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쿨하지 않다고
여겨졌던 로제 와인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로제 와인을 좋아한다는 게 멋지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일부 사람들은 로제를 와인에 대한 취향이 거의 없는 이들이 마시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로제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영국의 와인 소매업체 버진와인스에 따르면 2015년 이후 로제 매출이 82% 증가했다고 한다.
대체 무엇이 바뀐 걸까? 좀 더 드라이해지고, 빛깔은 더욱 옅어졌으며, 이제 와인의 트렌드가 되었다. 병의 크기와 디자인은 더 화려해졌다. 스타 파워도 영향을 미쳤다. 2011년 결혼했던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는 프랑스 남부의 샤토 미라벨Château Miraval 와이너리를 인수했다. 여기서 생산한 로제는 수상 경력을 지닌 데다 음미하기 좋은 와인으로 거듭났다.
로제의 심장부는 프랑스 남부, 특히 프로방스 지방이다. 프로방스의 섬세한 연분홍빛 와인은 전세계적으로 로제의 기준이 되었다.
인근의 론Rhône주와 국경 너머 스페인에서도 로제를 찾을 수 있다.
레드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에서는 자연스럽게 로제를 양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프랑스 남부는 전통적으로 화이트 와인보다 로제의 인기가 높다. 타벨Tavel과 코헝Corent 등 공식적인 로제 전용 생산 지역도 있다. 로제는 요즘 와인 양조 신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는 프로방스 스타일보다 한두 톤 어두운 빛깔로 유명한 피노누아 로제를 많이 생산한다. 한편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현지 고유의 피노타지 품종을 쓰는 경향이 있고, 아르헨티나는 모두 말벡 품종으로 제조한다. 반면 미국 캘리포니아는 단맛이 느껴지는 블러시의 천국이다. 보통 진판델과 그르나슈 품종으로 양조하는 블러시는 캘리포니아주 로제 와인 시장을 오랫동안 지배하고 있다.
로제는 일반적으로 색깔이 진할수록 더 강하고 과일 맛이 난다. 포도 껍질의 색을 일부 포함하지만, 레드 와인 자격을 갖추기에 충분하지 않은 유형이다.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블렌딩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프랑스는 한 지역을 제외하고 이를 금하고 있다. 샹파뉴에서는 어떤 불가사의한 이유로 스파클링 로제를 이렇게 양조한다고.
로제는 비단 여름뿐만 아니라, 어느 계절이든 화창한 날 마시기 이상적이다!
다섯 가지 로제 와인
1 치비테 라스 핀카스 로제 — 스페인
북부 나바라에서 1647년부터 역사를 이어온 와이너리가 가르나차 품종으로만 만든다. 바스크 지방의 유서 깊은 레스토랑 아르사크Arzak와 협업한 것으로 요리에 곁들이기 좋다.
2 이기갈 따벨 로제 — 프랑스
루이 14세와 여러 교황이 타벨 지역의 로제 와인을 좋아해 ‘왕을 위한 로제, 로제 와인 중의 왕’이라고 부른다. 이 지역의 로제는 연한 레드 와인같이 묵직하고 드라이한 편이다.
3 데시벨 혹스 베이 로제 — 뉴질랜드
북섬 동부 해안에 위치한 와이너리의 피노누아 품종만을 사용한다. 알코올 도수는 13%. 신선한 라즈베리와 복숭아 등의 과일 향이 풍부하다.
4 베린저 메인&바인 화이트 진판델 — 미국
캘리포니아 블러시로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와인 중 하나다. 달콤한 맛이 두드러지며 디저트류와 잘 어울린다.
5 니더버그 로제 — 남아프리카공화국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 취임식의 공식 와인이었던 니더버그. 로제 역시 그 명성에 걸맞다. 1791년부터 역사를 이어온 와이너리의 피노타지 품종만을 사용하며 병은 파인애플 형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