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의 자연과 문화를 깊이 경험하며 알로하 정신에 스며든 우리는 여행자가 아닌 오하나‘ohana(가족)이다!
O‘AHU
하와이 땅에서 자란 식생이 이곳 사람들의 정성을 거쳐 어떤 결실을 맺는지 체득하며 오아후가 새롭게 느껴진다.
향기로운 환대
하와이는 광활한 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고립된 제도이기 때문에 고유한 식물이 다양하다. 예로부터 하와이 원주민은 이렇게 특유한 아름다움을 지닌 꽃과 풀로 레이lei를 만들고 손님에게 전하며 환영을 표했다. 하와이어로 ‘화환’을 뜻하는 레이는 보통 하와이 토착 꽃과 잎으로 만드는데,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을 활용하는 것은 지양한다. 수입산이나 인공적인 재료의 이용도 삼가고, 하와이에서 채집한 신선한 꽃과 풀을 사용하는 것을 장려한다. 하와이의 주도인 호놀룰루에 자리한 꽃집 파이코Paiko는 레이를 직접 만들어보는 워크숍을 운영한다. 친절한 플로리스트가 미리 재료를 손질해 준비하고, 만드는 방법을 차근차근 알려주므로 누구나 즐겁게 참여할 수 있다. 사랑과 우정 등을 상징하는 레이를 만들며 소중한 마음을 담는다.
ⓘ 파이코의 레이 워크숍은 약 1 시간 30분 동안 진행된다. 레이의 구입 역시 가능하다.
paikobotanicals.com
EDITOR’S TALK 다채로운 꽃과 식물, 독특한 꽃병과 화분, 하와이 예술가들의 오브제가 어우러진 파이코. 이곳에서 레이를 손수 만들며 하와이의 일원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나는 레이 포오lei po‘o 또는 하쿠 레이haku lei라고 부르는 머리에 쓰는 화관을 만들어보았다. 내 머리 크기에 맞춰 끈을 조절하고, 하와이 대지에서 자란 꽃과 풀을 어루만지며 엮어나가는 과정은 정성의 연속이다. 처음에는 방금 들은 내용도 헷갈려 엉뚱하게 작업하기도 하지만, 어느새 익숙해져 몰입하고 집중하게 된다. 손재주가 없는 편이라서 매우 걱정했는데, 워크숍을 이끈 플로리스트 마이테Maite가 “잘하고 있어요!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요!”라고 연신 북돋아준 덕분에 끝까지 해낼 수 있었다. 일행 중 맨 마지막으로 완성한 데다 가장 서툴다고 생각했지만, 머리에 레이를 얹으니 이보다 아름다울 수 없다! 이후 내내 쓰고 다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레이를 선물 받으면 정중하게 다루는 동시에 계속 착용하는 것이 예의라고 한다. 레이 포오를 손수 만들고 나니 자연스럽게 알로하 정신이 함양된다. 누군가 레이를 만드는 데 쏟은 정성만으로도 감동 그 자체!
Q&A
파이코의 플로리스트, 마이테 하와이, 파이코, 레이에 관하여.
파이코는 어떤 곳인가요?
자연과 예술 그리고 하와이 제도와의 깊은 연결을 추구하는 보태니컬 부티크입니다. 현재는 카카아코 지역에 위치하지만, 원래는 창업자 타마라 리그니Tamara Rigney가 파이코 해변Paikō Beach의 한 차고에서 시작했어요. 그래서 파이코는 오아후 동부의 산과 바다를 일컫는 지명에서 유래했습니다. 하와이에 정착한 최초의 포르투갈인 중 한 명의 이름이 하와이식으로 변형된 것으로 알려져 있죠.
레이 워크숍에서는 어떤 식물을 사용하나요?
오늘 워크숍에서 사용한 재료는 수국hydrangea과 모카라 난초mokara orchid, 양치류의 일종인 루모라고사리leather leaf fern 등입니다. 하와이의 대자연을 보전하기 위해 야생에서 자생하는 식물은 사용하지 않아요. 파이코는 하와이 아일랜드와 마우이의 농장에서 재배한 꽃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레이를 잘 만들 수 있을까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해보세요! 좋아하는 꽃을 찾아보고 레이의 재료로 활용해보는 새로운 방식을 탐구하는 것도 좋습니다.
감미로운 여정
연중 온화한 기후를 띠는 하와이는 미국에서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를 재배하는 유일한 주이다. 로노하나 이스테이트 초콜릿Lonohana Estate Chocolate은 오아후 북쪽의 노스 쇼어에서 카카오나무를 키우고 남쪽의 호놀룰루에서 초콜릿을 생산한다. 카카오빈을 농장에서 수확하고 발효해 건조하며, 공장에서 로스팅한 다음 껍질과 알맹이를 분리하고 콘칭과 템퍼링, 몰딩을 거쳐 포장하기까지의 모든 작업이 하와이에서 이루어진다. 그야말로 진정한 하와이 초콜릿!
로노하나 이스테이트 초콜릿 공장 투어를 통해 전 공정을 견학한 후 라운지에서 다양한 초콜릿을 시식할 수 있다. 여타 초콜릿에 비해 다소 가격대가 높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곳에서 카카오가 초콜릿이 되는 모든 과정을 살펴본다면 그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공장에서 세 블록 정도 거리인 복합문화공간 솔트 앳 카카아코SALT at Our Kaka‘ako의 테이스팅 바에서도 초콜릿 시식이 가능하며, 초콜릿 음료도 즐길 수 있다. 예술가들의 벽화가 가득한 카카아코에서 하와이를 달콤하게 경험하는 방법이다.
ⓘ 로노하나 이스테이트 초콜릿 공장 투어는 금요일 오후와 토요일 오전, 주 2회 운영한다.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 투어 직후 초콜릿을 구입하면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lonohana.com
EDITOR’S TALK 우리는 실험복처럼 갖춰 입고 로노하나 이스테이트 초콜릿 공장에 들어선다. 1930년대 아르데코 양식 영화관을 개조한 이곳에는 당시 처음으로 상영한 영화의 포스터가 초입 벽면에 붙어 있다. 전 세계에서 수집한 빈티지 기계를 통해 초콜릿 가공이 이루어진다는 점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다. 공정 단계별로 변모한 카카오빈을 맛볼 수 있는데, 각각 미묘하게 다른 맛이 감지된다. 카카오빈이 점차 우리에게 익숙한 초콜릿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이제야 제대로 알게 된다. 공장 투어가 끝난 후 라운지에서 여섯 종류의 초콜릿을 한 조각씩 시식하기에 앞서 맨 처음 맛본 것은 카카오 열매 과육으로 만든 말랑한 젤리. 그다음으로는 시그니처 다크 초콜릿바인 카나히쿠Kanahiku가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카나히쿠는 하와이어로 70을 의미하는데, 오직 두 재료인 농장에서 재배한 카카오 70%와 유기농 사탕수수 30%로 구성된다. 비건 초콜릿인 로노하나 코코넛 다크 밀크도 인상적. 이외에도 하와이의 커피와 알라에아‛Alaea(원주민이 전통 요리에 활용해 온 비정제 바다 소금으로 ‘하와이 붉은 소금’이라고도 불린다)를 가미한 독특한 초콜릿 풍미도 여운을 남긴다.
로노하나의 자매 브랜드인 오노메아Onomea 초콜릿 포장지에는 서핑 등 하와이의 다양한 풍경이 그려져 있다. 로노하나 이스테이트 초콜릿의 공동 설립자 세네카 클라센Seneca Klassen의 딸인 엠마 클라센 리Emma Klassen-Lee가 손수 작업한 것이다. 시카고예술대학에 다니는 그녀가 2024년 1월에 선보인 오노메아 초콜릿 포장지로 첫 데뷔전을 치른 셈이다. 무엇보다 어떠한 질문에도 열정적으로 답변한 세네카뿐 아니라 온 가족이 초콜릿에 진심이구나!
Q&A
로노하나 이스테이트 초콜릿 설립자, 세네카 클라센 카카오 농부이자 초콜릿 생산자인 세네카가 말하는 빈 투 바bean-to-bar.
로노하나는 무슨 뜻인가요?
로노Lono는 하와이의 지력과 농업 그리고 평화의 신이며, 하나Hana는 일을 의미해요. 즉, 로노의 일을 지속하는 것이 사명이죠.
우리는 근본적으로 건강한 토양을 가꾸는 데 전념하고 있습니다.
로노하나의 카카오와 초콜릿의 특징이 궁금합니다.
노스 쇼어 농장에서 수확한 카카오빈은 색감이 밝고 선명하며 과일 향이 나요. 균형 잡힌 산미도 정말 훌륭합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초콜릿은 불공정 무역의 산물이라는 인식이 있어요. 많은 경우 카카오 재배지와 초콜릿 생산지가 일치하지 않으며 노동 인권 같은 여러 문제를 초래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카카오를 재배하고 초콜릿을 생산하는 작업을 모두 하와이에서 직접 수행하고 윤리적인 방식을 추구하죠. 2009년 버려진 사탕수수 농장을 재생해 카카오 묘목을 처음 심었고, 2014년까지는 농업에만 종사했어요. 카카오나무가 성장해 열매를 수확하기까지 대략 5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카카오 외에도 마호가니, 님Neem 등 다양한 수목을 심어 지속 가능한 토양뿐 아니라 생물다양성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또한 카카오빈 껍질과 쪼개진 꼬투리는 나무뿌리 덮개로 활용해 선순환을 그리고 있습니다.
카카오 농장에서는 어떤 작업이 이루어지나요?
자연의 흐름에 따라 카카오를 연중 수확해요. 타원 모양의 열매 안, 하얀 과육과 뭉쳐진 꼬투리에는 30~40개의 카카오빈이 숨어 있죠. 이를 모두 수작업으로 꺼냅니다. 다음 단계는 카카오빈을 마호가니 나무 상자에 넣어 일주일 정도 발효합니다. 농장에서의 마지막 작업은 발효한 카카오빈을 건조대에 펼치고 2~3주 동안 햇볕에 말리는 거예요. 카카오빈 내부에 수분이 거의 남지 않은 상태가 되면 공장으로 운반할 준비를 합니다.
Hawai‘i and Korea
하와이에서 발견한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
FREEDOM IS NOT FREE
하와이에 우리나라를 구한 숨겨진 영웅이 있다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진다. 그 주인공은 1950년 맥아더 장군의 지휘 아래 한국전쟁에 가장 먼저 참전해 인천상륙작전과 흥남철수작전을 수행한 미국의 전함 미주리호. 그 갑판에서 일본이 항복 문서에 서명하며 제2차 세계대전이 공식적으로 종결되기도 하였다.
하와이 진주만의 미주리호 기념관Battleship Missouri Memorial에서 역사적인 족적을 남긴 이 함선에 오른다. 미주리호는 미 해군이 운용한 전함 중 가장 크고 무겁다는 아이오와급이다. 축구장 3개를 합친 길이에 20층 건물 높이의 전함은 그저 가만히 정박해 있는 것만으로도 위력이 대단하다.
중앙 갑판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곳이 바로 제2차 세계대전이 종결된 장소다. 항복 문서가 서명된 지점을 원형으로 표시해 두었다. 당시 상황을 담은 흑백사진도 걸려 있다. 사진 속에는 윤봉길 의사의 상하이 의거 당시 한쪽 다리를 잃은 A급 전범 시게미쓰 마모루의 모습도 보인다. 일본 외무상이었던 그가 항복 문서에 가장 먼저 서명했다.
나는 걸프전에 참전한 미주리호가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어마어마한 사실보다는 1944년 진수되어 1992년 퇴역하기까지 이 전함에서 생활하며 망망대해를 떠돈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얼마 전 애리조나호의 마지막 생존자가 세상을 떠나셨어요.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격침된 애리조나호는 물 아래서, 미주리호는 물 위에서 서로 뱃머리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애리조나호는 태평양전쟁의 시작이었고, 미주리호는 제2차 세계대전의 끝이었어요. 그러니까 여긴 전쟁의 시작과 끝을 동시에 상징하는 곳입니다.” 우리를 안내한 윤희주 가이드의 말이 떠오른다.
ⓘ 미주리호 기념관은 매일 한국어 가이드 투어를 제공한다. 마이티 모Mighty Mo 패스를 선택하면 공인 한국어 가이드가 35분 동안 미주리호에 관한 이야기를 상세히 들려준다. 가이드 투어를 마친 후에는 한국전쟁 전시관 등 전함 내부의 전시 공간을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USS 애리조나 기념관USS Arizona Memorial을 함께 방문해도 좋다.
ussmissouri.org
EDITOR’S PICK 미주리호 갑판에 처음 발을 내디뎠을 때 나무의 촉감이 느껴져서 뜻밖이었다. 이러한 티크 갑판은 미 해군의 전통이었다고 한다. 티크 목재로 갑판을 만들면 굴곡, 부식, 습기 등에 강하고 화약이 떨어져도 불꽃이 잘 일지 않는다. 이러한 미주리호의 역사를 소장하는 방법이 있으니 바로 배틀숍에서 티크 기념품을 사는 것. 미주리호 복원 작업을 위해 갑판에서 뜯어낸 1940년대 티크 목재로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기념품 판매 수익금의 일부가 미주리호 보존에 쓰인다고.
예술, 교류 그리고 교감
고대 예술부터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의 방대한 컬렉션을 소장한 호놀룰루 미술관Honolulu Museum of Art. 고갱, 고흐, 모네, 앙리 마티스, 알렉스 카츠 등 저명한 예술가의 작품이 많기에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한국관은 그냥 지나치기 쉽다. 그러나 여기서 잠시 멈추어야 한다.
“한국관은 호놀룰루 미술관이 1927년 개관한 당시부터 존재한 전시실입니다. 미국 최초의 한국 전시 공간이기도 하죠.” 아시아 담당 큐레이터인 숀 아이크만Shawn Eichman의 말에 내가 연도를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 당시는 일본에 국권을 빼앗기고 국제사회에서 외교권 잃은 일제강점기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을 통해 한국의 독립적인 정체성을 인정하고 있었다는 점이 크나큰 의의로 다가왔다. 실제로 호놀룰루 미술관의 설립자인 앤 라이스 쿡Anna Rice Cooke 여사의 개관 축사 원고에는 한국인을 거론하는 대목이 있다. 그녀의 남편은 하와이의 농장주로 노동 이민을 적극 추진했다. 자연스럽게 한국 이주민에 대해 알았을 쿡 여사는 자신이 수집한 104점의 한국 예술품을 한국관에 기증했다. 이외에도 호놀룰루 미술관은 한국전쟁 당시 우리 문화재를 보관하겠다는 제안을 했을 정도로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한국관 전시 작품의 다수는 고려청자와 분청사기, 조선백자 같은 도자류. 한반도의 흙으로 빚은 한국의 도자기는 우리 문화를 담아내는 그릇이다. 우리의 옛 도자를 통해 그 시대를 온전히 살아간 사람들의 문화를 살피는 것처럼, 나는 이곳에서 하와이의 예술을 느낀다. 하와이의 과거를 보여주는 풍경화부터 전통 주식인 칼로kalo(타로)를 모티브로 한 현대 설치미술에 이르기까지, 하와이 원주민뿐 아니라 현지 예술가의 작품을 감상하며 특별한 교감을 나눈다.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이렇게 우리는 예술을 통해서 연결된다.
ⓘ 고대와 현대를 막론하고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의 방대한 예술 컬렉션을 소장한 호놀룰루 미술관에서 하와이뿐 아니라 한국의 고유한 예술을 감상할 수 있다.
honolulumuseum.org
EDITOR’S PICK 1927년 앤 라이스 쿡 여사가 기증한 ‘청자상감 운학문 매병’은 단정한 형태와 고운 유색이 잘 어우러진 고려청자로, 백색 구름의 일부를 흑상감선으로 구획하여 강조한 묘사법이 특징이다. 이러한 표현법은 국내에서 유사한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한국관은 상설 전시실이지만 4개월마다 진열 작품을 교체하므로 혹여 이 작품을 실제로 감상할 수 없다면 <화려함과 단아함 - 호놀룰루 미술관 소장 한국 도자 명품Splendor and Serenity: Korean Ceramics from the Honolulu Museum of Art〉을 탐독하도록. 이 도록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지원으로 제작되어 국영문이 병기되어 있다.
하와이 이민사
호놀룰루는 한국 이민 역사의 출발지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대한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추진했던 첫 이민이 1902년 12월 인천 제물포항을 출발해 이듬해 1월 호놀룰루항 7번 부두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당시 이민을 떠난 121명의 선조를 기억하기 위해 올해 1월 13일, 호놀룰루항 7번 부두 인근에 표지석이 세워졌다.
ISLAND OF HAWAI‘I
약 40만 년 전 생성되어 하와이 제도에서 지질학적으로 가장 어리지만 제일 큰 섬. 여전히 성장 중인 하와이 아일랜드에서 문화 역시 생동한다.
만찬 그리고 잔치
힐튼 와이콜로아 빌리지의 ‘레전드 오브 하와이 루아우Legends of Hawai‘i Lū‘au’에 참석하고자 발걸음을 재촉한다. 한 할머니가 목에 보랏빛 향기가 선연한 레이를 걸어주며 환영한다. 루아우는 하와이어로 잔치를 뜻하는데, 여행자가 접하는 루아우는 보통 하와이와 폴리네시아의 전통 음악과 춤 그리고 음식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일종의 디너쇼다.
루아우는 일생의 중요한 행사를 축하하는 현지인들의 전통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래서일까 신혼여행을 오거나 결혼기념일을 맞은 이들이 사전에 신청하면, 진행자가 불러 일으켜 모든 참석자의 축하를 받는다. 우리 옆자리에는 3대가 알로하 셔츠를 똑같이 맞춰 입고 루아우를 즐기는 모습이 정말 훈훈하다. 루아우 초반에는 하와이어를 가르쳐주고, 타히티 원주민이 폴리네시아 북의 맥
동하는 가락에 맞춰 횃불을 밝힌다. 음악을 연주하고 춤을 추는 모든 이들이 실제 원주민이라고.
하와이의 신화와 전설 그리고 역사와 문화를 풀어내고, 자연과 사랑의 아름다움 등을 다채롭게 표현하는 훌라에 푹 빠져들게 된다. 이곳의 루아우에는 하와이 카우보이도 등장한다. 어느새 어두워진 밤을 밝히는 불쇼에 이어 관람석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무대에 올라온 이들이 맘껏 훌라 실력을 뽐내며 루아우의 대미를 장식한다. 루아우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밤하늘에 무수히 총총히 박힌 별처럼 환한 미소로 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그렇다, 우리는 오하나다! legendsluau.com
‘A‘ohe hana nui ke alu ‘ia.
모두가 함께하면 못 할 일이 없다.
- ‘ŌLELO NO‘EAU, #142
하와이어로 격언이나 속담을 뜻하는 올렐로노에아우‘ōlelo no‘eau는 자연이나 현상, 사람이나 감정, 장소 또는 역사적 사건 등을 시적으로 풀어낸다. 이러한 표현을 모아 놓은 책 〈‘Ōlelo No‘eau: Hawaiian Proverbs & Poetical Sayings〉(매리 카웨나 푸쿠이Mary Kawena Pukui 편찬, 번역, 주석)도 발간되었다. 하와이에서는 올렐로 노에아우를 활용할 때 이 책에 적힌 참고 번호를 종종 인용한다.
FLAVORS OF LŪ‘AU
레전드 오브 하와이 루아우에 등장한 음식중 하와이와 폴리네시아 문화가 배어 있는 풍미를 안내한다.
포이Poi
하와이 최초의 정착민이 가져온 칼로(타로)를 두드려 만든 보랏빛 페이스트로 모든 음식과 함께 먹을 수 있다. 폴리네시아인 중 칼로를 이러한 형태로 먹는 것은 하와이 원주민이 유일하다고.
푸아 칼루아Pua‘a Kālua
이무imu(구덩이)에서 통째로 익힌 돼지고기를 잘게 썰어낸 요리로 칼루아 피그Kālua Pig라고도 한다. 루아우 도중에 원주민이 나무에 끼운 통돼지구이를 이고 돌아다니는 퍼포먼스가 잠시 벌어지기도 한다.
하우피아Haupia
코코넛 밀크, 옥수수 전분, 물, 설탕으로 만든 현대식 디저트. 식혀서 네모난 코코넛 푸딩 형태로 먹는다. 폴리네시아 전역에서 만날 수 있는 전통 하우피아는 완전 채식에 해당한다.
STAY
더 서프잭 호텔 앤 스윔 클럽
하와이의 1970년대 서핑 문화에 영감받은 레트로 감성의 부티크 호텔. 미드 센추리 모던 스타일로 꾸민 객실은 지역 예술가의 작품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재활용 소재로 제작한 조명도 인상적이다. 현지 예술가가 작업한 ‘Wish you were here’ 글귀가 보이는 수영장은 그 의미대로 누구나 여기에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호텔 내에서도 현지 음식과 음악을 맘껏 즐기며 하와이 바이브를 제대로 느낄 수 있으며, 영화 상영회나 현지인이 참여하는 십 앤 숍 마켓Sip & Shop Market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이곳은 강아지 손님도 환영하는 반려견 친화 호텔이다. 반려견을 데려오지 못 하더라도 괜찮다. 호텔의 마스코트 강아지인 잭Jack이 있으니까! 와이키키 해변까지 도보 15분 이내로 접근성이 좋으며, 합리적인 가격대로 숙박할 수 있다.
surfjack.com
힐튼 와이콜로아 빌리지
하와이 아일랜드 서부에 위치한 리조트로 와이울루아 해변이 내려다보인다. 바다와 연결된 천연 석호에서 야생 거북 등 다양한 해양 생물도 관찰할 수 있다. 야생 물개도 한 번 들어오면 한동안 나가기 싫어할 정도로 아늑하고 안전한 곳이다. 천연 석호에서 스노클링을 하거나 카약 또는 패들보드 등을 만끽해도 좋다. 이외에도 골프와 스파뿐 아니라 루아우와 레이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다. 부지 곳곳에 전시 중인 1800점이 넘는 오리엔탈 예술품이 자아내는 풍경도 독특하다. 리조트 내에 자리한 카무엘라 프로비전 컴퍼니Kamuela Provision Company는 바다와 함께 환상적인 석양을 바라보며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 현지 식재료를 사용해 하와이의 맛이 풍성한 요리를 선보인다. 7만 6000여 평에 달하는 리조트 부지 내에서 수로 보트나 모노레일 트램을 이용해 편리한 이동이 가능하다.
hilton.com/en/hotels/koahwhh-hilton-waikoloa-village
TRAVEL WISE
항공편
하와이안항공이 인천-호놀룰루 직항 노선을 주 5회 운항한다. ‘Connecting People with Aloha’라는 슬로건처럼, 탑승하는 순간부터 하와이를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와이안항공 승객만을 위해 특별히 로스팅한 라이언 커피Lion Coffee와 마우이 브루잉 컴퍼니의 맥주 등도 맛볼 수 있다. 이코노미 클래스보다 최대 12.7cm 넓은 엑스트라 컴포트 좌석은 우선 탑승 서비스는 물론, 하와이 로컬 브랜드인 노호 홈Noho Home과 협업해 제작한 어메니티 키트를 제공한다.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제작한 파우치에는 하와이 로컬 스킨케어 브랜드 롤리이Lōli‘i의 로션과 무향 립밤, 칫솔과 치약, 안대 등이 담겨 있다. 또한 하와이안항공은 하와이 제도의 각 섬을 연결하는 직항편도 다수 운항 중이다.
여행 최적기
하와이 제도의 계절은 건기와 우기로 나뉘지만, 연중 온화하고 습도가 낮아 언제나 여행하기 좋은 편이다. 하와이 제도에는 서로 다른 4개의 아열대 기후대가 존재하므로 미리 방문하는 지역의 기상 예보를 확인해야 한다.
말라마 하와이Mālama Hawai‘i
‘말라마’는 하와이어로 ‘배려하다’라는 뜻으로 책임 있는 여행을 독려하는 캠페인이다. 일회용 물병 대신 텀블러를 챙기고, 비닐봉지 대신 재사용 가능한 에코백을 이용하고, 산호초에 안전한 미네랄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 등 자연을 생각하는 의식 있는 여행자가 되어보자!
더 많은 정보
하와이관광청 gohawaii.com/kr
말라마 하와이 malamahawai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