고 날카롭고 뾰족해 ‘바늘’로 불리는 그들의 땅을 ‘읽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꽃이 피면 창살 낚시나 상어를 사냥할 때가 되었다는 뜻. 식용·약용 식물에 대한 지식도 공유해준다. 한편, 욜릉구족 여성들은 손님을 초대해 자연적으로 물이 든 관목의 뿌리를 이용해 판다누스 잎을 염색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염색한 뒤 말린 판다누스 잎은 일종의 직물로 사용돼 다양한 제품으로 짜여진다.
음악으로 전파되는 가치
원주민의 이야기라는 기둥이 다듬어지고 채색되어 니니케이 홈랜드의 다채로운 장면들을 완성한다. 그곳의 땅을 스토리텔링하는 데 있어 미술만큼 중요한 게 음악이다. ‘이다키yidaki’로도 알려져 있는 디저리두didgeridoo는 욜릉구족 특유의 소리다. 각기 다른 음을 내는 이 뻥 뚫린 파이프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관악기로, 보통 남성이 연주한다. 솔Soul이 충만한 노래와 해석적인 춤을 통해 선조들의 지식과 가치가 젊은 세대에 전해지는 시간을 의미하는 ‘드림타임’에 사용된다. 부족법에 따라 여성이 악기를 연주하는 건 엄격히 금한다.
각자의 역할
발마 홈랜드Balma Homeland에는 30여 명의 다왁족Djarrwark이 살고 있다. 근처에 10만 년 전에 생긴 물웅덩이 쿨라통 싱크홀Koolatong Sinkhole이 자리한다. 욜릉구족 사회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동등하게 정의하며 각각은 더 대의적인 집단에 도움이 된다. 부족으로부터 사랑받는 여족장 도로시Dorothy는 같은 부족의 여성들과 함께 열매나 풀(부시 푸드)을 모으고, 난롯불이 꺼지지 않게 지키며, 바구니와 보석을 만들고, 조개껍데기에 선조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등 부족 전통인 ‘여성 사업’을 고수한다. 대형 동물을 비롯해 캥거루, 에뮤, 주머니쥐, 거북이 등을 사냥하는 건 ‘남성 사업’에 속한다. 한편, 아이들은 멀리 가서는 안 되며 연장자로부터 필요한 기술을 배운다.
삶을 잇다
4만 년 넘는 전통을 가진 욜릉구족의 그림이나 작품은 그들의 역사 속으로 안내하는 문화적 포털로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르칼라Yirrkala 지역의 벽화에는 토지권 보장을 주창했던 리라친구족Rirratjingu 활동가의 초상화가 그려져있다. 그 지역의 정당한 소유자이자 수호자로 남기 위해 욜릉구족이 투쟁해온 시간을 온전히 상기시켜준다. 욜릉구족은 오늘날 가장 온전하게 남아 있는 호주 원주민으로 알려져 있다. 여전히 땅과 풍광을 영적으로, 가족으로 대하며 그곳에서 살고, 목욕하고, 사냥하고, 춤을 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