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花舞夢
꽃잎이
나비 되어
춤을 추다.

봄이면 진달래가 만발하던 내 고향은 꽃피는 산골, 군산(임피)에 있는 시골 마을이다. 뒷동산에 올라 맘껏 뛰놀던 어린 시절의 감성은 사진 작업은 물론, 지금까지의 나를 지탱해준 원동력이었다. 지치고 힘들 때마다 불현듯 찾았던 고향은 떠나온 지 이미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내 마음의 안식처인 셈이다. 우리 전통춤을 소재로 한국인의 영혼이라 일컬어지는 한(恨)을 신명(神明)으로 풀어내는 사진 작업을 하게 된 것도 아마 시골에서 지낸 정서와 더불어 부모님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전통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은 30여 년 전부터 우리 전통춤의 아름다움을 추상적으로 표현해온 비천몽(飛天夢) 시리즈의 후속편인 화접몽(花蝶夢)이다. 내가 살아온 시대적 배경과 맥락을 같이해온 작업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가온 예술적인 치유 경험을 토대로 만물이 생동하는 봄기운에 꽃이 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 표현한 것이다.

천진난만하게 뛰놀던 동심 어린 날들이 참으로 행복했던 것 같다.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들 사이를 거닐면서 흥얼거리던 일이며, 언제나 찾아오는 봄은 늘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오곤 했다. 어느 날엔 꽃이 나비 되어 춤추는 꿈을 꾸기도 했다. 나에게 화사한 봄날에 피어나는 꽃은 산골에 대한 동경과 고향에 대한 향수이자 그리움이다. 이러한 추억으로 아름다운 우리 춤과 꽃이 나비 되어 춤추는 환상을 더한 작업을 하게 되었고 이를 화접몽이라 이름하였다.
화접몽은 우리 전통춤 고유의 한국미와 꽃이 주는 행복한 감정의 은유이다. 들숨과 날숨으로 이루어지는 우리 전통 춤사위에서 파생되는 정중동의 멋과 꽃잎 흐름의 여운이 어우러져 하나의 스토리텔링처럼 담긴다. 작품에 등장한 춤은 그 생명력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의 움직임이며, 꽃은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새롭게 피어나기를 바라는 희망의 상징이다. 이는 그리운 마음의 표상(an expression of longing)이기도 하다. 단순히 사진 작업을 넘어서 자아의 내면을 반추하며 내가 경험해온 예술적 치유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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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문은 1994년 〈풀빛여행〉을 시작으로 올해 1월 〈아리랑나르샤〉에 이르기까지 26회의 주요 개인전을 통해 우리 전통춤의 아름다움을 절대미감으로 표현해왔다. 한국미를 구현해온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과 나이로비 국립박물관, 문화유산 국민신탁, 크라운해태 ‘아트밸리’, 아원고택 미술관, 갤러리 ‘그림손’, 갤러리 ‘아트스페이스J’ 등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