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097m 월악산과 그 북부를 휘감은 충주호반. 그리고 충주호에 물을 채우며 더불어 흐르는 남한강까지. 산과 강 그리고 호수에서 자연의 소리와 첼리스트의 연주가 화음을 이루며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설경에 동화된 ELECTRIFIED GV70 우유니 화이트는 첼로의 선율을 따라 역동적으로 감응한다. 그렇게 여정은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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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 낳은 소리의 섬
비내섬
NAVIGATOR 충북 충주시 앙성면 남한강변길 146
앙성 탄산온천지구를 지나 조대고개를 오르자 남한강 물줄기와 어우러진 비내섬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이른 아침, 물안개는 섬을 부드럽게 감싸며 습지나 물가에서 자라는 갈대와 산이나 들에서 자라는 억새가 공존하는 풍경을 살포시 감춘다. 첼리스트는 섬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며 점차 선명하게 다가오는 이곳의 생태와 첫인사를 나눈다. 겨울이 깊어지면서 갈대와 억새의 솜털은 졌지만, 대신 새하얀 눈이나 얼음이 피어나 있다. 찬 바람이 불어오자 갈대와 억새는 일렁거리며 눈과 얼음을 다시 흩뿌린다. 남한강 중상류에 자리한 비내섬은 여울과 소가 반복되는 지형이 잘 보존되어 수달과 호사비오리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이곳을 터전 삼아 살아가고 있다. 물살이 빠르게 흐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거센 물숨 속에서 튀어 오른 물고기는 첨벙거리고, 유유자적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는 무리 지어 지저귄다. 온 자연이 생동하며 뿜어내는 음률과 박자가 조화를 이룬다. 자갈길과 모랫길을 번갈아 거닐며 비내섬의 풍광에 동화된 첼리스트는 자연을 주제로 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Bach: Cello Suite No.1 In G Major, BWV 1007〉을 생각한다.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며 화음을 맞추는 찰나다.
* 비내섬은 차량 진입과 취사 및 야영이 금지된 습지보호지역입니다
+ 첼리스트 김진경
드레스덴 국립음대 석사 및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한 김진경 첼리스트는 코미셰 오퍼 베를린Komische Oper Berlin의 정단원으로 활동하며, 지휘자 크리스티안 틸레만과 앨런 길버트와 함께 공연하는 등 세계적인 무대에서 음악 경험을 쌓았다. 첼로 솔로와 실내악뿐 아니라 오케스트라 수석 주자로서 통영 국제음악제와 평창 대관령음악제 같은 국내 무대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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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울려 퍼지다
성봉채플
NAVIGATOR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탑골1길 36
ELECTRIFIED GV70와 함께 남한강과 나란히 달리다 마침내 바다와도 같은 충주호의 너른 풍광을 마주하는 순간, 베토벤의 명언이 스친다. 베토벤은 바흐를 칭하며 “그는 시냇물(Bach, 바흐)이 아니라 바다(Meer, 메어)라고 불려야 한다(Nicht Bach, sondern Meer sollte er heißen)”라 말했다. 첼리스트는 비내섬에서 떠올린 바흐의 음악을 켜는 여정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그린다. 그리고 온도와 습도에 예민한 첼로를 배려해 수안보 온천지구에 자리한 성봉채플로 향한다. 클래식의 시초는 교회음악에서 비롯되었다. 바로크 시대 작곡가인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역시 다수의 교회 칸타타 등을 남겼다. 그가 작곡한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첼리스트의 〈구약성서〉라고 불릴 만큼 성스러운 지위를 차지한다. 이 곡 덕분에 독주 악기로서 첼로의 위상이 높아졌다. 첼로가 낼 수 있는 다채롭고 이채로운 기교와 넓은 감정 표현 범위, 선율이 얽혀들며 첼리스트와 첼로가 서로 대화하는 방식이 풍부한 불후의 명작이다. 예배당 안에서 김진경 첼리스트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G장조 1악장 전주곡Bach: Cello Suite No.1 In G Major, BWV 1007: I. Prélude〉을 연주한다. 창밖 너머 눈을 입은 상록수는 소리에 감응해 가지와 잎을 흔들고 춤을 추듯 눈을 나린다.
A GREAT CHALLENGE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고서점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잠들어 있던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필사본. 훗날 첼로의 거장이 된 파블로 카잘스가 열세 살 무렵인 1889년 이를 발견하면서 비로소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그는 악보를 12년 동안 연구한 끝에 공 개석상에서 완전한 모음곡 형태로 연주를 해내며 세계에 그 진가를 알렸다. 48세가 되던 해에는 전곡을 음반으로 녹음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그리고 96세로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매일 일과처럼 이 모음곡을 연습했다고 한다. 카잘스는 “이 필사본의 발견은 내 인생에서 가장 커다란 의의를 갖는다”라는 말을 남겼다. 오늘까지도 그의 역사적인 리코딩은 모범적인 해석으로 존경받는다. 첼로 주법상 가장 어렵다고 여겨지는 전곡의 연주는 첼리스트라면 반드시 넘어야 할 산과 같다고. 최근 김진경 첼리스트도 유튜브를 통해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녹음 프로젝트에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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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흐름과 지중한 인연
석종사
NAVIGATOR 충북 충주시 직동길 271-56
옛 죽장사 터에 자리한 석종사는 1983년에 건립된 대가람이지만,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통일신라시대에 이른다. 고려시대 때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지는 석탑만이 오래도록 자리를 지키며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자취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한국의 전통적 미감이 유려한 경내를 거닐던 김진경 첼리스트가 자신의 첼로 연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1891년에 제작된 첼로예요. 당시에는 유명한 악기를 본떠 만드는 것이 유행했는데, 이탈리아에서 악기 장인으로 저명한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만든 첼로를 염두에 두고 제작한 듯해요. 첼로는 켤수록 그 소리가 더욱 깊어집니다. 이 첼로와 함께한 지 18년 정도 되었는데, 서로 호흡을 맞추어가며 저만의 개성이 살아 있는 소리를 내고 있어요. 인연이라고 생각해요.”
대림산과 대향산을 바라보는 금봉산 자락에 자리한 산사에서 자연과 맺은 인연 역시 소중하게 다가온다. ‘나 자신의 무한한 잠재력을 일깨우고 가십시오. 고요하게 자신을 관찰하며 나의 내면을 돌아보면 길이 보입니다. 모든 일은 인연에 따라 생겨납니다. 지나간 과거에 끌려가지 말고, 오지 않는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오직 오늘 현재에 깨어 있도록 우리 서로 노력합시다.’ 석종사 초입에서 발견한 푯말의 문구가 나지막이 속삭이듯 맴돈다. 마음속 깊은 곳을 향하여.
+ TAKE A DRIVE, 문산고개 너머로
문강 유황온천지구로 향하는 여행자가 지나는 길이다. 살미면 문강리와 세성리를 연결하는 고개로 문래산을 넘는다 하여 문산고개라 불린다. 경사가 다소 가파른 구불구불한 도로에 폭설이 내리더라도 안심이 된다. E-터레인 모드에서 눈길 모드를 선택하면, ELECTRIFIED GV70가 구동력을 설로에 적합하게 배분해 험로를 안정적으로 주행할 테니까.
+ NATURE'S PANORAMA, 악어봉 그리고 악어섬
충주호와 맞닿은 월악산 자락이 마치 악어 떼가 물속으로 기어들어 가는 형상 같아 그 뭍을 악어섬이라고 부른다. 악어섬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악어봉은 야생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었으나 일부 해제되면서 올 하반기에 전망대와 탐방로를 정식 개방할 예정이다. 탐방로와 연결되는 보도육교가 36번 국도 위를 횡단한다. 36번 국도의 월악로 구간은 충주호를 끼고 달리는 수려한 풍경이 인상적인 드라이브 코스. 눈이 오는 겨울에 악어봉에 오르면 새하얀 옷을 입은 악어섬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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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하는 테루아
작은 알자스 레돔
NAVIGATOR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중골안길 14
한국인 소설가와 프랑스인 양조인이 사과와 포도를 모두 재배할 수 있는 풍요로운 충주의 대지에 터를 잡고 내추럴 와인을 빚는다. 인근에 문강 유황온천과 수안보 온천이 위치해 물이 좋다고 증명된 곳이다. 프랑스의 알자스도 온천이 유명하다고 한다. 신이현 소설가는 남편의 고향인 알자스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완성하는 것이 꿈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꿈은 현재 진행 중이고 알자스풍 건축물이 돋보이는 와이너리는 일부 실현되었다. 작은 알자스 레돔에서는 생명역동농법으로 농사를 짓는다. 나무와 풀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유기적으로 살아가도록 밭을 가꾸고, 우주의 원리를 이용한 별자리 달력을 펼쳐놓고 이로운 기운이 깃드는 날을 챙기며 정성을 다해 열매를 기른다. 그리고 과일 껍질에 붙은 야생 효모로 발효해 당 등을 첨가하지 않는 내추럴 와인을 빚는다.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가 원산지인 시드르cidre는 사과를 압착해 즙을 낸 후 발효하는데, 포도에 비해 당분이 적어 알코올이 적게 생성되는 편이다. 와이너리 투어를 하면서 발효 중인 시드르를 테이스팅한다. 포도와 달리 사과는 늦가을에 수확 후 착즙해 겨우내 천천히 발효한다. 그러니까 시드르는 엄동설한과 눈 내리는 소리를 기억하는 술이다. “지금 이 순간의 맛이에요.” 신이현 소설가의 표현이 절묘하다. 발효를 거치며 매 순간 맛이 미묘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입안에서 천연 탄산이 달큼하게, 청량하게 톡톡 터지며 마치 경쾌한 노래를 불러주는 것 같다. 과일을 압착한 후 남은 찌꺼기는 밭으로 가 퇴비가 된다. 이렇게 시드르를 만들며 생기는 부산물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도미니크는 와인을 만드는 궁극적인 의의에 대해 자연을 돌보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테루아가 온전히 응축되어 한 병의 레돔 와인에 봉인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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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의 이상적인 공존
월악산유스호스텔
NAVIGATOR 충북 제천시 한수면 월악로 1372
1900년대 초 독일에서는 대자연을 유람하자는 반더포겔Wandervogel 운동이 일어났다. 독일어로 철새를 뜻하는 반더포겔은 철새처럼 산과 들을 돌아다니면서 지리를 이해하고 견문을 넓히며 자주적인 여행 경험을 쌓는 것을 일컫는다. 더불어 자연을 사랑하는 것을 이상으로 삼았다. 그 일환으로 탄생한 유스호스텔은 단순한 숙박 장소가 아니라 야외 활동의 근거지 역할을 했다. 월악산과 충주호를 두른 월악산유스호스텔은 이러한 본질을 구현하는 동시에 요즘 감성을 담아 새롭게 재탄생한 곳이다. 1990년대 캐나다산 원목으로 지은 2층 규모의 로그 캐빈은 유일한 독채 객실로 마치 깊은 산속에 자리한 산장 같다. 크리스마스트리 같은 키 큰 나무가 캐빈 주위를 감싸 안고 있다. 안으로 들어서자 산뜻한 목재 내음이 은은하게 풍겨온다. 1960년대와 1970년대의 다양한 빈티지 가구와 소품 등이 가득한 공간에서 벽난로의 장작을 태우자 포근한 낭만도 차오른다. 작동하지 않는 오래된 전축에서는 자연과 앙상블을 이루는 클래식이 흘러나올 것 같다. 충주호와 이어지는 산책로를 걷다가 호숫가에서 월악산을 바라보며 잠시 쉼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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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분음표
수주팔봉
NAVIGATOR 충북 충주시 대소원면 문주리 산 1-1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은 총 여섯 악장으로 구성되는데, 대미를 장식하는 음악은 8분의 6박자를 지닌 지그Gigue(영국에서 시작된 빠른 템포의 무곡)이다. 그리고 여정의 마지막 목적지인 수주팔봉은 물 위에 선 여덟 봉우리를 뜻한다. 김진경 첼리스트가 석문동천과 달천이 만나며 형성된 팔봉폭포를 가로지르는 수주팔봉 출렁다리를 건넌다. “저는 작곡가와 청중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연주할 때 첼로가 가슴에 닿는데, 현을 켜면서 시작되는 울림이 바로 제 몸을 타고 멀리까지 퍼져 나가죠. 청중에게 작곡가의 메시지를 전하고 벅찬 감동을 줄 수 있도록 언제나 진심을 다하고 싶습니다.” 수주팔봉의 다른 면을 경험하기 위해 ELECTRIFIED GV70에 다시 오른다.
곧이어 도착한 수주팔봉 캠핑장. 높이 493m의 고아한 기암절벽을 휘감아 흐르는 달천과 팔봉폭포가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낸다. 밤이 고요의 장막을 내리기 전에 차박 캠핑을 준비한다. 얼어붙은 달천에 쌓인 하얀 눈 위로 발자국이 여럿 보인다. 크기와 모양 그리고 위치를 보아하니 사람의 흔적은 아니다. 왠지 천연기념물 수달인 것만 같다.
+ WINTER WARMER
추위를 녹이는 따스함
뱅쇼vin chaud 대신 시드르 쇼cidre chaud를 캠핑 레시피로 소개한다. V2L 커넥터를 통해 ELECTRIFIED GV70와 전기포트를 연결하여 전력을 공급하면 준비 완료. 시드르에 유자나 레몬 또는 귤이나 오렌지, 계피랑 정향 그리고 생강을 넣고 보글보글 끓이면 시드르 쇼가 완성된다.
“ 충주에서 화성을 쌓듯 겹겹이 포개진 산과 높은음자리표처럼 곡선미가 돋보이는 강,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가 떠오르는 충주호가 감명 깊었습니다. 설경을 바라보고, 고유한 향을 맡고, 다양한 질감을 감각하면서 자연을 주제로 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의 전 악장을 세세하게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10년 후에, 그다음 10년 후에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녹음에 다시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대장정이겠지만 훗날 마주할 자연의 흐름도 그리고 미래의 저 역시 더욱 성숙해져 있을 거라 믿습니다.”
― 첼리스트 김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