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장식적인 요소를 덜어내고 형태와 선, 가장 본질의 것만 남은 계절에 시작된 담양-화순으로의 여정. 전통문화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재해석해 한복과 패턴으로 소통하는 오우르 디자이너 장하은 대표가 자연 속으로 불쑥 들어가 우연적 규칙성을 발견하고 설경 위 불멸의 순간을 포착한다. 잎과 꽃이 사라진 채 형태로 존재하는 가지는 추운 겨울을 버티며 강한 생명력을 뿜어내고 푸르른 대나무 숲에 쌓인 눈은 낯선 세계로 여행자를 이끈다. 그 모든 찰나의 빛나는 순간에 감탄하며, 모든 영역을 초월해 증명하는 아름다움의 한가운데 가장 매혹적인 라인으로 재탄생한 GV80 COUPE가 공존한다.
THE NATURAL WONDERS
“오우르의 모든 디자인적 요소는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애정에서 출발합니다. 게다가 한국 전통문화에는 정말 많은 영감의 원천이 숨어 있죠. 어떤 제한을 두고 문양을 선정하지 않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소재를 탐구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편이에요. 제 디자인의 특징이 전통을 현대적이고 독특한 감성으로 재해석하는 것이다 보니, 주제를 택할 때 의미와 요소에 집중합니다. 그러한 맥락 안에서 지금을 살아가는 세대로서, 우리의 것을 우리만의 해석으로 이어가며 신선하고 새로운 ‘전통 컬처’를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 오우르 장하은 대표
유유히 부서지는 담양호를 곁에 두고 달려 도착한 명옥헌 원림에서는 한 계절 배롱나무의 붉은 꽃을 연상시키듯 한복 입은 이의 고운 자태가 새초롬하다. 연못 한가운데 둥근 섬과 길 따라 이어진 빼어난 수형의 나무를 관찰하는 여행자의 시각은 자연물을 어떻게 재해석해내고 있을지 절로 궁금해진다. 이곳에서 한복의 아름다운 곡선미에서 연상되는 한국적 전통의 본질과 선으로 이루어진 규칙적인 패턴이 면으로 디자인되어 몸의 움직임에 따라 변주하는 불규칙한 형태로 재탄생되는 순간을 마주한다.
NAVIGATOR. 명옥헌 원림 전남 담양군 후산길 103
"시간이 빚어내는 아름다움"
조선 중기 성리학자 오희도가 자연을 벗 삼아 머물던 곳의 정원인 명옥헌 원림은
매 계절 자연의 변화로운 풍경을 힘 있게 표출한다. 여름의 초입 연못에 피어나던 연꽃과
한여름 붉게 물든 배롱나무는 새하얀 눈 아래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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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 언어의 세계
대나무 숲길을 따라 느린 걸음으로 소쇄원의 중심을 향해 들어간다. 멀리 이 지역의 진산이라 할 수 있는 무등산이 보이고 장원봉 줄기가 둘러 감싼 이곳은 건축과 조경이 자연과 조화를 이뤄 완성한 원림이다. 내원의 면적은 불과 1400평가량이지만, 이를 둘러싼 자연으로 확장된 세계는 무한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 그 안에 3개의 건축물이 자리하는데 주인이 거처하는 제월당, 지인을 위한 광풍각, 냇물을 가장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는 대봉대 위의 초정이 그것이다. 이 장소들은 걸음으로 연결되고, 담장으로 재구성되며, 자연으로 인해 비로소 완성이 된다. 조선시대 최고 문장가인 김인후는 소쇄원의 사계절을 〈소쇄원 48영〉이라는 시 속에 그만의 문장으로 남겼다. 이 문장은 〈소쇄원도〉 그림으로 재탄생되기도 했다. 이는 단순히 기록이 아닌 문학적 해석을 바탕으로 시공간의 영역을 벗어난 지점으로 몰입하도록 이끈다.
NAVIGATOR. 소쇄원 전남 담양군 가사문학면 소쇄원길 17
SPIRIT OF AN ARTIST
소리 없이 함박눈이 내린 뒤
평야와 산세가 온통 뽀얀 눈으로 뒤덮인다.
그 위를 사뿐하게 오가는 이의 움직임 너머
무형의 자연이 비로소 형태를 갖춘다.
관방천에 위치한 이곳 제방엔 2km에 걸쳐 거대한 풍치림을 이루고 있다. 수령이 300~400년에 달하는 나무들이 빼곡하게 자라는데, 주요 수종은 푸조나무, 팽나무, 벚나무, 음나무, 개서어나무, 곰의말채나무, 갈참나무 등으로 420여 그루에 이른다. 모든 잎이 떨어지고 곧은 나무 기둥과 하늘로 향한 가지 끝이 이룬 형태가 경이롭다.
NAVIGATOR. 관방제림 전남 담양군 담양읍 객사7길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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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여정을 마친 뒤 장하은 대표는 죽녹원에 관해 이렇게 회상했다.
“죽녹원 입구에 쓰여 있던 대나무에 관한 글을 읽었는데, 대나무에 담긴 역사적인 의미 중 민속, 음식, 예술, 문학 등 공동체 문화의 원천이었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담양을 구성하는 다양한 영감의 소재 중에서 가장 먼저 구체화해보고 싶은 것이 대나무였죠.”
다채로운 초록
담양은 조선 중기 문학을 대표하던 송순을 비롯해 송강 정철, 석천 임억령 선생에 이르기까지 문인들이 원림을 가꾸고 터를 잡아 작품을 집필하던 장소다. 그리고 오래도록 품어온 문학적 가치는 오늘날 지역 곳곳에서 새로운 형태로 발현되어 여행자의 마음을 품는다. 성인산 일대에 대나무 숲길을 조성한 죽녹원 역시 이 같은 무형의 가치를 한데 모아 재구성한 곳. 선비의 길, 사색의 길 등 각기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8개의 길을 따라 거닐다 후문에 위치한 시가문화촌의 정자에서 옛 문인들의 정서를 환기해본다. 그리고 만성리 대숲의 문이 열렸다. 죽녹원과 불과 2km 떨어진 위치에 자리한 이 대숲은 10분이면 돌아볼 수 있는 짧은 산책로이지만, 빛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초록의 밀도를 경험할 수 있는 신비로운 장소다.
NAVIGATOR. 죽녹원 전남 담양군 담양읍 죽녹원로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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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르의 장하은 대표 디자이너
기와 건축물의 처마, 민화 속 구름무늬 하늘, 지붕 밑 단청과 연꽃 등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이고 새로운 해석을 곁들인 패턴을 그려낸다. 이 같은 한국적 패턴을 활용해 한복과 액세서리, 오브제를 만드는가 하면, 어떻게 하면 한국 전통을 삶 속에 녹일 수 있을까에 관하여 끊임없이 고민한다.
“오우르는 ‘빛, 창조하다’의 히브리어 ‘오우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오우르만의 빛으로 세상에 색을 입히고 빛을 통해 변주하는 다채로운
색의 경험으로 안내하고 싶었어요.”
맑고 아름다운 어느 날, 묵묵하게 스며들다
굴곡진 도로를 따라 호시담으로 향하는 길. 목적지가 가까워질 무렵 하루 전 내린 눈이 능선을 따라 소복하게 쌓인 무등산이 마치 한 폭의 수묵화처럼 펼쳐진다. 땅의 기운이 묵직하게 느껴짐과 동시에 호시담은 마치 담양을 축소한 건축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양의 아름다운 자연이 한데 어우러져 완성된 이곳이 지나온 원림을 떠올리게끔 했다. 여섯 채의 독립된 스테이 공간과 카페, 주인이 머무는 곳이 경사면을 따라 차분하게 배치된 모습. 여기에 마당부터 프라이빗 빌라에 이르기까지 잔잔한 식물을 심어 리듬감을 부여했고, 모든 산만한 요소들은 완벽하게 가린 채 무등산의 아름다움이 전면에 보이도록 설계되었다. ‘별처럼 빛나는 좋은 순간’이라는 의미를 담은 이름처럼, 여행의 찰나인 지금 삶과 일상의 경계에서 지난 여행을 곱씹어본다.
NAVIGATOR. 호시담 전남 담양군 용면 추령로 37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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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의 여정
선사시대로부터 출발한 고인돌의 여정은 수 세기에 걸쳐 오늘에 당도했다. 10km에 걸쳐 분포한 고인돌과 당시의 축조 기술을 유추해볼 수 있는 단서들을 따라 탐구하는 마음으로 여행을 이어간다.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원형의 무엇과 영속성이라는 단어에 집중하며, 화순고인돌유적지의 고인돌 사이를 유영한다. 돌이 가진 속성, 그만의 속도. 고인돌에 응축된 세월을 이해하는 여행자에게 이곳은 본질에 가까운 무엇을 탐닉하고, 감각하며,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여정에 관하여 생각하기에 제법 괜찮은 장소다.
NAVIGATOR. 화순고인돌유적지 전남 화순군 도곡면 효산리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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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시간을 새긴 표정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울창한 대나무 숲길을 지나 일주문을 통과해 마침내 운주사에 당도했다. 이곳은 창건 시기가 불분명한 까닭에 다양한 설이 여행자의 호기심을 자아낸다. 천불산 다탑봉 아래 완만한 골짜기를 따라 늘어선 돌부처와 석탑이 절을 감싼 모습. 절은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의 품에 오롯이 들어서 있다. 풍수지리적으로 절의 돛대 역할을 하는 운주사에서 가장 높은 석탑인 입구의 구층석탑을 지난다. 이윽고 차례대로 모습을 드러내는 경내의 석탑과 석불들. 섬세하게 돌을 깎아 만든 각기 다른 모양의 석불과 천진한 표정이 여행자의 시선을 붙든다.
NAVIGATOR. 운주사 전남 화순군 도암면 대초리 19-2
자연의 요소들을 수집하는
로드트립을 통해 장하은 대표는 삶의
환기, 시각의 재해석, 새로운 영감,
일상으로의 귀환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경험했노라 말한다.
경계 너머로의 유영
잔잔한 호수 위로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아침. 세량리 마을에 위치한 저수지인 세량지에 도착한다. 수변을 따라 밤새 눈이 쌓였고, 멀리 산의 능선이 중첩되어 특유의 깊이를 더했다. 물에 반영된 산벚꽃은 그 형태만으로도 봄을 떠올리게 한다. 일렁이는 물결에 차례대로 지난 계절이 지나가고, 바람 끝에 걸린 천의 움직임이 또 하나의 물결을 만들어낸다. 촤르르 떨어지는 원단의 표현은 옷의 도련 선이 만드는 곡선의 아름다움을 배가시킨다. 자연이 빚어낸 우연한 규칙성은 그렇게 누군가에게 다가올 계절을 상기시킨다.
NAVIGATOR. 세량지 전남 화순군 화순읍 세량리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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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것으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고유한 ‘무엇’을 만나기 위한 시간이었다.
여행자는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영원’이라는 말로 수식되는 장소들에 깊은 영감을 받았으며
전통적 문양을 새롭게 재탄생시키고, 무한한 형태로 변주하도록 이끌었다.
여정은 끝의 시작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