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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비일상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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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4월호

오키나와 그리고 드라이브, 설레는 두 단어를 조합해 여행길에 오른다. 도착한 장소의 일상을 채우고 있는 모든 요소는 여행자에게 낯선 경험이 되어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여행의 장면들을 포착하기 충분했다.

오키나와행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본 태평양 바다.

오래전부터 오키나와 여행을 계획해 왔다. 틈틈이 오키나와 소바나 커다란 스테이크 맛집들을 찾아보는가 하면, 여행을 앞두고는 오키나와의 전통 양식으로 축조된 슈리성과 섬의 생성과 역사를 알 수 있는 박물관, 커다란 수조로 유명한 수족관 등을 여행 목록에 차곡차곡 정리해 둔다. 그러고는 타국에서의 운전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비행기를 탄다. 비행기가 구름 사이를 지나며 서서히 하강할 때, 창밖으로 보이던 태평양의 파란 바다와 그 위를 둥둥 떠다니는 뭉게구름의 모습이 그림처럼 아름다워 설렘과 긴장이 뒤섞였던 마음이 점차 차분해지고 있었다. 그러고는 어느새 걱정은 다 잊은 채, ‘일단 합격’을 외쳤다.

바람과 파도가 만들어낸 코우리섬의 지형과 투명하리만치 푸른 바다.

하늘에서 보고 감탄했던 바다를 보기 위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제일 아름다운 해변으로 가보기로 한다. 렌터카를 빌려 나하공항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코우리섬으로 향하는 길, 코우리 대교를 건널 때 양옆으로 펼쳐진 바다는 투명하고 아름다웠다. 코우리 섬을 드라이브하다가 잠시 쉬어 갈 겸 들어간 카페, 이곳은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에 위치했다. 덕분에 들어선 순간부터 탁 트인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오키나와산 돼지고기를 사용한 타코라이스와 시원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나니 비로소 여유가 생기고 주변을 둘러볼 마음이 든다.

#1 코우리섬의 북쪽에 가면 하트 모양 바위가 있다. 바닷물과 바람의 오랜 침식 작용으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기묘한 바위는 두 개 바위가 겹쳐 보이는 순간 완벽한 하트 모양이 된다. 신발을 벗고 따뜻한 바닷물에 발을 담그니 코끝에 짭조름한 바닷바람이 불어온다.

#2 오키나와 북부 비세자키 지역의 후쿠기나무(우리말로는 복나무) 길을 조용히 산책한다. 방풍림으로 심어진 후쿠기나무가 하늘을 빽빽하게 덮어 뜨거운 햇빛을 피할 수 있었다. 그늘진 길에는 시원한 바닷바람도 불어와 가볍게 걷기 좋았다. 걷다가 마주친 게스트하우스엔 서프보드 모양의 울타리에 알록달록한 히비스커스 그림이 그려져 있다.

코우리섬은 사랑의 섬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하트 바위도 그 별명에 한몫하는 듯싶다.
알록달록하게 채색된 서프보드가 휴양지의 감성을 물씬 풍긴다.

김현민은 〈내셔널지오그래픽 트래블러〉 한국판과 오랜 시간 작업을 해오며, 여행지의 모습을 작가만의 시각으로 정제해 담 아내고 있는 중이다. 최근 아산과 영월의 로드트립, 밀양의 과거와 현재를 포착한 기획 등에서 그만의 감성이 잘 드러나기도 했다. 일로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개인적인 여행을 할 때는 되도록 가벼운 카메라를 들고 떠난다. 보디에 단렌즈 하나 끼워서 무게도 줄이고 생각도 줄이고 가벼운 마음으로 툭툭 찍다 보면 오히려 더 좋은 사진을 만나기도 한다고.

 

글. 김현민HYUN-MIN KIM
사진. 김현민HYUN-MI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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