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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T THE WORLD
세계 미식탐험: 한국인의 Soul Food,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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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8월호

 

“단맛. 신맛. 짠맛. 쓴맛. 매운맛. 감칠맛. 시원한 맛. 아삭한 맛.
숙성과 발효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깊고 오묘한 김치의 맛에 이제 전 세계가 빠져들고 있다.”

 

김치는 배추를 채우는 속 재료에 따라 저마다 독특한 맛을 낸다. ⓒ뮤지엄김치간

FERMENTED AND AGED
삭힌 맛 감칠맛


한국인의 밥상에 빠지지 않는 김치의 맛을 표현해보자. 시원하다. 시다. 짜다. 맵다. 아삭거린다. 감칠맛이다. 달다. 개운하다. 이렇게 여러 맛을 지닌 음식이 세상에 또 있을까. 인사동에 있는 김치박물관 뮤지엄김치간Kimchi Field Museum의 총괄큐레이터 나경인 씨는 김치의 맛을 ‘익숙하지만 변화무쌍한 맛’이라고 표현한다. “김치는 저장식품이자 발효 음식으로 맛과 건강을 동시에 갖춘 한국의 대표적인 맛이에요.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맛을 내고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독특한 맛이 표현됩니다.”

김치는 식감, 색깔, 풍미 등이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낸다. 덜익은 김치가 더 짜고, 너무 익은 김치는 신맛과 군내가 나기도 한다. 원재료인 배추의 싱싱한 질감에 소금의 짠맛이 더해지고, 오랜 저장과 숙성으로 발효가 시작되면서 발생하는 유기산과 이산화탄소도 김치 맛에 영향을 준다. 배추 외에도 파, 마늘, 생강, 고추 등의 양념과 생선과 젓갈이 첨가되어 새로운 맛을 더하고 숙성 온도, 그에 따라 성장하는 미생물, 저장 기간에 따라서도 다르다. 아삭거리는 식감과 붉은색 고춧가루가 밴 김치만의 매운맛이 있는가 하면 동치미와 백김치의 옅고 투명한 우유색 국물은 또 얼마나 시원한지…. 쓴맛을 골라 담근 고들빼기김치와 갓김치도 있다. 날로 먹거나 불에 익혀 먹는 맛과 달리 김치는 발효, 즉 곰삭은 맛이자 삭힌 맛이다. 시간이 지나고 저절로 맛이 배어들게 하는 김치의 숙성 과정을 그래서 “익힌다”고도 한다.

 

싱싱한 배추는 소금에 절여지고 숙성되면서 김치만의 아삭하면서도 졸깃한 식감을 낸다. ⓒ세계김치연구소/해남화원농협

KIMCHI MUSEUM
박물관으로 간 김치

2015년 4월에 인사동으로 이전해 새로 문을 연 뮤지엄김치간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전시 및 김치 만들기 등의 다양한 체험을 통해 ‘김치’와 ‘김장 문화’를 이해하기 쉽게 구현하는 곳이다. 시각, 촉각, 후각, 미각을 자극하는 체험을 통해 김치를 한결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이곳은 CNN이 선정한 세계 11대 음식박물관이다.

 

(시계방향으로) ⓒ세계김치연구소
각종 채소뿐 아니라 해당 지역의 로컬 식재료로 담그는 김치는 땅과 자연과 시간이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바야흐로 김치가 콘텐츠가 되고 문화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궁중음식연구원의 김장 촬영 장면)
배춧속을 채워서 보자기처럼 싼다 해서 붙여진 이름 ‘보김치’는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볼 수 있다.

 

Q. 김치의 종류와 지역별 대표 김치를 소개해주세요

한국에는 대략 200가지의 김치가 있습니다. 지역과 계절에 따라 종류가 다른데 어떤 학자는 약 1000가지로 세분화하기도 합니다. 뮤지엄김치간 5층에 있는 김치움은 이런 다양한 실물 김치를 일종의 냉장고에 전시하는 김치 저장소입니다. 김치공부방(영상실)에서는 지역별로 서로 다른 김치 담그는 과정과 레시피를 보여주는 영상을 상영 중이에요. 서울과 경기 지역의 김치는 기본적으로 맛이 깔끔합니다. 특히 이 지역의 ‘보김치’는 배춧속 사이에 갖가지 해산물이 들어간 소를 가득 채워 보자기에 싸듯 멋을 낸 김치로, 김치가 고급화된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원도는 산간 지방이라 젓갈을 구하기 어려워 대신 말린 황태를 고아서 북어김치를 담갔습니다. 충청도는 잘 늙은 호박 등 다양한 재료로 김치를 담그는데, 겨울에 채소가 귀해질 때 이 호박김치로 찌개를 끓인다네요. 경상도는 남해와 동해가 만나는 곳이라 맵고 짠 것이 특징입니다. 말린 무를 즉석에서 무쳐 그날 먹는 골곰짠지가 있습니다. 전라도는 지리적 특성과 기후 덕에 해산물과 농작물이 모두 풍부해 호사스러운 김치를 담그고 젓갈도 다양하게 넣습니다. 갓김치와 고들빼기김치가 대표적이고, 부모님 생신 등 특별한 날에 맞춰 담그는 반가 김치는 빨간 통배추김치와 백김치의 중간 정도라고 합니다.

 

안이 투명하게 보이는 냉장고에 각종 김치와 절임 음식을 저장하고 전시하는 김치움. ⓒ뮤지엄김치간

 

Q.김치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이유는 뭘까요?

김치의 우수성은 이미 2006년 미국의 건강 전문 월간지 <헬스>에 소개되었고, 이후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특히 김치는 사스SARS나 메르스MERS 같은 현대인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각종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김치의 발효 과정에서 나오는 유산균과 이를 담고 있는 김치에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어요. 2001년 국제식품규격으로 승인을 받은 이후 현재 일본, 홍콩, 대만, 미국 등 66개 나라로 한국의 김치가 수출되고 있습니다. 뮤지엄김치간도 이에 발맞추어 어린이 대상 계절별 김치학교, 외국인 대상 통배추김치(전통김치) 또는 백김치, 채식주의자를 위한 맞춤형 김치, 1인 가구를 위한 셀프형 하루 김치 체험 등을 운영 중이에요. - 나경인, 뮤지엄김치간

 

김치맛은 국물이 좌우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김치의 모든 재료 맛이 우러난다. ⓒ세계김치연구소

해외에 체류하다 돌아오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음식, 김치찌개. 김치는 잘 안 먹지만 볶아서 삼각김밥 안에 넣어주면 금세 먹어치우는 아이들, 칼국숫집이 잘 되려면 김치가 맛있어야 하고, 김치 없는 고기구이집을 생각할 수 없듯이 한국인에게 김치란 진정한 솔메이트다. “저는 국물 있는 김치가 점점 좋아집니다. 겨울에는 동치미, 여름에는 열무김치가 정말! 맛있어요. 뮤지엄김치간 근처에 열무비빔밥을 맛있게 하는 한식당이 있는데, 외국인들도 많이 찾아오는 곳이에요. 열무비빔면과 김치전도 맛있습니다.”(나경인) 

그런가 하면 독일, 미국, 프랑스 등에서도 김치를 넣은 버거와 애피타이저용 김치볼 등을 선보이는 레스토랑이 생긴 지 오래. 2017년 3월 9일자 <뉴욕포스트>는 세계적인 학술지 <란셀the Lancel>에 실린 연구 성과를 인용해 김치가 세계 제일의 건강식품이라고 소개했다. 

 

글. 최윤정ASHLEY Y. CHOI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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