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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SIS ROAD TRIP @JEJU
자연의 리듬이 섬을 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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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호

"분주한 도시 생활 속에서 나만의 속도를 찾고 싶다면, 제주로 떠나자."

제주는 역시 여전히 핫하다. 도착지 제주 날씨는 바람 불고 잔뜩 흐림이다. 게다가 제주는 고사리 장마가 시작되었다. 이 섬에는 4월과 6월, 두 번의 장마가 찾아온다. 4월 말에서 5월 초까지 이어지는 장마가 지나고 나면 고사리가 쑥쑥 자라난다고들 한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다. 비라도 쏟아지면 정말 낭패인데, 걱정을 하며 제네시스 G70 차량을 픽업하러 갔다. 짙푸른 파도를 연상시키는 깊이감 있는 레피스 블루 색상의 차가 로드트립을 시작할 채비를 마쳤다. 바람의 언덕 금오름에서 출발해 송당마을로 이어지는 194.9km 여정을 시작한다.

 

STOP 1. 금악오름


차로 오름을 오를 계획이었다. 가능할까 싶었는데 다행히 제주에는 차로 오를 수 있는 오름이 두 곳 있었다. 서귀포 안덕면의 ‘군산오름’과 로드트립 첫 목적지로 결정한 한림읍 금악리의 ‘금악오름(금오름)’이다. 높이 427m, 둘레 2861m의 이 원추형 오름은, 이효리의 뮤직비디오에 배경으로 등장했다. 한라산과 368개의 오름은 이 화산섬을 이루는 근간일 테니, 자연의 리듬을 느끼기 위한 이번 여행의 첫 목적지로 충분했다. 시속 15km로 속도계를 맞추고, 흙길을 따라 정상으로 향했다. 양옆의 문이 낮은 풀숲을 쓰다듬으며 나아갔다. 드디어 분화구 정상, 탁 트인 시야에 마을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위치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산1-1

 

STOP 2. 협재화덕 도나토스


해변 근처 이탤리언 레스토랑 도나토스의 셰프는 이곳 땅에 반해 섬에 정착했다. 제주는 화산활동에 의해 형성된 화산섬이라 토양 대부분이 화산회토(火山灰土)와 현무암풍화토(玄武巖風化土)로 이루어졌다. 현무암풍화토는 입자가 무겁고, 적황색을 띤다. 그 때문에 물이 천천히 빠지지만, 땅 자체가 비옥하다. 협재의 땅이 그렇다. 여기에 온난한 기후까지 더해지니 허브를 재배하기에 적당한 환경이다.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레스토랑은 작은 텃밭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곳에서 향긋한 바질, 톡 쏘는 박하향의 오레가노, 장미꽃 향이 감도는 세이지 등을 키워낸다. 입구 오른쪽에 위치한 화덕에서는 주문받은 피자를 그때그때 구워 제주산 생꿀과 발사믹 소스 등을 곁들여 제주 돔베(도마)에 올린다. 그렇게 6년이 흘러 이탈리아의 피자 맛도, 서울 출신 셰프도 이 땅에 정착했다.
위치 제주시 한림읍 협재2길 6

 

STOP 3. 스테이1미터


여행지의 집으로 돌아갈 시간, 내비게이션에 ‘스테이1미터’ 주소를 입력했다. 판포포구에서 출발하면 6.8km 거리다. 일주서로를 타고 달리다 용수 방면으로 우회전해 마을로 들어서 900m쯤 달렸을까. 목적지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아, 저 팽나무다.’ 나무는 스테이1미터 입구를 알리는 표지와도 같다. 서쪽으로는 차귀도가, 남쪽으로는 오름 당산봉이, 동쪽으로는 멀리 한라산까지 보였다. 타원형의 양끝으로는 침실이 있고, 각 침실은 야외 덱, 야외 욕조가 이어져 있다. 집의 한가운데에는 아래로 푹 꺼진 구조의 거실이 자리한다. 집이 땅에서 1m가량 떠 있는 구조로 지어졌으니 거실은 본래의 땅 높이에 만들어진 걸까.
위치 제주시 한경면 용수1길 89-15

 

STOP 4. 본태박물관


본태박물관을 가기 위해 산록 도로를 탔다. 이 도로는 한라산과 숲이 우거진 곳에 세워졌기에 산록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대지를 둘러싼 거대한 자연에 고요하게 스며들도록 본태박물관을 건축했다. 그의 건축 특징이 제주의 자연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 반듯한 노출 콘크리트 건물, 건물 사이로 주변의 자연환경이 모습을 드러낸다. 담을 따라 물길이 흐른다. 잔잔하게 흐르는 물길 위로 파란 하늘이 고스란히 비친다. 그러고 보니 건물과 수평을 이루고 서 있는 담은 제주의 전통 담장을 닮았다. 자연과 건축, 현대와 전통, 예술과 실용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공간을 탐험하고 나오는 길, ‘본태’라는 단어에 대해 곱씹어본다. 본래의 형태, 그 본질에 대해서.
위치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762번길 69

 

STOP 5. 용머리해안


산방산에서 송악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초저녁 드라이브 코스로 추천할 만하다. 초원 한가운데 착륙한 거대한 우주선과도 같은 산방산. 산방산 앞 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내려가면 바닷가로 좁은 길이 나타난다. 이 길을 따라가면 화순해수욕장과 용머리해안을 잇는 바닷가로 갈 수 있다. 해안선 길이 60m, 높이 20m 규모의 용머리해안은 지질학적으로 흥미로운 곳. 근처 산방산과 달리 약 120만 년 전 수성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응회환의 일부로, 수평층리, 풍화혈 등이 발달해 있다. 이곳은 오랜 세월에 걸쳐 자연이 설계한 건축물인 셈이다. 이런 자연의 건축물 덕택에 제주다운 풍경이 완성되었고, 그 위에 만들어진 건축물이 힘을 갖는 것 아니겠는가.
위치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STOP 6. 송당마을


송당마을에서는 왠지 흥미로운 인생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아마도 이 마을을 구성하는 다양한 가게 덕분일 테다. 평대리에 있던 ‘풍림다방’이 이 동네로 이전하면서 시작된 들썩거림. 누군가는 금세 잦아들 거라고 했지만, 마을의 매력은 이주자와 여행자 모두를 매료했다. 온실처럼 생긴 ‘송당나무가드닝센터’도 그중 하나다. 가게 주위로 널따랗게 펼쳐진 정원에는 계절마다 새로운 꽃이 피어나고, 정성으로 가꾼 나무는 밑동을 넓혀가고 있다. 송당나무에서 1km 떨어진 곳에는 40년 된 구옥을 개조해 만든 카페 ‘술의 식물원’이 있다. 서까래와 들보가 노출된 천장을 모던한 스타일의 펜던트 조명이 장식하고, 결이 고운 나무 테이블과 벽장이 잘 가꾼 식물과 조화를 이룬다.
송당나무가드닝센터 위치 제주시 구좌읍 송당5길 68-140
술의 식물원 위치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1381-3

글. 임보연 BO-YEON LIM
사진. 안웅철 AN WOONG-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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