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 북쪽 끝자락, 활화산과 유리처럼 투명한 호수가 만든 세상 속에서 잿빛 하이킹과 짜릿한 래프팅 등 가장 강렬한 방식으로 칠레의 자연을 탐험해본다. 레이크 디스트릭트로 알려진 지역을 터전으로 삼은 마추페 부족과의 만남을 통해 자연이 주는 감동과 평온을 얻는 것은 덤이다.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는 ‘재’에서 비롯되었다. 어떤 사람이 화산 아래 난 길을 따라 개와 산책하고 있었다. 대나무와 마구잡이로 자란 덤불 등에 둘러싸인5 km 숲길이었다. 왼쪽으로 웅장한 오소르노 화산Osorno Volcano이 칠레의 높은 하늘 아래 당당하게 서 있었다. 목줄을 차지 않은 개는 주인이 어찌 하기도 전에 앞서 달려 나갔다. 푸두pudu(세상에서 가장 작은 사슴과 동물) 냄새를 감지한 녀석은 자취를 따라 이미 채석장까지 갔다. 그리고 발자국을 발견하고는 땅에 코를 대고 킁킁거렸으나 동물이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 찾기 전에 뒤늦게 쫓아온 주인에게 돌아갔다. 그렇게 남겨진 푸두의 발자국은 세월이 흘러 덤불 속으로 사라졌다.
가이드 마르셀로 캄포스Marcelo Campos가 땅바닥의 회색 흙에 찍힌 자국을 보면서 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땅에 쌓인 잔해 덕분에 그는 분석 능력을 맘껏 발휘한다. 이 잔해는 근처의 오소르노 화산이 아닌 16km 떨어진 칼부코Calbuco 화산이 2015년 폭발하면서 날아온 것이다. 칠레의 레이크 디스트릭트Lake District 심장부에서는 어느 화산의 폭발로 눈앞의 지형이 생겼는지 알아내고, 어느 화산이 다음으로 폭발할 것인지 예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칼부코 화산 폭발을 포착한 매체의 사진은 저마다 장관이다. 핵폭탄급 폭발력으로 화산쇄설류가 분출하면서 뇌우와 번개가 만들어진 순간을 촬영한 사진은 원초적이면서 아름답다. 하지만 그 여파는 그만큼 포토제닉하지 않다. 마르셀로가 길을 걷다가 잘 익은 칠레구아바베리murta 열매 하나를 따고는 칼부코 화산이 폭발한 직후의 피해 상황을 담은 사진을 보여준다. 사진 속의 모든 표면은 화산재로 뒤덮여 있고 어떤 곳은 무릎 높이까지 쌓인 모습이다.
“이걸 좀 보세요.” 길 끝에 다다르자 마르셀로가 말을 꺼낸다. 길 양옆으로 화산재가 눈처럼 높이 쌓여 있다. “이 잔해는 7년 전에 생긴 거예요. 화산이 폭발하면 모든 것이 아주 심각해져요. 맞죠?”
맞는 말이다. 그리고 내가 이곳에 온 이유도 화산 때문이다. 화산뿐만 아니라 호수를 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칠레 남부에는 수많은 화산과 호수가 있고 환상적인 풍광을 펼쳐낸다. 내가 이 지역에 처음 여행 왔을 때는 돈도 없고 아무것도 모르는 먼지투성이 배낭여행자였다. 당시에는 수도인 산티아고에서 파타고니아까지 버스를 타고 서둘러 이동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푸에르토바라스Puerto Varas에서 푸콘Pucón까지 운전하면서 느긋하게 여행하는 중이다. 더 이상 꾀죄죄한 몰골로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도미토리 객실에서 지내지 않는다.
이번 여행의 단점은 지금이 남부 지방의 가을인4월 이어서 예측 가능한 칠레의 기후를 누릴 수 없다는 거다. 마르셀로와 함께한 첫 하이킹과 푸에르토바라스와 양키우에 호수Lake Llanquihue 주변에서 보낸 대부분의 시간 동안 비가 무섭게 퍼부었다. 비가 잠잠해진 단 한 번은 호텔 아와Hotel Awa에서 석양을 바라볼 때였다. 안개 틈을 비집고 햇살이 비추자 무지개가 모습을 옅게 드러냈다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래서 또 한 번의 축축한 하이킹을 마친 후 마르셀로가 나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었을 때, “모닥불 옆에 앉아 있고 싶다”는 대답 외에는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이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상황을 받아들이거나 논리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호수의 물은 자연스럽게 채워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냥 심술이 났고 지쳤다. 마르셀로는 래프팅을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뭐, 얼마나 더 젖겠어요.”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그를 따라나선다.
30분 후 나는 페트로우에강Petrohué River 옆에 서서 강하게 떨어지는 빗방울로 표면에 구멍이 생기는 강물을 바라본다. 그 짧은 순간 몹시 피곤함을 느끼는 동시에 ‘머리에 맞는 헬멧도 못 찾은 39세의 내가 래프팅을 하기에는 너무 늙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비밀이다!). 폭우 속에서 앞을 예측할 수 없어 두려워하면서 낯선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지금,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오게 됐는지 생각에 잠긴다.
“오케이, 우리 팀!” 래프팅 가이드 알바로Álvaro가 내가 맥없이 가만히 있게 놔두지 않는다. “준비됐나요? 전 제 직업이 정말 좋아요. 우리 팀도 제가 하는 일을 좋아하게 될 거예요!”
형형한 눈빛과 긴 머리, 걱정은 전혀 없을 것 같은 푸에르토몬트Puerto Montt 출신의 29세 알바로는 열정 전도사다. 나는 다른 참여자와 함께 6인승 고무보트를 강기슭까지 이고 가서 알바로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 강으로 나아간다.
단 5분 만에 내 기분이 침울에서 희열로 뒤집어진다. 나는 가장 앞에 앉았던 터라 급류에 부딪힐 때마다 수백 리터의 물이 내 얼굴을 맨 먼저 강타한다. 강 아래로 흘러갈수록 급류가 거셌고, 보트가 솟아올랐다가 순식간에 떨어지면서 물이 머리 위로 쏟아진다. 하지만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이 정신없이 뒤섞여 이 모든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 팀 최고!” 알바로가 외친다. 나도 요란하게 흐르는 강물 위로 괴성을 지른다.
방금 생긴 발자국
여행을 자주 다닌다면 짜릿한 렌터카식 로또에 대해 잘 알 것이다. 렌터카 업체는 보통 보유하고 있는 차량 설명에 ‘그와 유사한’이라는 말을 붙여 어떤 차를 배정할지 논란의 여지를 둔다. 나 같은 경우 비포장도로를 이동할 때 필요할 것 같아서 선택한 사륜구동 차량이 덩치 큰 하얀 픽업트럭으로 재해석됐다. 만리장성이라는 중국 회사에서 만든 이 트럭은 오토카Autocar사에 의하면 ‘느리고 경쟁사의 차량에 비해 사양이 떨어지며 세련미도 없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르다.
노출된 트럭 뒤쪽에 둔 가방이 젖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안데스의 신이 나를 불쌍히 여겼는지 어제의 폭우 대신 해가 밝게 비춘다. 화산 봉우리가 구름과 나무 사이로 나타났다 사라지고 가끔은 다른 산과 안개에 가려지는 풍경이 환상적이다. 칠레의 오지를 운전하는 것은 정신없는 산티아고와 달리 차분한 경험이다. 주변을 구경하면서 운전하다가 언제든 사진을 찍고 싶을 때 차를 세울 수 있다. 고원에는 검은목젖따오기와 물떼새의 일종인 서던랩윙이 서식하고, 길가 주변에는 닭과 개가 어슬렁거린다. 포플러나무는 가을 햇살에 노랗게 물든다. 영어로는 덜 고상한 이름인 원숭이 수수께끼 나무monkey puzzle tree라고 불리는 아라우카리아(칠레소나무)가 지금은 시든 시금치 빛깔을 고집스럽게 유지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색이 변할 것이다. 순수한 공기는 햇살이 소나무에 비춰 길가에 나무 향이 퍼질 때만 다소 느낌이 다르다. 란코호수Lake Ranco 남쪽 기슭에 위치한 전망대에 도착하니 하늘이 형형색색 물들어 있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 듯하다.
다음 날 아침, 나는 푸탄게 공원Futangue Park에서 눈을 뜨고 후회했다. 호텔이 위치한 개인 소유의 이 공원은 연간 강수량이 4000mm 정도다. 내 고향 영국 글래스고Glasgow 역시 건조와는 거리가 먼 곳이지만, 그보다 무려4 배 정도 비가 더 내린다. 우비를 다시 꺼낸 나는 토마스 로드리게스Tomas Rodriguez의 안내에 따라 공원을 걷는다. 그는 이곳에서 일한 지 몇 달이 되지 않은 신입 가이드다.
길을 따라가며 토마스가 숲속에 조금씩 비치는 햇살을 가리킨다. 나무에서 자라는 버섯에 뒤엉킨 넝쿨은 나무 기둥을 따라 버섯보다 더 높이 자란다. 블랙프라이데이에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가는 모습이 슬로모션으로 펼쳐지는 듯하다. 우리는 주로 식물을 관찰했지만 토마스가 이곳에는 희귀동물도 서식한다고 알려준다. 코드코드kodkod는 몸집이 아주 작은 고양잇과의 야생동물로 아기 발가락만큼 귀엽지만 마주치기 매우 어렵다.
우리가 직접 볼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다윈코개구리Darwin’s frog라는 또 다른 희귀 동물을 찾아 나선다. 개구리 관찰 방법을 알려주는 토마스의 목소리가 요란하게 내리는 빗소리 너머로 겨우 들린다. “거의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막대기로 땅을 훑을 거예요. 운이 좋으면 개구리가 위로 뛰어오를 테니까요. 아, 그리고 개구리를 밟지 않게 조심하세요!”
지금이 이 희귀 양서류를 관찰하기 좋은 시기인지 궁금해진다. “그렇지 않아요. 짝짓기 계절이 끝났고 대부분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거든요.” 토마스가 상황과 어울리지 않게 밝게 말한다.
나무껍질이 수북한 흙길을 걸으며 보이지 않는 다윈코개구리가 뛰어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땅을 막대기로 훑는다. 순간 한 마리 발견한 건가 싶었지만, 이내 강력하게 떨어진 빗방울에 뒤집힌 나뭇잎이라는 걸 깨닫는다.
활동적이지 않은 여행자라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지역에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호화로운 호텔도 많다. 물웅덩이 사이를 추적추적 걸으며 민달팽이의 배 높이보다도 낮은 열정을 가진 나는 내 안에 내재한 호기심에 대해 다시 한번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지금이 과연 따뜻한 샤워와 안락한 침대, 피스코 사워pisco sour(칠레와 페루가 서로 원조라고 주장하는 소주와 비슷한 피스코로 만든 칵테일)에 대한 생각을 할 때인가? 이 갈색 개구리를 찾는 데 집중해야 되지 않을까?
“여기요!” 20분쯤 후에 토마스가 소리친다. 다윈코개구리가 너무나도 연약해 보여 토마스는 파란색 의료용 장갑을 먼저 끼고 개구리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린다. 그리고 검은색과 하얀색이 섞인 배를 볼 수 있게끔 살며시 뒤집어 나뭇잎 위에 조심스럽게 놓는다. 화려한 동물은 아니지만 이 작은 생명체는 자신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즐거움을 주는지 모를 것이다.
내가 사진을 찍는 동안 토마스는 잠시 야생동물 연구가처럼 자세한 설명을 들려준다. 다윈코개구리는 수컷이 입안에서 올챙이를 부화시키는 단 두 종의 개구리 중 하나라고 한다. 입안에서 나온 올챙이는 태양을 처음으로 마주한 다음 작은 개구리로 성장할 것이다.
토마스는 개구리를 발견한 기쁨과 우울이 공존한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쏟아지는 비 때문이 아니라 작고 연약한 생명체가 크고 습한 숲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자연을 보전하는 관점에서 비롯된 마음이라 생각한다. 토마스는 개구리를 발견한 곳에 다시 데려다준다. 개구리는 깡충깡충 뛰면서 사라져가고 덤불 속에서 우리의 희망은 샘솟는다.
불길한 달
란코 호수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따라 북쪽으로 네 시간 운전한 끝에 도착한 푸콘은 여행자를 위해 생긴 마을이다. 노래방과 티셔츠 매장, 여행사 그리고 거리의 호객꾼이 있는 이곳을 폄하하기 쉽다. 그러나 주변 경관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그냥 지나칠 수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그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불가피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몇 달 동안 봉쇄되었던 이 지역은 2020년 12월에 한 주 동안 잠시 되살아났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안데스산맥을 다시 휩쓸면서 푸콘은 다시 고요해졌다.
물론 하이킹과 래프팅, 등산을 위해 여행자가 단체로 찾아오면서 지금은 활기를 되찾았지만, 수많은 사람이 몰려온 그 의문스러운 한 주는 하늘의 움직임에 의한 것이었다. 내가 이 시기에 대해 잘 아는 이유는 2020년에 개기일식을 보려고 푸콘까지 갔던 수천 명 중에 나도 있었기 때문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놀라운 단 한 순간이었다. 내 안의 작은 부분이 바뀌었고, 조금은 다른 사람이 되었다. 거대한 그림자가 지구를 지나는, 경외감이 깃드는 위대한 시간. 어둠이 걷히기 전에 광환이 보였다. 그리고 다시 한번 빛이 하늘을 가로질렀다.
이 보석 같은 해에 일식은 기적과도 같은 사건이었지만, 푸콘에 돌아와서 보니 어떤 이들은 이 경험을 매우 다르게 받아들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마푸체Mapuche 원주민은 일식에 대한 그들만의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들에게 일식은 해와 달의 싸움으로 죽음을 상징하며, 태양의 위대한 부활을 의미한다. “하지만 축제는 절대 아니에요.” 로사리오 콜리피Rosario Colipi가 여행자에게 원주민 문화를 알리고자 개방한 자신의 루카ruka(마푸체족의 전통 가옥) 안에서 말한다. “우리에게 일식은 나쁜 징조예요. 2018년에도 일식이 있었는데 우리에게 전염병이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했죠. 2020년의 일식으로 이 문제가 금방 끝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나는 일식이 사악한 존재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과 마푸체 부족이 달의 그림자를 코로나 바이러스와 연결 지었다는 사실이 매우 놀라웠다. 하지만 이렇게 다른 해석에 꼭 놀랄 필요는 없다. 마푸체 부족은 유럽인이 아메리카 대륙에 오기 전부터 이 땅에서 살던 사람들로 자연 속에서 마력의 의미를 읽고 다른 이들이 간과하는 것을 아끼고 숭배해 왔으니까.
로사리오는 채집한 칠레소나무 열매를 방 한가운데 있는 모닥불에서 볶는다. 그들은 신성한 나무를 흔들어서 열매를 떨어뜨리는 대신, 자연스럽게 떨어지기를 기다린다고 이야기한다. 고소한 냄새가 어두운 루카를 감싼다. 손주 14명을 둔 68세 할머니 로사리오는 마푸체 부족의 생활 방식에 대해 조금 더 설명을 덧붙인다. 이런 투어를 하다 보면 주민들이 인간 사파리가 된 기분이 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지만, 로사리오의 너그러움과 인내심으로 안심하게 된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열매 껍질을 모닥불에 던지자 그녀가 그러지 말라고 차분하게 말을 건넨다. “우리는 껍질을 태우지 않고 모아둔 다음 다시 땅에 돌려줍니다.” 순간 내 얼굴은 불꽃보다 더 뜨거워진다.
가을 아침 햇살 가득한 밖으로 다시 나오니 눈부시다. 비야리카Villarrica 화산의 설봉이 하얗게 빛나고 있다. 주초에 퍼붓던 비는 마치 지어낸 이야기 같다. 어떤 면에서 화산도 그렇다. 정상에 항상 눈이 덮여 있는 거대하고 균형 잡힌 원뿔 모양의 화산은 완벽에 가깝다.
그 옛날 배낭여행자로 저 산을 등반할 때 나는 아이스 피켈(빙판을 따라 걷거나 올라설 때 유용하게 쓰는 도끼 모양 지팡이)을 사용하면서 연기를 내뿜는 정상에 올랐다. 유황 연기가 산에 오르는 우리 일행을 감쌌다. 오늘처럼 날씨가 좋은 날에도 그때처럼 젊고 체력 좋은 여행가들이 산에 오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행운을 빌고, 대신 세로 에스페호Cerro Espejo(거울 언덕)를 오르는 짧은 하이킹을 신청한다. 푸콘푸콘Pucón Pucón 끝자락에 위치한 호화로운 앤비욘드 비라비라&Beyond Vira Vira 호텔에서 기획한 투어 프로그램 중 하나로 기이한 풍광을 탐험할 수 있다. 비야리카 정상을 오르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기도 하다.
마젤란딱따구리Magellanic woodpecker가 머리 위에서 지저귀는 칠레소나무 숲을 한 시간 정도 걷는다. 숲 밖으로 가까워질수록 식물이 생장하기 어렵다. 활화산이 여전히 폭발적인 에너지를 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자연적인 개간 덕분에 세로 에스페호 정상에서 바라본 절경은 고결하고 대지는 비옥하다. 이 지역의 초자연적인 기준으로 판단해도 빼어나다. 이 위치에서 폭포와 호수 그리고 저무는 태양의 기운을 받아 분홍빛으로 물드는, 눈 덮인 봉우리가 있는 화산이 보인다. 영원할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평화롭다.
TRAVEL WISE
가는 방법
인천공항에서 산티아고공항까지 1회 경유하는 노선을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이 공동 운항한다. 비행은 대기 시간까지 포함해 평균 24시간 이상 걸린다.
여행 시기
칠레 남부의 평균기온이 24°C 정도인 11월, 12월을 추천한다. 벌레가 출몰하는 1월은 피할 것. 우기가 시작되는 4월 이전인 2~3월도 여행하기 좋다. 이후 6월에는 기온이 3°C까지 내려간다.
더 많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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