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는 화려한 5성급부터 미래 지향적인 캡슐형까지 세상의 모든 호텔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도시 곳곳이 환경을 의식한 디자인으로 가득하다.”
부드러운 스칸디나비아 빛에 현혹되었을 수도 있지만 코펜하겐의 준수한 외형은 축복처럼 느껴진다. 시간을 거스른 듯 티 하나 없이 깔끔한 왕궁과 과감한 터치의 현대적 건축물은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숙박시설도 예외는 아니다. 코펜하겐 최고의 호텔은 단순히 잠자는 곳이라는 기능적인 측면을 넘어섰다. 칼스버스 맥주 양조장과 100년 된 우체국을 개조해 최근에 문을 연 각 호텔이 과거를 현재로 되살리고 있다. 게다가 새로 지은 호텔은 합리적인 가격으로도 주목받는다. 물가가 높다고 알려진 코펜하겐의 기존 명성과는 달리, 상자를 쌓아 올린 객실부터 실내 텐트까지 최근 몇 년 사이에 혜성처럼 나타난 기발하고 합리적인 호텔이 트렌드를 이룬다. 지속 가능한 스테이로 전환하기 위해 효율적인 절수형 샤워 시스템, 비건 메뉴, 친환경 자재 등을 도입하고 있으며 이는 2025년까지 탄소중립 도시가 되기 위한 코펜하겐의 동력으로 볼 수 있다. 숙박비는 스탠더드 더블룸 기준. 예외 사항은 별도 표기.
향수에 젖다
님브
NIMB
밝고 대담하며 단연 코펜하겐을 상징하는 건물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님브는 한 세기 넘게 여행자의 마음을 빼앗고 있다. 무어 양식으로 지어진 궁전이었던 님브는 수천 개의 전구가 불을 밝히고 있어 인근의 환상적인 티볼리 공원Tivoli Gardens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1909년에 레스토랑으로 문을 연 이래 줄곧 가족이 운영하고 있으며 여전히 훌륭한 요리를 선보이는 데 집중한다. 38개의 스위트룸이 원래 건물과 현대적인 건물에 나뉘어 있다. 오래된 객실에는 벽난로와 욕조, 독특한 공예품이 있고 나중에 새로 추가된 객실에는 넓은 테라스가 자리한다. 반짝이는 샹들리에 아래에서 애프터눈 티를 마시거나 파도 시뮬레이터가 있는 수영장과 크로스핏 훈련을 위한 저산소실을 갖춘 첨단 건강센터에서 몇십 년 후의 미래를 체험해본다. 2902크로네(약 55만원). nimb.dk
멋을 추구하다
호텔 샌더스
HOTEL SANDERS
덴마크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휘게’를 느낄 수 있는 부티크 호텔. 벽난로에선 불꽃이 타오르고 선반에는 좋은 책이 가득 꽂혀 있다. 전직 발레 댄서가 운영하고 있는 이 공간에는 현지의 창의적인 인사들이 모여 어두운 바에서 수다를 떨곤 한다. 넓은 아파트부터 여행 황금기 시절 기차 객실에서 영감받은 소형 싱글룸까지, 54개의 다양한 객실이 있다. 알록달록한 주택이 줄지어 서 있는 유명한 니하운 운하를 따라 투어를 하고 싶다면, 호텔 전용 목조 배를 예약하자. 자전거를 빌려 타고 왕립 극장과 덴마크 왕립 오페라가 자리한 지역을 돌아다닐 수도 있다. 2107크로네(약 40만원). hotelsanders.com
공연 애호가라면
스칸딕 팰코너
SCANDIC FALKONER
런던에 웨스트엔드 극장가가 있다면, 코펜하겐에는 프레데릭스베르Frederiksberg와 다채롭고 연극적인 과거가 있다. 팰코너센터Falkoner Center는 1958년부터 유명인들이 공연을 해온 곳이다. 334개의 객실에 엘라 피츠제럴드나 주디 갈런드 등이 그려진 포스터가 걸린 스칸딕 팰코너 호텔은 원래 팰코너센터였던 장소와 붙어 있다. 복고풍의 음악당에서 영감받은 바-라운지는 화장대 조명과 전광판으로 장식되었다. 객실은 현대적이고 편안하며 최고층은 전망이 뛰어나다. 아기자기한 프레데릭스베르 정원이 걸어서 10분 거리에 위치한다. 787크로네(약 15만원). scandichotels.com
패셔니스타라면
빌라 코펜하겐
VILLA COPENHAGEN
오랫동안 코펜하겐의 랜드마크로 사랑받아 온 옛 중앙 우편전신국을 럭셔리 호텔로 탈바꿈한 빌라 코펜하겐. 1912년에 세워진 중앙역에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 호텔의 나무 계단을 오르면, 향수 불러일으키는 웅장한 출입구가 나타난다. 390개의 객실 또한 훌륭하다. 깔끔하게 차려입고 현대적인 레스토랑 콘트라스트Kontrast에서 저녁 식사를 하거나 괜찮은 투피스 몇 벌 챙겨 옥상 수영장 옆에서 사진을 찍어보자. 노마의 전 셰프가 즉석에서 구운 페이스트리와 빵이 조식으로 나온다. 1993크로네(약 37만원). villacopenhagen.com
로맨티시스트를 위해
호텔 당글레테레
HOTEL D’ANGLETERRE
200년 넘게 여행자를 받아 온 5성급 아이콘으로, 크리스털 샹들리에와 대리석으로 바닥을 깐 홀 등이 코펜하겐의 고급스러움을 대변한다. 원래는 시대극을 공연하던 곳이지만 결코 구식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92개의 객실과 함께 화려한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최고급 스파와 실내 수영장 등이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준다. 자갈이 깔린 콩겐스뉘토르브Kongens Nytorv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발코니 스위트룸을 예약하고 160가지 샴페인을 갖춘 발타자르Balthazar 바에서 칵테일을 마시려면, 고급스러운 옷을 챙기는 게 좋다. 4974크로네(약 93만원). dangleterre.com
맥주광을 위해
호텔 오틸리아
HOTEL OTTILIA
1847년부터 덴마크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해주고 있는 칼스버그 맥주. 도심 남서쪽에 위치한 붉은 벽돌의 양조장 건물은 상점과 레스토랑이 들어서며 새롭게 변모하는 중이다. 산업용 건물 2개 동에 걸쳐 있는 호텔 오틸리아는 맥주 양조의 혈통을 잇는다는 취지로 양조장에 문을 열었다. 벽이었던 목판은 벤치가 되었고, 오래된 맥아 호퍼가 바를 장식한다. 바텐더가 웰컴 칵테일을 준비하는 동안 바에서 체크인을 하자. 오후 5~6시에 무료 와인을 제공한다. 787크로네(약 15만원). brochner-hotels.com
환경 수호자를 위해
브뤼겐 굴드스메덴
BRYGGEN GULDSMEDEN
덴마크 에코 체인에서 가장 최근에 문을 열었다. 코펜하겐에서 지속가능한 호텔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침구로 무독성 소재 리넨을 쓰고, 나사NASA 기술을 기반으로 물 소비량을 50~90% 줄이는 샤워 시스템을 도입했다. 다행히 폐기물이 줄었다고 편안함까지 줄지는 않았다. 대나무와 플러시 천(면직물을 털이 좀 더 길게 두툼히 짠 것)으로 꾸민 객실은 몽환적인 보헤미안 스타일이다. 조식은 블루베리 샐러드와 홈메이드 요거트 등 건강한 유기농 식단으로 제공한다. 바 겸 레스토랑인 솔팩토리Sole Factory는 현지 힙스터가 모여드는 곳이다. B&B 기준 1495크로네(약 28만원). guldsmedenhotels.com
할인의 달인을 위해
스틸 하우스
STEEL HOUSE
깔끔하고 능률적인 호스텔 스틸 하우스는 스타일과 본질 사이에서 건강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덴마크 금속세공인 연합의 본부 건물이었던 이곳은 과거의 산업적인 외형을 여전히 간직 중이다. 노출 콘크리트 벽, 강철 패널, 노출 배관 등이 지배적인 디자인 요소. 강철 같은 미학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는 전혀 엄격하지 않으며 서비스 또한 기계적이지 않다. 여성 전용 도미토리 객실은 우주에 떠다닐 법한 캡슐 형태로 되어 있고, 작은 크기의 더블룸이나 싱글룸은 사생활 보호를 중시하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호스텔의 공용 공간에는 게임룸, 영화관, 활기찬 분위기의 바 등이 있다. 122크로네(약 2만3000원). steelhousecopenhagen.com
배낭여행자를 위해
시티허브 코펜하겐
CITYHUB COPENHAGEN
일련의 금속 상자를 쌓아 올려 만든 숙소. Y세대를 겨냥해 좁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했고 비용도 절약할 수 있지만 다소 불안한 점이 있다. 그러나 영리하게 조명을 설치한 덕분에 기능적인 2인용 객실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으며 네 명이 예약할 수 있는 더 큰 방도 있다. 공용 욕실은 흠잡을 데 없이 깨끗하고 환하다. 예술 작품으로 꾸민 셀프서비스 바에는 일할 만한 아늑한 자리도 있다. 무료 앱으로 현지 호스트와 게스트가 연결되어 멋진 베스터브로Vesterbro 지역에서 가볼 만한 곳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 물론 앱이 아니더라도 홍등가였다가 현재 활기찬 저녁 문화를 만들고 있는 이곳에서 나만의 아지트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402크로네(약 7만6000원). cityhub.com
도시 모험가를 위해
어번 캠퍼 호스텔
URBAN CAMPER HOSTEL
활기찬 뇌레브로Nørrebro 지역에 자리 잡은 이 기발한 호스텔에서는 악천후 걱정 없이 텐트에서 자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나무로 된 텐트 틀은 캔버스 천으로 덮여 있고, 안에는 이층 침대와 사물함이 있다. 4인용 도미토리, 좀 더 사생활이 보장되는 트윈 등의 객실 중에서 고르면 된다. 모닥불이 없는 대신, 게임룸에서 셔플보드 게임을 하다 보면 공용 공간 특유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길가에 숨어 있는 심야 케밥 가게, 예술적인 카페, 멋진 바 등 북적대는 인근 지역을 탐방하는 것도 재미있다. B&B 기준 149크로네(약 2만8000원). urbancamper.d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