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문장에는 계절과 한 시절의 시공이 농축되어 있다. 수많은 경험과 만남의 시간이 교차해 창조적 순간을 맞이하는 셈이다. 새로운 계절이 다시 시작되었고, 찬란한 변화의 순간과 마주하고자 남쪽으로 남쪽으로 향했다. 제네시스 GV70에 몸을 싣고 소설가 정영수가 도착한 곳은 지리산 자락. 고요한 땅 아래 역동적인 에너지를 느끼며 과감히 창조적 자연 속으로 발걸음을 내디뎌본다.
야생 차밭의 기묘한 각도
정금마을 차밭
산비탈은 이미 초록으로 뒤덮였다. 천년의 시간 동안 자연의 순리에 따라 나고 자란 차나무를 재배하던 쌍계사 차 시배지를 막 지나는 참이었다. 여기서부터 2.7km, 구불거리는 산길을 따라 조금만 오르면 목적지인 정금차밭에 도착한다. 경사면을 종으로 횡으로 사선으로 분할해 만든 차밭과 고랑을 따라 동그랗게 자리 잡은 차나무는 이국의 여행 풍경을 떠올리게 했다. 아이슬란드의 이끼 언덕이었던가 혹은 몽골의 어느 낯선 지층이었던가.
멀리서 보았을 땐 평범한 풀숲 같아 보였는데 가까이서 살피니 차나무에 매달린 잎의 질감이 새삼 아름답다. 가지 끝으로 올라온 연둣빛 새순은 보드랍지만 힘 있고 손끝에 닿는 감촉이 향기롭다. 곡우를 열흘 정도 앞두었으니 이 새순은 곧 첫 차를 위해 수확이 될 테고 ‘우전차’라는 이름을 갖게 될 것이다. 섬진강과 지리산 사이에 위치한 이곳 하동은 물이 잘 빠지는 거친 토양에 큰 일교차와 안개가 더해져 차나무를 재배하는 데 좋은 환경을 갖췄다. 덕분에 여기서 나고 나란 찻잎에는 달달한 맛이 더해졌다고들 한다. 야생이 길러낸 찻잎은 비탈에 버티고 서서 일일이 손으로 따내야 하는 고된 작업 이후에도 고온의 가마솥에서 덖는 과정과 손으로 비벼 식히는 유념의 시간, 그리고 잘 펴서 말리는 일을 거듭 반복하며 우러날 채비를 마친다. 지금은 찻잎을 따야 할 때이다. 자연이 정해준 시간이 그렇다고 차밭에 선 여행자에게 말한다.
NAVIGATOR 경남 하동군 화개면 정금대비길 11
심연을 향해 곧게 뻗어나가는 유쾌함
스타웨이 하동
섬진강대로는 타인과의 거리를 유지하듯 아주 세련된 태도로 강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스타웨이 하동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풍경을 감상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을 적당한 주행 속도를 찾는 중이다. 여행자의 눈에 비친 강의 오후는 평화롭게 반짝였다.
삼각형의 기하학적 형태에서 출발해 꼭지점마다 다른 풍경을 펼쳐 보이도록 설계한 스타웨이 하동은 산세에 역행하며 건축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주변 풍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건물 주위를 크게 감싸는 계단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건물은 각기 다른 역할의 공간을 하나씩 소개해준다. 별을 모티브로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150m 상공에 지은 스타웨이 하동 스카이워크로 성큼성큼 걸어가보기로 했다. 동쪽으로 펼쳐진 평사리 들판과 남서쪽 소백산맥의 고봉으로 꼽히는 백운산부터 지리산 산맥이 중첩된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마치 대자연의 중심부로 곧게 나아가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고 할까.
NAVIGATOR 경남 하동군 악양면 섬진강대로 3358-110 / www.starwayhadong.com
‘요즘은 우주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는 것 같다. 수천억 개의 별로 이루어진 수천억 개의 은하와 또 그 사이에 놓인 수천억 개의 까마득한 간격들··· 가만히 누워서 마음속으로 그 공간의 크기를 가늠하다 보면 내가 사라지기 직전까지 작아지는 듯한 기분이 된다.
━ 소설가 정영수의 두 번째 소설집 <내일의 연인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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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A DRIVE
TUNNEL OF TREES
화려하게 만개했던 벚꽃이 진 자리를 연둣빛 잎이 촘촘하게 채우기 시작했다. 화개장터부터 쌍계사까지, 화개천을 따라 십 리(4km)가량 이어진 하동 십리벚꽃길. 이곳 벚나무들은 수령이 족히 50년은 되었는데, 길게 뻗은 가지가 맞은편 나무와 맞닿아 터널을 이룬다. 길을 통과하는 사이 바닥에 떨어졌던 벚꽃이 흩날
리며 GV70 차창 밖으로 비현실적인 핑크빛 세상을 펼쳐 보인다. 차량을 상징하는 날개 형상 엠블럼과 유선형 라인의 조화가 역동적인 무드를 완성한다.
NAVIGATOR 하동 십리벚꽃길: 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개로 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