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로 장식된 예술지구부터 활기를 되찾은 도심 속 공원과 근사한 식사 장소까지, 역사적인 금광 너머로 요하네스버그의 보물 같은 면면이 펼쳐진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북부의 요버그는 금광 위에 세워진 도시다. 광맥을 따라 반짝거리는 황금이 묻혀 있다. 이로 인해 19세기 후반에 유럽인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기회의 땅인 요버그는 수많은 새로운 이주민을 불러들이고 있다. 도시 전역에 황금 맥이 흐르고 있지만, 요버그의 변치 않는 색깔은 초록이다. 이곳에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만한 바다와 산 그리고 웅장한 강이 없을진 몰라도 나무는 가득하다. 사실 나무가 너무 많아서 이곳 인구의 두 배가 넘을 것으로 추정될 정도. 덕분에 요버그는 세계에서 가장 수목이 우거진 도시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그 산림조차도 골드러시의 부산물이다. 금광 갱도를 만드는 데 목재가 필요했고, 향수병에 시달린 식민지 개척자들은 교외에 정원을 가꾸고 싶어 했다.
다채롭게 뒤섞인 건물들 가운데 여러 공원이 자리하며 평화로운 그늘을 선사한다. 도심의 인상적인 현대 구조물 사이로 에드워드 7세 시대(1901~1910년)와 아르데코 양식 건축물이 서 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부유한 마을이라는 샌튼Sandton의 건축물은 하늘 높이 솟아 있고, 샌드허스트Sandhurst의 호화로운 주택은 힐브로Hillbrow 같은 투박한 아파트 단지나 소웨토Soweto 같이 무질서하게 뻗어나간 타운십(과거의 흑인 거주지역)과 대조를 이룬다. 멀리서 바라보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 대통령 넬슨 만델라가 젊은 시절 살던 후자의 지역은 도심의 으리으리한 건물에 비해 성냥갑처럼 보인다.
도시를 성곽처럼 에워싼 것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 아래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금광 폐기 더미다. 금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나온 폐기물이 만든 지형이 요버그의 풍경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리적 특징이다. 힙한 나이트 라이프를 즐기기 좋은 지역 중 하나인 멜빌Melville에 거주하는 가이드 투미 목고페Tumi Mokgope는 여정 도중 나에게 이 폐기 더미가 화학물질 때문에 환히 빛난다고 알려준다. “광부들은 금을 캐기 위해 시안화물(청산가리)을 사용했어요. 지금 우리 발아래 있는 땅은 마치 스위스 치즈처럼 보이죠. 토양은 황폐해졌고 식물이 거의 자라지 않아요. 가장 강인한 종만 살아남았죠.”
이러한 회복력은 이 도시를 고향이라고 부르는 이들에게도 적용된다. 알려진 바와 같이 요지Jozi(요하네스버그의 별칭)는 식민주의와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로 얼룩진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변모하고 있다. 현지인이 주도하는 여러 프로젝트가 소외된 지역에 지속적으로 활기를 불어넣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중에도 이러한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다. 거리예술가들은 주상복합단지인 주얼시티Jewel City와 쇼핑몰인 마보넹Maboneng 그리고 대학교 캠퍼스를 중심으로 형성된 트렌디한 지역 브람폰테인Braamfontein에 벽화를 그려놓았다. 호튼Houghton 교외의 더 와일스The Wilds 공원은 야생동물 조각이 생기를 더한다. 사업가들은 빅토리아 야드Victoria Yards와 44 스탠리44 Stanley같은 번잡한 재개발 지구에 상점을 차리고 있다.
그래서 요버그 사람들은 항상 이 도시에는 산도 바다도 웅장한 강도 필요 없다고 말한다. 이곳에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그들의 진정한 보물이다.
역사의 숨결을 간직한 현장으로
아파르트헤이트 박물관Apartheid Museums을 방문하고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지하해방운동의 본거지였던 릴리스리프Liliesleaf에서 전시를 둘러보면 1948년부터 1990년대 초까지 자행된 인종차별정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소웨토에 있는 헥터피터슨 박물관Hector Pieterson Museum도 가볼 만하다. 1976년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 한 학생을 기리며 그의 이름을 붙였다. 1946년부터 1962년까지 넬슨 만델라가 살았던 집이자 현재는 박물관인 만델라 하우스가 있는 빌라카지 거리Vilakazi Street도 걸어보자. liliesleaf.co.za, mandelahouse.com
아파르트헤이트 운동가를 투옥한 감옥 부지에 세운 헌법재판소는 인도주의를 주제로 한 예술품을 소장한 변혁의 상징이다. 넓지만 좁은 1층 창문인 ‘빛의 리본ribbon of light’은 재판관이 행인들의 발을 볼 수 있도록 설계하여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민에 대한 그들의 책임감을 상기시키려는 상징적인 목적이 담겨 있다. 빛의 리본을 통해 바라본 세상을 잊지 말자. ccac.org.za
주상복합단지 주얼시티는 벽화와 매혹적으로 재건한 건물 그리고 흥미로운 역사가 뒤섞여 있다. 이곳은 또한 요버그의 크리에이티브 허브인 아츠 온 메인 옆에 자리한다. 여행사 패스트 익스피리언시스나 요버그 360의 도보 혹은 자전거 투어를 통해 주얼시티를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artsonmain.co.za, pastexperiences.co.za, joburg360.com
예술가 제임스 딜레이니James Delaney는 한때 범죄가 들끓던 호튼 지역의 더 와일즈 공원에 부엉이, 원숭이, 천산갑, 타조 등 100개의 동물 조각상을 ‘숨겨’ 두었다. 이외에 둘러볼 만한 다른 공원으로는 요하네스버그 보태니컬 가든Johannesburg Botanical Gardens과 주 레이크Zoo Lake 등이 있다.
요버그 최고의 몇몇 미술관은 키스 아트 마일을 따라 로즈뱅크Rosebank와 파크타운 노스 Parktown North에 자리한다. 이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관인 에버라드 리드Everard Read와 서카 갤러리Circa Gallery에서는 남아공의 거물급 예술품을 전시 중이다. 특히 서카 갤러리의 곡선미가 돋보이는 건축물은 포스트 모더니즘 디자인으로 주목할 만한 곳이다. 키스 아트 마일에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닿는 스티븐슨Stevenson과 갤러리 모모Gallery MOMO, 굿맨 갤러리Goodman Gallery에서도 현대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keyesartmile.co.za
이 지역 초기 정착민의 자취는3 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리틀 풋Little Foot(화석인류인 아프리카누스 원인Australopithecus africanus의 골격 화석)’을 포함한 고대 인류의 흔적이 스테르크폰테인 동굴Sterkfontein Caves에서 발굴되었기 때문. 요하네스버그에서 북서쪽으로 약 40km 떨어진 인류의 요람Cradle Of Humankind은 풍부한 화석 지대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고고학 유적지이며 박물관도 자리한다. maropeng.co.za
오펜하이머 탑Oppenheimer Tower의 49개 계단(소웨토의 각 타운십이 하나의 계단을 의미한다)을 오르면 타운십과 금광 폐기 더미의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 가슴 아프게도 이 탑의 벽돌은 1950년대에 철거된 타운십인 소피아타운Sophiatown의 잔해라고. 그 자리에는 백인 전용 거주지인 트리옴프Triomf가 들어섰다.
먹고 쇼핑하고 잠들어라
트로예빌 호텔은 모잠비크 음식으로 상도 받았다. 모잠비크 사람들이 부드럽지 않은 포르투갈 와인을 견디기 위해 콜라를 섞었다는 풍문의 칵테일 카템브catembe에 곁들여 먹기 좋은 요리가 다양하다. 고기와 콩을 함께 끓인 페이조아다feijoada, 곱창 등을 푹 삶은 도브라다dobrada, 고추의 일종인 피리피리로 양념한 치킨peri-peri chicken 같은 별미를 맛보자. troyevillehotel.co.za
요빌 디너 클럽의 셰프 산자 샌딜 Sanza Sandile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록다운 기간 동안 자신의 요리법을 완벽하게 연마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제 그는 아프리카음 식으로 최초의 미쉐린 스타를 차지하겠다는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확고하다고 말한다. 그는 요빌의 시장에서 조달한 재료에 관심이 많은데, 이에 못지않게 자신의 요리를 먹는 사람들에게도 애정이 깊다. 식사 때마다 활발하게 흥미진진한 대화를 나누며, 심지어 손님의 귀가 교통편까지 주선해준다. 호박을 남김없이 통째로 넣어 만든 나이지리아의 에구시 수프egusi soup 등 맛있는 비건 요리를 기대해도 좋다. 예약 필수. @yeovilledinnerclub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람들은 브라이braai(바비큐)를 굉장히 좋아해서 국경일인 헤리티지 데이Heritage Day를 브라이데이Braai Da라고도 부른다. 브라이에 진심이라면 숯불이나 가스불로는 성에 차지 않을 테니 반드시 장작불에 구울 것.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레스토랑 마블에서 완벽한 스테이크와 부르보스boerewors(소시지) 그리고 훈연 향미의 페스토를 놓치지 말자. marble.restaurant
용도 변경한 창고에 들어선 시내 쇼핑 지구인44 스탠리. 그늘진 안뜰과 스튜디오에서 남아공 최고의 창작자를 만나고 오트쿠튀르, 바이닐, 내추럴 와인, 초콜릿, 빵과 커피 등을 구매해보자. 44stanley.co.za
빅토리아 야드에서 디자이너, 보석상, 제빵사, 맥주 양조업자 등의 제품을 둘러보는 동시에 도시 농장에서 자신이 먹을 양상추를 직접 수확해보는 경험은 구미가 당기는 일이다. 육스케이강Jukskei River 정화뿐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와 음식 등을 제공하기 위해 고안한 이곳은 성숙한 사회의식이 반영된 아름다운 쇼핑단지다. victoriayards.co.za
지역 예술가를 심도 있게 다룬 <택시 아트 북스Taxi Art Books> 시리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예술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경험하기 제격이다. 데이비드 크루트 서점David Krut Bookstore에서 이 책을 비롯해 여타 훌륭한 서적을 찾아보자. 또는 인접한 데이비드 크루트 프로젝트 갤러리에서 예술 작품을 감상해도 좋다. 모두 예술 중심지인 아츠 온 메인에 위치한다. davidkrutbookstores.com
화려한 교외 지역인 샌튼Sandton은 명품 쇼핑으로 유명하다. 코부스 하팅Kobus Hattingh과 제이콥 마포냐네Jacob Maponyane가 만든 6m 높이의 전 대통령 동상이 있는, 광대한 쇼핑몰 넬슨 만델라 스퀘어Nelson Mandela Square에서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
레보스 소웨토 백패커스는 실외에 불을 피워 세 발 무쇠솥에 끓이는 스튜 포이키코스potjiekos 요리하기, 수수로 만든 맥주 마시기(일부 사람들의 입맛에는 고역일 수 있다) 등 아프리카 음식 체험으로 유명하다. 거대한 채소밭과 자전거 투어 프로그램 그리고 책임감 있는 공동체 정신을 지닌 이곳에 머물며 배낭여행자는 소웨토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1인용 및 2인용 객실과 도미토리, 캠핑장을 비롯해 그늘을 드리운 안뜰, 공용 공간을 갖추고 있다. sowetobackpackers.com
멜빌의 가장 높은 언덕에 자리한 게스트하우스 파블로하우스는 크고 현대적인 객실과 수영장을 갖추고 있으며 음식도 훌륭하다. 요버그에는 금광 채굴로 훼손되지 않은 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산등성이가 몇 안 되는데, 그중 하나를 이곳의 널찍한 테라스나 라운지에서 조망할 수 있다. pablohouse.co.za
세련된 멜로즈Melrose 지역의 중심부에 위치한 피치 호텔을 둘러싼 나무와 관목 숲에서 밤이면 귀뚜라미가 귀뚤귀뚤, 아침이면 새가 노래하듯 인사를 전한다. 전용 파티오와 발코니, 두 개의 수영장은 여름날 더위를 식혀주며 레스토랑은 그 자체로 사람들이 즐겨 찾는 식사 장소다. 길 건너편은 훨씬 더 푸르른데, 제임스 앤 에텔 그레이 파크James and Ethel Gray Park에 무성한 녹지가 펼쳐져 있다. thepeech.co.za
현지인처럼 슬기로운 문화생활
요버그 내 지역 다수는 동네 마을 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바와 음악 공연장 그리고 레스토랑이 즐비한 중심가는 모두 고유한 지역적 정체성을 드러낸다. 힙한 멜빌 지역은 다정하면서도 다채로운 분위기가 가득하며, 그중 7번가7DE LAAN는 심야 파티를 하기 좋은 장소다. 랜드 클럽은 이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회원제 클럽으로 1887년에 설립되었다. 문을 연 이래 매우 배타적으로 운영되었으나 지금은 모든 사람을 환영한다. 이 호화로운건 물에는 약 30m 길이의 아프리카에서 가장 긴 바가 있으며, 다양한 종류의 훌륭한 남아공 와인을 제공한다. 또한 좀 더 차분한 분위기에서 격식 갖춘 파티를 열기 좋은 멋진 도서관도 있다. randclub.co.za
과거 은행의 지하 금고가 있던 깊은 공간에서 요버그의 이주민 문화와 미식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은 이 도시를 받아 들이는 호사스러운 방법이다. 놀라울 정도로 새롭게 단장한 선더 워커Thunder Walker에서 열리는 스토리텔링과 심야 재즈 공연은 미리 예약해야 한다. joburgplaces.com더 바이오스코프는 창고형 복합단지인 44스탠리 근처에 자리한다. 독립영화(대부분 아프리카 영화)를 상영할 뿐 아니라 영화제와 스탠드업 코미디 쇼를 주최한다. thebioscope.co.za
셰프 닉 스콧Nick Scott의 팝업 레스토랑 글로리는 록다운 기간 동안 대성공을 거두었다. 농장에서 재배한 잉여 식자재를 주로 사용하며, 그와 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캐롤라인 올라바리에타 Caroline Olavarrieta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들의 최신 요리를 공유하고 홍보한다. @gloryjoburg
화창한 날 저녁이면 현지인들은 담요와 도시락을 준비해 노스클리프Northcliff 북부 교외에 있는 아아스보엘코프Aasvoëlkop(독수리 능선)로 모여들어 도시 위로 해가 지고 달이 뜨는 광경을 지켜본다. 남아공 출신 예술가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는 예술가들이 실험을 통해 실패라는 개념을 다룰 수 있도록 문화 공간 ‘덜 좋은 아이디어를 위한 센터The Centre For The Less Good Idea’를 열었다. 정기 공연과 예술 행사 일정을 확인해보자. 근사할 정도로 장엄한 무언가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lessgoodid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