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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으로 가득한 1년치 빅 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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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5월호

 

사모아 제도에 위치한 투 수아 오션 트렌치To-Sua Ocean Trench.

 

“장대한 탐험을 떠날 궁리를 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여행 전문 에디터들의 뒤를 따라 보트를 타고
캐나다 서부의 자연을 가로질러 가거나 아마존강에 발을 담그거나
거대한 피라미드 그늘에서 잠을 청해보자.
그들이 엄선한 21가지 모험 중 당신의 다음 여행지가 될 곳은?”

 

 

(왼쪽부터)
구마노 고도 순례길 끝자락에 있는 나치노오타키 폭포와 구마노 나치 타이샤 사당. 
전통 스즈카키 법복을 차려입은 슈겐도 야마부시 승려.

 

01

일본
구마노 고도 순례길을 따라서

교토 남쪽에 위치한 이끼 덮인 기이Kii 산을
가로지르는 고대 순례길을 따라가 본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온천과 신성한 신사 및 폭포가 한데
어우러져 자연과 몸과 영혼이 하나의 조화를 이룬다.

글. 아론 밀러

 

엄격한 수행을 일삼는 슈겐도 승려가 구마노 고도의 마지막 능선에 서서 소라 껍데기를 능숙하게 불어댄다. 그는 새하얀 스즈카키 법복 차림에 짚신을 신고 얇은 편백나무로 짠 미나치가사minachi-gasa 모자를 쓰고 있다. 소라 껍데기에서 나는 소리는 마치 동물의 울부짖음처럼 투박하지만, 숲속을 뚫고 지나가는 바람처럼 허허롭기도 하다. 이 승려는 산속에서 생활하는 야마부시yamabushi다.

나는 교토 남쪽에 있는 기이산을 가로지르는 87km에 달하는 구마노 고도 순례길을 걷기 위해 이곳에 왔다. 이 길은 수천 년 동안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같은 걸음으로 걸어왔다. 걷다 보면 마주하는 구마노 3대 신사인 혼구Hongu, 하타야마Hatayama, 나치Nachi에서는 제물을 바치기도 했다고 한다. 여행자가 유념해야 할 한 가지는 순례길로 향하는 마음가짐이다. 이 길은 신발에 흙을 잔뜩 묻히는 등산로가 아니라 자연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고대 불교의 분파인 슈겐도의 땅이기 때문이다. 슈겐도의 정신적 지도자인 다카기 료에이Ryoei Takagi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자연과 몸과 마음이 서로 어우러져 온전히 하나가 될 때까지 수련을 하십시오.” 그런 일이 일어날 때, 수련자들은 자신에게도 신통한 능력이 생길 것이라 믿는다.

료에이처럼 숙련된 야마부시는 일본에서 가장 크고 신성한 폭포인 나치 오타키Nachi Otaki의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아래에서 최대 45분 동안 명상을 한다. 아마 보통 사람이라면 1분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열반에 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구마노의 성지로 통하는 관문인 다키지리오지Takijiri-oji에서 출발해 구마노 3대 신사 중 첫 번째인 혼구 타이샤Hongu Taisha까지 힘겹게 걷는다. 무려 3일 동안! 마치 살아 있는 박물관으로 들어서는 느낌이다. 석가의 깨달음인 만트라가 새겨진 거석들, 이끼로 덮인 용 조각상들, 황제가 쓴 경전이 묻혀 있는 작은 목조 사당을 지난다.

길의 상태는 울창한 대나무 숲 사이로 이어지는 가파르고 구불구불하며 험준한 자갈밭이다. 이 지역은 온천으로도 알려져 있다. 산길 곳곳에 흩어져 있는 마을 사이에 작은 료칸이 들어서 있다. 나는 매일 밤 이곳에 쓰러지듯 몸을 담그고는 지친 다리를 흠뻑 적시고 뜨거운 증기를 들이마셨다.

혼구 타이샤는 편백나무 껍질로 만든 지붕, 금으로 장식한 등불, 기도 깃발, 절을 하며 기도하는 승려가 있는 새빨간 사원들로 이뤄진 산속 복합단지다. 이곳을 지나 약 1800년 된 온천인 유노미네Yunomine로 가는 숲속에서 이틀을 더 보낸다.

유노미네는 기발한 이중 목적을 가진 온천이다. 내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온천 옆에 잠시 멈춰 쉬는 동안, 한 노인이 가까이 다가와 고구마와 달걀이 가득한 그물을 김이 모락모락나는 물속으로 떨어뜨린다. 10분 정도 후 나는 저녁식사와 함께 내 인생 최고의 달걀을 맛보게 된다. 알고 보니 현지인들은 이곳에서 몸을 데울 뿐만 아니라 음식까지 삶아 먹는다고.

다음 날, 이제 종착지에서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태평양이 언뜻 보이고 그 뒤로 야마부시가 자연을 향해 불어대는 소라 껍데기 소리가 마치 투박한 동물의 울부짖음처럼 들린다. 아래로는 황금 사원과 미풍에 실려오는 달콤한 삼나무 연기와 높이가 133m에 달하는 장엄한 폭포인 나타치 오타키Natachi Otaki가 있다. 나는 슈겐도의 전설과 이 산지가 지닌 신통한 힘, 그리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곳을 지나는 순례자들을 생각하며 산을 천천히 걸어 내려온다.

“깨달음은 이미 우리 안에 있습니다.” 여정이 끝나갈 즈음 료에이가 말한다. “그것을 느낄 만한 공간을 만들기만 하면 됩니다.” 기복이 심한 가파른 산을 가로질러 87km 정도 가다 보면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비로소 평화로운 감각을 느낄 수 있다. 그게 바로 이 순례길의 핵심이다! 지금까지 인류 역사의 대부분은 자연 속에 깊이 파묻히는 것이었다. 깨달음을 조금이라도 얻고자 한다면, 내부가 아니라 바깥을 둘러보는 게 맞을 것이다. 

※오쿠 재팬은 고대 구마노 고도 순례길을 따라 걷는 가이드 투어 및 알찬 여행이 가능한 도보 일정표를 제공한다. okujapan.com

 

 

강에서 바라본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02

미국
시카고와 샌프란시스코를 오가는 열차

글. 벤 러윌


약 3860km에 달하는 미국의 동부와 서부를 잇는 제퍼zephyr는 현지에서 선택할 수 있는 철도 노선이 제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경험을 선사한다. 제퍼는 50시간 동안 7개 주를 통과하는 장거리 열차다. 일리노이주, 아이오와주, 네브라스카주를 횡단한 후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광활한 풍광이 펼쳐지는 콜로라도주, 유타주, 네바다주, 캘리포니아주까지 내달린다. 미시시피강을 가로지르고 로키산맥을 오르며 콜로라도강을 따라 꿈틀꿈틀 움직인다. 제퍼는 오리엔트 특급열차는 아니지만 특유의 즐거움이 있다. 깔끔한 침대칸과 식당칸 외에도 전망을 감상하기 좋은 바가 있어 유타주의 장밋빛 평원, 샌프란시스코에 가까워질 즈음 보이는 시에라 네바다의 VIP 풍광 등을 두루 감상할 수 있다. 물론 3일 동안 창문 너머로 필름처럼 펼쳐지는 미국의 대자연을 만끽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amtrakvacations.co.uk 

 

파키스탄의 아타바드 호수Attabad Lake에서 청록색 바다를 항해해본다.

03

파키스탄
훈자밸리에 사는 요정

글. 엠마 톰슨


여덟 개의 산으로 이뤄진 거대한 가마솥 모양의 훈자밸리Hunza Valley는 1978년 카라코람 하이웨이Karakoram Highway가 완공되기 전까지 외부와 철저히 단절되어 있었다. 현재 이곳은 32개 품종의 살구로 잘 알려져 있다. 덕분에 계곡 전체가 꽃의 개화로 들썩이는 봄은 이곳을 방문하기 좋은 계절이다. 근방의 타토Tato 마을에서 3시간 정도 하이킹을 하면 낭가파르바트산Nanga Parbat 기슭 3290m 높이에 자리한 목가적인 페어리메도우 국립공원Fairy Meadow National Park이 나온다. 투명한 연못과 새하얀 봉우리들은 넋을 빼놓을 정도로 아름답다. 향나무와 소나무 향이 나는 고원 곳곳을 거닐며 파란 눈의 요정이 있는지 살펴보자. 지역 전설에 따르면, 이곳은 요정을 비롯한 신비로운 존재들의 터전이다. wildfrontierstravel.com

 

한 여행자가 터키에 자리한 리키안 웨이Lycian Way의 절벽 꼭대기에 있는 숲길을 하이킹하고 있다.

04

터키
리키안 웨이식 하이킹

글. 엠마 톰슨


산, 바다, 숲, 해변 등 이 모든 것을 골고루 갖춘 하이킹 코스는 지구상에 거의 없다. 하지만 리키안 웨이Lycian Way는 소나무로 뒤덮인 숲, 순백색 모래가 깔린 만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남빛 바다, 아찔한 절벽을 모두 조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터키 남서부에 있는 올루데니즈Oludeniz에서 게이크바이리Geyikbayırı에 이르는 540km에 달하는 이 하이킹 코스는 오래된 로마 도로들과 노새의 이동 경로를 아우른다. 1990년대 영국의 아마추어 역사가인 케이트 이트클로Kate Clow와 테리 리처드슨Terry Richardson이 개척한 이 길의 명칭은 이곳 파타라Patara에서 세계 최초의 의회 가운데 하나를 설립한 2500년 된 문명인 리키안 리그Lycian League에서 비롯됐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걸으며 올리브나무 숲, 소박한 마을, 산비탈에 깎아 만든 사원과 무덤들, 원형극장 유적, 푸른 바다를 만끽하자. 그리고 시원한 맥주와 뛰어난 일몰 감상 포인트를 보유한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면 어떨까. cultureroutesinturkey.com

 

캐나다 로즈 항구Rose Harbour에 위치한 수전스 키친Susanʼs Kitchen.

05

캐나다
북쪽의 갈라파고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서부 해안 지역인 하이다과이Haida Gwaii에서
카약을 타고 지나가면 캐나다만큼 거대한 규모의 생물다양성을 마주하게 된다.

글. 아론 밀러

 

카약은 벨벳처럼 매끄럽고 부드러운 물결을 마치 칼처럼 가른다. 이끼로 뒤덮인 가문비나무와 삼나무가 가득한 거대한 숲이 해안을 따라 늘어서 있고, 그 장면이 바닷물에 비춰 완벽한 대칭을 이룬다. 새벽이 되자 옅은 안개가 피어오른다. 어스레한 물위로 파스텔 톤 빛이 서서히 드러난다.

그때 수면에 잔물결이 일더니 아치 모양으로 둥글게 구부러진 고래 등이 보이고 녀석의 분수공에서 ‘쉬익’ 하는 소리가 난다. 가이드인 조던 애커먼Jordan Ackerman이 “뒤로 물러서요!”라고 외친다. 나는 바짝 긴장하며 바닷물에 젖은 노를 두 손으로 꽉 움켜쥔다. 고래들이 계속 오고 있다.

우리는 지금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북부 해안 인근에서 약 97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하이다과이에 있다. 이곳은 150개가 넘는 악천후에 시달린 곳이자 태평양의 크고 작은 여러 섬들로 이뤄진 지역이다. 나는 바다 카약을 즐기기 위해 이곳으로 왔지만, 사실 이 군도의 매력은 그보다 훨씬 다양하다. 하이다과이는 놀랄 만한 수준의 생물다양성을 지녀 ‘북쪽의 갈라파고스’로 알려져 있다. 여러 만에 청어와 연어가 넘쳐나고, 하늘에는 둥지를 튼 바닷새 수백만 마리가 시끄럽게 울어대고, 귀신고래와 범고래와 혹등고래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지나간다. 카약을 타고 노를 저어 하이다과이를 지나가는 건 즐거운 일일 뿐만 아니라, 지구상에서 가장 독특한 야생 체험 가운데 하나다.

계획은 이렇다. 3일 동안 알리포드만Alliford Bay과 스키드게이트 인렛Skidegate Inlet을 일주하고 도중에 무인도 해변에서 캠핑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자연에서 안식을 찾고 싶은 나와 동행해준 이들은 현지 가이드 조던, 색다른 모험을 찾아 나선 어느 모녀다.

우리는 그레이엄섬Graham Island에 위치한 작은 마을인 퀸샬럿Queen Charlotte의 부두에서 출발한다. 그레이엄은 이 군도에서 가장 크고 인구가 가장 많은 섬이다. 수천 년간 이곳을 터전 삼아 살아온 약 5000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데, 대부분 원주민인 하이다족이다. 서쪽으로 16km 정도 노를 저어 하룻밤 머물 야영지가 있는 번트섬Burnt Island까지 이동하는데 흰머리수리가 수십 마리씩 머리 위를 맴돈다.

“배고픈 사람 있나요?” 조던이 바다에서 해초를 따서 입안에 넣으며 묻는다. 나도 해초를 한 움큼 집어본다. 고무만큼 질기고 짠맛이 나다가 젤리처럼 입안에서 녹아 없어진다. 저녁 식사를 다소 도전 정신이 필요한 끈적끈적한 해초로 시작했지만, 조던은 본래 어마어마한 미식가다. 그는 매일 밤 설탕에 조린 연어 요리, 적포도주에 구운 대구 요리 등을 모닥불 위에서 완성해냈다. 해가 저물어가는 모습을 보며 게 여러 마리가 조간대 주변으로 기어가는 소리를 듣는다. 도시의 기운이 마치 내가 입고 있는 줄도 몰랐던 두꺼운 외투를 벗듯 서서히 나에게서 떠나간다.

다음 이틀 동안, 우리는 폭풍우를 뚫고 남동쪽을 가로지르며 모드섬Maude Island과 고대 하이다족 마을인 하이나Haina로 나아간다. 두 지역 덕분에 100년 전에는 한 무리의 가족이 정착해 살았으나 현재는 외딴곳이 되어버린 주변 섬에도 아직까지 사람이 몰려든다. 과거 이곳 원주민들은 구슬을 꿰기 위해 조개껍데기를 모으고 약용식물들을 채집하며 바다로 시선을 둔 얼굴과 동물을 새긴 토템폴totem pole을 세우며 살았다. 이러한 오래된 생활방식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이끼 낀 숲을 지나 작은 공터 안에 자리한 전통가옥인 롱하우스long house는 여전히 건재하다. 가옥은 토대뿐만 아니라 토템폴을 지지하던 구멍들도 볼 수 있다. 모든 것은 다시 땅속으로, 그것이 원래 있던 곳으로 사라져간다. 그게 바로 하이다족의 방식이기도 하다.

마지막 날 오후, 우리는 분수공에서 나는 익숙한 ‘쉬익 ’소리를 듣고 뒤로 물러서 고래들에게 길을 터준다. 그러나 녀석들이 만들어내는 물보라가 점점 가까워지고 잔물결이 더 거세지자 내가 탄 카약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 순간 갑자기 15m 길이의 귀신고래가 5m도 채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서 수면 위로 뛰어오른다. 한껏 가까워진 녀석의 피부에서 바다 냄새가 나고 온 사방으로 물방울이 튄다. 귀신고래가 내 주위를 빙빙 돌자 녀석의 몸집과 힘이 감지되어 손이 덜덜 떨린다. 나를 통째로 삼켜버릴 만큼 큰 심해의 괴물이다. 하지만 녀석은 몸집과 반대로 순하고 호기심이 많다. 잠시 동안 육지와 바다, 이 두 세계가 하나로 이어진다. 마치 하이다과이처럼 말이다. 

※ 그린 코스트 카야킹은 모든 식사와 장비를 포함한 3일 간의 가이드 투어를 제공한다. gckayaking.com

 

수단의 한 피라미드 앞을 유유히 지나는 낙타와 라이더.

06

수단
사막 모래와 별 관찰

누비아 사막Nubian Desert의 모래사장 곳곳에 흩어져 있는
수단의 고대 피라미드들은 천상의 신과 파라오, 여왕,
그리고 극소수 여행자의 고향이다.

글. 엠마 톰슨

 

밤하늘에 온통 별이 흩뿌려져 있다. 오리온자리가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있고, 먼지투성이 혜성 하나가 검은 담요를 덮어 쓴 듯 칠흑같이 어두운 밤하늘을 가로지르며 기다란 흔적을 남긴다. 팔을 꼼지락거리며 침낭에서 나와 손가락으로 누비아 사막의 모래를 훑는다. 바삭바삭한 표면 곳곳에 움푹 들어간 여우 발자국이 남겨져 있다. 모래 아래 더 깊숙한 곳은 부드럽고 따뜻하다. 아마 이 땅은 수천 년 동안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이 순간 이미 지나간 오래된 것들과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때의 파라오들도 이 모래 사막을 천천히 거닐었으리라. 그들은 기원전 747년경에 이집트를 정복했고 거의 100년 동안 하르툼Khartoum에서 지중해까지 뻗어 나간 왕국을 통치한 쿠시 왕국의 지도자들이다. 또한 왕, 여왕, 귀족을 위한 묘실인 피라미드를 건축해 우뚝 솟은 건축물 255개를 유산으로 남겼다. 이는 이집트에서 발견된 피라미드의 수보다 2배 이상 많은 숫자다.

일부는 수도 하르툼에서 북쪽으로 400km 떨어진 엘쿠루el-Kurru와 누리Nuri의 공동묘지에서 찾을 수 있다. 이곳에는 끝없이 평평하게 펼쳐지는 사막에서 예기치 않게 불쑥 등장하는 언덕인 게벨바르칼Jebel Barkal과 그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피라미드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이 피라미드들이 건설되기 수백 년 전, 이미 이곳은 산의 성지라 불리기도 했다.

“저것 좀 보세요.” 가이드이자 누비아 전문가인 히탐Hitam이 암석 덩어리에서 서서히 풍화된 기둥 하나를 가리키며 말한다. “이 장소가 선택된 이유는 이곳이 파라오의 왕관에 금으로 입힌 코브라처럼 생겼기 때문이에요. 이집트의 파라오였던 투트모세 3세Thutmose III가 이 산을 보며 ‘이곳이 제 아버지의 집입니다’라고 말했다 해요. 그후 모든 파라오가 이곳을 방문했죠. 그가 지은 아문 신전the Temple of Amun은 이집트에 있는 카르나크 신전Karnak을 모방한 것이에요. 이 두 신전은 위상에서 보나 생김새로 보나 거의 비슷합니다. 각 신전에 새겨진 상형문자도 사실상 구별하기가 어려워요. 그만큼 두 신전이 모두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신전 유적은 상공에서 봐야 가장 잘 보이기 때문에 나는 강렬하게 내리쬐는 태양빛의 열기가 사그라들기만 기다렸다가 적갈색 암석의 색이 변하자 게벨바르칼 정상으로 걸어 올라갔다. 바위가 많은 가장자리를 걷는 동안 따뜻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훑고 지나간다. 아래로는 세월이 흐르면서 눈과 귀가 차츰 닳아 없어진 한 쌍의 거대한 양 석상과 한줄로 늘어선 금이 가고 부서진 기둥들이 보인다. 기둥을 따라 시선을 돌리면 나일강의 녹색 제방도 보인다. 바로 이 강이 쿠시 왕조의 왕들을 나룻배에 태워 성스러운 신전에서 열리는 그들의 대관식에 데려다줬다.


히탐은 우리를 코브라 모양의 작은 첨탑 서쪽으로 이끌고는 몸을 웅크린 채 암석 안에 지어진 석조 문틀로 들어간다. 그를 따라 어두운 실내로 들어가다 발길을 멈춘다. 우리는 아문의 아내이자 여신인 무트Mut의 신전에 들어서 있다. 울퉁불퉁한 나무 계단에 매달린 조명 몇 개가 극도로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한다. 머리 위에서는 황토색을 띠는 사자 머리를 한 무트가 파라오인 타하르카Taharqa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다.

남부로 몇 시간을 차로 달린 끝에 한때 쿠시 왕조의 수도이자 지금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나라에서 가장 보존이 잘된 피라미드 은신처인 메로이Meroe 유적지에 도착한다. 200개가 넘는 피라미드가 모래사막 전역에 흩어져 있다. 이 모래들은 화강암과 사암을 사정없이 갉아먹고 있다. 내부 벽면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카르투슈cartouche가 새겨져 있다. 카르투슈는 국왕의 이름을 나타내는 상형문자가 남겨진 직사각형 물체를 뜻한다. 새벽 무렵 서늘한 시간대에 부서져 내리는 모퉁이를 공들여 복구하고 있는 고고학자들을 만났다. 고고학 탐험의 황금기와 그 열정을 느껴보고 싶었는데 그런 곳을 수단에서 찾았다.

※익스플로어는 12일간의 수단 투어를 제공한다. 비자 필요 유무를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exploreworldwide.com

 

 

07

과테말라
맹렬한 화산 정복

글. 아멜리아 더건

과테말라의 서부 고원지대는 척추처럼 하나로 쭉 뻗은 화산들의 본고장이다. 화산 37개가 하늘 높이 솟아 있고, 주변 땅은 점점 가늘어지다 아른아른 빛나는 태평양으로 사라진다. 화산들은 안티과테말라시Antigua Guatemala의 돌기둥과 교회당 위로 불쑥 모습을 드러내고, 산봉우리들은 지나가는 구름을 휘감은 채 마야 원주민의 도시와 시장을 둘러싸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여행자를 부추겨 노련한 가이드를 동반해 화산 정상을 탐험하도록 유도하는 현지 여행사가 급증했다. 성스러운 호수가 있는 고지대 치카발Chicabal을 빠르게 오를 수도 있고, 반나절 동안 산페드로San Pedro를 기어오르거나, 중앙아메리카에서 가장 높은 산꼭대기인 해발 4220m 높이의 타후물코산Tajumulco을 등반할 수도 있다. 과테말라의 무시무시한 자연을 본격적으로 체험하려면 아구아Agua(물)와 푸에고Fuego(불) 화산 사이에 끼어 있는 봉우리인 아카테낭고Acatenango에 텐트를 치고 쏟아지는 붉은 암석들과 화산재가 까만 밤하늘을 뒤덮는 모습을 지켜보자. viaventure.com

 

08

헝가리
대평원을 가로지르다

글. 아드리안 필립스

헝가리 대평원Great Hungarian Plain은 한때 도적과 추방자가 모여 살던 장소였다. 실제로 카우보이들이 돌아다니며 전설을 만들기도 했다. 이곳은 헝가리의 문화 정체성을 상징하는 장소다. 목동들이 모닥불 위에 매달린 가마솥에 끓여내는 굴라시goulash가 일찍이 대중화된 곳이자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선사한 지역이다. 33경로를 따라 이 지역을 관통하는 장거리 자동차 여행을 떠나보자. 도중에 다양한 방식으로 쉴 수 있다. 티서호Lake Tisza에 잠시 머물며 카약을 타고 현지 생선 수프 한 그릇을 먹거나, 호르토바지 국립공원Hortobagy National Park으로 향해 새들과 목동들이 말을 타고 선보이는 묘기를 구경하거나, 여행자의 혼을 쏙 빼놓는 카우보이 쇼를 관람해보자. hnp.hu/ko

 

 

09

사모아
보물섬 발견

글. 아드리안 필립스

<보물섬>의 저자인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은 말년을 사모아에서 보냈다. 이곳은 확실한 매력을 겸비한 폴리네시아의 낙원이다. 우폴루섬Upolu과 사바이섬SavaiʼI 사이를 지나가는 향유고래와 회오리돌고래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으려면 사모아의 수도인 아피아Apia에서 출발하는 보트 여행에 동참하자. 6월에 방문하면 파우타시 경주를 관람할 수도 있다. 이 경주는 최대 50명까지 탑승하는 섬의 전통 보트를 타고 즐기는 흥미로운 스포츠다. 이외에도 열대우림으로 가득한 화산 분화구에서 외진 산길을 하이킹하거나, 토수아 오션 트렌치To-Sua Ocean Trench 속으로 뛰어내리며 담력을 테스트하거나, 알로파아가 블로홀스Alofaaga Blowholes가 분출하는 물줄기를 보며 섬을 최대한 누릴 수 있다. samoa.travel

 

퀸즐랜드의 열대우림 가장자리에 위치한 에코 캐빈.

10

퀸즐랜드
야생 숲에서 즐기는 캠핑

글. 제이미 래퍼티

브리즈번Brisbane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이동하면 아치 모양을 한 산인 시닉림Scenic Rim에 도착한다. 이곳에는 사파리 분위기의 호화로운 캠핑을 제공하는 자연보호구역이 있다. 스파이서스 캐노피Spicers Canopy에서는 개인 차량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입구에서 사륜구동 차의 픽업을 기다려야 한다. 초원과 유칼립투스 숲, 개울과 산길을 탐험하며 자연을 벗삼아보자. 시닉림 트레일을 따라 걷는 여정은 이틀에서 1주일까지 다양한데, 현지 가이드가 안전을 대비해 오지 생존 요령을 가르쳐준다. 식용식물 구별법, 꿀을 찾는 방법, 민물가재를 잡는 방법 등을 배울 수 있다. spicersretreats.com

 

우즈베키스탄의 전통 실크 카펫.

11

중앙아시아
실크로드에서 펼쳐지는 경주

글. 제이미 래퍼티

2012년 첫 경주 이후로 중앙아시아 랠리Central Asia Rally의 경로는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현재는 얼추 비슷한 실크로드 모험을 선사한다. 6437km에 달하는 이 자동차 랠리는 2주 동안 카자흐스탄Kazakhstan, 우즈베키스탄Uzbekistan, 타지키스탄Tajikistan을 거쳐 동쪽으로 이동하다가 키르기스스탄Kyrgyzstan의 비슈케크Bishkek에 도착한다. 참가자는 보통 중고차를 이용하는데, 대개 원웨이로 이어지는 여정이라 키르기스스탄 시장에서 판매하는 낡은 고물 차를 추천한다. 어떤 자동차를 골라야 할지 막막하다면 카자흐스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12

스위스
노스탤직 파노라마 익스프레스

글. 김호경

1882년 스위스의 소도시인 고타드Gottard지역에 당대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긴 터널이 만들어졌다. 완공까지 무려 10여 년이 걸린 고타드 철도 터널은 알프스 남부인 벨린초나Bellinzona, 루가노Lugano, 로카르노Locarno를 지나 북부인 루체른Luzern, 취리히Zurich를 이어주며 수많은 여행자를 불러모았다. 특히 대범하게 설치한 순환 터널 덕분에 바센Wassen 마을에 위치한 교회를 세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어 큰 주목을 받았다. 약 5시간 30분에 달하는 여정 끝에 승객들은 플뤼에렌Flüelen에서 증기선으로 갈아타고 루체른 호수를 건넌다. 이때 뤼틀리비제Rütliwiese, 실레르슈타인Schillerstein, 텔카펠Tell Chapel 등 역사적 장소를 둘러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저녁 무렵 닿게 되는 루체른항에서 낭만적인 분위기와 어우러지는 치즈 요리 라클렛, 크림소스 기반의 게슈네첼테스, 오일 퐁뒤 등을 맛볼 수 있다. 혹은 루체른의 전설적인 뒷산이라 불리는 필라투스산Pilatus을 하이킹하며 탐험적 욕구를 충족시켜도 좋겠다. myswitzerla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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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호랑이와 함께 걷는 길

글. 제이미 래퍼티

2010년 이후 지속된 보존 노력 덕분에 네팔은 세계 최초로 호랑이 개체수가 두 배로 늘어난 나라가 되었다. 현재 총 개체수는 대략 450마리에 달한다. 덕분에 네팔에서는 야생 호랑이를 가까이 마주할 기회가 늘어났다. 가이드가 이끄는 투어에 참여해 밀림을 걸어서 탐험해보자. 카트만두Kathmandu에서 서쪽으로 약 563km 떨어진 바르디야 국립공원Bardiya National Park은 네팔의 대규모 호랑이 서식지 가운데 하나다. 풍부한 담수와 사냥감을 비롯해 개발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호랑이가 번성하기에 적합하다. 자동차 혹은 도보로 자연을 만끽하고 싶다면 타이거 톱스 카르날리 로지Tiger Tops Karnali Lodge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살펴보자. 이곳에서는 아시아 코끼리와 멸종위기에 처한 외뿔코뿔소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유독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호랑이는 방문 시에도 행운이 따라야 만날 수 있다. tigertops.com

 

 

선명한 무늬가 인상적인 토니크로프 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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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비아
희귀 기린과의 교감

글. 엠마 그레그

아프리카의 기린들은 매우 매력적이지만 쉽게 만나기 어렵다. 남아프리카의 기린은 크게 번성하고 있지만 북아프리카 기린은 현저히 감소하는 추세다. 이토록 희귀한 기린을 꼭 만나고 싶다면 토니크로프 기린을 찾아가 보자. 최근 유전자 연구에 따르면 이 종은 동아프리카의 마사이 기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두 종은 상호교배를 할 정도로 밀접한 관계다. 잠비아 남부 루왕와 계곡 국립공원South Luangwa Valley National Park에서는 토니크로프 기린만 600마리 정도 서식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가이드들이 윤리적인 기준하에 운영하는 야영지를 기반으로 투어 일정을 짠다. 들쭉날쭉한 반점이 특징인 토니크로프 기린은 재미있게도 붉은부리소등쪼기새들을 마치 수행단처럼 대동한 채 이동한다. 이 새들은 기린의 몸에서 진드기를 없애주고 때때로 비밀을 속삭이듯 기린의 귀에 바짝 다가가기도 한다. bushcampcompany.com

 

멕시코 칸쿤 인근에서 고래상어와 수영을 즐기는 잠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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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고래상어처럼 스노클링을

글. 엠마 그레그

과학에 관심이 많은 여행자라면 스노클링 모험에 깊이와 목적을 더할 수 있다. 멕시코의 카리브해 연안에서 야생생물 관련 여행사인 아쿠아피르마와 함께 일주일을 보내보자. 세계에서 가장 큰 물고기를 연구하는 고래상어 연구원, 해양생물학자, 촬영 기사와 함께하는 당일 탐험대에 합류해 바다로 나갈 수 있다.

해당 팀은 해상 동물을 관측하기 좋은 6월에 운영된다. 항공 조사를 통해 살펴본 결과, 이 시기에 조사선 근처에서 관측되는 고래상어의 수는 최대 200마리나 되는데, 녀석들은 대부분 빨판상어에게 둘러싸여 있다고 한다. 고래상어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일 말고도, 해당 팀은 현지의 대왕쥐가오리의 종 특성을 밝혀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래상어와의 조우는 대부분 청청 수역에서 이뤄진다. 청정 수역에서 프리다이빙을 해 물속으로 내려가면 차단된 빛 너머로 슬며시 움직이는 대왕쥐가오리와 마주하게 된다. aqua-firma.com

 

한 어부가 브라질 네그루강에 그물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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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브라질의 벽지

마나우스Manaus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아마존강의 주요 지류이자 검은색 강물로
유명한 브라질의 네그루강Rio Negro은 열대우림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놀라운 여행을 선사한다.

글. 줄리아 버클리

 

“잭!” 누군가 녀석을 부른다. “잭, 너 여기 있니?” 나는 뒤돌아서 표지판을 본다. ‘친애하는 방문객 여러분,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팔이나 다리를 배 밖으로 걸치지 마세요.’ 잭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이곳에 있는 듯하다.

잭은 포르투갈어로 ‘악어’를 뜻하는 자카레Jacare이고 녀석은 브라질의 아나빌하나스 국립공원Anavilhanas National Park
에 서식하는 검은카이만black caiman 가운데 하나다. 잭은 보통 사람과 함께하는 것을 몹시 좋아하며 특히 이곳 네그루강에 서식하는 녀석은 관측소 아래에서 자지만 그렇다고 가까이 다가가도 괜찮다는 말은 아니다. 길이가 최대 6m에 달하는 이 녀석들은 아마존에서 덩치가 가장 큰 파충류이며, 구운 진흙 제방 위에서 햇볕을 쬐거나 네그루강에서 목욕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잭은 종종 초목이 짙게 드리운 강물 위로 주둥이를 쭉 내밀고 어슬렁거리며 새로운 여행자를 눈여겨본다. 나는 지난 48시간을 아나콘다가 서식하는 강물에서 카약을 타고 뱀물림 방지 장화를 신은 채 밀림을 가로지르는 하이킹을 하며 보냈다. 오늘은 휴식을 취하는 날이라 네그루강 근처에서 수영도 하고 거대한 탐바키tambaqui 생선도 굽고 해먹에서 졸기도 하고 분홍강돌고래를 관찰하기도 했다.

내가 3일간 머물렀던 곳은 아나빌하나스 정글 로지Anavilhanas Jungle Lodge다. 아마존의 중심부에서 강 상류로 193km(차로 3시간 거리)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더할 나위 없는 밀림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강 하류로 내려가면 검은색 네그루강은 옅은 모래색 솔리몽에스강Solimoes River으로 소용돌이치듯 빨려 들어가 하나로 합해져 아마존강 본류를 이룬다.

하지만 이것 역시 아마존을 관통해 흐르는 많은 지류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아나빌하나스Anavilhanas는 강 주변으로 여기저기 산재한 400개가 넘는 섬으로 이뤄진 군도로, 모든 섬이 흐릿한 강물에 완벽하게 투영된다. 이 군도로 가기 위해 작은 배를 타고 강 하류로 내려가 얕은 개울을 항해한다. 건기가 되면 이곳은 두 발로 설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가이드인 주앙Joao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나는 강변 둑에 있을 야생동물을 떠올리며 고개를 젓는다. 강물을 살피며 물에 반쯤 잠긴 숲의 덩굴과 줄기들 사이에서 카이만의 눈동자를 찾는다. “이곳에 카이만이 있나요?” 내가 묻자 주앙은 “지금은 없어요. 하지만 아나콘다는 있어요”라고 답하고는 날이 넓은 마체테machete칼을 휘두르며 활짝 웃는다. 우리는 강물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주앙이 노를 젓는 사이에도 나는 강물의 잔물결을 유심히 살핀다. 하지만 아무런 낌새도 없다. 그저 한없이 고요할 뿐이다.

이곳의 야생동물들은 친근하다. 수상 술집의 갑판 아래 자리를 잡은 재규어도 그렇고 아나콘다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주앙의 동의하에, 강물 속으로 뛰어들어 수영을 하는데 강물이 욕조 물처럼 따뜻하다. 주변에 온통 딱정벌레, 작은 반점 두꺼비, 뱀 등이 가득하다. 호텔에 체크인을 할 때도, 통나무 집에 앉아 쉴 때도, 식당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달빛이 비치는 보트 위에서 주앙이 든 횃불에 놀라 눈을 깜박이는 나무늘보와 거대한 아마존나무보아, 앙증맞은 분홍색 구두를 신은 것처럼 보이는 털이 많은 분홍발톱타란툴라pinktoe tarantula를 관찰한다.

그리고 마침내, 개구리들이 합창하듯 개골개골 울어대는 섬들 사이를 천천히 이동하다가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차가운 눈동자 두 개를 발견한다. “카이만이에요.” 주앙이 보트를 돌리며 속삭인다. 네그루강은 비단결처럼 부드럽고 잔잔하다. 그리고 보름달이 강물 위에 비춰 은빛으로 반짝인다. 그때, 갑자기, 눈동자가 사라진다. 

※ 아나빌하나스 정글 로지는 3일간의 모든 서비스를 포함한 패키지 상품을 제공한다. 홈볼트 트래블은 9박 일정의 브라질 여행 상품에 아나빌하나스에서의 4일 숙박이 포함돼 있다. anavilhanaslodge.com, humboldttravel.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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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이빨을 관통하는 방법

글. 제이미 래퍼티

파타고니아의 인상적인 오지 여행 가운데 하나는 소나무숲을 가로질러 가파르게 올라가는 푸에르토 윌리엄스Puerto Williams 외곽에서 시작해 우수아이아Ushuaia와 마젤란 해협Magellan Strait, 그리고 남극행 유람선이 한눈에 보이는 높은 산에 도달하는 것이다. 디엔테스 데 나바리노Dientes de Navarino(디엔테스는 스페인어로 ‘이빨ʼ을 뜻함)는 남극 대륙으로 가는 최남단 트레킹 코스다. 대개 4일이 소요되는 이 트레킹 코스는 좋은 체력과 야생 캠핑에 대한 기본 지식을 요구한다. 험난한 지형, 부족한 안내 표지판, 예측할 수 없는 날씨를 감안하면 가이드를 대동할 것을 권한다. 이 경로에 등장하는 들쭉날쭉한 산들은 호수와 폭포 위로 하늘 높이 쭉 뻗어 있다. 해당 산봉우리들을 관통해 지나간 후 버지니아 패스Virginia Pass 쪽으로 향한다. 마지막으로 내리막길 도중에 마주치는 청옥색 호수를 지나 푸에르토 윌리엄스Puerto Williams로 다시 돌아간다. chilenativo.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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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리아
큰 배를 타고 제도 횡단

글. 엠마 그레그

아프리카의 서부 해안 연안에 오랜 세월 뱃사람들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해온 카나리아 제도Canary Islands가 있다. 라스팔마스데 그란카나리아Las Palmas de Gran Canaria에서 큰 배에 올라 지도를 보며 방향을 찾고, 배에 필요한 장치를 준비하고, 돛을 펴는 방법 등을 배우며 대서양 항해 모험을 시작해보라. 네 개의 돛대가 있는 가프 스쿠너gaff schooner인 산타마리아 마누엘라Santa Maria Manuela는 일주일 동안 산타크루스 데테네리페Santa Cruz de Tenerife, 라고메라La Gomera, 엘히에로El Hierro를 유람하며 시간을 보낸 후 라스팔마스로 되돌아간다. 눈을 떼지 말고 계속 앞을 주시하라. 섬들 사이에 있는 영양분이 풍부한 바다는 고래를 발견하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들쇠고래와 큰돌고래는 종종 파도를 헤치고 뛰어오르는 한편, 알락돌고래, 줄무늬돌고래, 뱀머리돌고래 같은 종도 때때로 출몰한다. sailtraininginternationa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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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잃어버린 도시를 찾아서

글. 제이미 래퍼티

페루의 마추픽추Machu Picchu만큼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지는 않아도, 5일간의 시우다드 페르디다Ciudad Perdida 트레킹은 그에 준할 만큼 도전적이다. 비가 내리면 산길이 더 복잡해지고 습한 밀림의 모기들이 활개를 칠 수도 있다. 그러나 마추픽추에 비해 이 경로에 몰려드는 도보 여행자의 수가 훨씬 적어 유적지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마치 보상처럼 지난 시간을 돌아볼 조용한 순간이 주어진다. 마추픽추보다 약 650년 전에 건설된 시우다드 페르디다Ciudad Perdida에서는 고고학적 발굴 작업이 한창이고, 산비탈을 깎아 1200개의 돌계단으로 만든 밭 169개를 발견할 수 있다. 1200년에 달하는 역사를 돌아본 여행자는 같은 길을 통해 산과 강을 가로질러 산타마르타Santa Mart로 돌아온다. gadventur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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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
줄루족의 시 낭독회

글. 아멜리아 더건

드라켄스베르크Drakensberg 산맥의 용의 등뼈 같은 봉우리부터 인도양으로 드넓게 펼쳐진 초원을 아우르는 콰줄루나탈주KwaZulu-Natal 동부 지방은 온통 황무지다. 즉, 모험을 즐기기 완벽한 장소라는 뜻이다. 자이언츠 컵 트레일Giantʼs Cup Trail 혹은 깎아지른 듯한 커시드럴 피크Cathedral Peak에 위치한 드라켄스베르크산맥을 하이킹하거나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보호구역인 흘루흘루웨-임폴로지 공원Hluhluwe-iMfolozi Park에서 코뿔소를 찾아보자. 이 땅의 최대 보물은 불가사의한 생활 문화다. 1000만 명이 넘는 줄루족이 콰줄루나탈주 전역에 살고 있다. 이들은 전설적인 전사 샤카 줄루Shaka Zulu가 남아프리카 전역에 구축한 고대 전통을 자랑스럽게 보존하고 있다.

더반Durban에서 위즈덤 투어스의 가이드인 소코 질리Thoko Jilli를 만나보자. 그가 전통 춤 공연이나 지역 로지에서 먹는 뷔페식 같은 전형적인 투어가 아닌 진정한 남아프리카 여행을 경험케 한다. 오르락내리락하는 고원이 많은 ‘천 개의 고원’으로 향해보자. 그후 소코와 함께 도시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작은 시골 마을로 가 평화로운 오후를 보내도 좋겠다. 그곳에서 북 모양의 초가 건물인 론다벨rondavel에 들어가 현지인과 함께 식사를 하며 낭랑한 줄루어Zulu language로 하는 시 낭독을 들을 수 있다. 식사 후에는 신성한 돌인 셈베 서클shembe circles을 답사하고, 주술사인 상고마sangoma나 인양가inyanga를 만나 지역 특유의 영적 문화를 살펴본다.

더 활기찬 투어를 원한다면 토끼굴 모양의 마켓 오브 워릭Markets of Warwick에 뛰어드는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그 근처에 위치한 로크스드리프트Rorke’s Drift 고지도 극적인 탐험이 가능하다. wisdomtours.co.za, marketsofwarwick.co.za

 

한 과일 장수가 노를 저어 베트남 메콩강 삼각주 지역으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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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캄보디아
메콩강의 페달 소리

글. 제이미 래퍼티

찌는 듯이 무더운 메콩강의 강둑은 다소 복잡해 보인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기엔 제격인 장소다. 자전거 전문 여행사인 그래스하퍼 어드벤처스Grasshopper Adventures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잘 알려진 메콩강의 수로를 따라 달리는 주간 바이킹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 자전거 페달을 밟다가 지치면 베트남에서 캄보디아로 이어지는 구간에 놓인 생활형 보트에 잠시 머물러도 좋다.

이 투어는 세계에서 10번째로 긴 강의 어귀에서 가까운 메콩 삼각주Mekong Delta 지역과 접해 있는 호치민시Ho Chi Minh
City에서 시작한다. 루트는 소도시를 따라 강 상류로 올라가지만 막상 페달을 밟기 시작하면 현지 축제와 결혼식, 아름다운 논과 밭의 풍경에 빠져 강과 한참 멀어지기도 한다.

자전거를 타면 빠르게 에너지가 소진되기 때문에 정기적인 에너지 보충이 필요하다. 이곳의 지형은 평평한 편이지만 매우 습해 쉽게 지친다. 고맙게도 거리에는 과일과 주스 가판대가 넘쳐난다. 페달을 열심히 굴려 캄보디아 국경을 건너 북쪽으로 올라가면 새로운 자전거가 여행자를 기다린다.

중간중간 동행한 가이드가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설명을 이어간다. 최종 종착지인 캄보디아 시엠립Siem Reap에서 다시 자전거에 올라 앙코르 유적지에 있는 거대한 사원을 둘러보자. 앙코르와트를 포함해 크메르족의 72군데 유적지는 도보 여행지로 부적절하지만, 자전거 여행자에게는 수월한 동선이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훌륭한 고고학 유적지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곳을 둘러보고 나면 메콩강 상류를 따라 한참을 달리며 쌓였던 여독이 순식간에 풀릴 것이다. grasshopperadventures.com

글. 줄리아 버클리JULIA BUCKLEY, 아멜리아 더건AMELIA DUGGAN, 엠마 그레그EMMA GREGG, 제이미 래퍼티JAMIE LAFFERTY, 벤 러윌BEN LERWILL, 아론 밀러AARON MILLAR, 아드리안 필립스ADRIAN PHILLIPS, 엠마 톰슨EMMA THOMSON, 김호경HO-KYUNG KIM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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