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에는 가공할 만한 톈샨산맥이 있고 그 안에 사리차트-에르타시 자연보호구역이 자리한다. 깊은 계곡과 높이가 6000m에 달하는 산봉우리 아래로 야생의 강이 흐르고 있다. 이토록 외딴 지역에서는 존재하는 모든 것에 혹독함이 따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뜻 보기에 생명이 없을 듯한 이곳에서의 모험이 시작되는 순간, 누구나 아름답고 역동적인 땅을 발견할 수 있다. 협곡 깊숙한 틈에 숨어 산다고 알려진 신비로운 눈표범과 다양한 종의 야생동물들이 삶을 영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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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흔적
키르기스스탄에는 시대를 초월하는,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풍경이 펼쳐진다. 우크라이나 동쪽에서 몽골까지 뻗어 있는 광대한 유라시아 중앙 대초원에 수도 비슈케크가 자리한다. 수천 년 동안 이 대초원의 유목민들은 유르트라 부르는 텐트에서 살고 있다. 현재까지도 따뜻하고 튼튼하고 이동이 용이한 이 유르트에서 지낸다. 유르트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그들에게 완벽한 보호소가 되어준다. 말과 함께하는 유목민의 문화도 이곳에서 번성했고 지금도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의 삶에 있어 말은 아주 중요한 존재다. 여행을 하다 보면 차창을 통해 전통적인 콕보루 경기를 보게 된다. 사람들이 두 팀으로 나뉘어 말을 탄 채 염소 사체를 상대 팀의 골대 안으로 넣으면 이기는 방식이다. 요즈음은 모형으로 만든 틀이 염소를 대체하고 있지만 그 설렘과 장관은 여전히 그대로이다.
순응하는 삶
사리차트-에르타시 자연보호구역에 가려면 이틀 동안 차를 운전해야 하는데 도로를 벗어나 해발 4000m 높이의 길을 올라야 할 때도 있다. 1995년에 조성된 이 보호구역은 1295km²가 넘는 넓은 땅에 유령 눈표범과 세계에서 가장 큰 야생 양으로 알려진 아르갈리 등 멸종위기에 처한 종을 포함해 아주 다양한 생명체를 보호하고 있다. 곰, 늑대뿐만 아니라 심술궂은 팔라스 고양이도 이곳을 돌아다닌다. 환경보호론자들과 지역 주민들은 야생동물을 연구하고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다. 오무르베크 쿠르마날예프와 그의 팀 등 이 지역을 관리하는 레인저들은 사륜구동 차량 대신 길들여진 야생말을 타고 빙하 계곡 깊숙한 곳으로 향하거나 종종 오래된 사냥 오두막에서 야영한다.
기다리는 일
엘라만 오무르베코프 등의 지역 주민들도 이곳을 보존하기 위해 애쓴다. 이들은 스노 레오퍼드 트러스트 같은 국제기구와 협력하고 있는 키르기스스탄의 스노 레오퍼드 재단의 레인저로 일한다. 레인저로 일하려면 현지 사정과 높은 산에 대한 전문 지식이 꼭 필요한데, 원래 목동이나 사냥꾼이었던 대부분의 레인저는 이제 자신의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과학자와 영화 제작자들이 혹독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과학자들은 야생동물 관찰을 위해 카메라 트랩을 보호구역에 남겨 둔다. 적외선을 감지해 자동으로 사진을 촬영하는 카메라 트랩은 몇 달씩 한자리에 두고 이곳에 사는 동물들의 비밀스러운 삶을 통찰하도록 도와준다.
잔혹하고 아름다운
키르기스스탄은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에서 눈표범종을 가장 잘 보존하는 나라로 떠올랐다. 약 10만5000km² 넓이의 땅에 최대 500마리의 동물이 사는 것으로 추산한다. 영화 제작자이자 감독이자 와일드 익스페디션스 모험 여행 집단의 공동 창립자인 크리스 비어드는 스노 레오퍼드 트러스트와 함께 눈표범이 발견된 곳이나 상황을 기록하고, 보호 구역의 중요성을 알리는 등 야생동물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와일드 익스페디션스 팀에게도 반야생말은 광활하고 만만치 않은 지형을 다니는 데 꼭 필요하다. 말은 거칠지만 흔들림 없이 땅 위에 버티고 서 있으며, 가파른 길과 얼어붙은 강을 건너기 쉽게 도와준다. 이곳에서는 말을 타는 것이야말로 이 야생적이고 잔인할 만큼 아름다운 땅과 호흡하며 유목민 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해주는 최상의 방법이다.
"언뜻 보기에 생명이 없을 듯한
이곳에서의 모험이 시작되는 순간,
누구나 아름답고 역동적인 땅을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