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남부의 테케 반도에는 약 750km 달하는 등산로가 리키아 문명의 고대 도시와 지중해 해안선을 잇고 있다. 튀르키예 최초의 장거리 도보 여행길로 알려진 리키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청록빛 바다 위로 솟은 소나무 숲이 리키아 사람들이 바위를 깎아 만든 신비로운 무덤 뒤로 아름답게 펼쳐진다.

리드미컬한 자연

튀르키예 남부, 지중해 연안과 토로스산맥의 최서단 산맥 사이에 기다란 오솔길이 죽 이어져 있다. 이곳은 리키아, 그리스, 로마 문명의 고대도시 유적을 통과하는 매혹적인 하이킹 코스인 리키아 길Lycian Way로, 이곳을 걷다 보면 이 지역의 일상적인 시골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가장 중요한 리키아의 고대도시 가운데 하나인 올림포스Olympos 근처의 레일라카라타슈Leila Karataş에서는 지난 30년 동안 시금치와 퍼석퍼석한 현지 치즈로 속을 채운 튀르키예 전통 플랫브레드인 오븐에 구운 괴즐레메gözleme를 만들어왔다. 이 산길은 예스러운 산골 마을과 휴게소(왼쪽), 삼나무와 소나무 숲이 펼쳐지다가 겔리도니아곶Cape Gelidonya을 따라서 파랄리아Faralya 근처의 아찔한 버터플라이 계곡에 있는 한적한 해변으로 풍경이 전환된다.

길 위의 전설

1990년대 후반 영국의 아마추어 역사가 케이트 클로Kate Clow가 고안한 이 하이킹 코스는 물라Muğla 지방의 올루데니즈 석호Oludeniz Lagoon에서 시작해 동쪽의 휴양 도시 안탈리아Antalya까지 이어진다. 현대의 도보 여행길은 기원전 1400년경 처음으로 기록된 문명인 리키아인들이 이용한 경로를 따라 조성되었다. 전성기에 리키아는 초기 민주주의 체제인 리키아연맹하에서 번성했다. 리키아의 상인들은 이 길을 이용하여 몰약, 올리브오일, 포도주를 해안으로 운반하여 수출했다. 오늘날 해변에서는 등산객들이 참깨를 뿌린 시미트 빵을 파는 상인들을 만날 가능성이 크다. 리키아인들은 끝까지 굴복하지 않는 저항 정신으로 유명했다. 전설에 따르면, 리키아의 주요 도시인 크산토스Xanthos 시민들은 페르시아인들에게 패배하느니 자살을 택했다고.
“기록이 거의 없어서, 리키아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온통 전설과 추정이 대부분이죠.” 프리랜서로 일하는 가이드 펠린 오네르Pelin Oner가 말한다.

시간의 공존

오늘날 우리가 리키아인들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대부분 이 길 곳곳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돌무덤에서 나왔으며, 비문과 조각상은 이 문명의 문화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 경로를 따라 걷다 보면 중도에 고대 리키아 항구인 안티펠로스Antiphellos 위에 건설된 현대 도시 카슈Kaş를 경유한다. 이곳의 사자 무덤Lion Tomb은 부티크가 즐비한 한 거리의 모퉁이에 자리한 기원전 4세기의 유명 건축물이다. 카슈 항구에서 조금 걸어가면 주민들이 정박한 보트에서 일종의 주사위 놀이인 백개먼backgammon을 하고 튀르키예 차를 홀짝홀짝 마시고 있다. 인근 케코바Kekova섬에 있는 돌리지히스테Dolichiste라는 또 다른 리키아 정착지는 부분적으로 물에 잠긴 건물들과 길, 무덤이 있는 아주 멋진 장소인데, 그곳의 오래된 돌이 이곳만의 청록빛 바다에서 시시각각 다채로운 빛깔을 선보인다. 

지중해의 파랑과 피니케의 노랑

리키아 길을 따라 야생화가 만발하고 세이지와 백리향의 향기가 공기 중으로 퍼진다. 산기슭 마을에서는 수탉이 울고 목자들은 해 질 녘에 양과 염소를 몰아 녀석들의 우리로 돌려보낸다. 도보 여행길의 모든 구간에서는 짙은 파랑과 청록색 지중해가 반짝거리고, 우뚝 솟은 소나무들이 산들바람에 흔들린다. 아름다운 자연풍광은 물론이거니와 리키아 길은 고대 유적과 이 지중해 지역의 현대적 삶을 모두 접할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파타라Patara의 해변 유적지와 고대부터 이용한 카슈의 항구부터 수천 년 된 올리브 압착기를 갖춘 시디마Sidyma 마을의 게스트하우스, 오렌지와 레몬 나무 숲에 둘러싸인 피니케Finike의 소박한 숙박 시설까지, 길 위에서는 튀르키예 남부 해안의 매력을 오롯이 경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