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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VING A WILD WONDER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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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3월호

한겨울, 설국의 세계를 맞이한 백두대간 자락. 강한 추위에 맞서 빙벽을 오르며 포기를 잊은 아이스클라이머에게 불가능한 도전이란 없다. 눈 덮인 백두대간으로 더 높이, 더 깊이, 더 멀리 나아간다. 여행자는 제네시스 GV60와 함께, 거칠고 험한 백두대간 설원 속에서 우아함을 잃지 않은 채 역동적이며 서정적인 여정을 이어간다. 

 

UNLIMITED 

“설악산 권금성에서 저 멀리 얼어붙은 토왕성폭포가 보이네요. 이전에는 이곳에서 대회가 열렸어요. 폭포까지 가는 데에도 3시간 넘게 걸리다 보니 새벽 3시에 헤드랜턴을 착용하고 어둠 속에서 산을 오르기 시작했죠. 해가 뜰 무렵 도착해 장비를 착용하고 경기에 임했습니다. 인공이 아닌 자연 빙장에서의 경기는 처음이었어요. 3단을 이루는 폭포의 빙벽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혹독했죠. 자연의 진면목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었고 제 자신도 더욱더 단단해졌습니다.” – 송한나래 선수 

 

눈 내리는 숲에 멈춰 서서 밀브릿지


영동고속도로에서 밀브릿지로 향하는 두 갈래의 도로를 두고 선택의 기로에 선다. 진부IC 방면에 비해 속사IC 방면은 겨울철 눈길이 험하지만, GV60는 부드럽게 오대산 자락으로 들어간다. 이곳은 방아다리약수터 일대에 조성한 산림체험학습장이다. 마치 원시림 같은 울창한 전나무 숲에 눈이 소복이 내려앉았다. 숲 사이 산책로를 걷다 보면 겨우내 움틀 준비를 하고 있는 야생화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푯말이 여럿 보인다. 그리고 프로스트의 시 <눈 내리는 밤 숲에 멈춰서서>가 적힌 작은 표지판도 발견한다. 정취와 잘 어울리는 한 편의 시를 마음속으로 읊조린다. 눈이 내린다면 그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고요한 풍경 속에서 잠시 관조하기도, 사색에 잠겨보기도 한다. 승효상 건축가는 지형이 곧 건축이 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이곳 산지의 경사면을 따라 건축물을 짓고 배치해 자연과 하나 되는 풍경을 이루었다. 미리 예약하면 건축물의 일부인 생활관에 머물 수 있는데, 자연과 건축 그리고 사람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경험을 선사한다. 산책로에서 읽은 프로스트의 마지막 시구는 “나는 잠들기 전에 가야할 길이 남아 있다”. 자연 속 쉼을 통해 재충전을 마친 뒤 다시 차에 오른다. 더 깊은 자연 속으로 들어갈 채비는 끝났으니까.

NAVIGATOR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방아다리로 1011-26

 

클라이머 송한나래

스포츠클라이밍을 하며 도전을 이어온 송한나래 선수는 슬럼프에 빠졌던 절박한 순간에 아이스클라이밍을 만났다. 그렇게 자신의 한계를 거듭 극복하며 세계 정상에 올랐다. 2017 국제산악연맹(UIAA)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여자부 종합 우승을 차지해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아이스클라이밍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것. 그리고 18년 차 클라이머로서 여전히 모험적 순간에 몰입하고 있다. 

 

 


TRACE BACK TO 
ORIGIN 

고유한 땅의 흐름, 백두대간 

백두산에서 시작해 동해를 따라 남쪽으로 쭉 뻗어 내려가다 태백산 부근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내륙의 지리산에 이르는 한반도의 가장 거대하고 긴 산줄기. 그 능선에는 금강산과 설악산, 오대산 그리고 태백산과 소백산 등 수많은 산이 자리한다. 또한 무수한 강의 유역도 경계 짓는다. 산과 물이 하나의 자연을 이루고 땅의 지세와 지리를 밝히는 데 있어 근간을 이루는 곳. 그 지형적 연결성 때문에 생태의 순환 통로가 되어준다. 

 

초원과 하늘의 경계에서 삼양목장 


목장이 자리한 대관령은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으로 1년 중 5개월이 겨울이다. 하늘과 맞닿은 600만 평의 초지가 눈으로 덮인 장관을 목격한다. 화이트 시즌(11~4월)에는 타고 온 차량으로 목장을 일주할 수 있다. GV60와 함께 목장 초입부터 정상 부근인 동해전망대까지 고원지대를 가볍게 오른다. 도중에 해발 1100m 중동에 멈추어 선다. 잠시 차를 세워두고 중동 한복판에 서서 목장의 풍경을 한눈에 담는다. 이곳은 겨울철에 사용할 목초를 재배하는 구역이다. 눈밭 아래로는 생명이 움틀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다시 차에 올라 정상인 해발 1140m에 이르면 오대산국립공원에 속한 백두대간의 능선이 펼쳐진다. 맑은 날에는 설악산 대청봉까지 보인다. 언덕에 늘어서 있는 53기의 풍력발전기는 거센 바람을 타고 돌면서 강릉 인구의 60%에 전기를 공급한다. 바람을 따라 동해전망대로 향해 저 멀리 망망대해를 바라본다. 내려오는 길에 온실 카페 순설을 마주한다. 목장은 유기 초지를 재배하고 그 풀을 먹고 자란 소를 기르며 유기농 우유를 생산한다. 그 우유로 만든 이곳의 아이스크림은 눈 쌓인 산을 닮았다. 온실 주변에 목장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수령 30년 이상 분비나무로 지은 통나무 오두막이 자리한다. 안에 들어서면 나무 향기가 그윽하고 장작 난로의 온기가 포근하다. 겨울의 자연은 고요하게 순환을 지속하고 있다. 

NAVIGATOR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꽃밭양지길 708-9 

 


SUSTAINABLE 
JOURNEYS 

작은 생명과의 교감 

대관령양떼목장은 부드러운 능선과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야생 습지대가 공존한다. 목장 둘레를 따라 만든 목책로를 걷다 보면 영화 촬영을 위해 지은 고즈넉한 움막이 나타난다. 겨울에는 방목한 양을 만날 순 없지만, 동물체험장에서 양에게 먹이 주는 건 가능하다. 매년 시기가 조금씩 다르나 보통 양은 겨울철에 출산하므로 1~2월경에는 새로이 탄생한 생명을 마주할 수 있다. 아기양의 순수한 눈망울을 바라보며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경험은 경이롭다. 

NAVIGATOR 대관령양떼목장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대관령마루길 483-32 

 

PURE ADRENALINE 

“2017년 스위스 사스페Saas Fee에서 열린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의 극적인 난관이 떠올라요. 10층 높이의 원형 주차타워를 개조한 경기장이었는데, 아치형 벽에 달려 있는 거대한 아이스캔디(얼음 구조물)에서 퀵드로(로프를 통과시키는 연결고리)를 걸어야 했죠. 그런데 영하 15도에 거꾸로 매달린 극한의 상황 속에서 힘이 빠지며 손이 자꾸 풀리는 거예요. 아이스캔디가 빙글빙글 돌아가며 움직이기까지 하니 난생처음으로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겨우 버티다가 제 자신을 밀어붙여 퀵드로를 걸고 다음 홀드에 손을 뻗었죠. 제가 포기하고 싶었던 그 지점에서 다른 선수들은 모두 포기를 했어요. 결국 저는 우승을 했고요.” – 송한나래 선수

 

거침없이 날렵하게 매바위 


미시령과 진부령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매바위가 자리한다. 절벽의 형상이 정말 매를 닮았다. 매바위 아래로 흐르는 북천의 물을 절벽 정상부까지 끌어올려 만든 인공폭포는 겨울이면 거대한 위용을 드러내는 빙벽으로 변신한다. 약 90m 높이의 매바위는 폭포의 흐름대로 얼어붙었다. 바닥부터 시작되는 까닭에 마치 거대한 얼음 기둥이 치솟은 것처럼 압도적이다. 송한나래 선수는 허리에 안전벨트를 차고 빙벽화를 신은 다음 클램폰을 부착한다. 등반 루트를 살피고 필요한 여러 도구를 챙겨 안전벨트에 매단다. 그러고 나서 손에 바일까지 챙긴 다음 빙벽을 향해 간다. 빙벽 상부에 고정한 로프를 늘어뜨리고 이에 의지해 올라가는 톱로핑 방식과 아래서부터 스크루를 박아 로프를 연결해 올라가는 리딩 방식이 있는데, 송한나래 선수는 좀 더 스릴 있는 리딩에 나선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등반한 아버지가 빌레이(동행자의 안전을 위해 로프를 조작하는 기술)를 본다. 바람돌이라고도 불리는 매바위는 아주 매섭고 혹독한 바람이 몰아치지만 그녀의 움직임엔 거침이 없다. “빙벽에 바일을 두 번 타격해야 꽂힐 정도로 강빙이었어요. 바일이 떨면서 얼음에 박히는 진동이 잘 느껴졌죠. 안정감이 들어서 수월하게 올라갈 수 있었어요.” 등반을 마친 송한나래 선수는 다음 목적지로 가기 위해 차에 오른다. 자동차와 운전자가 교감하며 서로를 투영하듯, 험로에서도 안온하고 정제된 GV60와 빙벽을 오르던 송한나래 선수의 모습이 묘하게 겹쳐진다. 

NAVIGATOR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 매바위 인공폭포 

 


EXCITING CHALLENGES 

역동 속의 평온 

“자연 속에서 암벽이나 빙벽을 타는 모습이 매우 역동적으로 보이는데, 정작 제 자신은 평온해요. 마치 명상하듯 내면에 집중하게 되거든요.” (송한나래 선수) 그녀는 빙벽 등반 시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최소 2인 1조로 호흡을 맞추고 서로를 로프로 연결해야 한다. 빌레이는 믿을 수 있는 이에게 맡기게 되고, 동시에 서로 의 안전을 책임지면서 더욱더 깊은 신뢰로 다져진 사이로 거듭날 수밖에 없다. 

 

변치 않는 단단한 세계 몰운대


소금강을 따라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는 도로를 굽이굽이 내달린다. 보통 암석은 오랜 세월 화학적 풍화를 겪으면 토양으로 바뀌지만, 소금강 일대는 주로 하부 고생대의 사암이 분포해 흙으로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수많은 절벽이 꼿꼿한 기상을 간직한 채 우뚝 솟아 있다. 그중 몰운대는 수백 개의 암석이 층층이 쌓인 듯한 절벽 위에 100여 명이 설 수 있을 만큼 커다란 반석이 펼쳐진 곳. 그 위 가장자리에 서면 발아래 세상이 아득하다. 한 발 더 내디디면 바로 낭떠러지이기 때문. 아래로는 얼어붙은 계곡 사이로 맑은 물길이 흐르고 건너편에는 깎아지른 듯한 붉은 절벽이 보인다. “몰운대에 올랐을 때 암벽이나 빙벽을 등반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어디든 오르는 과정에서 자신을 다독이며 단단해지거든요. 높은 곳에 올라 대자연에 둘러싸여 있다 보면 경외감이 들어요. 압도되지만 한편으로는 편안하다고 느끼죠.”(송한나래 선수) 구름도 쉬었다 간다는 몰운대의 이름이 그 진가를 발휘한다. 

NAVIGATOR 강원도 정선군 화암면 몰운리 산43-2 

 

극한 속 극적 만항재 


켜켜이 포개진 순백의 백두대간 능선이 장대하게 펼쳐진다.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지그재그 코스가 이어지고 다이내믹한 핸들링을 거듭한다. 급격한 선회로 인한 로드 노이즈는 들리지 않는다. 가상의 소리를 출력해주는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 메뉴에서 G-엔진 사운드를 선택하자 내연기관처럼 엔진음이 들린다. 상세 설정에서 페달의 반응도를 조절해 자신만의 감성을 완성해나가며 극한 속 극적 주행에 몰입한다. 그렇게 영월과 정선 그리고 태백이 만나는 백두대간의 험준한 고개를 넘자 설국이다. 밑바닥이 하얘졌다. 방금 도착한 함백산 자락 해발 1330m의 만항재는 우리나라에서 도로를 따라 차량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다채로운 야생화가 피어나 산상의 화원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에 한겨울 눈꽃이 만개한다. GV60와 함께하며 솟구친 아드레날린은 또 다른 탐험으로 이어진다. 이곳에서 왕복 3시간 정도 소요되는 함백산 정상까지의 하이킹. 날것 그대로 민낯을 드러낸 겨울을 마주한다. 

NAVIGATOR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 산216-34 

 

촘촘히 쌓은 서사 원대리 자작나무숲 


차가 멈춘 곳, 차창 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인제의 원대봉 자락이다. 얼마 전 내린 폭설로 땅은 온통 눈으로 뒤덮였고, 걸음을 딛기 쉽지 않은 상황. 아이젠을 착용하고 안내소에서 약 3.2km의 임도를 따라 1시간 이상 걸어 도착한 곳은 해발 884m에 자리한 속삭이는자작나무숲이다. 총 7개의 탐방로 중 900m 길이의 1코스를 돌아본다. 여긴 온통 자작나무다. 촘촘하게 늘어선 자작나무 숲에 눈이 내려앉았다. 사시사철 새하얀 수피 덕분에 순백의 자태를 드러내는 자작나무 숲은 여행자가 자신만의 서사를 써내려 가기에 더없이 아름다운 곳이다. 경쾌한 새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곧게 뻗은 자작나무 줄기가 파란 천공을 채우고 있다. 조심스럽게 수피도 쓸어본다. 아쉽게도 겨울에는 적설과 결빙으로 인해 나머지 구간을 통제하므로 2코스까지만 둘러볼 수 있다. 그러나 싱그러운 초록 이파리가 그리는 녹음의 계절에도, 노란 단풍이 곱게 물드는 계절에도, 시리도록 아름다운 설백의 계절에도, 이곳은 자작나무의 꽃말처럼 누군가를 기다린다. 

NAVIGATOR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자작나무숲길 760

 


COZY CAMPING 

자연의 시간 

해가 지고 날이 저물어간다. 전동 트렁크의 문을 열고 뒷좌석을 평평하게 한 다음 차박 캠핑을 즐긴다.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공간 속에서 저녁은 아늑하고 여유롭다. 시동을 끄면 구 형상의 전자변속기인 크리스털 스피어가 무드등이 되어주어 감각적인 오브제로서 감성적인 분위기가 배가된다. 밤이 짙어지면 장작을 자작자작 태우며 하루가 무르익는다.

NAVIGATOR 북천 
강원도 인제군 북면 원통리 900 

 

“자연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습니다. 자연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어떤 감각을 갈망했다고 할까요. 이번 로드트립을 통해 GV60와 교감하며 자연 속 깊숙이 들어가고, 더 높이 오르고, 머나먼 길을 달렸습니다. 빙벽 등반을 할 때처럼 극적이지만 평온한 느낌이었어요. 백두대간의 생명력이 주는 위안, 그것은 또 다른 도전을 향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 송한나래 선수 

 

 

글. 김민주MIN-JOO KIM
사진. 김현민HYUN-MI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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