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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붓 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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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호

열대우림 한가운데서 아침에 눈을 뜨며,
자연의 변화를 오롯이 받아들이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보낸 우붓에서의 며칠에 관하여.

아융강을 따라 열대우림 지역에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자리잡은 로열 피타 마하 리조트의 모습.

발리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에 내리는 순간, 온몸을 감싸고 도는 더운 공기에 여행이 막 시작되었음을 깨닫는다. 동시에 그림처럼 다가오는 문자들, 달큰한 맛의 공기와 기분 좋은 소란함이 더해진 환대 등이 발리가 내포한 특유의 이국적 분위기를 물씬 느끼도록 이끈다. 이제 여기서부터 한 시간 반 남짓 달리면 이번 여행의 목적지에 닿는다. 차량에 올라타고 쭉 뻗은 도로와 시내를 통과해 우붓 중심가로 들어서니 차와 오토바이, 여행자들과 현지인들이 섞여 제법 북적거리는 모양새이다. 이동을 도와준 드라이버 마데이는 우리가 다소 놀란 것을 눈치챘는지 그간의 변화에 대해 경쾌하게 이야기한다.
“우붓의 많은 것이 변했어요. 여행자들이 훨씬 많아졌고, 그 덕분에 카페나 음식점, 호텔도 많아졌고요. 이렇게 교통 체증에 시달리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그렇지만 단지 그뿐이에요.” 아마도 그가 말하려던 건 많은 것이 변하더라도 우붓의 본질적인 것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것 아니었을까 생각하며, 아융강 계곡을 따라 깊은 숲속에 자리한 로열 피타 마하 리조트Royal Pita Maha Resort에 도착한다. 입구엔 리조트가 문을 열 때 세워진 30m 높이의 거대한 자매신 조각상이 여행자의 안녕을 기원하듯 의연하고도 다정한 모습으로 서있다. 마치 인간과 자연, 영적인 세계의 조화를 강조하는 발리의 철학인 트리 히타 카라나Tri Hita Karana 속으로 들어서는 순간이다.

(위부터) 디럭스 풀빌라에서 보는 풍경. 열대우림을 산책하는 즐거움.

더 깊은 연결
과거 우붓 왕실 가문은 발리의 문화를 육성하고 보존하는 데 깊게 관여해 왔다. 전통춤과 음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후원하고, 때때로 이들 공연을 궁전에서 열면서 왕실이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 잡아온 것이다. 특히 조코르다 게데 아궁 수카와티Tjokorda Gede Agung Sukawati는 1936년 독일 예술가 발터 스피스Walter Spies, 네덜란드 예술가 루돌프 보넷Rudolf Bonnet과 함께 ‘피타 마하Pita Maha’라는 예술가 협동조합을 설립해 발리의 지역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전통 예술의 보존과 발전을 목표로 움직이게 된다. 그 결과 발리 예술의 황금기를 열었으며, 로열 피타 마하 리조트의 설립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가 이어온 이 같은 철학은 리조트의 디자인에 깊은 영감을 주었고, 이곳이 단순한 숙소를 넘어 삶을 향유하는 공간으로 자리하는 데 한몫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이곳의 모든 공간은 손으로 지어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계곡 중턱에 지어진 리조트를 따라 계단을 오르내리고, 울창한 나무 사이를 오가고, 미로처럼 구성된 길을 걸으면서, 리조트 총괄 매니저 데와 마데 아림바와Dewa Made Arimbawa의 설명을 듣는다.
디럭스 풀빌라, 로열 풀빌라, 로열 스파 빌라, 아융 힐링 빌라 등 단독 풀빌라 75채와 스파, 레스토랑, 요가 베일 및 오가닉 농장과 가든 등으로 구성된 리조트의 구조를 파악한 뒤, 로비에서 묵직한 열쇠를 받아 들고 돌담을 따라 머물게 될 빌라로 향한다. 아름다운 조각이 새겨진 입구 나무문을 열고 들어서니 고요하고 차분한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 펼쳐진다. 전통 발리 디자인을 바탕으로, 자연 재료로 만들어진 내부가 인상적이다. 침대 앞 커다란 통창, 그 너머 프라이빗 수영장이 햇빛 아래 반짝이고, 눈앞으로는 온통 짙은 초록의 정글이 향기로운 나무 냄새를 내뿜는다. 그렇게 주변의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로열 피타 마하 리조트가 이끄는 대로 점점 더 깊은 자연 안으로 들어가는 중이다.


코끝에 남은 향기
장대비가 쏟아지던 날, 예약을 해둔 한낮의 스파로 향한다. 빌라에서 로비를 거쳐 아융강을 감상하며 산책을 하다 보면, 리조트 내 깊숙한 곳에 조용하게 자리한 로열 키라나 스파Royal Kirana에 닿는다. 스파에서 준비해둔 6가지 아로마 향을 맡으며 지금의 내 컨디션과 마음을 다독이는 향을 하나 고른다. 더불어 설문지를 통해 원하는 마사지의 강도나 불편한 곳 등을 체크해 내 몸을 좀 더 세심히 살펴본다. 내가 고른 아로마는 샌들우드, 묵직하고 따뜻한 향이 비 덕분에 한층 더 짙어졌다.
스파를 받기 위해 실내지만 정면은 뻥 뚫려 있는 2층 공간을 선택한다. 열대우림과 리트미컬하게 이어지는 강과 계곡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어 자연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침대에 누워 테라피스트의 손길에 몸과 마음을 이완하고, 향기 테라피로 한 번 더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잡아간다. 120여 분간 발리 특유의 부드러운 마사지가 천천히 휴식의 상태로 이끌어준 경험, 반수면 상태에서 멀리 물소리와 새소리가 들려오고, 간간이 아융강에서 래프팅하는 이들의 웃음소리가 섞여 든다.

 

(위부터 시계 방향)
아융강이 내려다보이는 테라스 레스토랑에서.
리조트 설립 당시 세워진 자매신 조각상.
테라스 레스토랑에서는 발리 현지 음식과 서구 스타일의 음식을 모두 맛볼 수 있다.

발리니스 영혼의 음식
그렇게 자연과 스파로 한층 깨어난 감각으로 발리의 풍미를 온전히 받아들일 준비를 마쳤다. 발리 음식이 가진 풍부한 식감과 다채로운 향, 때때로 혀끝을 자극하는 자극적인 맛을 기대하며, 셰프 마데 수아마Made Suama와 함께하는 쿠킹 클래스를 신청했다.
발리 전통 사테와 스튜를 포함한 4가지 음식을 만들어보기로 했는데, 일단은 이 음식들의 기본이 되는 붐부발리Bumbu Bali(일종의 발리 스파이스라고 보면 된다)부터 시작해본다. 샬롯, 마늘, 생강, 캔들넛, 타마린드, 터메릭, 레몬그라스 등 신선한 향신채소를 다져 절구에 넣고 빻은 뒤 쉬림프 페이스트를 더해 한데 섞어준다. 완성한 양념은 4가지 요리에 적재적소에 쓰이며 풍미를 배가시킨다. 치킨과 어린 파파야를 발리 스타일 양념으로 조리한 게랑 아셈 아얌Gerang Asem Ayam, 신선한 생선을 양념에 재운 뒤 바나나잎에 싸서 굽는 페페스 이칸Pepes Ikan, 그리고 치킨과 각종 채소를 저며 반죽을 만든 뒤 대나무 스틱에 꽂아 구워주는 사테와 팜슈거에 카사바를 넣고 코코넛밀크와 함께 끓여낸 죽을 차게 식혀 먹는 코락 케슬라Kolak Kesela까지. 완성된 요리를 접시에 잘 담아낸 뒤 로비 앞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겨 식사를 시작한다. 신선한 재료와 발리 스타일 양념이 조화를 이루는 음식들이 시고, 맵고, 짭쪼름하고, 달콤한 맛으로 여행자의 미각을 자극한다. 마찬가지로 레스토랑의 테라스 너머로는 운무가 몰려오는 열대우림이 펼쳐져 있다.


RECIPE. 페페스 이칸
생선 요리의 신선하고도 이국적인 풍미를 맛보고 싶다면.

2인분 / 30분 내외

재료 준비

도미살 300g, 발리니스 스파이시 3티스푼, 토마토 1개, 살람 잎 2장, 카피르라임 잎 2장, 식물성 기름 2티스푼, 라임 ½개, 바나나 잎 10장, 소금 약간

만드는 법
➊ 먼저 가시를 제거하고 손질한 도미살과 토마토를 얇게 썰어 커다란 볼에 담아 준비한다.
➋ 카피르라임 잎과 살람 잎은 잘게 잘라 ①의 볼에 넣고 라임 ½개의 즙을 내어 섞어준다.
➌ 모든 재료가 잘 섞이면, 붐부발리를 넣고 버무린다.
➍ 바나나 잎을 잘 씻어 말린 뒤 ③의 재료를 적당량 올려 돌돌 말아 재료가 빠지지 않도록 양쪽 끝을 이쑤시개로 고정한다.
➎ 팬을 달구고 기름을 두른 뒤 바나나 잎이 타지 않도록 잘 구우면 완성된다.



아침을 여는 순간들
새소리에 눈을 뜨는 아침. 수영장에서 즐기는 플로팅 조식으로 행복감에 젖는 아침. 그리고 물 흐르듯 동작을 따라가며 요가로 감각을 일깨우는 아침이 있었다.
리조트 내에 위치한 요가 베일로 향하는 길에는 내내 덥고 습한 열대의 공기와 나무 냄새가 가득하다. 덕분에 온몸의 근육이 서서히 이완되어 요가 수업에 임하기 전에 최상의 몸 상태로 도달하는 중이었다. 아침 요가를 수련하게 될 장소는 사방이 오픈되어 있기에 수련하는 내내 어느 방향으로 시선을 두어도 자연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 있다. 다양한 수종이 풍요롭게 자리 잡고 있는 정원과 열대우림에 때때로 빗방울이 떨어지고, 비가 멈추면 바람이 불면서 여행자에게 순환하는 자연의 모습을 고스란히 내어 보인다.
요가 선생님은 차분한 목소리로 여행자의 움직임을 이끌어준다. 호흡하고, 동작하고, 또 호흡하고, 다음 동작을 이어나가는 사이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고, 육체의 단련이 정신의 평온으로 이어지는 경험을 한다. 우붓은 오랜 시간 요가 수련자들에게 성지와도 같은 여행지로 통했다. 아마 이토록 특유의 고요하고 영적인 분위기 속에서 심신의 균형을 찾고 온전한 나와 만날 수 있도록 했기 때문 아니었을까. 로열 피타 마하에서 요가를 하는 아침에 어렴풋하게 깨닫는다.
‘하나의 아사나와 한 번의 호흡은 그 자체로 완전한 여행이다.’
이 모든 여행을 마친 뒤, 여행자의 오감은 일상 속에서 불현듯 우붓에서의 한순간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리조트 내 요가 베일에서 수련하는 모습.

INTO NATURE
자연 속 액티비티
우붓의 자연을 보다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싶다면.

트레킹
로열 피타 마하 리조트 주변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풍부한 문화유산으로 트레킹을 하기에도 좋다. 그중 이번 여정에서 트레킹한 곳은 짬뿌한 리지 워크Campuhan Ridge Walk이다. 난이도가 쉬운 편에 속해 더운 나라에서 크게 무리하지 않고 자연을 탐험해볼 수 있다. 능선을 따라 잘 정비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아름다운 논과 계곡이 펼쳐지고, 곳곳에서 발리의 다양한 식생을 관찰할 수도 있다. 그 외에도 뜨갈라랑 라이스 테라스Tegalalang Rice Terrace에서 계단식 논을 따라 걷거나, 세바투 폭포Sebatu Waterfall를 감상하며 한적하게 트레킹할 수도 있으며, 전통 발리 마을인 페젱Pejeng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래프팅
발리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마손 어드벤처Mason Adventure에서 가장 긴 래프팅 코스를 운영한다. 우붓 아융강에서의 래프팅은 역동적인 급류타기와 고요한 강의 흐름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정글 지역에서 출발해 폭포와 급류, 여기에 아융강의 깊은 계곡과 절벽의 암각화를 감상하는 것도 흥미롭다. 전문가의 구령에 맞춰 한 팀이 되어 급류를 타다 보면 어느새 2시간이 훌쩍 지나 있을 것이다. 중간중간 수영을 즐기며 래프팅을 하고 난 뒤에는 초콜릿을 맛보며 당분을 충전해보기를.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카카오 재배 2위를 차지하는데, 이곳 농장에서 재배한 카카오를 재료로 팜슈거를 넣어 만든 화이트 초콜릿이나 민트, 캐러멜 등을 첨가한 다채로운 맛의 초콜릿을 맛보자. masonadventures.com

(위부터) 짬뿌한 리지 워크에서의 트레킹.
아융강을 따라 이어지는 래프팅.

 


TRAVEL WISE
항공편
인천공항에서 발리 응우라라이국제공항까지 대한항공이 직항편을 운항하며, 약 7시간 소요된다.
머물 곳
로열 피타 마하 리조트 royalpitamaha-bali.com
더 많은 정보
리조트홀리데이코리아 resortholidaykorea.com

글. 임보연BO-YEON LIM
사진. 로열 피타 마하 리조트,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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