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남부의 모스타르와 트레비네, 두 도시 사이를 구불구불 통과하는 헤르체고비나 와인 길은 놀라운 카르스트 지형을 탐험하기에 가장 이상적이다. 이 길을 따라 포도밭 안으로 성큼 들어가 다양한 전통 요리와 뛰어난 현지 와인을 맛보기로 한다.
와인 루트의 시작점
이 길은 ‘유럽 와인 도시 디오니시오 2024’라는 이름이 붙은 모스타르Mostar시에서 시작한다. 모스타르는 구 시가지를 공들여 복원했는데, 구불구불한 자갈길을 따라 전통 보스니아 커피와 과자를 내놓는 오스만 양식의 주택과 가죽과 구리 장인의 작업장이 이어진다. 차로 20분 정도 가면 도시 뒤편으로 산속 고란치Goranci 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에 있는 동명의 레스토랑 고란치에서는 천천히 구워낸 송아지 고기와 그라(보스니아 콩 스튜), 감자빵과 후르다(현지 치즈 커드) 같은 전통식 식사를 경험할 수 있다. 모스타르가 와인 길의 시작이라면, 종착지는 가장 남쪽 트레비네Trebinje시다. 인근 포포보 폴예Popovo Polje로 알려진 카르스트 지대는 이 나라에서 가장 좋은 농업 지대로, 여러 와이너리의 포도밭이 자리한다.
토양을 닮은 산물
신의 거룩한 변모 교회는 트레비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이다. 이 지역에서는 종교가 와인 생산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근처 트브르도스 수도원Tvrdoš Monastery은 전국에서 가장 큰 와인 생산자다. 한편, 도시 바로 외곽에서 가족이 운영하고 있는 하우스홀드 코바체비치Household Kovačević는 매년 약 100개의 벌집에서 1톤 이상의 꿀을 만든다. 뿐만 아니라 치즈와 라키야(발칸 과일 브랜디)와 여러 유기농 제품을 생산한다. 여름에 기온이 오르면 코바체비치 가족은 북부 보스니아에 있는 산이나 인근 몬테네그로에 있는 산으로 벌집을 옮기는 작업을 한다. 벌이 사는 곳에 따라 생산되는 꿀의 성질과 맛도 달라진다. 숲에서 생산된 꿀은 흙빛이 더 강하고, 들판에서 생산된 꿀은 허브 향이 더 강하다.
현지의 맛
헤르체고비나 지역은 보스니아의 다른 지역에 비해 기후가 온화하고 토양에 미네랄이 풍부해 농경지가 차지하는 면적이 넓다. 봄과 여름에는 노점에서 현지 농부가 직접 생산한 제철 과일과 채소를 판매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한편 스톨라츠Stolac 마을과 주변 지역은 스톨라츠키 야리스티라는 파스타 요리의 본고장이다. 신선한 세이지를 뜨거운 버터에 잠깐 담가서 준비한 다음, 양가죽 자루에 넣어 발효시킨 미에하 치즈와 인근 산에서 목동이 말린 염소고기를 섞어 파스타를 완성한다.
와인이 익어가는 시간
류부스키Ljubuški시 근처의 누익Nuić 와이너리에서는 블라티나와 질라브카와 트르냐크 등 지역에서 자라는 세 가지 포도 품종을 심는다. 누익은 특히 트르냐크 포도를 멸종 직전에서 되살렸고, 이 품종으로 단독 와인을 생산하는 몇 안 되는 와이너리다. 누익 와이너리는 시음을 할 때 현지에서 생산한 다양한 치즈를 샐러드, 페이스트리와 곁들여 내놓는다. 인근 스케그로Śkegro 가족의 와이너리는 최근에 새로운 포도밭을 가꾸고 있는데, 토양은 미네랄이 풍부하지만 바위가 많은 표층 때문에 일이 녹록지만은 않다. 이곳의 대표 와인으로 알려진 오렌지 질라브카 스케그로는 스킨 콘택트 와인이다. 발효 과정에서 흰 포도 껍질을 그대로 두고 만들어서 독특한 색상과 풍미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