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EYS
ALONG THE SILK ROAD
실크로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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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호

수많은 호수가 숨어있는 산속을 통과해 정교하게 장식된 공동묘지와 소련 시대 건축물이 남아 있는 활기찬 도시에 이르기까지. 고대 무역로 실크로드는 무한한 선택지를 제공해 여행자로 하여금 중앙아시아의 탐험을 꿈꾸도록 호기심을 자극한다.
글. 스테판 리오이

우즈베키스탄 부하라에 자리한 미르-이-아랍 마드라사Mir-i-Arab Madrasah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실크로드’라는 명칭은 베이징부터 바그다드까지 끝없이 이어진 낙타의 대열과 탐험가 마르코 폴로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실크로드는 오직 하나의 길만 일컫는 용어가 아니다. 기원전 2세기부터 1450년까지 무려 1600년에 걸쳐 중국과 유럽을 이어온 여러 무역로를 통칭하는 말이다. 실크로드는 남쪽으로는 인도와 동남아시아까지 연결됐지만, 대부분의 이동은 중앙아시아의 중심부와 눈 덮인 산길 그리고 뜨거운 사막을 관통 하는 육로를 따라 이어졌다. 새로운 군벌이 보행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요구하면서 루트는 조금씩 바뀌었다. 길이 바뀐 또 다른 이유로는 비단이나 차, 상아, 귀금속을 빼앗고 여행자들을 노예로 삼는 도적 떼를 들 수 있다. 그 시대의 유물이 오늘날 지역 곳곳에서 발견되는데, 특히 실크로드가 지나간 중앙아시아에 집중되어 있다.
유럽에서 출발한 상인과 여행자들은 여정 중에 실크로드에 있는 여러 교역소에서 상품과 금을 교환하면서 중국까지 무사히 도달했다. 이와 유사하게 오늘날의 여행자들은 여행 구간을 나눠서 중앙아시아를 탐험한다. 전 지역을 여행하는 것은 13세기 24년에 걸쳐 여행한 마르코 폴로의 유명한 여정보다 더 오래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와 건축에 식견이 있는 이들은 요새 성벽 뒤에 보존된 모스크와 마드라사madrasah(이슬람 고등 교육기관), 소련 시대의 건축물이 남아있는 우즈베키스탄에 주로 눈을 돌린다. 트레킹 여행자와 산악인들은 설산과 자랑스러운 유목민의 문화유산을 보유한 키르기스스탄으로 떠난다. 이 두 가지 조합이 가능한 카자흐스탄은 실크로드 유적지와 인상적인 지형이 펼쳐져 누구라도 만족할 만한 여행지다. 마르코 폴로가 자신의 여행기에 설명한 고대 실크로드의 북쪽 구간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장대한 로드트립 중 하나로 꼽히는 전설적인 파미르 하이웨이Pamir Highway의 대부분은 타지키스탄 국경 안을 지난다. 다만, 이 길을 걷고자 하는 여행자들은 통행 규제와 안전 문제를 감수해야 한다.

 


 

대초원을 넘어서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 알마티Almaty부터 차른계곡국립공원Charyn Canyon National Park까지 도로가 새로 개통되고 트레일 표지판이 재정비되었다. 덕분에 하이커들은 국립공원의 좁은 협곡과 바위틈, 높이 치솟은 돌기둥을 더 쉽게 모험할 수 있게 되었다.
글. 제시카 빈센트

알마티에서 차로 3시간 거리에 있는 차른 계곡.

나는 지금 흰참매 한 마리의 노란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중이다. 메마른 초원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바위에 앉은 흰참매는 전장에 나선 전사처럼 가슴을 부풀리고 머리를 높이 치켜든 모양새다. 새의 깃털 무늬가 보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다. 위로 구부러진 날개 끝은 짙은 갈색이고 배에는 호랑이 가죽처럼 붉은 황토색과 흰색 줄무늬가 보인다. 노란 발톱과 구부러진 회색 부리는 자동차 바퀴를 뚫을 만큼 날카롭다.
알마티에서 동쪽으로 200km 떨어진 카자흐스탄의 차른계곡국립공원으로 가던 중 운전기사가 급히 차를 멈춘 덕분에 이 새를 보게 됐다. “독수리예요.” 운전기사가 짙은 적토색 초원 속에 어렴풋이 보이는 그림자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킨다. 두근대는 심장을 안고 카자흐스탄의 국조를 보기 위해 우리는 카메라를 들고 휘날리는 먼지 속으로 달려간다.
“매네요.” 새를 더 가까이 보기 위해 조심스럽게 다가가면서 가이드 세르게이Sergei가 속삭인다. 세르게이는 실망한 기색이지만 해변에서 갈매기를 본 것이 올해의 가장 흥미로운 조류 관찰의 전부였던 내게는 드넓은 초원에서 매를 마주한 것만으로도 굉장한 경험이다.
차로 돌아온 우리는 중국 국경 인근의 눈 덮인 톈산Tien Shan 산맥으로 이어진 새로 포장된 도로를 달린다. 이 도로는 카자흐스탄에서 가장 큰 도시인 알마티에서 차른계곡국립공원까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팬데믹 기간 동안 건설됐다. 80km 길이의 계곡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소지안 물푸레나무Sogdian ash 숲뿐만 아니라 시베리아아이벡스Siberian ibex와 조이터가젤goitered gazelle을 포함한 희귀 동물 수십 종의 서식지다.
“카자흐스탄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공원 입구에서 차가 멈추자 세르게이가 말한다. 이곳에 새로 설치된 표지판으로 방문객들은 계곡 트레일을 따라 걸을 수 있다. 개선된 화장실 시설과 GPS 신호로 최근 몇 년 새 공원의 접근성이 높아졌다. “과거에는 석유에 의존했지만 우리의 미래는 관광업이에요. 특히 자연 친화적인 관광 말이죠.” 세르게이가 급수대와 전망대가 표시된 새로 설치된 하이킹 지도를 가리키며 말한다.
우리는 차른계곡국립공원 안에 있는 다섯 개의 계곡 중 하나인 성의 계곡Valley of Castles에 도착했다. 여기까지 운전하면서 끝없이 펼쳐진 평평한 대지만을 봤기 때문에 이곳에 평지가 단 한 뼘도 없다는 사실은 보고도 믿기 어렵다. 대신, 발아래 있는 골짜기에서부터 90m 솟아오른 붉은 암석은 바위를 깎아 만든 거대한 초고층 건물 같다. 나는 약 1200만 년 전에 차른강Charyn River의 강물이 깎아낸 붉은색 땅을 손으로 짚어가며 가파른 길을 따라 움직인다.
이곳의 고요함은 차원이 다르다. 내 심장이 쿵쿵 뛰는 소리와 바위틈으로 부는 바람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하다. 만약 차른계곡국립공원보다 백 배 많은 방문객이 찾는 그랜드캐니언이었으면 나는 지금 수백 명의 관광객에 둘러싸여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32년 전만 해도 소련의 일부였던 이곳에서 나는 트레일을 독차지할 수 있다.
“카자흐스탄은 아직 어린 나라이지만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르게이가 말한다. 하나로 묶은 머리와 가죽 재킷, 손가락 없는 장갑을 낀 그의 모습은 하이킹이 아닌 헤비메탈 공연장에 가는 사람 같다. “카자흐스탄에는 산은 물론 사막과 현대 도시, 고대 문화가 있어요. 우리나라가 지닌 모습이 얼마나 다양한지 깨닫는 데 시간이 걸린 것 같지만 관광업으로 눈을 돌리면서 변화가 일고 있어요.”
다음 목적지인 옐로캐니언Yellow Canyon은 공원 안 외진 곳에 위치해 사륜구동 차량으로 이동해야 한다. 매를 발견한 이후 한마디도 하지 않던 과묵한 운전기사가 갑자기 미소를 짓는다. 곧이어 흙길을 달리면서 속도를 높인 차는 깊은 도랑 여러 개에 들어갔다 나온다. 공기에서 뜨겁게 달궈진 땅 냄새가 나고, 자동차 환기구를 통해서 들어온 먼지로 눈이 따갑다.
차가 드디어 멈추자 먼지가 서서히 가라앉으면서 햇볕에 그을린 옐로캐니언의 사암이 모습을 드러낸다. 성의 계곡이 도시와 같았다면, 이곳은 달 표면에 착륙한 것 같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색 산은 코끼리의 피부처럼 온통 깊이 팬 선으로 덮여 있다. 산에 그어진 선은 시베리아아이벡스가 이동할 때 쓰는 산악 고속도로라고 세르게이가 알려준다.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뿔 달린 동물을 찾기 위해 눈을 가늘게 뜨고 봤지만 오늘은 운이 없나 보다.
우리는 톈산산맥 너머로 해가 질 때까지 옐로캐니언의 산등성이를 걷는다. 이 시간이 되면 옅은 노란색 사암은 하늘을 위한 캔버스가 되어 짙은 주황색을 띠다가 지는 해의 잿빛 분홍색으로 바뀐다. 알마티로 돌아가기 위해 빠르게 달리니 하늘은 어느새 수백만 개의 별로 뒤덮인다. 이어서 아쉬움이 밀려든다. 용맹한 매가 드넓은 대초원 위로 날아들고 별빛이 쏟아지는 이 계곡에 조금 더 머물고 싶다.

 

첫 번째 여정-실크로드 도시
한때 전 세계 무역의 중심지이자 문화 교류의 장이었던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의 도시들. 이제 정교한 이슬람 건축물과 부스러지는 유적지로 남아 역사 애호가들을 환영한다.

우즈베키스탄의 부하라 구시가지에 있는 미르-이-아랍 마드라사와 칼얀 첨탑Kalyan Minaret을 비추는 석양.

DAYS 1~3
카자흐스탄에서 가장 큰 도시인 알마티에 도착하면 코자 아흐메드 야사위의 영묘Mausoleum of Khoja Ahmed Yasawi를 보러 투르키스탄으로 향하는 기차(13~17시간 소요)에 탑승하자. 티무르 제국 건축물의 초기 양식으로 설계된 14세기 묘지의 정교한 타일 공예와 돔형 지붕은 실크로드를 상징한다. 반나절 정도는 투르키스탄에서 서쪽으로 40km 떨어진 10세기의 사막 요새인 사우란Sauran 유적지를 둘러보자.

DAYS 4~7
국경을 건너 도착한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는 인구 300만 규모의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큰 도시로 곳곳에 공원과 분수가 있어 쾌적하다. 18세기에 이슬람 학교로 지어진 쿠켈다쉬 마드라사Kukeldash Madrasah는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큰 마드라사다. 인근에 있는 16세기 하즈라티 이맘Hazrati Imam 단지 안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코란〉이 보관되어 있는데, 투르크-몽골 정복자였던 티무르Timur가 타슈켄트로 가져온 것으로 전해진다.
타슈켄트에서부터는 비행기나 버스 또는 기차(각각 3시간, 14시간, 15시간 소요)로 우르겐치Urgench까지 이동해서 택시를 타고 히바Khiva로 가자.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지역에서 가장 잘 보존된 요새 도시이다. 약 2400년 된 이찬칼라Itchan Kala(구시가지)는 고대 건축물이 가득한 곳으로, 좁은 골목을 걷고 도시망을 보기 위해 첨탑을 오르는 등 도시를 충분히 둘러보려면 적어도 이틀은 필요하다.

DAYS 8~12
기차를 타고 부하라(6시간 소요)에서 3박한 뒤 다시 기차를 타고 사마르칸트(1시간 30분 소요)로 가자. 두 도시 모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곳으로 사마르칸트가 더 유명하지만, 고대와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부하라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16세기에 건설된 무역 돔 건축물은 아직도 사용되고 있고 그 옆에는 예배 회당과 가정집 그리고 작은 제과점 등이 있다.
사마르칸트에서는 알레포Aleppo에서 델리까지 이르는 제국을 호령했던 티무르의 무덤이 있는 구르-이-아미르Gur-e-Amir 묘지와 모자이크로 꾸며진 마드라사 세 곳이 모여 있는 레지스탄Registan 광장에 꼭 가보도록. 형형색색의 타일 외관이 인상적인 샤-이-진다Shah-i-Zinda 묘지도 추천 명소다.

DAYS 13~14
사마르칸트까지 왔다면 티무르의 고향인 샤흐리삽스Shahrisabz에도 들르자. 한때 티무르 제국의 수도로 삼고 정복자의 마지막 안식처가 될 도시였지만, 1405년 티무르가 전쟁 중에 급사하면서 이 계획은 무산됐다. 오늘날에는 작은 민속 마을로 운영되고 있다. 티무르 동상 옆에 위치한 옛 추빈 마드라사Chubin Madrasah는 박물관으로 복원되어 티무르와 그의 제국에 대한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두 번째 여정-산과 아웃도어 모험
등산화를 질끈 동여매고 톈산으로 향하자.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사이의 국경선을 이루는 ‘천상의 산맥’은 이름에 걸맞게 눈 덮인 봉우리가 펼쳐진 절경을 선사한다. 모든 난이도에 맞는 모험이 기다린다.

키르기스스탄의 알라-쿨 트랙.

"키르기스스탄의 상징"
이식쿨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고산 호수다. 하이킹 트레일이 호수를 감싸고 계곡 길이 바르스쿤 폭포Barskoon Waterfall와 화성 계곡Mars Canyon으로 이어진다.


DAYS 1~4
산으로 둘러싸인 카자흐스탄의 알마티에서 차로 3시간 운전하면 근사한 하이킹 코스가 나타난다. 150km 길이의 차른 계곡을 따라 붉은 석탑과 미로 같은 협곡 사이를 거닐어보자. 소나무 숲속의 사티Sati 마을을 거점 삼아 콜사이 호수Kolsai Lake를 구경하기 좋다. 가장 가까운 호수에서 다음 호수까지 8km 정도를 따라 수 월하게 하이킹한 다음, 약 4km의 난이도 있는 코스를 따라 마지막 두 개 호수까지 도달한다. 동쪽으로 두 개의 언덕을 넘으면 카인디 호수Kaindy Lake에 닿게 된다. 1911년 지진으로 형성된 이 호수에는 물에 반쯤 잠긴 가문비나무 숲이 있는데, 밖으로 뻗어 나온 가지들이 초현실적인 풍경을 빚어낸다.

DAYS 5~8
국경을 넘어 키르기스스탄으로 가서 1869년 군사기지로 세워진 카라콜Karakol로 향하자. 나무로 지은 오두막들은 하이커들이 묵는 호스텔로 운영 중이다. 알라-쿨Ala-Kul 호수까지 가는 3일 여정의 트레킹은 키르기스스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스다. 해발 3900m까지 등반한 다음 알라쿨 패스Ala-Kul Pass 트레일에 서 내려다보이는 호수 절경이 으뜸이다. 트레킹을 마친 뒤에는 뭉친 근육을 풀기 좋은 알틴-아라샨Altyn-Arashan 온천으로 당일 여행을 추천한다.

DAYS 9~11
필노매드Feel Nomad와 벨탐Bel-Tam 같은 호숫가 유르트에 묵으면서 이식쿨Issyk Kul 호수 주변을 하이킹하자. 바이부순 자연보호구역Baiboosun Nature Reserve을 가이드와 함께 하이킹하면서 자연보호 활동에 동참하거나 샤틸리 파노라마Shatyly Panorama까지 1.6km의 짧은 거리를 하이킹해서 이식쿨 호수와 눈 덮인 톈산의 경치를 즐기자.

DAYS 12~14
송-쿨 호수를 향해 숨 막히게 아름다운 해발 3015m 지점까지 이어서 가자. 코치코르Kochkor에서 출발해 이식쿨 호수 서쪽 지역을 4시간 정도 운전하거나, 코치코르에서 서쪽으로 72km 떨어진 키자르트Kyzart에서 출발해 하루나 이틀 정도 호수까지 하이킹과 승마로 이동한다. 호수 주변의 풀숲 사이로 말을 타면서 호젓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그다음엔 비슈케크Bishkek로 운전해서 인근 알라아르차국립공원의 숲이 무성한 산등성이를 하이킹하거나 소련 시대 건축물을 구경하자.

세 번째 여정-과거의 흔적
소련이 중앙아시아 대부분 지역을 20세기 절반 넘게 지배했던 과거.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을 포함한 실크로드 국가에는 물리적∙이념적 잔재가 여전히 남아있다.

(왼쪽부터)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있는 기차역. 비슈케크의 키리지산맥 아래 빅토리 광장Victory Square.

DAYS 1~2
카자흐스탄의 소련 시대 수도인 알마티에서 여행을 시작하면서 그 시대의 건축물과 예술을 통해 도시의 역사를 살펴본다. 워킹 알마티Walking Almaty에서 제공하는 가이드와 함께하는 도보 투어야말로 역사지구의 모더니즘 양식 모자이크와 제국 시대 건축물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다. 도시 북쪽에 있는 산에 1951년 문을 연 모더니즘 양식의 메듀 하일랜드 스케이트장Medeu Highland Skating Rink이 있다.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지기 전까지 소련 스케이팅 선수들은 이곳에서 200개가 넘는 기록을 깨뜨렸다. 지금도 대회 장소로 사용되면서 여전히 인기가 많다.

DAYS 3~6
서쪽으로 운전해서 키르기스스탄 국경을 넘어 비슈케크에 도착하면 레닌 동상을 둘러싼 소련 건축물의 시내 중심지에 닿는다. 이곳에서 동쪽으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이식-아타 요양원Issyk-Ata Sanatoria은 과거에 병원 겸 스파를 갖춘 여름 요양시설로 운영되다가 지금은 관광객들이 하룻밤 묵어 가는 도미토리 숙소로 운영 중이다. 손님들은 작은 폭포가 흐르는 계곡까지 왕복 4.8km
거리를 하이킹한 후 온천에서 피로를 푼다. 비슈케크로 돌아가기 전, 이식아타에서 서쪽으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아타 베이트 추모원Ata Beyit Memorial Complex에 들른다. 소련 시대에 학살된 키르기스스탄 지식인들이 비밀리에 묻힌 이 묘지는 학살이 벌어진 그날 밤 경비원 중 한 명이 죽기 직전 고백을 하면서 그 존재가 알려졌다.

DAYS 7~10
비슈케크에서 9시간 동안 버스나 택시를 타고 카자흐스탄을 지나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까지 이동한다. 혹은 1시간 20분 소요되는 비행기로 가는 방법도 있다. 1966년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이후에 재건된 타슈켄트는 소련 모더니즘의 살아있는 전시장이다. 지진기념비Monument to Courage Earthquake Memorial와 초르수 바자르Chorsu Bazaar의 돔 지붕, 브루탈리즘 양식의 호텔 우즈베키스탄Hotel Uzbekistan을 차례로 둘러본다. 그다음 소련 시대 전동차로 운영하는 타슈켄트 지하철을 타고 지하로 이동한다. 43개 역이 각각 다른 건축양식과 예술 기법으로 꾸며져 구경하는 재미를 더한다. 타슈켄트에서 동쪽으로 50km 떨어진 파르켄트Parkent 외곽 산꼭대기에 1981년 소련이 지은 거대한 태양관측연구소인 피직스 오브 더 선Physics of the Sun을 놓치지 말 것. 브루탈리즘 건축 양식을 보여주는 건물로 오늘날에도 가동 중인 연구소에는 태양열을 흡수하는 수천 개의 거울 패널이 설치돼있다.

DAYS 11~14
타슈켄트에서 차로 15시간 걸리는 옛 아랄해Aral Sea의 해안 마을 누쿠스Nukus가 있는 우즈베키스탄 극서부에서 여행을 마무리하면 어떨까. 이 외진 곳에 예술품 수집가 이고르 사비츠키Igor Savitsky가 수집한 세계적 수준의 소련 아방가르드 예술 작품이 전시된 누쿠스미술관Nukus Museum of Art이 자리한다. 소련의 부실한 물관리로 인해 한때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호수였던 아랄해가 황무지로 변해버렸다. 그래서 여행자들은 사륜구동 차량을 타고 호수 바닥에 버려진 배들을 둘러볼 수 있다. 개별 여행 중이라면 마야크 유르트 캠프Mayak Yurt Camp에 묵어도 좋고, 숙소에서 알선해준 운전기사와 함께 무이나크Moynaq 마을 끝자락에 자리한 사막으로 떠나는 것도 추천한다.

 


페인트칠한 벽과 전통 이캇 원단으로 꾸민 부하라의 민지파 인.

 

TIP. 우즈베키스탄에서 머무를 곳

미르조 부티크 호텔, 타슈켄트
북적이는 초르수 바자르 근처에 자리한 미르조에는 우즈베키스탄의 건축적 요소가 반영된 쾌적한 객실이 있다. 자전거 대여 같은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해 수도를 구경하기 좋은 훌륭한 베이스캠프가 된다. 조식이 포함된 더블룸이 약 10만원부터.
mirzohotel.com

말리카 프라임 호텔, 사마르칸트
우즈벡 말리카 호텔 체인에 속한 이 깨끗하고 아늑한 호텔은 사마르칸트의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모두 구경하기 좋은 위치에 있다. 조식이 포함된 더블룸이 약 8만원부터.
malika-samarkand.com

민지파 인, 부하라
전통 우즈베키스탄 양식으로 꾸민 20개 객실이 조용한 안뜰을 둘러싼 이 아기자기한 부티크 호텔은 부하라의 구시가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숙소 중 하나다. 중앙 리아비 하우즈 광장Lyabi Hauz Square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한다. 조식이 포함된 더블룸이 약 10만원부터.
minzifa.com

바호디르 비앤비, 사마르칸트
배낭여행족에게 추천하는 이 숙소는 사마르칸트에서 가장오래된 게스트하우스로 접근성이 뛰어나다. 도미토리와 개인 객실 중에서 고를 수 있으며, 다른 여행자들과 어울리기 좋은 그늘진 안뜰도 매력적인 요소다. 조식이 포함된 더블룸이 약 3만원부터.
132 Mulokandov Street

메로스 비앤비, 히바
이찬칼라 구시가지의 흙담 안쪽에 자리한 메로스는 히바의 뒷골목을 탐험하기 좋은 거점이다. 심플하면서 매력적인 객실이 특징인데,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옥상 테라스에서 먹는 조식은 황홀함을 더한다. 조식이 포함된 더불룸이 약 5만원부터.
meroskhiva.com

누라타우 홈스테이
우즈베키스탄의 색다른 야생을 경험하고 싶으면 누라타우산맥으로 트레킹을 떠나 시골 마을에서 며칠 지내보자. 이 지역의 여행 중심지인 센티요브Sentyob 마을에서 주변의 다른 마을들과 가족 운영 홈스테이로 이어진 오솔길이 여럿 있다. 모든 식사 포함 1인당 약 3만원부터.
nuratau.com

데저트 유르트 캠핑장
아이다르쿨 호수Aydarkul Lake 주변에 있는 유르트 캠핑장 중 한곳에 머무르며 키질쿰 사막Kyzylkum Desert의 붉은 모래 속으로 빠져보자. 투숙객들에게 튼튼한 침대와 수돗물, 가정식 저녁식사를 제공한다. 낙타 트레킹 같은 액티비티를 신청할 수도 있다. 하루에 식사가 2회 포함된 유르트는 1인당 약 5만원부터.
camping.uz


Caption

Q&A. 유용한 가이드

중앙아시아로 가기 위해 필요한 비자는?
지난 10년 동안 비자 요건이 상당히 완화됐다. 대한민국 여권 소지자는 카자흐스탄에서 30일, 우즈베키스탄에서 30일, 타지키스탄에서 30일, 키르기스스탄에서 60일까지 무비자로 여행할 수 있다. 장기 체류를 위해서는 비자가 필요하며, 대사관이나 각 나라의 e-visa 사이트에서 신청할수 있다.
evisa.tj

여행 허가증이 필요한가?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의 일부 외진 국경 지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특별 허가증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정에 타지키스탄의 파미르 하이웨이가 포함되어 있다면 고르노바다흐샨 자치구에서 발급한 허가증이 있어야 하므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입국 비자를 신청할 때 함께 신청하자. 비자 발급은 소련 시대 관료주의적인 일 처리로 이뤄질 때가 많다. 개별 여행을 떠난다면 여행사를 통해 비자를 신청하는 것을 추천한다. 수수료는 허가증 하나당 약 4만원에서 6만원 정도다.

여행 중 비용 관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중앙아시아 내 도시에서는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지만, 도시 밖으로 나가면 어렵다. 도시에서도 소액 구매를 위해서 현금이 필요하다. 대도시에는 현금인출기가 곳곳에 있지만, 특히 주말에 현금이 소진되는 일이 종종 있다. 현금을 어느 정도 가지고 다니는 것을 추천한다. 마을이나 지방에서 환전하기에는 미국 달러가 유용하다.

중앙아시아 실크로드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러시아어가 공통적으로 사용된다. 유명 여행지의 관광업 종사자 중에 영어를 구사하는 직원들이 있지만 지방에서는 영어로 의사 소통이 어렵다.

여행할 때 옷차림은?
현지인들은 대개 보수적으로 입는다. 여행자들이 현지 관습에 맞는 옷차림을 하도록 요구하지 않지만, 지방을 여행할 때 어깨나 무릎이 노출되면 불필요한 시선을 받을 수도 있다. 중앙아시아 국가의 수도는 조금 더 개방되어 있다.


TRAVEL WISE
가는 법 및 현지 교통
인천공항에서 키르기스스탄의 비슈케크까지 직항 노선을 티웨이항공에서 운행 중이다. 약 7시간 35분이 소요된다. 이외에도 에어아스타나에서 카자흐스탄의 알마티공항까지 직항 노선을 주 6회 운행한다.
공공 버스와 미니버스 노선이 모든 주요 도시를 연결하며, 타슈켄트와 알마티에는 지하철도 있다. 공유 택시 서비스도 이용 가능하다.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전역에 철도 노선이 잘 정비되어 있지만, 카자흐스탄에서는 국내 항공편을 이용하는 편이 시간 절약 면에서 더 낫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고속열차로 타슈켄트에서 사마르칸트와 부하라까지 여행할 수 있으며, 2024년에는 히바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노선에 따라 요금이 다르지만 타슈켄트에서 부하라까지 3시간 30분 걸리는 열차가 약 2만원 정도이고, 16시간 소요되는 아스타나 또는 알마티행 열차에는 객차실이 있다. 이 지역에서는 소련 시대 대중교통이 아직 운행되고 있는데, 빨리 매진되니 3~4일 전에 미리 예매할 것을 추천한다. railway.uz/en, bilet.railways.kz

방문 최적기
관광을 떠나기에는 4월과 5월이 가장 좋다. 봄철 우기가 끝나고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의 낮 기온은 평균 24~31°C 정도 되는 시기이지만, 산속은 아직 추울 수 있다. 7월과 8월은 하이킹과 승마를 하기 좋은 시기인 반면, 타슈켄트, 사마르칸트, 부하라, 비슈케크는 기온이 35°C까지 오르면서 매우 덥다. 10월과 11월에는 비가 많이 내리고 첫눈이 내리기도 한다. 겨울에는 알마티, 비슈케크, 카라쿨, 타슈켄트 인근에서 스키 여행을 떠나기 좋지만 이맘때가 되면 이 지역의 도시들이 스모그로 대기가 안 좋기 때문에 가능한 한 산속 리조트에 머무는 것이 좋다. 

더 많은 정보
caravanistan.com
indyguide.com

글. 스테판 리오이STEPHEN LIOY
사진. 게티, 셔터스톡, 마이클 찰스 셰리던, 민지파 인, 신시아 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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