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EYS
CULINARY HERITAGE
아스테카의 고고한 풍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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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호

 

“멕시코시티에서는 아스테카문명을 비롯해 스페인과 레바논에서 영향을 받은 풍부한 미식 유산을 경험할 수 있다.”

 

멕시코시티의 과달루페 대성당Basilica of Guadalupe 위로 해가 진다.

라틴아메리카에서 멕시코시티는 미식의 수도로 손꼽힌다. 멕시코인들의 음식 기원이 무려 아스테카문명이라는 고대문화로 거슬러 올라가는 까닭이다. 1325년 아즈텍인들이 처음 정착했던 곳이 지금의 멕시코시티가 자리한 텍스코코 호수Lake Texcoco였다. 현재 이 호수의 물은 홍수를 조절하기 위해 거의 뺀 상태라 그 흔적만 일부 남아 있다. 당시 아즈텍인들은 프리홀frijoles(콩)과 마이즈maíz(옥수수) 등의 작물을 주로 먹었다. 그중 옥수수는 아스테카의 신화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오늘날에는 치아시드나 아마란스 같은 멕시코 작물을 멕시코시티 어디에서나 접할 수 있지만 1500년대에는 달랐다. 요즘엔 소규모 식당뿐만 아니라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흔히 맛볼 수 있지만, 그 시기의 스페인 사람들은 종교의식을 위해 이 작물들을 독점적으로 취급했기 때문이다.

멕시코 음식은 아스테카문명을 제외하고도 여타 국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스페인에서 즐겨 먹는 고기와 유제품, 레바논에서 사용하는 양념장과 회전구이 돼지고기, 얇게 구운 양고기를 넣은 알파스토al pastor 타코 등을 멕시코시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유다.

쿠아우테모크Cuauhtémoc 인근에는 멕시코 현지 식재료를 전통적인 일본 방식으로 조리하는 셰프도 있다. 와인바인 레 타키노미 데수Le Tachinomi Desu에서 멕시코식과 일본식이 혼재된 요리와 내추럴 와인을 맛보자. 카페 델 푸에고Café del Fuego 또한 일본의 찻집인 키사텐Kissaten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콜로니아 후아레즈Colonia Juárez 지역에 있는 마살라 이 마이즈Masala y Maiz는 카다멈으로 양념한 고구마퓌레와 옥수수를 곁들인 닭튀김에 신선한 코코넛밀크, 생강, 강황, 코티하 치즈를 뿌린 요리를 내놓는데 이 한 접시에 남아시아, 동아프리카, 멕시코의 풍미가 골고루 뒤섞여 있다.

멕시코시티의 전통 음식이 궁금하다면 자갈길을 따라 센트로 히스토리코Centro Histórico로 향하자. 최고의 타케리아Taqueria(타코 가판대)와 유서 깊은 칸티나Cantina(라틴아메리카식 바)가 모여 있고, 현지인들이 둘러앉아 시원한 맥주를 마시거나 게임을 즐기고 신문을 읽는 술집도 자리한다. 또한 콜로니아 로마Colonia Roma에서는 로드니 쿠식Rodney Cusic, 메르세데스 베르날Mercedes Bernal 등 젊은 셰프들이 다소 실험적인 멕시코 요리를 선보인다. 이들이 멕시코의 뿌리를 존중하되 그것을 기반으로 여러 가지 도전을 일삼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멕시코시티 또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선구적인 셰프나 레스토랑은 이를 변화의 계기로 삼기도 했다. 질 좋은 정찬을 고급스럽게 포장해 팔고, 도시 근교에 있는 숲에서 야외 팝업 레스토랑을 열었다. 지난 시간 동안 멕시코시티는 단순히 살아남는 데 목적을 두지 않고 나날이 발전해왔다.

 

팔라시오 데 벨라스 아르테스 콘서트홀 겸 문화센터.

센트로 히스토리코에서 24시간

아스테카문명의 수도였던 터전 위에 세워진 센트로 히스토리코 지구에서는 멕시코 고대문명과 스페인 식민 시대가 충돌하는 기이한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단지 박물관이나 칸티나 등 건축물의 외관을 말하는 게 아니다. 전통 멕시코 요리를 취급하는 엘 카르데날El Cardenal 레스토랑에서는 1969년부터 이례적으로 조식 메뉴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린 살사소스에 푹 담근 엔칠라다enchilada와 곤충 캐비아로 알려진 에스카몰escamole과 후아우존틀huauzontle로 속을 채운 오믈렛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레스토랑의 시그너처 메뉴는 콘차concha. 조개 모양의 달콤한 빵에 클로티드 크림을 발라 먹는다.

배를 채웠으니 이제 역사 유적지를 둘러볼 차례다. 팔라시오 데 벨라스 아르테스Palacio de Bellas Artes 콘서트홀에 가면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나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David Alfaro Siqueiros 등 멕시코 출신 예술가들이 그린 벽화를 감상할 수 있다. 1907년에 문을 연 바로크 양식의 우체국 팔라시오 데 코레오스 데 멕시코Palacio de Correos de México의 외관에 감탄하면서 녹음이 우거진 알라메다 센트럴Alameda Central로 걸음을 옮긴다. 이곳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으로 현지인들은 종종 그늘이 드리워진 벤치에 모여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다.

 

전설적인 추로스 가게인 추레리아 엘모로.

시르쿨로 멕시카노Círculo Mexicano 호텔 옥상에 위치한 이타카테 델 마르Itacate del Mar 레스토랑은 늦은 점심을 먹기좋은 곳이다. 콘트라마Contramar 레스토랑은 싱싱한 해산물과 가브리엘라 카마라Gabriela Cámara 셰프 덕분에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길거리 음식을 창의적으로 해석한 메뉴인 표고버섯을 얹은 토스타다tostada, 새우와 아바네로 마요네즈를 곁들인 옥수수 에스키테스esquites 등을 시식해보자. 점심을 먹은 후에는 칵테일을 한잔 마시고 1573년에 지어진 화려한 메트로폴리탄 대성당Metropolitan Cathedral부터 아스테카문명의 주요 사원이었던 템플로 마요르Templo Mayor를 천천히 둘러본다. 추레리아 엘 모로Churrería El Moro는 멕시코시티에만 11개 매장이 있는 전설적인 추로스 가게다. 막대 모양 반죽을 튀겨 계피 설탕으로 코팅을 하고 초콜릿, 캐러멜, 연유처럼 달콤한 토핑을 뿌려 먹는다.

 

 눈에 띄는 타코 가판대 3곳 

포요 브루토

노란색 간판이 눈길을 끄는 포요 브루토Pollo Bruto는 로마 수르Roma Sur에 자리한 타코 바다. 에밀리아노 파디야Emiliano Padilla 셰프가 감귤류를 베이스로 만든 타코부터 디아블로라고 이름 붙인 매운맛 타코까지 다채로운 취향을 만족시킨다. 무엇보다 아도보adobo 양념장에 재워 요리한 닭고기로 속을 채워 튀겨낸 피라타pirata 타코와 치즈 크러스트는 반드시 먹어봐야 한다. instagram.com/pollobruto

 

타코스 코쿠이오스

밤늦은 시간에도 타코스 코쿠이오스Tacos Cocuyos가 자리한 도로 모퉁이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이곳은 바와 클럽이 영업을 끝낸 뒤에도 한참 동안 문을 여는 곳으로 잘 알려진 전설적인 타케리아다. 레드 치폴레 살사와 아바네로 과카몰리 소스를 곁들인 멕시코시티 최고의 롱가니자longaniza 타코를 맛볼 수 있다. instagram.com/tacoscocuyos

 

엘 빌시토

해가 지면 나르바르테Narvarte에 자리 잡은 엘 빌시토El Vilsito는 순식간에 정비소에서 타케리아로 탈바꿈한다. 이곳에서 파는 알 파스토는 타코의 멕시코시티식 이름으로 레바논 이민자들이 즐겨 먹던 음식이다. 육즙이 가득한 돼지고기를 얇게 썰어 토르티야에 넣고 그 위에 파인애플을 얹어 주는데 그 과정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침샘이 폭발한다. instagram.com/tacoselvilsito

 

멕시코 현지 재료로 만드는 에밀리아의 일본식 생선 요리.

콜로니아 로마에서 24시간

센트로 히스토리코 남서쪽에 있는 콜로니아 로마는 멕시코시티에 가면 꼭 들러야 하는 트렌디한 장소다. 19세기 후반에 형성된 이 지역에서는 아르누보와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은 저택을 따라 현대적인 미식의 향연이 펼쳐진다.

첫 여정은 포르테 브레드 앤드 커피Forte Bread & Coffee에서 시작한다. 이 베이커리 카페는 멕시코 남동부에 위치한 치아파
스Chiapas 지역의 정글과 멕시코시티에서 약 96km 떨어진 푸에블라Puebla 외곽 숲에서 재배한 원두로 커피를 만든다. 특히
에스프레소는 악시오테axiote 씨앗, 옥수수, 계피, 사탕수수 등에 타스칼레이트tascalate 음료를 섞는 독특한 레시피를 따른다. 은은한 커피 향이 감도는 갓 구운 콘차 역시 독특한 풍미를 자랑한다. 커피를 사들고 근처 플라자 루이스 카브레라Plaza Luis Cabrera 공원에 앉아 분수와 현지인을 구경하는 건 어떨까.

계속해서 칼레 오리자바Calle Orizaba 거리를 걸으며 에디피시오 발모리Edificio Balmori 같은 부티크 등 1900년대 초 고대 로마에 들어선 프랑스식 건축물을 감상해본다. 이 건축물들은 과거 멕시코시티의 도시 확장 계획의 일부였다고 한다. 마침내 멕시코 최고의 요리사로 자주 언급되는 부부 셰프인 로드니 쿠식과 메르세데스 베르날이 이끄는 메로마Meroma 레스토랑에 도착한다. 테라스에서 멕시코식 유제품인 조코크jocoque 위에 튀긴 아티초크를 얹은 요리나 동부 베라크루즈에서 재배한 금귤로 만든 마멀레이드, 카카오를 올린 푸아그라를 주문해보자.

모퉁이를 돌자 인근에서 가장 활기찬 장소인 플라자 리우데자네이루Plaza Río de Janeiro로 이어진다. 공원 중앙에는 청동으로 복제한 다비드 조각상이 놓여 있다. 잠시 오후의 햇살이 비추는 보테가Bottega 바에 들러 멕시코와 유럽에서 숙성한 내추럴 와인을 시음해본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멕시코에서 가장 촉망받는 셰프가 운영하는 에밀리아Emilia 레스토랑에서 푸짐한 만찬을 만끽해보자. 루초 마르티네즈Lucho Martínez는 멕시코 식재료로 일본식 요리를 선보인다. 발효시킨 패션푸르트 주스, 치아시드에 절인 잿방어 회, 아바네로 칠리와 유자소스를 곁들인 숙성 오리고기 등이 신선하다.

 

 입맛을 돋우는 
 해산물 식당 3곳 

라 도체나

멕시코시티 사람들은 폴란코Polanco에 있는 고급 해산물 레스토랑 라 도체나La Docena에서 오랜 시간 동안 점심을 먹으며 주말을 보내곤 한다. 2019년 라틴아메리카 최고의 레스토랑 50에 선정된 이 레스토랑은 토마스 베르무데즈Tomás Bermúdez가 주방을 도맡아 굴을 주재료로 풍부한 해산물 요리를 내놓는다. 새우를 넣은 매운 아구아칠레 타테마도aguachile tatemado에 바삭한 옥수수 토스타다가 함께 나온다. ladocena.com.mx

 

캄포 바하

로마 노르테Roma Norte에 위치한 캄포 바하Campo Baja는 피크닉 테이블 위로 과카몰리를 곁들인 참치 토스타다와 고추 음료인 미첼라다michelada를 내놓는 편안한 분위기의 식당이다. 식사를 마치면 아래층의 프랑스식 페탕크 경기장Petanque Arena에서 파티를 이어가도 좋다. campobaja.com

 

돈 베르가스

한때 메르카도 데 산 후안Mercadode San Juan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가게였던 돈 베르가스Don Vergas가 쿠아우테모크Cuauhtémoc로 이전했다. 이곳에서 루이스 발레Luis Valle 셰프는 어린시절을 보낸 태평양 연안에서 영감을 받은 요리를 내놓는다. 청새치 부리토와 버터처럼 부드러운 가리비가 이색적이다. donvergasmariscos

 

바르 라 오페라에서는 혁명가인 판초 빌라가 쏜 총알이 만든 구멍을 지금도 볼 수 있다.

가장 멕시코다운 칸티나

칸티나는 하루 종일 문을 여는 곳이 많아 모임을 즐기려는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바에서 간단한 전통식을 내놓기도 하는데 양이 푸짐해 인기가 많다. 아가베agave를 재료로 만든 증류주 또한 일품이다.

센트로 히스토리코에 가장 먼저 들어선 엘 갈로 데 오로El Gallo de Oro는 1847년에 오픈한 유서 깊은 칸티나다. 멕시코의 혁명가로 잘 알려진 판초 빌라Pancho Villa가 총을 쏜 덕분에 이름을 알리게 된 바르 라 오페라Bar La Ópera에는 아직도 천장에 총알 구멍이 남아 있다.

살롱 테넴파Salón Tenampa는 플라자 가리발디Plaza Garibaldi와 가까워 접근성이 좋을 뿐만 아니라 멕시코 전통음악을 연주하는 마리아치mariachi 밴드가 이른 새벽까지 연주를 하는 장소다. 좀 더 멀리 떨어진 곳 독토레스Doctores에서는 고추를 넣은 스페인식 반건조 소시지를 내놓는다. 한편, 콜로니아 로마의 코바동가Covadonga에 가면 현지인들이 도미노 게임을 하면서 만체고 치즈를 듬뿍 바른 빵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칸티나의 인기는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유카탄식 타코로 유명한 라 리비에라 델 수르La Riviera del Sur 등 멕시코시티 곳곳에 현대적인 칸티나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셰프가 모여드는 시장 3곳 

메르카도 데 자메이카

메르카도 데 자메이카Mercado de Jamaica는 10월 ‘죽은 자의 날’ 축제 기간 동안 최고의 꽃을 엄선해서 파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입소문을 탄 초리조chorizo 타코도 그 명성에 뒤지지 않는다. 통칭 라스 마스 알타스 몬타나스Las Más Altas Montañas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간판도 없는 가판대를 찾아가면 된다.

 

라 메르세드

센트로 히스토리코 외곽에 위치한 라 메르세드La Merced에서 파인애플 껍질을 발효시킨 음료인 테파체tepache를 들고 포장마차에 들러 메뚜기나 아가베 벌레 등 식용 곤충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센트랄 데 아바스토

멕시코시티에서 차로 1시간쯤 가면 닿게 되는 센트랄 데 아바스토Central de Abasto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로 많은 셰프들이 싱싱한 해산물이나 돼지고기를 사러 오곤 한다. 혼자 방문해도 되지만 디바우어드, 잇 라이크 어 로컬 등 현지 여행사와 함께 둘러봐도 좋다. devoured.com.mx, eatlikealocal.com.mx

글. 미카엘라 트림블MICHAELA TRIMBLE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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