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동쪽 끝에서는 과거 네덜란드 식민지로부터 들어온 이민자들이 커뮤니티센터의 역할을 하는 술집들과 국제 영화를 선보이는 예술극장들 그리고 아시아의 요리를 칭송하는 식당들에 이르기까지 이 도시의 문화생활을 재구성하고 있다.
헤스프 카페Café Hesp 바깥의 강둑 테라스 좌석에 앉은 사람들은 일몰에 흠뻑 취해 있다. 그들 앞에 놓인 로제 와인 잔은 석양에 물들어 금빛으로 빛난다. 티크 목재로 제작한 크루저가 암스텔강Amstel River을 휘젓고 지나가자 강둑에 정박한 선상 가옥들이 물결에 흔들린다. 그사이 화물 자전거 한 대가 멈춰 서더니 한 무리의 어린아이들이 기어 나와서 물속으로 첨벙첨벙 뛰어든다.
20년 전, 암스텔강의 동쪽이 강의 반대편으로 여겨졌을 때 수영하는 사람들은 특히 강인한 사람으로 비쳤을 수 있다. 포플러 나무가 늘어선 이곳 강둑에서는 이제 멋들어진 박공과 광택 나는 스테인드글라스가 내려다보이고, 근처 바에서 흘러나오는 여유로운 일렉트로 팝을 들으며 과거의 분위기는 생각조차 하기 힘들다. 지난 세기의 상당한 기간 암스테르담은 암스텔강을 중심으로 부촌과 빈곤 지역으로 나뉘었다. 서쪽 강둑이 네덜란드의 황금시대를 대변했다면, 네덜란드어로 ‘동쪽’을 뜻하는 오스트Oost 지역은 현대적이지만 마치 식민지 시절이 고스란히 되살아난 듯한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시대를 구현했다.
운하 쪽 도로 발렌틴카데Valentijnkade는 오스트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과 접해 있지만, 동쪽으로 플레보파르크Flevopark까지 따라가다 보면,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고요한 숲이 우거진 공원 중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곳에는 18세기 유대인 공동묘지와 수영을 즐기는 장소들 그리고 카페가 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의 도시는 그런 문제의식들을 여러 자산으로 전환했다. 헤스프 카페 뒤 거리에서는 브루털리스트 풍의 사무실 블록이 젊은이들을 위해 대담하게 개조되었다. 이들은 시곗바늘처럼 브런치 장소에서 칵테일 라운지로 바삐 옮겨 다닌다.
다양한 카페와 와인바는 우뚝 솟은 만델라 모자이크가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지구인 프레토리우스스트라트Pretoriousstraat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녹음이 우거진 스피노자스트라트Spinozastraat에서 나는 마마 마칸Mama Makan에 가까스로 자리를 잡는다. 19세기의 어린이 병원이 하얏트 리젠시 호텔로 탈바꿈한 건물 내부에 들어선 마마 마칸은 전통적인 인도네시아 ‘한 상 차림’을 선보이는데, 인도네시아 군도 전역에서 온 13가지 요리를 밥과 함께 내온다.
몇 년 전 암스테르담 동쪽 끝에 사는 내 오스트엔드Oost-end 친구들이 처음으로 나를 암스텔강으로 데려왔을 때 우리는 해마다 열리는 신터클라스Sinterklass 보트 퍼레이드가 바로 이곳으로 펼쳐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구경꾼들은 네덜란드 산타Dutch Santa에 환호했는데, 이 산타는 전통에 따라 자신의 ‘노예’인 아프로 헤어스타일 가발을 쓰고 흑인 분장을 한 백인 네덜란드인 즈워르트 피에트Zwarte Piet를 대동했다. 이내 이 지겹고 공격적인 공연에 대한 불만이 들끓었다. 암스텔강의 이쪽에서 온 네덜란드계 카리브해 출신 예술가 두 명이 수천 명의 청년들을 동원해 ‘즈워르트 피에트 방출’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2014년, 그 노예는 신터클라스 퍼레이드에서 사라졌고, 나는 그 이후에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왔다. 이내 ‘동쪽 지역’은 20세기의 문화적 동질성과 퇴보에 대한 해법인 창의성과 붉은 벽돌을 이용한 도시재생의 대명사로 자리 잡게 되었다. 엄청난 태도 변화의 시대에, 동쪽 지역은 이곳의 여러 다양한 모습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바로 그러한 다양성 때문에 일종의 도시형 카멜롯Camelot이 되었다.
해 질 녘이 되자 선선한 바람이 헤스프 카페로 부드럽게 불어든다. 나는 이내 내륙의 오스테르파르크 입구 쪽으로 향한다. 오리 연못 옆에서 술을 마시는 친구들과 자전거 바퀴를 힘차게 굴려 제너레이터Generator 호스텔 쪽으로 가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로 벅적대는 이 녹음이 우거진 녹지 공간은 어둠이 깃드는 저녁에는 피해야 하는 그런 공원이 아니다. 그러나 결국 누구든 카이퍼 카페Café Kuijper나 루이루이Louie Louie, 아니면 은은한 호박색 조명이 감도는 공원 주변의 여유로운 바에 자리를 잡게 된다.
친구들이 부코스키 바Bar Bukowski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이 술집을 장식하고 있는 타자기들은 이 바가 이름을 따온 작가 ‘찰스 부코스키’에 대한 오마주다. 이 바는 진 칵테일에 거나하게 취한 주정꾼들로 붐비고, 내 탁자에는 길모퉁이에 있는 양조장에서 가져온 흘라디야위스Gladjanus 맥주가 놓여 있다. 바에는 연달아 사회적 사업을 육성하며 소위 ‘동방의 세 현자’라고 불리는 3인조 기업가의 리더이자 이곳 주인인 리아드 파르핫Riad Farhat이 있다. 동쪽 지역의 밤 문화를 즐기다 보면 필연적으로 리아드의 가게 한쪽에서 식전주나 밤술 한잔을 마시게 된다. 디자인에 집착하는 리아드는 본인의 가게들을 이곳 주변 유흥가로 여겨지는 어두컴컴한 펍들인 ‘브라운 카페’와는 상반되는 분위기로 만들었다. “제 가게가브라운 카페처럼 되는 걸 원치 않았어요.” (리아드)
베르베르족 이민자의 아들인 리아드는 세련된 취향과 돈이 많은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자신의 이웃으로 모여들기 시작하자 분위기 변화를 감지했다. “제 친구들은 그러지 말라고 말렸죠.” 2007년 바텐더 일을 그만두고 자신의 첫 번째 식당을 차렸을 때를 언급하며 시끌벅적한 소음을 뚫고 큰 소리로 말한다. “하지만 이런 장소가 정말 필요했어요.” 동쪽 지역에는 버려진 문화유산과 아직 빛을 보지 못한 미식 재능,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이 넘쳐났다. 성공은 당연한 결과였다.
힙스터들의 성지
다음 날 아침, 나는 오스테르파르크Oosterpark 근처에 있던 우리 호텔을 떠나 과거에 네덜란드령 동인도제도 식민지의 이름을 딴 오스트에서 기본적인 쿨함의 기준이 되는 동네인 인디스허뷔르트Indische Buurt로 향했다. 현지 가이드 렉스 판 뷔런Lex van Buuren을 만나 그가 이끄는 대로 그의 아파트 근처에 있는 아랍어, 터키어, 힌디어로 영화를 상영하는 예술영화관인 스튜디오/케이Studio/K에서 투어를 시작한다. 이곳은 진솔하게 예술 카테고리를 생방송하고 데이비드 보위를 추모하는 중심지이다. “하지만 이곳은 단순한 극장이 아닙니다.”(렉스)
오전 11시가 되자 극장 내 식당은 모여든 사람들로 이미 북적거리고 있었다. 창문에는 재즈 쇼, 인권 강연, 밸리댄스 워크숍 등 오늘 밤 프로그램이 붙어 있다. 수마트라스트라트Sumatrastraat와 보르네오스트라트Borneostraat 주변을 돌아다니는 동안 그런 복합공간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곳에는 아침식사가 가능한 주점들이 밤새워 영업하며 24시간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지역사회를 반영하고 있다.
몇 세기 전, 암스테르담의 쇠락한 부두 지역이 근처에 재건되었을 때 벨기에와 독일의 부두 노동자들은 인디스허뷔르트 주민의 대다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렉스는 그 동네의 이름은 인도네시아로 항해했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선박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한다. 1940년대에 인도네시아가 독립한 이후에 동남아시아 이민자들이 인디스허뷔르트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수리남인들이 1975년에 네덜란드로부터 독립한 후에 그 뒤를 이었고, 아프리카와 중동으로부터 들어온 사람들도 이주 대열에 합류했다.
인디스허뷔르트와 같은 동네는 오랫동안 이민자들을 위한 동네로 지정되었다. 1960년대에 동쪽 지역이 경기 침체에 빠졌을 때 이 도시는 사회주택을 만들었고, 임대 노동자와 다른 저소득 이민자들이 이곳으로 이주해 왔다. 약 15년 전, 임대 후 분양 선택 제도와 구매권 제도가 도입되면서 차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꽤 상징적인 자전거 길 덕분에 오스테르파르크 주변으로 사람들이 계속 모여들었다. 오늘날 이곳 사람들이 말하는 ‘이민’은 주로 암스테르담의 부유한 서부 지역 주민들이 인디스허뷔르트의 깔끔한 테라스 주택으로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화려한 철제 가스등으로 밝힌 거리는 마치 네덜란드 거장의 그림 속에서 툭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며, 인도네시아의 카페들에서 풍기는 카레 향이 달콤함을 더한다. 머리에 스카프를 두르거나 두르지 않은 여성들이 카트를 밀며 ‘아틀리에’라고 표시된 작은 집을 지난다. 이곳에서는 한 예술가가 버려진 플라스틱으로 보석 장신구를 만든다. 아이들은 형형색색 줄무늬로 칠해진 학교에서 축구를 한다.
렉스가 이 근처에서 그의 이머징 네이버후드 투어Emerging Neighbourhood Tour를 이끄는 이유는 다양한 인종을 넋 놓고 구경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런 다인종 문화가 자신의 사회생활과 식습관, 그리고 전반적인 삶에 변화를 가져온 방식에 대해 감사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의 이웃들도 이스트 런던이나 브루클린에서 사람들이 그러하듯 젠트리피케이션을 도시의 어두운 단면이라며 불평하는지 물어봤다.
“그들은 그런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아요. 모두를 위한 사회주택이 충분하고 집도 아주 좋아요.” 그는 몇 년 전 대대적으로 개조되어 이후에 개인 소유 주택들과도 구별하기 어려워진 발리스트라트Balistraat에 있는 높고 웅장한 주택들을 가리킨다. “그들이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야바스트라트Javastraat를 말하는 겁니다.”(렉스)
작고 붐비는 식당의 탁자들이 꽉 들어찬 공간을 이리저리 가로질러 사람들로 북적이는 야바스트라트 중심지에 다다랐을 때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한 건지 이해가 되었다. 우리는 8유로(한화 1만1000원 정도)에 머리를 깎아주는 이발사와 시샤 물담뱃대를 뻑뻑 피워대는 남자들, 스파르타 장식이 온통 검은색인 애쉬스 투 스노Ashes to Snow라는 미술관을 지나 리아드의 최종 목적지인 더 프렌치 카페The French Café로 향하고 있다. 헤링본 무늬 벽돌길을 가로지르는 것은 자동차들이 아니라 난방을 한 테라스로 쏜살같이 달려 나가는 웨이터들이다. 렉스가 배로 갓 들여온 신선한 올리브를 구매하는 이라크 잡화점인 티그리스&유프라트Tigris & Eufraat 밖에는 줄이 늘어서 있다. “어떤 곳에서는 인디스허뷔르트가 마치 콜카타처럼 보여죠.” 급속도로 다양한 문화가 뒤섞이는 현상을 의미하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 이곳은 암스테르담이에요.”
렉스가 시리아 케밥 식당인 누아르Nour에 자리를 잡고 앉자 퀼트 같은 탄두르에 구운 플랫 브레드가 든 바구니를 소스 그릇과 함께 내온다. 나는 이처럼 복잡 미묘하게 맛있는 빵을 먹어본 적이 없다. 짭짤하고 달콤한 맛의 빵 겉면은 파삭하게 바스러지며 달콤한 속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빵으로 배 채우지 말아요.” 렉스가 경고하듯 말한다. 그는 양꼬치에도 내가 비슷한 반응을 보일 거라는 걸 알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렉스를 배웅한 후에 나도 인디스허뷔르트를 떠나려 한다. 나는 릭스박물관에서 식민시대의 그림들을 재평가한 블록버스터급 노예 전시회를 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나는 식민 시대 이후, 현재에 갇혀 있는 것만 같다. 나는 최대한 멀리 정신없는 야외 다페르마르크트Dappermarkt 마켓까지 갔다가 지금이 딱 술을 한잔하기에 적당하다 싶어서 방향을 튼다.
나는 바드하위스 오이디푸스Badhuis Oedipus가 오후 4시에 문을 열자마자 맨 먼저 그 술집으로 들어간다. 아르데코풍 목욕탕이 이제는 식당 겸 클럽 겸 라디오 방송국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내가 창가 쪽에 자리를 잡은 지 30분 만에 만석이 되었다. 네덜란드식 해피아워인 보럴Borrel은 이곳에서 중요한 일이어서 오이디푸스 양조장의 파이스 트로피칼 페일에일País Tropical pale ale과 아란치니, 바오, 카레, 크로켓 등의 핑거푸드로 기념한다.
수다스러운 종업원이 일본식 꼬치 두 개와 레몬그라스와 쓰촨 후추 향을 가미하여 양조한 이곳의 대표 맥주인 만넨리에프데 세종Mannenliefde Saison 한 병을 가져다준다. 오늘은 금요일로 이 술집에서 라디오 오이디푸스를 통해 생중계하는 3일 밤 중 하루이며, DJ 마르셀은 그레고리안 성가와 벵골 현악기를 곁들여 드럼과 베이스를 치기 시작한다.
정신없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나는 암스테르담 중심부에서 뭔가 중요한 걸 놓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바로 세계적 수준의 박물관인 꽃시장이다. 나는 어디에서 운하 다리를 배경으로 한 전통적인 사진을 찍어야 할까? 그때 나는 앞서 렉스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지금 이곳은 암스테르담이에요.”
암스테르담 오스트에서의 14시간
9 AM 데 이스브리커에서의 아침식사
이 암스테르담 동쪽 지역의 랜드마크는 태양이 바깥의 키 큰 포플러 나무를 비추는 이른 시간에 호화로운 이중문을 연다. 이곳으로 와서 바에서 커피와 스페퀼로스speculoos 비스킷을 맛보거나 테라스 자리에서 에그베네딕트를 즐기며 암스텔강에서 하우스 보트가 떠다니는 모습을 감상해보라. 우뚝 솟은 천장과 빈티지 분위기가 물씬한 원목가구가 놓인 웅장한 유럽풍 카페 스타일로 지은 이곳에서는 요란한 원두 분쇄기 소리와 쨍그랑 숟가락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deysbreeker.nl
10 AM 오스테르파르크 산책
강을 따라 오스테르파르크의 숲길까지 걸어보자. 20년 전 수리남의 조각가 에르윈 드 브리에스Erwin de Vries가 만든 국립노예기념물에서 산책을 시작해본다. 이 기념물은 신세계가 250년 후에 네덜란드의 노예제로부터 해방된 것을 기념한다. 조금 더 가면 근처에서 살해된 영화제작자이자 언론자유운동가이며 빈센트의 종손인 테오 반 고흐의 모습을 강철로 조각한 ‘더 스크림The Scream’이 있다. 왜가리와 심지어 앵무새도 한두 마리 연못 주변에 둥지를 틀고 있다.
amsterdam.info/parks/oosterpark
11 AM 트로펜 박물관에서 과거를 상기하며
식민주의 시절 ‘엑조티카’의 보고로 시작한 것이 이제 해외에서 압수한 보물들과 식민지 통치가 인간에게 미친 영향에 대한 사려 깊고 비판적인 고찰로 발전했다. 이민자들이 엄선하여 재작업한 전시회들은 고백적이고 가슴 아프다. 그리고 이 건물은 정말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1926년에 공식 개장한 이 박물관에는 우뚝 솟은 부족 토템 컬렉션을 전시하기 위한 르네상스 양식의 아치형 아트리움이 눈길을 끈다. 건너편에는 카레와 라시를 파는 세련된 카페가 공원을 마주 보고 있다.
tropenmuseum.nl
1 PM 바 보타니크의 오후
세 명의 현자로 알려진 기업가 집단이 2016년에 자바스트라트Javastraat 초입부에 카리브해를 테마로 한 식당을 열었다. 실내 테라스와 식물 화분이 있어 푸르른 이곳은 열대지방의 잭프루트와 김치 같은 풍미를 더해주는 재료로 만든 토스트와 포카치아 샌드위치를 전문으로 한다. 튀긴 오크라를 뿌린 판자넬라 샐러드panzanella salad를 한번 먹어보라. 아침에는 남향의 높은 창문을 통해 햇빛이 쏟아져 내리고, 오후 무렵부터는 사람들이 대거 몰려들기 시작한다.
barbotanique.nl
2 PM 쇼핑의 즐거움
암스테르담 동쪽 지역의 이중성은 이곳의 쇼핑 거리 두 군데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다페르마르크트Dappermarkt는 매일 열리는 거리 시장으로, 현지인들은 이곳에서 농산물을 잔뜩 사고 당일 여행객들은 가루 설탕을 듬뿍 뿌린 미니 네덜란드 팬케이크인 포페르티어스poffertjes뿐만 아니라 통째로 갓 구운 옥수수를 조금씩 뜯어 먹는다. 한편, 한때 노동자 계층의 중심지였던 차르페테르스트라트Czaar Peterstraat는 이제 부티크 보석상과 전문 치즈 상인으로 가득하다. 특히 눈에 띄는 곳은 최신 유행의 패션 매장인 CP113이다.
dappermarkt.nl, czaarpeterkwartier.nl
5 PM 데 구이어에서 한잔
이 도시의 17세기 보루에 서 있던 마지막 풍차는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도시에 전력이 공급되지 않았을 때 옥수수를 빻았던 데 구이어다. 인접한 목욕탕은 브루어리 애이에 의해 인기 있는 블론드, 화이트, 트리펠을 공급하는 소규모 양조장으로 용도 변경되었다. 이 술집은 네덜란드 전역에서 시행하는 해피아워인 보럴을 즐기기 좋다. 생맥주를 한 잔 들고 해 질 녘까지 운하를 따라 펼쳐지는 깨끗한 전망을 감상해보자.
brouwerijhetij.nl
7 PM 파운데이션 노웨어만의 창의성
이곳은 창의적인 에너지를 발산할 길이 없는 신진 공연자들을 위한 문화센터로, 이스턴 도클란츠Eastern Docklands 인근의 화려하게 칠해진 여러 스튜디오를 아우르며 5년 전에 출범했다. 거의 매일 밤 네덜란드어와 영어로 낭독하는 정기 모임인 포에트리 서클Poetry Circle을 비롯해 팝댄싱과 록댄싱, 보깅이나 스피닝을 위한 워크숍이 진행된다.
nowhere.nl
9 PM 랄라 루크의 풍미
1863년 수리남에서 노예제도가 폐지된 후 그곳의 네덜란드 지주들은 아대륙에서 노동자들을 구했다. 이것이 암스테르담의 수리남 메뉴 대부분이 인도의 영향을 받은 이유다. 인도의 계약직 노동자들을 남아메리카로 데려간 배의 이름을 딴 랄라 루크는 최고의 로티 식당으로 달걀을 잔뜩 넣은 두툼한 플랫브레드, 매콤한 피클 한 그릇과 함께 인도의 풍미를 가미한 수리남 카레를 내놓는다. 나중에 바르 바스키아 바와 밧하위스 오이디푸스Badhuis Oedipus, 그리고 다른 바들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을 자바스트라트로 향해보자.
lalla-rookh.nl, barbasquiat.nl, oedipus.com
TRAVEL WISE
가는 법
인천공항에서 암스테르담 스키폴국제공항까지 캐세이퍼시픽항공, 에어프랑스 등을 이용해 1회 경유해 갈 수 있다. 각 항공사별로 홍콩과 파리를 경유하며, 시간은 약 22시간 30분, 17시간 5분 정도 소요된다.
현지 여행
암스테르담 오스트를 도보로 쉽게 둘러볼 수 있다. 더 멀리 탐험하려면 블랙 바이크스에서 3시간 동안 1만7000원 정도에 자전거를 빌려 타길 추천한다. black-bikes.com
방문 최적기
암스테르담의 기후는 런던과 비슷한 면이 있다. 연중 언제든 비에 젖을 수 있지만, 6월부터 10월까지의 날씨는 비교적 안정적이다. 기온이 30℃까지 훌쩍 올라가는 무더위도 다른 도시들보다 암스테르담에서는 견디기 더 쉽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거나 암스텔강에서 수영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