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정은 창조적으로 유희하는 삶에 관한 기록이다. 장소적 경계를 넘고 예술과 일상의 카테고리를 흩트린 채로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시간. 설치미술가 빠키는 자신이 만든 기하학 패턴을 입고, 여행지의 풍경 속으로 과감하게 몸을 숨긴다. 그 과정에서 무채색 공간을 온갖 색채로 물들이고, 컬러풀하게 채색된 공간을 터치해 새로운 변주를 이끈다.
G70 SHOOTING BRAKE를 타고 통영을 여행하는 동안, 나와 장소에 대한 모든 선입견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다운 모습과 장소가 가지는 본질에 한 걸음 다가선다.
VAKKI
빠키는 헤이그 왕립예술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미술과 디자인, 미디어아트, 설치, 음악 등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스쳐 지나가는 무수한 인간들, 그리고 사물이 정해진 궤도 안에서 움직이고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에너지에 관심을 기울인다. 존재의 순환, 생성과 소멸에 대한 질문들을 던지며 주변의 사물들을 기하학적인 요소로 해석하여 그만의 유쾌한 시각적 언어를 통해 표현해왔다.
“여행은 낯선 감각을 확장해 몰입의 순간을 경험하도록 이끌죠. 어쩌면 지금 머무르는 공간과 시간, 그리고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여행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 설치미술가 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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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의 소리와 빛의 변주
통영 미륵산 정상에 올라 한려수도의 비경을 음미해보면, 왜 그토록 많은 문인과 예술가들이 통영에 감탄하고 이곳에 머물며 창작 활동을 해왔는지 어렴풋이 이해된다. 배들이 정박한 작고 고요한 어항, 그 위에 점점이 멀어지는 수많은 섬의 전경이 오롯이 자기 침잠의 세계로 안내하니까.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경과 수평선이 아득하게 펼쳐지는 산양일주도로를 따라 섬의 모양을 아로새기며 달리다 보면 바다 인접한 언덕에 세워진 통영국제음악당에 도착한다. 마치 비상하는 갈매기의 쫙 펼친 날개를 닮은 건물의 형상은 주변 도남항과 한산도, 비진도, 그리고 바다 위를 유유히 오가는 유람선과 조화를 이룬다. 본래 존재하던 자연물인 양 깊이 뿌리내린 듯한 모습이랄까.
통영국제음악당은 이곳에서 유년기를 보내며 통영과 깊은 유대를 맺었던 작곡가 윤이상을 기리며 그의 음악과 교감하는 공간이다. 동서양 음악의 연결고리가 되었던 음악가의 공간은 지금 수많은 음악가와 청중 사이에서 플랫폼으로 역할을 한다. 이곳을 거쳐 간 예술가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대 대기실이라 칭했던 공간으로 들어서면, 통창 밖으로 펼쳐지는 남해와 다도해의 조화가 경이롭다. 이곳에선 고요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통영에 물들어가도 좋겠다.
NAVIGATOR. 통영국제음악당 경남 통영시 큰발개1길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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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동쪽에서 출발해 풍화일주로를 타고
바다를 향해 길게 뻗어있는
풍화리 마을에 다다른다.
카페배양장의 물양장에 정차를 한 뒤
한여름 어촌 마을의 고즈넉한 정취를 감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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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한 바닷속 사이클
서쪽 끝, 청량한 바다 향이 훅 끼쳐오는 이 지역에는 굴이며 멍게 양식장이 곳곳에 산재한다. 그 사이 고소한 커피 향을 발산하는 오래된 건물 하나가 눈에 띈다. 약 20년 전에는 전복을 배양하던 공간이 통영 출신 주인장에 의해 새롭게 해석되어 카페로 변모했다. 낡은 골조는 모던함의 상징처럼, 온두라스산 핸드드립 커피는 이국적인 매력으로 다가온다. 여전히 한쪽에서는 멍게배양장을 운영 중인데, 배양이 끝난 멍게를 내보내고 나면 빈 공간이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는 순환의 과정이 흥미롭다.
NAVIGATOR. 카페배양장 경남 통영시 산양읍 함박길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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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유영하라
이 장소에 서면, 통영 바다와 경계 넘어 송도, 학림도 그리고 그 너머의 연대도가 중첩되어 예상치 못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다. 누군가 바다는 우주를 닮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주선이라는 이름에는 ‘배 선(船)’ 자를 쓴다고.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는 바다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삶의 역동성’이 어디에서 왔는지 깨닫게 한다.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모습에 둘러싸인 통영수산과학관은 우주와 같은 바닷속 미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하도록 돕는다. 해양실과 수산실을 비롯해 화석 및 어패류 전시에 이르기까지, 미처 몰랐던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단초를 던져준다.
NAVIGATOR. 통영수산과학관 경남 통영시 산양읍 척포길 628-111
“흐르는 에너지에 귀를 기울이는 편이에요. 특히 자연이 발산하는 에너지를 마주하고, 수많은 색 중 하나를 택해 작품에 투과하게 되는데 대개는 단일 컬러가 아닌 배색을 통한 관계와 조합을 염두에 두죠. 그리고 통영을 여행하는 동안, 다채로운 컬러를 마주했어요.”(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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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SE
THE DYNAMIC
역동적 지형을 따라 모험이 시작된다. 세 개의 섬으로 구성된 사량도의 곡선 도로를 질주하는 사이, 창밖 풍경은 마치 흘러가는 영상처럼 시시각각 변화한다. 우연처럼 마주한 순간이 여행자로 하여금 영감을 일깨우고, 빛을 받은 G70 SHOOTING BRAKE 몸체 위로 불규칙한 패턴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마치 카와 블루*가 빚어내는 잔잔한 파도 같다.
* 2023 G70, G70 SHOOTING BRAKE 신규 외장 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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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요소들
사량도에서의 첫 목적지는 큐브 모양으로 지은 위트 넘치는 미술관이다. 예술이란 고고하고 어려운 영역이 아니라 장난감처럼 누구에게나 행복감을 전달해야 한다는 이인형 관장의 생각이 공간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곳은 우리 가족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입니다. 제가 하는 조각은 돌이라는 자연의 고정관념을 배제한 채 또 다른 차원의 자연의 아름다움과 순환을 표현하고 있죠. 제 딸아이가 선보이는 사진 전시 타이틀은 ‘오케스트라’인데, 23개 악기를 선택해 악기 고유의 파동이 가진 느낌을 렌즈에 담아 회화적으로 표현합니다.” 그의 말은 이번 로드트립의 목적을 상기시킨다. 결국 경계를 허물고 나아가려면 요소가 가진 본질을 파악하는 일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NAVIGATOR. 큐브미술관 경남 통영시 사량면 상도일주로 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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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S
수많은 여행자가 지리산 옥녀봉에 오르기 위해 섬을 찾는다. 아찔한 기암절벽을 수차례 통과한 뒤에야 해발 281m 옥녀봉에 다다르는데, 오르는 길이 제법 험난해 시간이 꽤 걸린다. 사실 사량도 지리산 숲길과 바위를 오르는 진짜 묘미는,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여행자의 시야가 점점 더 먼 곳으로 가 닿는다는 것. 돈지마을에서 사량대교로 더 멀리 한려해상국립공원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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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과 은유의 밤
여행하는 동안 마치 이 도시의 상징과도 같은 통영운하를 수차례 스쳐 간다. 본래 미륵도와 육지 사이에는 좁은 폭으로 바다가 드나들어 썰물 때가 되면 드러난 땅 위로 사람들이 걸어 다니기도 했는데, 조선시대에는 그 땅을 메워 길을 만들었다가 이후 땅을 파고 물을 채워 배가 지나다닐 수 있는 운하를 형성하게 된다. 그렇게 운하 위로 충무교와 통영대교가 이어지고, 밤이 되면 다리 위로 조명이 켜지면서 화려한 불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NAVIGATOR. 통영운하 경남 통영시 당동
FLOW
모든 물은 흘러 바다로 감을 안다. 그 물길의 입구가 되는 통영항 강구안을 보며 머릿속으로 순환과 흐름이 물의 은유처럼 떠오른다. 설치미술가 빠키가 강구안 보도교를 걷던 순간, 생동하는 밤의 에너지와 생기 넘치던 예술가의 눈빛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이유다. “우리의 삶 자체가 불완전함을 지닌다는 점에서 출발해 모든 존재가 유한하며,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거쳐 순환한다는 것으로부터 제 작업이 시작돼요”라고 말하던 그의 세계는 우연과 필연, 물질과 의식이 서로 교차하면서 형성되는 ‘영원한 소용돌이의 흐름’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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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하고 생성하는 기하학
통영의 가장 남쪽, 한산도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출발점이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왜군을 전멸시켰던 한산도대첩이 발발한 곳이다. 한산도 제승당은 그의 사령부 역할을 했던 장소로, 한산문을 통과해 제승당 진입로로 가는 동안 이어지는 해안 길이 인상적이다. 느린 속도로 고요하게 목적지로 향하며 이곳이 요새였던 시절을 떠올려본다.
마침내 덕장이자 예술가이기도 했던 이순신의 제승당 앞에 선다. 건물마다 아름다운 색감으로 채색된 단청과 수루의 기둥 너머로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 풍경을 살핀다. 빠키 작가가 완성한 그림 속 기하학 패턴은 끝과 시작을 알 수 없는 시각적 흐름을 만들어 단청 아래 ‘지금’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경험으로 이끈다.
NAVIGATOR. 제승당 경남 통영시 한산면 두억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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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산물
소설가 박경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통영에서 예술가가 많이 태어난 것은 이순신에서 출발한다.’ 한촌이었던 통영에 해군본부가 들어서면서 8도의 장인이 모여들게 된 것이라고 말이다. 세계적으로 기술과 예술을 인정받은 옻칠 예술가 김성수 관장이 세운 통영옻칠미술관으로 들어선다. 이곳에서는 나전칠기 기법을 현대 회화 영역으로 들여와 새로운 길을 걸으며 완성한 김성수 관장의 다양한 작품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옻칠과 나전의 조합이 나전칠기로 완성되고, 그것이 김성수 관장의 옻칠 회화로 거듭난 것. 전통의 본질 위에 낸 새로운 길인 셈이다. 강렬한 색과 오묘한 빛의 발현은 여행자로 하여금 영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할 터이다.
NAVIGATOR. 통영옻칠미술관 경남 통영시 용남면 용남해안로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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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 위의 건축
미륵산 아래 첫 마을 야솟골에는 통영 제철 식재료를 재해석한 음식을 선보이는 야소주반이 자리한다. 이는 시간의 흐름이 완성한 또 하나의 예술 세계. 주인장인 김은하 셰프는 밸런스를 중시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요리한다. 늦여름의 통영,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재료는 보리새우와 갯장어, 잿방어다.
생으로 요리했을 때 탱탱한 식감과 특유의 단맛이 돋보이는 보리새우는 전어 조각과 막걸리 식초를 더해 세비체로 완성했다. 직화로 살짝 구워낸 갯장어는 아보카도, 깻잎, 홍고추로 속을 채워 묵은지를 돌돌 말아 고소한 콩물 소스에 담근다. 길게 썬 잿방어 살은 소금, 후추, 생들기름으로 버무리고 자몽 과육을 곁들였다. 새카만 접시 위에 행성처럼 자리한 잿방어 주위로 메리골드 꽃잎과 산초장아찌 열매가 별처럼 흩어진다. 자연의 재료는 셰프의 상상력 안에서 접시 위에 펼쳐지고, 건축가 남편이 빚어낸 약주와 어우러져 통영의 풍미가 완성된다.
NAVIGATOR. 야소주반 경남 통영시 산양읍 금평길 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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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단순함
여정의 마지막 장소, 리드미컬한 통영의 해안가 지형을 직선으로 과감하게 구획을 나눠 완성한 숙소 미스티크에 도착한다. 짙푸른 바다와 성벽처럼 둘러싼 지형 덕분에 마치 요새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얀 벽면은 갤러리의 전시 공간처럼 완벽한 여백으로, 이곳에 들어오는 요소에 따라 자유롭게 변화한다. 빠키 작가의 설치작품인 〈VAVAVA_furniture〉가 놓인 공간은 천장 틈으로 내리쬐는 빛이 각도를 달리하는 덕분에 그림자가 마치 살아있는 듯 움직인다. 그리고 바다를 향해 자리한 단 두 개의 숙소 공간은 여행자에게 오로지 자연 속 쉼만을 허락한다.
NAVIGATOR. 미스티크 경남 통영시 산양읍 산양일주로 1215-52
“제 작품들은 공간의 흐름에 어떻게 놓여지느냐가 중요해요. 노을이 질 무렵, 미스티크 공간 사이사이로 햇살의 기울기를 발견했죠. 시간이 흐르면서 또 다른 기하학의 형태를 머금은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고, 햇빛을 받은 조형물이 새로운 면 분할을 만드는 과정을 관찰하며, 제 작업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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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저술가 스티븐 존슨은 자신의 저서 〈원더랜드〉를 통해 이렇게 서술하지 않았던가. 유희를 즐기려는 마음가짐이 되어 있을 때 인간은 비로소 마음을 열고 새로운 경이를 맞이한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사람들이 가장 신바람 나게 노는 곳에서 미래가 탄생한다고. 결국 지금 새로움을 추구하는 행위가 유희의 역사를 통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음에 동의한다. 그러니 G70 SHOOTING BRAKE를 타고, 온전한 내가 되어 예측 불가한 낯선 공간으로 과감히 들어가 무한한 즐거움을 발견하는 과정을 온전히 받아들여보기로 한다. 지금의 유희를 통해 내일의 새로운 자아를 발견할 수 있기를.
THE ROAD TO GREAT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